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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블로우
사다리를 타야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잠들어 준 아내가 너무 너무 고맙다 못해 존경스럽다. 도치씨는 감사했다. 누구에게 감사하는 건지 몰라도 무조건 감사했다. 교회 문 앞에도 안 가본 도치씨는 마치 가톨릭교인처럼 성호를 긋고 기도하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정말 착한 여자야. 나를 곤경에 처하지 않게 깊이 잠들어준 당신의 하늘같은 마음과 함지박 같은 모습이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소. 만약 당신이 깨어 있다면 난 지금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었을지도 모르오. 당신은 나의 사랑 나의 구세주라오. 부디부디 나 지나갈 동안 깨어날 일이 있어도 깨어나지 말고 깊이 잠들어 있어주오.”
도치씨는 낚시 방을 향해 소리 안 나게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걸음 정성을 다해 뒷걸음치면서 아내가 깨어 있었을 경우를 상상해 봤다.
우선, 낮에 타고 내렸던 사다리를 자신의 낚시 방 환기창문에 걸고, 어둠속에서 사다리의 위치를 더듬으며 한 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그러나 세 계단도 못 올라가서 휘청거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또 올라가보지만 실패. 시멘트바닥의 충격에 엉덩이에 무리만 간다. 다섯 번째 시도에 코피가 쏟아진다. 도치씨는 흐르는 코피를 손등으로 쓰윽 문지르고 환기창문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 한수 떠 올린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했건만 이 몸은 죽고 죽어 넋이 되어도 사다리 오르는 것은 아니 되오리.
도치씨는 머리를 흔들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장면이다.
그래서 잠들어 준 아내가 너무 고마워 이번엔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합장했다.
바로 그때였다. 등 뒤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 삐꺽.”
소리가 나는 순간, 도치씨의 영혼은 유체 이탈하는 것 같았다. 정신이 까매졌다. 아내의 곁을 스쳐 지나갈 몇 걸음 앞에서 우뚝 섰다. 걷다 이렇게 순간 정지해 본 것은 37년만이다. 어린시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처음이다. 도치씨는 귀를 쫑긋 세웠다. 조용한 침묵이 느껴졌다. 뒷걸음을 시작했다. 그때다.
“따다다다다 프압!”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넘침방지냄비두껑소리처럼 들렸다. 도치씨는 막 옮기려던 뒷걸음을 다시 일시정지 했다. 숨도 멈추었다.
일시 정지한 상태에서 사무실벽에 걸린 거울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벽에 걸린 거울에 아내의 동태가 들어 있었다. 아내는 자세만 약간 바꾸었을 뿐 여전히 골아 떨어져 있었다.
도치씨는 참았던 숨을 비로소 휴 하고 토했다.
“나무아미타아불. 관세음보살.”
도치씨는 만사태평하게 잠든 아내의 평화로운 모습을 거울통해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아내의 잠든 모습이 부처하고 꼭 닮았다. 가을호박만한 외형에 그린 듯 가느다란 눈과 눈썹. 양쪽 볼에 밀려 쪼그라진 듯한 붉은 입술. 꼬슬고쓸한 파마머리. 모두가 부처를 닮았다. 보면 볼수록 순하고 참 편한 얼굴이다. 세상의 평화가 다 깃들어 있는 얼굴이다.
어디를 뒤져봐도 성깔 있어 보이지 않는 아내 앞을 지나가며 도치씨가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꼴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번 당해 본 경험이 있는 도치씨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가 성질을 뻗치면 산천초목이 울고 아파트 중심기둥이 우르릉거린다. 7도 지진은 아내의 성질 앞에 명함도 못 내민다.
결혼 직전 아내가 도치씨에게 언약했던 말이 있다.
“전요. 남자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단 한 가지는 용서 못해요. 뭐냐면 요. 결혼한 남자가 다른 여자 쳐다보고 다니는 거에요.”
도치씨가 말했다.
“그렇지만 길가다 여자하고 눈이 마주칠 수도 있고 쳐다 볼 수도 있지 어떻게 사람이 앞만 보고 다닐 수 있어요?”
“그건 남자들의 자기변명이에요. 나는 주인이 있는 남자다 내 목에는 주인의 끈이 채워져 있다 이렇게 자기암시하면 남의 여자 왜 쳐다보겠어요? 말 안 듣는 강아지가 주인한테 끌려가는 거 한 번도 안보셨어요?”
도치씨는 설마했다.
아무렴 쳐다보는 자유까지 박탈당할까? 그래서 결혼했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었고 현실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입구 마트에서 물건 고르다, 자신도 모르게 옆에 선 여자의 아래위, 전후를 거침없이 훑어 보다 즉각 아내에게 끌려 집으로 돌아온 이후. 도치씨는 반 죽다 살아났다.
아무리? 그랬다고 설마 남자가 여자한테 죽도록 맞았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는 사람들은 착한 새내기남자들이고 좀생이들이라 그렇다.
56k가 75k를 단 한방에 제압한다면 UFC에 출전해보라고?
말나온 김에 말인데.
도치씨 아내는 흔한 드라마 따위는 시청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골프나 농구 같은 스포츠를 즐겨 보는 것도 아니다. 권투나 레슬링도 싱겁다고 외면한다. 오로지 아내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격투기다. 격투기시청으로 학습한 것인지 모르지만 아내의 로블로우lowblow는 일품이다. 라이트급이고 해비급이고 로블로에 걸려 주저앉지 않는 UFC파이터 없듯, 아파트마트에서 집으로 끌려간 도치씨는 아내의 로블로우에 걸려 반 죽다 살아났다.
그날 밤 전쟁을 하면서 도치씨는 아내가 가장 아끼는 지역에 대한 방비는 하지 않고 대들었다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일단 성깔 난 여자의 눈엔, 가장 증오스러운 지역이 남자의 자랑스러운 지역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 도치씨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여자와 사랑 전쟁하는 남자는 상대의 상체를 보지만 여자는 남자의 하체를 본다. 화난여자의 눈엔 남자하체의 중요한 지역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극도로 치닫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왕 못 먹을 거 같이 먹고 죽자, 뭐 그런 심리다. 도치씨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도치씨의 하체, 도치씨가 가장 자신 있게 흔들어대는 지역을 타격원점으로 정했다. 그리고 로우킥으로 원점타격 했다.
도치씨의 아내뿐만 아니고 여자들은 왜 하필 그 지역을 강타할까?
왜냐면 그 타격원점이 항상 문제니까.
도치씨가 비명을 질렀다.
“우우욱!”
도치씨는 아내가 아끼는 지역에 대한 방비는 완전 무방비였기 때문에 속수무책 한방에 당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내의 공격이었다.
도치씨는 숨도 쉴 수 없는 지경의 고통 속에서 일방적으로 당했다. 아내는 UFC에서 터득한 로킥 미들킥 하이킥은 기본으로 트라이앵글 엘보까지 동원했고 마지막엔 암바로 도치씨를 완전 제압했다.
그리고 UFC에서도 보지 못한 신종기술하나를 더 추가했다. 이 기술에 도치씨는 아내 앞에서 겁 많은 순한 양이 되었다.
아내의 신기술은 마우스블로우mouthblow물어뜯기였다.
첫댓글 도치의 아네가 성질 나면 지진난것처럼 천지가 흔들린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의 여자가 좋다고 바람 피우는 도치
킥복식을 즐겨본다는 아네 기술도 만만치안아
죽을 각오를 하고 다니는군요.
역시 여자는 남자를 끌는 마력이 있나봅니다.
위험한 곳에 진짜 기쁨이 있고 위험한 곳에 진짜 돈 되는게 있잖아요?
그런 모험없이 어캐 산대요?
ㅋㅋㅋㅋㅋ
마누라가 그렇게도 무서운줄 알면서도
혜림이는 어떻게 사귀고 우아영까지 사귀는지
목숨을걸고 사랑하는 도치의 심보
케쎄라주의내지 낭만주의 색마~~ㅎㅎㅎ
사랑은 목숨 걸어야지요...ㅋㅋㅋ
케세라세라? 될대로 되라? 아니지요
도치씨는 인생을 제대로 솔직하게 사는 젠틀맨입니다...ㅎ
여기도 젠틀맨 있지만요.....ㅋㅋㅋ
도둑놈 담넘어 가듯 한다더니 정말 그랫네요..
문밖에 나왔을때 화려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지만
집에만 가면 고양이 앞에서 쥐가되고 마는 도치군요..
소설의 서두에 말했죠?
아파트 문열고 들어 갈 때와 일단 아파트 문열고 나와서의 삶...도치씨 삶.멋지잖아요?
ㅋㅋㅋ
오늘도 고운 꿈꾸세요
늙으나 젊으나 여자라면 좋아서 소개받고 처음 만남이 얼마나 좋은데
무서운 아네 눈을 피해 담벼락을 타다 코가께지는 한이 있더라도 좋기만 한 도치
그마음을 이해 할것 같슴니다.
ㅎ
역시 천일염님은 하늘같은 이해심을가진 분이시로군요
다른 댓글에 도치씨를 찢어 죽이고 싶은 놈이라고 얼마나 욕하는지 답글도 무서워서 못달았어요...ㅋㅋㅋ
고운밤되세요
옛날이 생각납니다.
어디서 무슨짓을 하더라도
밤 12시 안에만 집에들어 가면 안식구가 안뽁아서
죽어도 사둘러서 집에가다가 사고나서 차밤버가 떨어저 도망갔던일
남자의 비밀은 남자만이 아는법입지요 오늘도 잘보았슴니다.
곤한밤 되세요.
ㅋㅋㅋㅋ
산아래님이나 도치씨나 거기서 거기인가 봅니다
멋진 분이시네요. 아내를 무서워하면서 자기 할 일은 다하시니....ㅎ
아무튼 실토해주셔서 즐겁습니다
편한 밤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