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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반여량은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곱추 괴인을 보면서 형제간에 서나 느낄 수 있는 진한 감응을 받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형이 동생에게 주는 내리사랑과 같은 감응이었다. 특별한 기감(氣感)은 아니었다. 장례를 치러 주면서 늘 읽었던 기감이었다. 음택(陰宅)을 굳이 감여가가 고를 필요가 어디 있는가. 후손들은 미우나 고우나 망자의 피와 살을 이어받았다. 겉모습 은 물론 살아가는 방식도, 걸음걸이도 닮게 되어 있다. 그렇기 에 망자에게서 정을 받은 후인이라면 망자가 남긴 말을 들을 수 있다. 후손들은 거의라고 말할 정도로 망자의 말을 듣지 못했다. 슬 프게 통곡을 하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생 각해 낸 회한(悔恨) 때문이다. 그들은 묘소에 와서야 비로소 감응을 받는다. '장지가 좋구먼. 고생고생 하시더니 편안하시겠어.' '편하우?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푹 잠드슈.' '휴우! 바라던 곳에 묻히는구먼 편하겠어.' 편하다. 망자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가 그런 감응을 받았다. 그렇기에 반여량이 감여해 준 상가는 장례를 치른 뒤 끝이 깨끗했다. 울음소리도 적게 나왔고, 같이 죽겠다고 천광 속에 뛰어드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망자가 가장 묻히고 싶었던 곳. 그곳이 명당이었다. 그런 자리를 물색해 주려면 망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이 미 산사람이 아니기에 읽는 기운은 당연히 사기(死氣)였다. 생 각을 읽고, 살아온 인생을 알면 그가 가장 편하게 영면할 만한 장소가 떠오른다. 반여량이 감여해 준 묘혈들은 전부 그런 곳이었다. 시신에게서 읽었던 기운과 동질의 기운이 곱추에게서 흘러나왔 다. 반여량은 곱추 괴인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후후후! 이리와. 너와 나는 한몸이야. 생각이 같잖아. 내 기 운을 네가 읽고, 네가 내 기운을 읽는데... 이리와. 괜찮 아..." 항거할 수 없는 악음(惡音)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휘돌았다. '엄청난 사기다. 감응을 계속 펼친다면... 미치고 만다.' 반여량은 황급히 동기감응을 거두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 었다. 이미 한쪽 끝을 부여잡은 사기는 끈끈하게 달라붙어 떨 어지려 하지 않았다. '같은 감여가다. 동기감응 감여가. 그렇지 않으면 이럴 수 없 다.' 반여량이 본 곱추 괴인은 무인이기에 앞서 감여가였다. 자신이 익힌 동기감응과 같은 동기감응. 하지만 질(質)은 달랐 다. 반여량이 생기에 치중한 반면 곱추 괴인은 사기에 치중했다. 정말 세상에 선이 있으면 악이 있는 것일까? "가자!" 귓전에 아련히 들리는 말, 그러나 반여량은 누가 말했는지 알 지 못했다. "가자니까!" 인간의 목소리인가? 가자고? 어디를...? "제길! 또야?" 퍼억! 둔탁한 울림과 함께 명문혈에 강한 충격이 전달되었다. 그 충 격에 피가 빠르게 돌았고, 반여량은 깊은 침묵에서 헤어나왔 다.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하겠다. 추풍, 자네와 저놈은 극성이 군. 하지만 저놈이 훨씬 강해." - 나도 당신들처럼 싸우고 있소. 권각(拳却)이 아닌 정신으 로... 학구는 반여량의 허리를 움켜잡자마자 신형을 날렸다. 쉬익! 곱추 괴인이 도주 사실을 감지했는지 신속하게 신형을 날려왔 다. 부운(浮雲)이라고 들어봤는가.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빠른 신법을 펼칠 때 부운이란 말을 집어넣는다. 부운표(浮雲飄), 부운추월(浮雲追月)... 곱추 괴인의 신법은 부운이란 말을 사 용하기에 아주 적절했다. 십 장 거리가 눈 깜빡할 순간에 오 장으로 다시 이 장으로 좁혀졌다. "당주, 가시오! 하하하하!" 문이가 대소를 터트리며 검날을 쳐냈다. "더럽게 빠르군. 하지만 반각은 막을 수 있어." 한사 역시 검을 빼들어 마주쳐 갔다. "당주, 최대한 빨리 가시오.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채 반각이 못 된다는 것을 잘 아실 터." 오덕은 앞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어차피 문이와 한사는 곱추 괴인에게 죽을 것이고, 그들을 벤 곱추 괴인은 이 길로 지나가 야 한다. 빨리 죽을 필요는 없다. 기다리는 것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버는 것이다. "커억!" 벌써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문이는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반각은 희망에 불과했 다. 여태까지 흑의인들이 그랬듯이 곱추 괴인은 검을 부딪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삼혼검법 중 쾌와 환에 몰두해 검공이 유성(流星)처럼 빠르다는 비수당 음대원이지만 곱추 괴 인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문이를 베어낸 곱추 괴인은 머리를 갈라오는 한사의 검을 보고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것으로 족했다. 어느새 옆구리를 갈라 버린 검날에 진득한 피가 묻어 나왔다. 한사, 그 역시 문이와 마찬가지로 일초지적(一招之適)에 불과 했다. 강서성에서는 살귀라 불리던 무인들이 힘없는 갈대잎처 럼 나뒹굴게 될 줄이야. "빨리... 빨리..." 오덕은 숲속으로 신형을 감추고 있는 당주와 함상을 바라보았 다. "까아아악...!" 성난 맹수의 울음 소리, 늦은 밤에 공동 묘지에서 들려오는 귀 곡성(鬼曲聲), 어떠한 말로도 머리털을 쭈뼛 곤두세우는 괴인 의 기성(奇聲)을 표현할 수 없었다. "미친 놈... 받앗! 커억!" '빌어먹을! 시간을 끌려 했는데... 공격하는 척하며 피하려 했 는데... 제길!' 오덕은 쩍 갈라진 화합혈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몸 속에서 흘러나온 피 역시 붉었다. 숲속으로 뛰어든 학구는 계속 신법을 전개하며 뒤를 흘끗 돌아 보았다. 문이, 한사, 오덕의 비명 소리... 찰나간에 놈에게 당 해 버렸으니 얼마나 허망할까. "헛!" 학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곱추 괴인이 등뒤를 바싹 따라붙고 있지 않은가. "제길! 이제는 내 차례... 학구, 잘 가라!" 함상은 걸음을 우뚝 멈춰 세우고 곱추 괴인을 향해 도를 뽑아 들었다. 그 옛날 이십칠파도라는 악명을 심어준 도(刀). 그때 이후 오랜만에 만져보는 감각이라 낯설기도 하고 다정스럽기도 했다. "함상...!" 함상은 이미 학구를 보지 않았다. 대원들에게 죽음이란 말은 누구보다도 밀접하다. 어제까지 무 사하다가도 오늘 아침에 목이 잘리는 것이 바로 이 세계다. 자 신도 마찬가지, 똑같은 일을 당할뿐이다. "제길! 십랑을 이렇게 빨리 따라갈 줄은 몰랐군. 그래. 낄낄! 그 계집에 원통하고 분해서 구천을 떠돌고 있을 거야. 내가 데 려가야지. 내가... 낄낄낄!" 함상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온 인생이기에 아까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누이동생... 장십랑이 떳떳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싸구려 창기(娼妓)인 어 머니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그리고 살인마인 이복오빠를 둔 그녀가 어떻게 무거운 멍에를 벗는지 보고 싶었는데. 장십랑은 죽었다. 누가 죽였는지도 안다. 일심각 무인이다. 그 러나 함상은 믿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청붕성 유산로에 있는 중화옥을 들어서면 누이동생이 퇴락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 같 았다. 죽은 것이 확실하지만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이 아니기에 믿고 싶지 않았는데. 저승에 가면 짊어지고 간 이야기 보따리를 누구에게 풀어야 할 까? 어머니?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아니면 자신에게 죽어간 숱한 사람들? 차라리 그때 관병들에게 잡혀 참수형을 받았더라면, 그랬다면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으리라. 그래, 살아 온 나날만큼 심마 (心魔)에 더욱 시달렸어. 이대로 생을 접는다 해도 아까울 것 이 전혀 없지. 스르릉...! 운두도(雲頭刀)가 끌러져 나왔다. 차디찬 도광(刀光)이 눈을 시리게 하고 어둠을 한 쪽으로 밀어 냈다. "까아이아악...!" 곱추 괴인은 거칠 것 없이 달려들었다. "타앗!" 함상은 괴인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숱한 사람을 저 승으로 떠나 보낸 이십칠파도를 마음껏 전개해 보고 싶었다. 이십칠(二十七) 변식(變式). 과연 몇 초(招)나 전개할 수 있을까? 함상은 마음 밑바닥에서 용암처럼 흘러나오는 두려움을 느꼈 다. 마치 거대한 산을 향해 돌팔매질하는 심정이었다. 왜일까? 언제나 죽음이 두렵지 않았는데... 함상의 신형은 급격하게 둔 해졌다. 파앗! 갑자기 눈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섬광(閃光)이 터진 것 같았 다. 샛별이 밤하늘을 흐르다 발 밑에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느낌만은 지독히도 뜨거웠다. 활화산에서 솟구친 화염 이 전신을 삼켜버린 것처럼. '전과는 달라. 전에는 추웠는데... 추웠...' 함상은 저승으로 달려가려는 정신을 붙들어매야 했다. 조금이 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어차피 학구의 신법으로는 괴인을 떨쳐 버리지 못하겠지만 마지막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 나... 그는 움직이지 못했다. 마음뿐이었다. 오대사혈(五大四 穴)에서 일제히 내뿜어지는 피분수는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았 다. '기후혈(氣后穴), 화개혈(華蓋穴), 기문혈(期門穴), 장문혈(章 門穴), 중완혈(中脘穴). 전부(全部) 오대사혈(五大死穴)을 정 확히 꿰뚫었어.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이십칠파도가 채 일 식도 전개되지 못했어. 일식도 전개하지 못해? 그랬나? 쿠쿠 쿠! 그랬군. 일초지적(一招之適)도 안 된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 진육, 네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따라가는구나. 당 문, 당문에 서신을 보내야 하는데...' 함상은 빳빳이 선 채 눈을 감았다. 오대사혈에 일곱 치 서 푼 의 상처를 드러낸 채. "이리왓!" 학구는 정신 없이 달리다 옷깃을 잡아채는 손길에 숲속 한쪽으 로 이끌려 들어갔다. "헉헉! 당주!" "천광탄은? 천광탄은 있느냐?" 조중은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눈은 연신 곱추 괴인 쪽을 흘겨 보았다. 얼마쯤 왔...? 제길! 삼 장이다. 너무 급하다. 함상이 목숨을 바쳐 벌어준 시간은 겨우 일 장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 학구는 엉겁결에 품속에서 천광탄을 꺼내 건네 주었다. 일 장! 이제 치렁한 흑발사이로 요요롭게 빛나는 눈동자까지 보인다. "죽일 놈!" 타악! 퍼어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죽통(竹筒)에서 묵빛 편린이 튀어 나갔다. 조중이 상대를 앞에 놓고 암기를 사용하기는 단연코 처음이었다. 묵빛 편린은 반경 삼 장을 휩쓸어 버린다. 밝아오는 동녘은 검은 연기에 묻혀 다시 어둠으로 이끌려 들어 갔고, 잠깐이지만 곱추 괴인은 신형을 멈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괴인의 눈과 귀를 막은 찰나의 순간이면. 조중 일행은 땅 속으로 푹 꺼져 버리듯 모습을 감췄다. 숙달된 잠적술은 위기시 목숨을 구해준다. 더군다나 천광탄의 도움까 지 받았으니. - 적진에서 활동할 때는 잘 싸우는 것보다 잘 숨어야 한다. 천 연동굴은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발견되기도 쉽다. 가시덤불이나 절벽같이 위험한 지형이 좋다. 밀접 수색을 해온다 해도 그런 곳까지 일일이 수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이 찾는 것은 흔적이다. 조그만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그곳은 정밀 수색을 당 한다. 조중은 땅 속에 굴을 파놓았다. 구궁산에 들어와서 지금과 같 은 일을 예상하고... 모두 다섯 개. 굴 위를 막은 뚜껑에는 젖 은 흙을 덮고 그 위에 파릇한 풀잎을 이식시켰다.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는 은거지였다. * * * 아무도 없다. 곽소연과 산귀가 석수를 보살피고 있어야 할 자리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격전을 치른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몸을 숨겼을까? "추풍, 괜찮나?" 학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땅 속에 숨어 있던 지난 하루 동안 추풍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는가 하면 몸을 잘게 떨기도 했다. 정신적인 충격을 극심하게 받은 사람이 보여 주는 행태가 아닌가. "괜찮소." 반여량의 음성은 담담했다. "좋아, 일단 흩어져서 찾아보자. 다시 한 번 당부하건데 놈들 과 만나더라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싸우지 마라. 여기가 사지라는 걸 늘 염두에 둬야 해." 조중의 말에 학구와 동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흩어졌다가 한 시진 후에 다시 만나자. 다시 한 번 말하 지만 곽가장 문도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도 절대 나서지 마 라. 혼자서 도망치는 사람만 거둬들이는 거야." "그러죠." "추풍, 자네는..." 반여량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한곳을 응시했다. "꼼짝 말고 여기 있어. 여기 풀숲에 숨어서 말야. 혈단 놈들이 나타나면 자네를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 조중은 마음이 급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죽어가고 있 을 터였다. 얼마나 구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단 한 명이라 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고 싶었다. "능공십자." 반여량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허공 한 구석에 눈길을 고 정시킨 채 말문을 열었다. "왜?" "부탁이 있는데." "말해 봐." "비무... 비무를 하고 싶소만." "뭐? 비무? 푸하하핫! 이봐 지금이 한가하게 농담이나 할 때 야?" "아니오. 나는 지금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오." 반여량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 다. 결코 농담삼아 흘린 말이 아니라는 것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비무라... 무공을 익히지 않은 감여가가 능공십자에게 비무를 청한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조중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선 비무부터 해 봅시다. 흠! 나는 검이나 도는 만져보지도 않았으니..." 반여량은 단단해 보이는 돌맹이를 집어들었다. "투석(投石)이라면 몇 번 해본 적 있소. 산을 쏘다니자면 맹수 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암기라고 합시다. 어떻소?" 학구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자가 비무를 청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발검과 동시에 상대를 벤다는 자신에게 겨우 돌맹 이를 들고 맞서다니. "좋아.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자." 학구는 검자루를 잡았다. 반여량과의 거리는 일 장. 두어 걸음만 내딛으면 벨 수 있는 거리다. 돌맹이를 던진다? 그가 돌맹이를 던지기 위해 팔을 들 시간이면 학구의 검은 반여량을 베고 다시 검집으로 돌어오고 도 남으리라. "간닷!" 평소 같으면 고함을 지르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으리라. 하 지만 백면서생(白面書生)을 상대로 어찌 그럴 수 있으랴. 능공 십자는 자신이 베풀수 있는 아량을 최대한 베풀었다. 그런데, '허억! 손발이 떨린다. 검세도 불안정하고... 죽는다. 계속 공 격하다가는 죽게 된다.' 학구는 갑자기 엄습해오는 공포에 질려 검을 내뻗지 못했다. 쉬익! 쉬익...! 반여량의 손에서 돌맹이가 날아왔다. '일단은 막고...' 타앙! 돌맹이 한 개를 쳐냈다. 하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돌맹이를 쳐내는 순간, 검을 놓아 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 혔다. 싸움을... 싸움을 포기하고 싶었다. 퍼억! 돌맹이 한 개가 복부에 틀어박혔다. "허억!" 학구는 화들짝 놀라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돌맹이를 바라 보았다. 언제? 언제 날아왔단 말인가? 반여량이 암기의 고수? 이토록 빠르다니. 신음을 터트리는 학구보다도 옆에서 지켜본 조중과 동목이 사 태를 더 빨리 깨달았다. "이, 이럴 수가!" "이것도 동기감응인가?" "후후후! 처음 알았죠. 감응으로도 사람을 살상 할 수 있다는 것을. 곱추 괴인, 그가 사용하는 무공은 동기감응을 접목한 겁 니다." "무슨 소리인가?" "그는 빠르지 않습니다. 공격하는 자가 느린 거죠. 함상이 죽 는 순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를 생각 하면 간단합니다. 고양이는 쥐를 잡기 전에 송진 냄새 비슷한 냄새를 풍기며, 갈기를 곤두세우고, '야옹'하는 소리를 지릅니 다. 살기를 내뿜는 순간이죠. 이러한 살기는 묘하게도 상대의 생명력을 죽여버립니다. 고양이를 만난 쥐가 도망칠 생각을 못 하고 움츠러드는 것은 살기에 온몸이 경직되기 때문이죠. "마, 말도 안 돼. 기세(氣勢)에 눌린 무인은 생존 가치가 없 어. 검을 들 자격도 없단 말야." 학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휴우! 곱추 괴인을 만난다면, 지금 제가 한 말을 상기하면서 검을 들어요. 저는 단지 기세를 죽이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지 만 곱추괴인은 아예 저항할 생각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으음... 추풍, 어떤가? 나하고도 비무를 해볼 생각이 없는 가?" "후후후! 확인하고 싶습니까?" "솔직히... 그렇다네." "좋습니다." 이번에는 조중이 나섰다. 그는 오늘 새벽녘에 참나무를 깎아 전에 사용하던 목봉과 똑같은 목봉을 만들었다. 지금 들고 선 목봉이 바로 그 목봉. 반여량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손에 꼭 들어가는 돌맹이 두 개 를 집어들었다. "타앗!" 조중은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고 조가봉법을 펼쳤다. 질풍처럼 돌아가는 열일곱 초식. 각 초식마다 상호보완하여 끊김이 없는 절기. 오죽하면 풍뢰십칠봉이라 하겠는가. 그러나, '허억!' 조중은 봉법을 풀어낼 수 없었다. 반여량은 가만히 서 있는데 그를 공격하면 꼭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다는 망상에 사 로잡혔다. '마음이 고요하면 허상은 사라지는 것.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 에게 겁을 집어먹다니. 죽든 살든!' 파아앗! 조중의 신법이 질풍처럼 돌아갔다. 반여량은 학구와 비무를 할 때처럼 돌맹이를 던졌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 달랐다. 조중은 돌맹이를 간단히 제쳐내며 목봉 끝을 들이 밀었다. 퍼억! 반여량은 가슴에 목봉을 맞고 두어 걸음 비칠거리며 물러서다 가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조중의 풍뢰십칠봉은 육신으로 감당 할 성질이 아니었다. "헉! 많이 다쳤나?" 한달음에 달려온 조중이 반여량을 부여안았을 때 그는 이미 혼 절한 상태였다. 무공의 강약을 조절하지 못했다. 그만큼 반여량은 어려운 상대 였다. 혼신을 다해야 했던 상대. 그것은 반여량이 강해서가 아 니라 마음속에 깃든 공포와의 싸움이었다. "정말이군요. 추풍이 한 말..." "답답합니다. 추풍이 이 정도인데 곱추 놈은..." "으음!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았지 않나. 곱추의 무공이 어디서 나왔는지. 시간을 두고 연구해 보면 대처할 방도가 떠오를 거 야. 나는 여기서 추풍을 보살피겠네. 자네들은 한바퀴 둘러보 고오게." 조중의 말에 학구와 동목은 다시 숲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 합니다!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감 합니다
무혈07:47 새글
즐~~~감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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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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