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승소도 소용 없어… 또 수분양자 울린 분양형호텔 페이컴퍼니
수분양자들 운영사 상대 10억 원대 소송 승소했지만 돈 받을 길 없어
해운대구 다른 분양형 호텔도 마찬가지
호텔 운영사 최소한의 재정상황 검토 후 승인 제도 마련 필요
확정 수익금을 내걸고 영업 중인 부산 해운대구 분양형 호텔에서 또다시 수익금 미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다. 수익금을 믿고 투자했던 수분양자들은 대출이자조차 갚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들이 소송에서 승소했더라도 실제 수익금을 받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돼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 위치한 라비드아틀란호텔 전경. 이 호텔은 분양형호텔로 수익금 미지급으로 수분양자 분통.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미운영 중인 상태.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303객실 수분양자들로 구성된 라비드아틀란호텔 관리단은 호텔을 상대로 한 수익금 지급 민사소송에서 지난달 승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호텔이 이들에게 미지급한 금액은 약 10억2500만 원에 달한다.
라비드아틀란호텔은 분양 당시 임대차 개시일로부터 1년간은 6%, 그 이후부터 5년까지는 7%의 확정 수익률을 내걸고 434객실 규모로 2019년 8월 준공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대부분 수익금이 미지급된 상태다. 급기야 지난 1월엔 미성년자 혼숙 적발로 2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후 경영난으로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이 승소했지만 법원 판결대로 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임금체불과 기타 채권 추심 등으로 지급해야 할 곳이 많아 호텔에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수분양자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탓이다. 한 수분양자는 “호텔 운영사인 A 사가 약 3억 원에 불과한 자본금으로 이 호텔을 운영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미 돈이 빠져나가야 할 곳이많아 승소해도 이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양형 호텔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금 미지급 갈등을 겪고 있는 해운대구 블루스토리호텔(국제신문 지난 2월 2일 자 1면 보도 등) 또한 지난 12일 27억 원에 달하는 수익금 미지급 소송에서 수분양자들이 승소했지만 운영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실제 돈이 나올 곳이 없는 상황이다. 법률사무소 토브 정재영 변호사는 “지자체가 영업권을 내줄 때 운영사 재정 상황을 판단해 거부할 수 있는 입법 마련이 필요하다. 공공 차원에서 피해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