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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 기원 49개 도시 순회 거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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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마저 뜨겁게 달구던 여름이 어느덧 이마에 잘생긴 바람을 긋고 떠납니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대회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큰 감동을 스스로 선물 받았습니다. 월드컵 4강신화의 기쁨이 그 하나요, 국민대통합의 환희가 다른 하나입니다. 그때의 감격과 즐거움의 열기는 역사 속에서도 보기 드물게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어 온 겨레를 하나로 묶은 거대한 충격이었습니다. 거리마다 광장마다 심지어 안방에서까지, 붉은 악마가 된 대~한민국 국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붉은 함성이 넘실거렸습니다.
그렇더라도 월드컵 4강 진입은 비록 우리에게 감격이었고 신화였으나 그 우승은 우리네 삶에서 잠시 기쁨을 주고 서서히 과거로 흘러갑니다. 오히려 우리 앞에는 그때 충격으로 확인했던 국민대통합의 모습이 우리의 열린 미래상으로 깊게 각인이 되어 기다립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지가 스스로를 환희와 감동으로 물들이고 미래를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스스로 일구어낸 환희와 감동의 장면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 세월 동안 외침과 변란, 독재와 종속이 번번이 모양을 바꾸어가며 우리네 삶에서 질곡을 만들곤 했는데, 그 고비마다 밀려온 고통과 뒤치다꺼리는 그 누구도 아닌 일반 국민의 몫이었습니다. 그 역사에는 기쁨보다 아픔, 환희보다 분노에 더 가까운 민중의 일그러진 표정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 세월에 사회적 권력을 쥐고 있던 이른바 주류특권층이 제대로 된 국가적 헌신과 책임을 보인 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언제라도, 잘못된 역사는 깨어있는 국민의 힘으로만 교정이 됩니다. 역사가 현실의 집적물일진대, 늘 그래왔듯 비뚤어진 현실을 바로잡을 책임은 결국 우리 국민의 몫으로 회귀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치현실에 무관심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자명해집니다. 우리네 삶의 틀을 모두 그 정치판에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정치권이 혐오스럽다고 외면하면 할수록 그 비뚤어진 현실은 점점 더 공고화한 구조로 우리네 삶을 옥죄어옵니다. 국민이 어리석어지면 가장 신나하는 집단이 바로 특권화한 정치권이고 또한 주류특권층인 것은 부끄러운 날들의 역사가 먼저 나서서 증명합니다. 우리에게는 벼락 맞은 것처럼 각성해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이제 우리는 두 눈 들어 국민대통합이라는 미래를 바라봅니다. 출신 지역을 빌미로 지역감정을 자극하여 국민을 이간질하는 구태한 정치꾼을 직시합니다. 시대착오적인 이념공세를 일삼고 교활한 편파와 왜곡으로 익숙한 언론권력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국가적 헌신과 민주사회의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서도 이 땅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성큼 나서는 위선적인 주류특권층을 지켜봅니다.
그 첫걸음으로 이제 우리 하나하나가 최소한의 의지를 만천하에 밝히고자 합니다. 그 ‘의지’들은 먼저 국민대통합 기원 49개도시 순회 거리공연 <잘가라, 지역감정>로 펼쳐질 것입니다.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은 따로따로 진행하는 역사의 몫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동시에 해결하고 밀어주어야 하는 지금 여기서의 역사진행입니다. <잘가라, 지역감정>는 저 특권층에게 언제까지나 어리석은 줄로 알았던 우리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노라는 초보적인 ‘존재증명’입니다.
우리가 49개 도시를 순회하기로 한 일정은 ‘망국적 지역감정 사망의 축원 49재’라는 상징을 담은 것입니다. 또한 이 행사의 주최자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뜻에 동감하고 동참하는 여러분들이 참여 즉시 주최자가 되는 열린 행사입니다.
국민대통합과 정치개혁, 우리 앞에서 휘날리는 이 시대정신이야말로 목청 높여 부르던 대~한민국의 긍지요 자화상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참여가 진실로 소중한 시절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존재를 여기에 ‘증명’해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잘생긴 바람 긋고 지난 자리에 가을햇살 소곳이 앉았습니다.
2002년 8월 하순
국민통합 기원 49개 도시순회 거리공연
<잘가라, 지역감정>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