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병영생활 백서 '미래를 준비하는 병영']
육군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북 콘서트’ 현장을 가다
조수연 기사입력 2022. 10. 27 16:53 최종수정 2022. 10. 28 10:38
18개월·78주·3024시간을 위한 책 읽기·말하기 그리고 인생 강연
독서 코칭 프로그램과 연계한 북 콘서트
600여 명 장병들 모여 강연·공연 즐겨
서평·보고서 쓰는 법 등
군생활에 필요한 밑거름 쌓게 도와
“높아지는 장병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 진행”
육군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독서 코칭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을호 교수가 훈련병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인생의 무기는 총·칼만이 아니다. 마음의 양식, 지식도 때론 총·칼 못잖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잘 표현하는 것 역시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유용한 수단들이다. 육군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는 군에 막 발을 내디딘 훈련병들에게 군인으로서 기본 자질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 인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말하기·읽기·쓰기 역량을 습득할 기회도 선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훈련병들을 위해 국방부의 독서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은 물론 ‘마음의 근육’도 단련하고 있는 훈련병들이 모인 5사단 신병교육대대 북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온라인 교육 기업 ‘야나두’ 김민철 대표취업 실패 경험 딛고 사업 성공한 비법 전수
지난 24일 육군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강당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야나두’의 김민철 대표. |
강연과 공연 함께 한 북 콘서트
“신나게 놀고, 많이 배워서 자대 가서도 안전하고 패기 있는 군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24일 육군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상승관에서는 ‘야나두 대표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열렸다.
5주간의 훈련으로 검게 그을은 얼굴의 훈련병 255명 앞에서 이들을 응원하는 사단 군악대 선배 장병들의 다정하고 힘찬 구호가 울려 퍼졌다.
국방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인 ‘독서 코칭 프로그램’과 연계한 북 콘서트 덕분에 신병교육대대가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강당에는 훈련병을 포함한 600여 명의 대대 장병이 모여 훈련의 고단함을 풀고, 전우애를 다졌다. 행사에는 사단 군악대를 포함해 걸그룹 ‘프리티지’ ‘에피소드’, 가수 이채비가 출연해 신나는 무대를 꾸몄다.
공연 후에는 온라인 교육 기업 ‘야나두’ 김민철 대표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00곳 넘는 기업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지고 절망에 빠진 과거가 나에게도 있었다”면서 단기간에 연 매출 수백억의 사업체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법을 장병들에게 전수했다.
행사를 관람한 노현호 훈련병은 “독서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는데, 연계 행사인 북 콘서트도 정말 즐거워 군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며 “동기들과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때 책에서 읽은 글귀들을 양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와 말하기는 ‘인생의 열쇠’
국방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독서 코칭 프로그램’은 지력도 총·칼 못지않게 강력한 무기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매년 5700여 명의 훈련병을 대상으로 5주 동안 교육훈련을 진행한 후 자대로 배출하는 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군 생활에 필요한 밑거름을 탄탄하게 다져 자대로 내보내기 위해 훈련병을 대상으로 한 ‘병영 독서 코칭’과 ‘북 콘서트’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독서 코칭’이라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단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전문 강사들이 교육 기간에 주기적으로 부대를 찾아 ‘인생 강연’을 전한다.
“내 삶의 방향은?” “내가 어떤 것을 잘하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훈련병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계획을 세우고,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자대 배치 후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서평과 보고서 쓰는 법부터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 화법 등을 알려주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동료들에게 표현하며 전우애를 다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덕분에 훈련병들은 교육 기간에 자대 배치·전역 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강사들이 이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건 덤.
“책을 만나고 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입대한 뒤 똘똘해졌다고 부모님께서 칭찬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지난달부터 강의를 진행하는 김을호 교수의 휴대전화는 훈련병들의 ‘애정 공세’와 ‘고백’으로 불이 난다.
김 교수는 훈련병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주말이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며 고맙다는 문자를 100건씩 받는다고 자랑했다.
국방FM의 시사프로그램 ‘국방광장’에서 ‘김을호 교수의 수요 책갈피’를 진행 중이기도 한 김 교수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는 훈련병들이 여가를 의미 있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독서와 말하기 연습이 훈련병들의 ‘인생 마스터키’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변화가 정말 크다”면서 “군 생활 18개월, 78주, 540여 일, 3024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계획을 세워오는 훈련병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보거나 멍하니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보다 책을 읽고 논리적으로 글 쓰는 법을 배운다면 군 생활 중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 앞에 주어진 과제와 난관을 논리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똑똑한 MZ 장병들…잘 키워야죠”
북 코칭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한 김종갑(중령) 신교대대장은 “우리 훈련병들은 창군 이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자질이 뛰어난 인재들”이라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대대장은 훈련병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진 ‘사랑꾼’이다.
그는 “요즘 MZ세대에게 문제가 많다며 걱정하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22년 동안 군 생활하고 있지만 나날이 병사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점점 바르고 똑똑해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 대대장이 훈련병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선택한 건 ‘독서 교육’이다.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막 군에 발을 내디딘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교육은 호응도, 집중력도, 교육 효과도 크다”며 “훈련병들이 자대에 가서도 잘 생활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독서 코칭 프로그램의 신병교육대대 시험 적용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기존에는 희망 인원에 한해서만 진행했지만, 이제는 전 기수가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대장은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미래의 주역인 장병들의 체력과 지력을 기르는 방안을 고안해 최고의 신병들을 배출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글= 조수연 기자
사진=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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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