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개발에 나선 해운대 향토기업 대원플러스
마린시티에 위치한 해운대의 향토기업 대원플러스그룹이 부산의 난제 황령산 개발에 도전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8월 19일 최삼섭 대원플러스그룹 회장과 황령산 유원지 조성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08년 5월 부도로 문을 닫은 스노우캐슬을 재정비하고, 황령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의도다.
2007년 8월 국내 최초의 실내스키장이 오랜 논란 속에 완공했으나, 사업자는 길어진 인허가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9개월 만에 폐장해야 했다. 이후 수십 차례 공매 과정을 거치며 많은 기업들이 골프장이나 전망대, 루지, 케이블카 등 각종 사업 추진을 모색하다가, 2012년에 대원플러스 등 부산의 3개 기업이 최종 인수하여 이번에 부산시장과 함께 과감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황령산 정상에 국내 최고 높이의 봉수전망대와 로프웨어(케이블카)를 조성하여 나폴리, 홍콩, 하코다테 등과 같은 산악관광 명소를 조성하고 스노우캐슬 일대를 도심형 관광휴양시설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최삼섭 회장은 “황령산 봉수전망대는 세계 3대 야경 명소를 뛰어넘는 전망 명소로 매년 5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킬러콘텐츠로 1880명의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황령산 봉수대 야경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의 관광자산”이라며 “황령산 스노우캐슬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장기 표류 현안사업으로 관리 중인데 언제까지 저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환경단체의 반발 극복이다. 그동안 많은 환경단체들이 황령산은 도심의 소중한 녹지로서 보존해야 한다며 개발에 반대해 왔는데 13년째 방치된 스노우캐슬의 리모델링뿐 아니라 정상에 인공구조물을 세우는 등 의외로 과감한 개발계획이 제시돼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불도저 경영인 최삼섭 회장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대원플러스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해운대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를 성공시키면서 부산 지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주거용으로는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졌으며 해운대 파도와 장산 능선을 형상화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Red-Dot)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승부사의 기질을 가진 경영자로 관광분야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송도해수욕장에 해상케이블카를 건설해 송도 관광의 면모를 일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닥을 투명하게 만든 케이블카를 통해 아찔한 바다를 조망하면서 영도와 송도 해변의 다양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종점인 암남공원에서는 숲속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작년에는 경기도 시흥에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의 인공서핑장을 조성하여 수도권 관광시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오시리아관광단지에 제안했지만 부산시가 주저해 결국 수도권으로 가는 바람에 부산시의 소극 행정 사례로 질타 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황령산 관광개발에 주목해온 최 회장의 이번 도전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대 부산시장들은 황령산 개발에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복지부동으로 나서지 않았는데 이번에 박 시장이 황령산 스노우캐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