(아담한 대전구장에서 두산:한화 경기를)
절친Y와 난 둘다 야구 팬입니다.
결코 만날 수 없을 듯한 사람들이었던 우리가 친해지는데 가장 큰 몫을 담당한게 바로 야구이야기 였습니다.
중학교때 경남에 살았던 저는 연고지에 의한 롯데 자이언츠 팬이었지만 고등학교를 거치며 멋진 선수가 많은 OB베어스 팀의 팬이 되었습니다.
Y는 초등학교때부터 아빠와 함께 본 야구 덕분에 당시의 해태 지금의 기아타이거즈의 팬입니다.
이래저래 바쁜 일정을 핑계삼아 올해는 아직 야구장에 직접 가진 않은 우리들.
아담하고 편리한 대전구장을 선택했습니다.
대전구장은 매점도 화장실도 모두 관중석 뒷편에 자리하고 있어 맥주를 사면서도, 화장실을 가면서도 화면이 아닌 피부와 눈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답니다.
Y와 나는 현존하는 최고의 야구경기장으로 꼽으며 칭찬을 거듭했습니다.
비록 Y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는 아니었지만 Y와 전 8개구단 모두를 사랑하니까 괜찮습니다.^^ 아...SK와이번스는 좀 앙숙이라 힘들긴 합니다. 하하.
Y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경기가 시작되길 바라며 우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야구장에 가면 빠질 수 없는 약간의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기다렸습니다.^^;
이날의 경기는 제가 응원하는 두산이 한화를 엄청 크게 이겼답니다.
공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우린 예정에 없던 봉하마을로 길을 떠났습니다.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부엉이 바위 앞으로 보이는 사저와 생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쿡쿡 아파옵니다.
생가 앞의 사람사는 세상 재단 기념품 가게에서 가족들의 선물을 사기도 하고 우리 각자에게 주는 선물도 하나씩 마련해 나눠가졌습니다. 전 재생지로 만든 연필을 받았는데 연필 쓸 일이 많은 나로선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봉하마을에는 보리빵을 파는데, 맛있습니다. 경주의 단석산 보리빵 보다는 조금 못한 맛이지만...
부엉이 바위 위도 어느정도 통제가 풀려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그의 마지막 숨결이 남은 곳을 향해 명복을 빌었습니다.
주차장 앞의 기념관의 한쪽에서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의 유품들이 전시되어있었는데, 그의 동영상을 보는 동안 많은 이들이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와 옷깃을 꼭 쥐고 있어야 했습니다.
봉하마을을 나와 밀양에 머물기로 한 우린 부산에 있던 남동생 N을 불러 밀양역에서 만났습니다.
밀양의 숙박여건을 알아보지 않은 채 갔기에 이리저리 헤매다 차라리 시내를 벗어나는게 좋겠다 싶어 표충사 근처 유원지로 갔습니다.
헤메는 사이 밀양시 지도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ㅡㅡ;;
표충사 근처는 제법 큰 천이 흘러 여름 유원지로 좋은 듯 했습니다.
우리가 머문 펜션형 민박집도 강 둑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밤새 물소리를 냈습니다.
가끔씩은 비가오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강 둑 위로 평상과 그늘막을 두어 저녁에 바베큐 파티를 하기에도 안정맞춤인 집이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표충사는 규모가 꽤 큰 절입니다.
비교를 하자면 사사자석탑이 있는 곳을 제외한 화엄사 정도의 크기는 되는 듯 합니다.
잘 정돈된 마당들과 건물들은 관광객으로 붐볐는데, 관광객 중 눈에 띄게 커플티셔츠를 입은 연인이 많았습니다.
데이트코스로 절을 찾는 것, 왠지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비밀스런 햇빛 아래의 단정한 절 마당. 아주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밀양이란 곳 자체의 느낌도 양기가 가득하게 느껴지는데 이곳의 기운도 그런 듯 합니다.
원래는 여기까지만 보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려했던 우리는 이왕 온 것 얼음골을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Y는 밀짚모자 하나를 사서 썼습니다.
왠지 잘어울리는 느낌...얼굴이 작아서 그런가? 하하
초입부터 제법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천황사를 지나 본격적으로 산길을 오르다보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됩니다.
갑자기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두어걸음 옮기면 양지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다시 두어걸음 오르면 그늘에서 불어오는 에어컨만큼 시원하지만 그보다 훨씬 맑고 청량한 기분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길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르는데 옛날 다른 친구와 와서 발 오래 담그기 내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0초도 버티지 못한 우리들.
Y에게 그 얘기를 해주며 내려올때 또 한번 해보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드디어 삼복까지 얼음이 있다는 곳에 도착.
철조망을 쳐 놓은 그곳 앞엔 사람들이 등을 그쪽에 댄 채 쉬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산길을 올라와야 이곳에 닿을 수 있는데 차가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흘렀던 땀을 식히는 모양입니다.
이곳이 얼음이 얼어 있는 곳인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저 바위 깊숙한 곳 까지 눈 같은 얼음이 가득차 있습니다.
더 깊은곳 저 바위 사이사이에 언뜻 흰 빛이 비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여긴 지형이 특이해서 차가운 바람이 머문다는 팻말을 읽으며 땀을 식힌 우린 아이처럼 물에 발을 얼른 담그고 싶어 내려갔습니다.
계곡으로 내려가긴 쉽지 않은 길이긴 했지만 힘들게 발을 담그는 순간, 우리의 발은 빨개지며 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느낌을 즐기면서 한참을 비명을 질러대며 즐거워한 우리.
너무 차가워 배가 아파질때까지 놀았습니다.
나중엔 조금 추워 평소에도 떨리는 손이 더 떨려 계곡 사진은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하..
밀양역으로 돌아가 간단한 저녁을 먹고 남동생N을 보냈습니다.
어젯밤, 속에 있는 얘길 털어놓던 녀석.
대학 졸업반인 이녀석, 요즘 스스로 삶의 무게에 눌려 어깨가 처진 뒷모습에, 언제나 밝게 웃던, 그래서 주변마저 환하게 했던 남동생N이 측은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리기만 했던 저 녀석도 이제 이렇게 어른이 되나 싶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이었는데 무척 많은 일을 한 듯한 여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사진 글 정말 잘 서술 하셨네요 감사 드리며 행복 하소서
잘 보고 갑니다.
너무멋져요 언제시간되면 꼭가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