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동 오거리는 늘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짜증나는 길목이다.
1번 국도를 중심으로 한갈래는 고속도로에 한갈래는 단국대학에
그리고 한갈래는 천안 삼거리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생활불교 학생회는 이 짜증나는 오거리에 낡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노란 저녁노을이 낡은 건물을 운치있게 포장해 주고 있었다.
건물 1층에는 주유소, 버스회사 사무실, 작은 차량 정비소 그리고 기사식당이 위치해 있고..
2층 대부분 비어 있고. 가장넓은 공간을 생활불교 학생회가 사용한다.
사실 이 건물의 2층 전체를 생활불교 학생회가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각은 일이 없는 날엔 생활불교 학생회로 향했다.
번잡스런 오거리를 지나.
1층 주유소사무실과 화장실사이 계단을 통해 2층에 오르면 생불회관이 있다.
이 계단을 반쯤 오를 때 까진 불쾌한 화장실 냄새가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2층에 다다르면.. 도심에서 사찰의 향 내음이 풍겨 온다.
마치 도솔천을 향하는 번뇌의 통로같은 계단이다.
건물은 낡아서 오늘 무너진다 해고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법당으로 향하는 복도는 테라조로 반들반들하게 마감되어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듯 하면서도 묵은 때가 건물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슬며시 법당 출입 여닫이 문을 잡아 당기니 '삐이익' 낡은 경첩의
날카로운 쇠마찰 소리가 안에 있던 법우들의 신선을 일제히 입구로 향하게 만든다.
약간 멋적은 듯 무각은 법당에 들어서 불단의 석가모니 불에 공손히 합장한다.
법당 출입시 늘 하는 일이지만..
저 황금색 분칠한 석고상에 머리를 조아리는 일은 어색했다.
명주가 미소로 무각을 반기며 앞에있던 참고서를 덮고
앞자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명주의 얼굴은 대체로 수심이 가득했었다.
명주는 우수한 학교 성적 이었지만
가정형편이 여의치 못해 대학진학을 포기 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말고도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명주는 학교를 졸업하면 출가한다고 했었다.
무각은 고등학교도 안다니는 날건달인데..
명주는 진로문제를 무각에게 종종 털어 놨다.
오늘도 할말이 있었는지 명주가 미소를 띠며 무각을 부른다
무각은 그녀 앞에 반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뭐 할 말있니?"
"나 어제 용주사에 큰스님 온다 해서 갔다 왔다."
명주는 큰스님의 설법에서 선문답을 들은 듯 했다.
혜가: 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니
스님께서 편안하게 해주소서.
달마: 너의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편안하게 해주겠다.
혜가: 마음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 나는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승찬이 혜가를 찾았다.
승찬: 저의 죄를 씻어주시옵소서.
혜가:너의 죄를 가져오너라. 그러면 씻어주마.
승찬:아무리 찾아도 죄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혜가:나는 너의 죄를 씻어주었다.
[전등록]
명주는 이 설법에 감명을 받은듯 약간 흥분해서 말을 이어간다..
"설법을 듣고 내 고민이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거야..
찾아도 없는 고민을 사서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
무각은 명주가 승려의 말장난에 혹해서 저러고 있다고 생각 했다.
그게 말장난 이거나 말거나 지금 명주의 표정은 편해 보였다.
무각은 마음속으로
"내 마음과 죄가 여기 있습니다"
라고 큰스님한테 여쭈면 큰스님도 난감해 했을거라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편안해 보이는 명주의 잔잔함 마음에 돌을 던지고 싶지 않아
목구멍에 기어오르는
말을 꾹 집어 삼켰다.
지금 모든 고민이 해결됫 듯한 착각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필시 하룻밤자고 나면....
길게는 이틀, 짧게는 오늘 밤부터
그간 해왔던 똑같은 고민은 다시 시작되리라.
그녀가 잠시만이라도 평온한 시간을 가진다면 그것도 좋은일 일 것이다.
잠시의 평온함 이지만 그것을 깨고 싶지 않았다.
이 평온함을 즐기게 두리라.
"명주야, 고민도 해결 되었으니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갈까?
어제 노가다해서 일당 받았으니까 내가 사줄께."
"응"
무각과 명주는 길건너 자금성으로 향했다.
첫댓글 구미가 땡기는데요. .
감사 합니다.
전문가들 이야기
이해하기 힘들죠 ㅎㅎ
이해하기 어렵다기 보다 별도움 안되는 해법이라 생각 합니다.
불가식 표현은 일체유심조
일상(?)언어로 정신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