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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래산, 곰봉 가는 길 암릉에서
네 다리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배회하네 天光雲彩共徘徊
주인은 면목 없다 말하지 마오 主人莫道無顔色
나는 물속에 비친 청산을 좋아한다오 吾愛靑山倒水來
――― 난고 김병연(蘭皐 金炳淵, 1807 ~ 1863)
▶ 산행일시 : 2015년 2월 28일(토), 대체로 흐림
▶ 산행인원 : 14명(자연, 모닥불, 악수, 히든피크, 대간거사, 온내, 신가이버, 도~자, 해마,
해피, 승연, 무불, 자유,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12.5㎞(1부 5.0㎞, 2부 7.5㎞)
▶ 산행시간 : 8시간 24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12 –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臥石里), 미사리계곡 조촌 가기 전, 산행시작
10 : 44 – 암릉 암봉
11 : 00 - 안부
11 : 15 - 곰봉(△930.3m)
11 : 37 - Y자 갈림길, 806m봉
12 : 24 ~ 13 : 00 - 김삿갓유적지 주차장, 1부 산행종료, 점심
13 : 15 - 김삿갓 생가 입구 Y자 계곡 갈림길, 철교 앞
13 : 38 - 안부
14 : 20 - 주등로 진입
15 : 15 - 마대산(馬垈山, △1,052.2m)
16 : 03 - 1,030m봉, 전망대, Y자 갈림길
16 : 20 - 암릉 우회
16 : 28 - 871m봉
17 : 25 - 임도
17 : 36 - 영월군 김삿갓면 옥동리(玉洞里) 옥골 옥동샘터, 산행종료
1. 앞은 처녀봉, 그 뒤는 곰봉
▶ 곰봉(△930.3m)
영월군 김삿갓면은 1698년 조선 숙종 때 이래 하동면이 2009년 10월에 개칭되었다. 석탄탄광
이 한참 흥성하던 1960년대에는 김삿갓면의 인구가 14,000여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어느 촌락
인들 그렇지 않을까마는 쇠락을 거듭하여 김삿갓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 12월 기준
1,424명에 불과하다.
굽이굽이 옥동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88번 국도는 주변의 빼어난 산세로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좋은 도로다. 차창 밖 파노라마 감상하다 미사리어구에서 미사교 건너 미사리계곡으로 들어간
다. 계곡 양쪽으로 산릉이 우뚝하여 하늘이 빠금하니 보이는 협곡이다. 우리 차는 영명사 입구
지나고 조촌마을 가기 전 곰봉 북동릉 끄트머리를 겨냥하여 멈춘다.
이 오지에 일반등로가 있을 턱이 없다. 산기슭 덤불 헤쳐 가파른 사면에 달라붙는다. 눈은 다 녹
아 없지만 낙엽 밑은 땡땡 얼었다. 번번이 미끌하여 헛걸음질 한다. 예의 메아리 대장님이 향도
자임하여 튕겨나가듯 획하니 앞서 가고 그 뒤로 히든피크 님이 바짝 쫓는다. 준족들의 경연이
다. 자중한다. 아무쪼록 그들의 걸음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갈 일이다.
오르막에서의 암릉은 거의 오버행 수준이다. 돌고 돌아 오른다. 고도 200m를 들입다 한 피치로
오르고 노송 아래 가파름이 잠시 멈칫한 틈을 타서 밭은 목추길 겸사로 탁주 입산주 골고루 분
음한다. 두 잔 넘은 입산주는 흔히 자해행위가 되고 만다. 내 배낭무게 어서 줄이고자 오늘 또한
그러하다. 비틀하여 일어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을 것, 양봉래의 채근을 상기하며 오르고 또 오른다. 암릉이 나
온다. 잡목숲 뚫고 슬랩 오르고 바위 턱 내리고 모두 직등했다. 손맛 다시며 뒤따른다. 암릉 암
봉에 서니 여태 답답하게 가렸던 조망이 일시에 시원하게 트인다. 어래산, 선달산, 소백산 형제
봉이렷다. 만년설산의 모습이다. 멀리 갔을 것으로 생각했던 선두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바위
너머로 들린다.
그새 반가워 연호하자 뒤돌아가라고 한다. 블라인드 코너다. 절벽을 내리려는데 그 끝이 보이
지 않아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자기들만 손맛 보려는 것은 아닌지 미심
쩍어 주춤주춤 뒤돌아간다. 꽤 긴 암릉이다. 오른쪽 설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하여 넘는다. 선두
는 직벽인 암벽을 내리려고 슬링 걸고 나름대로 분투하였으나 내 먼저 안부에 이르러 그들이
암봉에서 하는 행동을 바라보니 가소롭고 무모하기 짝이 없다.
그들이 오기를 한참 기다려주고도 내가 선두가 된다. 선두로 곰봉을 오른다. 곰바위 옆에 정상
표지석과 3등 삼각점이 있다. 예미 310, 2004 재설. 곰봉은 주로 김삿갓유적지에서 오르는데 뭇
산행표지기가 즐비한 만큼 등로가 탄탄대로로 났다. 남진한다. 낙락장송 독야청청 하는 그림
같은 봉봉의 암봉을 등로 따라 우회한다.
Y자 갈림길인 806m봉은 장송 아래 평벤치 놓인 쉼터다. 오른쪽 노루목 김삿갓 묘로 내리는 길
은 내내 아름드리 소나무와 동무하는 오솔길이다. 솔잎 낙엽이 밟기 알맞게 깔렸다. 이런 길을
우르르 줄달음 하여 내려버리다니. 아깝다. 산자락 동네에 다다르고 봄철 산불방지 입산통제기
간이다. 바리케이드 얼른 넘는다.
2. 곰봉 오르는 도중에 미사리계곡 건너편 전망
3. 곰봉 오르는 도중에 미사리계곡 건너편 전망
4. 곰봉 오르는 도중 암봉에서 전망
5. 가운데가 어래산 오른쪽 뒤는 소백산 형제봉
6. 곰봉 오르는 도중 암봉에서 전망
7. 오른쪽 멀리는 소백산 형제봉 일원
8. 소백산 형제봉 일원
9. 곰봉 오르는 도중의 암릉 암봉, 선두가 내리려다말고 뒤로 돌아서려는 데도 애 먹는다.
10. 곰봉 정상에서, 왼쪽부터 무불, 자연, 해마
11. 곰봉 삼거리
12. 김삿갓유적지 가는 길의 장송
13. 김삿갓유적지 주변 섶다리
곰봉 산행로
▶ 마대산(馬垈山, △1,052.2m)
노루목 김삿갓유적지의 널따란 주차장이 휑하다. 봉고차 한 대와 우리 차뿐이다. 오지산행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산행의 한 과정인 점심시간이다. 자유 님의 양배추로 데쳐 싼 딤섬이 점심거
리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소문난 별미라 너도나도 하나씩 집어 먹으니 그렇다. 라면은 내가
가져온 계란 풀어 한결 맛이 난다.
2부 산행. 김삿갓 시비 들여다보며 김삿갓 묘 쪽으로 간다.
신세가 불우하여 세상을 농락하고 풍월을 즐기며 해학을 일삼는 시인이라지만 그의 많은 시에
는 쓸쓸함이 뭉클 묻어난다. 그의 묘 앞에 있는 시비에 새긴 ‘간음야점(艱飮野店)’이다.
千里行裝付一柯 천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돌다보니
餘錢七葉尙云多 남은 돈 엽전 일곱 푼이 아직도 많은 것이니
囊中在爾深深在 그래도 너만은 주머니 속 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 황혼에 술집 앞에 이르니 어이할꺼나
마대산도 입산통제다. 산불감시원이 지키고 있다. 합창하여 수인사 건네고 우리들 인적사항 적
어놓고 간다. 임도 따라가다 Y자 갈림길 김삿갓 생가 입구인 철교 앞에서 가운데 능선을 잡는
다. 영락없는 오전에 미사리계곡에서 곰봉 오르던 그 짝이다. 잡목 헤치며 가파른 능선을 오른
다. 점심 한껏 부른 배라 어깨로 숨 쉬던 차에 곧바로 깔끄막을 오르자니 적잖이 힘이 든다.
38분 걸려 나지막한 봉우리 넘어 안부다. 가쁜 숨 고르고 다시 덤빈다. 더러 빙판이 출몰한다.
잡목 붙들고도 긴다. 땀난다.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왼쪽에서 오르는 주등로와 만난다. 마대산 4
40m. 오늘 산행을 공지할 때부터 벼렸던 사면 누빈다. 땅이 얼어 수율이 영 신통치 않다. 다만
도~자 님의 활약만큼은 단연 뛰어났으니 ‘열 소부 한 도자를 못 당한다’는 말을 실증하였다.
뚝 떨어져 사면 누비다 오르려니 마대산 440m가 멀다. ┳자 주릉에 오르고 마대산 정상은 왼쪽
설원으로 100m 더 가야 한다. 배낭 벗어놓고 다니러간다. 마대산 정상은 서너 평 되는 공터에
아담한 정상 표지석과 2등 삼각점이 있다. 21 재설, 77.7 건설부. 조망은 예전보다 주변 나무들
이 자라서 더 가렸다. 카메라 앵글 들이댈 만한 데가 없다.
전망대인 1,030m봉을 향한다. 눈길이다. 언 눈이라 사각사각 밟기 좋다. 암봉을 두 개나 사면
돌아 넘고 전망대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계단 오르고 북사면 눈길 잠깐 가면 한 그루 노송이 맞
이하는 1,030m봉이 마대산 최고의 전망대다. 암봉이다. 눈 쓸어 슬랩 기어오르고 목하 천하를
일람한다. 소백산 형제봉, 고치령, 어래산, 회암령, 선달산이 반갑다.
1,030m봉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은 처녀봉 넘어 선낙골로 가고 우리는 왼쪽 옥동리로 간다. 눈
쌓인 바윗길이다. 오른쪽 사면은 바위절벽이다. 절벽에 다가가 김삿갓계곡 건너편 곰봉과 첩첩
산 들여다본다. 암릉이 나온다. 손맛 다시다말고 오전의 곰봉 오를 때 꼴 날라 미리 오른쪽 설사
면을 길게 트래버스 하여 넘는다.
그리고 완만하게 약간 올라 871m봉이다. 계속 북진한다. 눈길과 빙판이 번갈아 나온다. 눈길은
쾌속으로 지쳐 사뭇 신나지만 빙판은 한 걸음 한 걸음 더듬거려 내린다. 점점 인적이 뜸해지고
잡목이 유세한다. 앞사람의 ‘안전거리’ 선창을 복창하여 뒷사람에게 인계하며 나아간다. 우러러
볼만한 울창한 소나무숲길도 지난다. 막바지 길고 가파른 내리막을 잡목 붙들어가며 제동하여
내리고 옥골 임도다.
옥동샘터. 두메 님이 차 몰고 올라온다. 오늘도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한다.
14. 과외공부
15. 잠시 휴식
16. 작업 중, 왼쪽 위쪽부터 해피, 자유, 대간거사, 도~자. 도~자 님의 활약은 도저했다.
‘열 소부 한 도자를 못 당한다’를 실증했다.
17. 겨우살이들
18. 멀리는 소백산 형제봉
19. 마대산 정상 가는 길
20. 마대산 정상에서
21. 마대산 정상 내려 전망대(1,030m봉) 가는 길
22. 멀리는 소백산 형제봉
23. 마대산 정상과 그 뒤 연봉
24. 왼쪽은 선달산
25. 전망대(1,030m봉)에서
26. 전망대(1,030m봉)에서
마대산 산행로
그런데 실은 무사산행에 조그만 상처가 나긴 했다. 그 전말을 보고하련다. 나중에 유사한 사례
가 발생될 때 참고하기 바라서고 여러 도움을 준 악우들에 대한 답례에서다.
산행을 마칠 무렵 임도로 내리고 산모롱이 도는 임도를 따르기가 귀찮아 사면 질러 내리다가
미끄러지며 엉겁결에 짚은 팔꿈치가 바위에 찍혔다. 하필 긴팔인 옷을 걷어붙인 게 탈이었다.
영월시내 약국에 들려 방수용 반창고를 사려고 약사에게 보였더니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상처
가 아니라며 당장 병원응급실로 가라고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다는 푸른사랑병원을 소개한다.
나는 후시딘이나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놓으면 나을 줄 알았다.
일행은 목욕탕에 들고 나는 두메 님 차 타고 푸른사랑병원 응급실로 갔다. 조직이 드러나도록
상처가 깊다며 세척하고 소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일 중으로 병원에 가서 봉합하라고
한다. 상처부위를 붕대로 싸매고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를 맞고 알약 2일분을 받았다. 의사에게
술을 마셔도 괜찮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반가운 말씀을 듣지 못할 것이 뻔하므로.
뒤늦게 목욕탕에 들어갔지만 여느 때처럼 냉온탕을 들락날락할 수가 없어 목욕을 하기 위해서
산행을 하는 그런 상쾌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해마 님이 내 머리를 감기고 비누칠 해 온몸을
씻겨주었다. 마침 신가이버 님이 와서 일행들이 있는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다. 생더덕주를 아
주 달게 마셨다.
이튿날 자고 일어나니 상처부위와 손등이 부어올랐다. 내 집에서 가까운 경희대 한방병원 응급
실로 갔다. 언제 어디서 어떡하다 그랬는지 등등 자세히 경과보고 하고 여러 의사에게 보이며
치료를 마치는데 3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이면 관절이나 뼈가 다쳤을 줄도 모르니 엑스레이사
진부터 찍자고 한다. 두 장을 찍었다.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파상풍 주사를 맞자고 한다. 두 대를 맞았다. 상처를 까보더니 조직이 아물고 있는 중이라서 구
태여 봉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소독만 하고 다시 붕대로 싸맸다. 2일치 알약을 준다.
요금 본인부담 73,000원. 2일 후에 경과를 보자고 한다.
27. 옥동리 가는 길
28. 왼쪽은 태화산, 오른쪽은 계족산
29. 계족산
30. 태화산
31. 옥동리 가는 길
첫댓글 크게 다치셨나보군요, 그래도 상처는 아물고 있다하니 다행입니다. 깊은 상처없이,
그래도 발 쪽이 아니라 더욱 다행입니다........
그만 하시길 다행입니다. 마음이 그렇게도 따듯하니 해마는 복 많이 많이 받을 겨.
그 부상에도 산행기를 맛갈하게 다듬어 올리셨네요. 상처 빨리 아무시기 바랍니다.
불도저가 도저(到底)하고, 악수님의 인품이 도저하니 큰 화를 면했습니다.
조심해서 댕기세요 그만하기 다행임다....지속가능 산행바랍니다.
죄송합니다...제가 길게 돌기 귀찮아서 또 선두로 내려서다가,,,수고 많으셨습니다
산줄기들이 악수님의 카메라에 제대로
잡혔네요.아주 멋집니다!
...그만해서 다행입니다.
해마님의 그 모습이 그려집니다,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언제나 조심하시길...
감사합니다,정갈하고 멋진 산행기...
곰봉 전위봉에서 절벽 오버행을 부실한 슬링으로 어찌 해보려는
가소롭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우리가 구경거리 하나는 만들었지요?
악수님 건너편 안부에서 느긋이 지켜볼때.
뼈를 상하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상처가 빨리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암봉에서 안전한 길로 이끌어 주시어 감사했습니다. ^^
전하, 옥체 자~알 보존하소서~!!
상처 빨리 아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