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향 ( 歸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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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두개의 고향이 있으니
제 몸 태어난 곳 육신의 고향이요
제 마음 머무는 곳 영혼의 고향이니
산다는 것은 사실은
고향을 찾는 몸짓 아닐까.
삶의 목적지는 육신과 영혼의 고향 땅이니
산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인 것을.........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고 하는 말
사실은 죽은 것이 아니라 고향으로 되돌아갔다는 말이니
그대 성남길, 정말로 고향으로 귀향하였는가.
그대 육신의 고향은
나주 영산강변 둥구포 마을이니
육신은 둥구포 고향으로 가고
영혼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전생의 그곳인가
내생의 그곳인가.
아아, 성남길
그대 먼저 고향으로 돌아갔는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수성가, 입신출세하는 것 모두
錦衣還鄕을 위한 몸짓이었던가.
나주의 영산강변 둥구포 마을에서 태어나
해방 후 가난했던 유년의 시절을 용광로 삼아
독일을 무대로 하는 국제신사로
한독교역상사 대표의 錦衣를 입었으니
오래 오래 錦衣를 입고
세상사의 師表로서 그 역할을 다 하고
금의환향해도 늦지 않을 것인데
무엇이 그대를 고향으로 가도록 독촉했는가.
고향 늦게 찾아간다고 누가 탓하겠는가.
그대의 모습으로
이승의 사람들에게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며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깨우치도록
그대가 오래 오래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대 출생지 등구포는 역사의 터였네.
천 년 전 고려 태조 왕건의 군사 주둔지로
등구포 샘터에서 오씨 처녀가 버들잎 띄운 물바가지로 인연이 되어
장화왕후 오씨부인이 되고
큰아들 武는 고려 제2대 혜종왕이 되었지 않은가.
그리하여 왕건은 호남지지 세력으로 삼한통일의 꿈을 꾸었다네.
천년 후에 그대가 그 땅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
나주 등구포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국제무대 정복의 꿈을 이룩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네.
그대가 그대 몸속에 병마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귀향의 향수를 글로 남겼었지.
향수라는 아름다운 제목의 글 속에는
피맺힌 절규로 내뱉는 체념의 한숨소리가 넘쳐났네.
그대 마음의 글을 내가 다시 읊어 보겠네.
-향수-
성남길
퇴로가 없는 늪에 빠졌다.
운명의 덧에 걸리고 나니
보리밥이 먹고 싶고
쑥버무리가 먹고 싶었다.
학교가던 동무들이 떠오르고
배꽃 피는 고향이 그리웠다.
땀에 저린 엄니의 머릿 수건이 아른 거렸다.
내내 바깥으로 떠돌던 영혼도
스러질 때엔 옛 터로 돌아오나 보다.
“이제 무거운 것 다 내려 놓으세요” 의사가 말했다.
자꾸만 눈이 아린다.
자꾸만 옛날이 선하다.
그래 나는 시방 영산포 선창에서 팔던
멸치젓에 밥 비벼 먹고 싶다.
그리고 얼른 책보 매고 학교 길로
뛰어 가고 싶다.
이 글은 체념의 절규였어.
그대 몸 안에 병마가 있다는 선고는
그대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청천벽력이었으니
그야말로 퇴로가 없는 늪이라고
그대는 절규하였어.
그대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살아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아직 이승에서의 인연을 일순간에 끊어 버릴 수 없어서
병마와의 일전을 선전포고 하고
승전의 의지를 다지며 꽃마을로 들어간 그대에게
우리들은 다만 투병의 의지를 굳게 하라는 말뿐
그대의 마지막 잎 새 같은 절규에
우리는 무엇으로 위로할지 참으로 안타까웠다네.
그리고 격리된 꽃마을에서 그대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었지
<꽃 마을>
- 2009. 6월 성 남 길
먼 동네로 이주하던 날
짙푸른 보리밭,
송림 비켜온 바람 한 없이 낮 설어
5월 그날
보리피리를 불고 싶었다, 한하운처럼
개구리 울음 질펀한 어둠 속
연민에 찬 달빛 오직 위안일 뿐
멧비둘기 토하듯 우는 밤 그리도 길어
실성한 듯 따라 울었다.
6월!
산바람 싱그럽고
밤꽃 향기 흥건하다
매사촌들 왁자한 외딴 산길 속
타인들의 산소에 인사를 한다.
엉겅퀴 꽃잎 그리 예쁜 것을,
망초 꽃 오래오래 피는 것을,
고추잠자리 새끼들 새벽 잠 많은 것을
이제 사 이제 사 눈 여겨 본다.
그대의 절규 같은 시에 화답하는 글로
그대를 위로 하는 게 고작이었어.
-돌이켜보는 인생은-
글/나천수
인생은 퍼즐 맞추기 같다.
운명과 숙명의 두 수레바퀴로
한평생을 여행 한다.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너무나 많은 길이 있어서
그 길 중에 오직 하나의 길 선택하는 것
그것이 운명인지, 숙명인지
누구도 모른다.
그 길 중에는 전진의 길도 있지만
퇴로의 길도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이
득도라 하는데
도는 바로 길 도자 아닌가.
길에서 도를 닦고
길에서 만난 인연의 사람들을
도반이라 한다.
우리는 모두 도반이다.
힘을 내라.
그대와의 상여수창(相與酬唱), 이 시한수가
나주초등학교 제48회 동창생들과의
마지막 마음 나눔 될 줄이야......
그리고 꽃마을 소식 간간이
바람결에 들려 올뿐
병마와 싸우는 그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무원고립 외로운 투병을 하느랴 얼마나 힘들었는가.
미안하네.
그대 야위어진 얼굴 보면서
나주초등학교 동창생 모두가
하늘만 원망했지
직접 하느님께 달려가 그대 낳게 해달라고
시위라도 했어야 했네.
용서해 주게.
그대 대기만성 같은 늦둥이로 문단에 등단하여
그대 인생을 문학으로 헹구어 낸 물에는
왜 그리 유독 고향을 그리워했던가.
귀향의 예고였던가.
잘 가게,
아마 그 고향에는 그대의 스승 프리츠 호만도 있을 것이니
육신의 옷을 벗고
영혼의 천사가 되어 행복하게 살게나.
그대는 죽은 것이 아니네.
그대는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으니
우리가 있는 한 그대는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우리도 언젠가 귀향의 때가 되면
먼저 간 그대가 좋은 터 잡아 놓은 그곳
그대가 이승에서 그랬던 것처럼
꽃과 풀 그리고 나무들이 어우러져 풍경을 이루는
둥구포 전원마을 같은 그곳
찾아갈 것이니
기다려 주게나.
아마 남아있는 그대 친구들, 친지들
그대가 먼저 간 귀향의 그곳을 찾아 갈 것이네.
기다려 주게나.
그대 귀향의 이 무대가 마치 꿈속에 꿈같네.
이것이 꿈이라면
그대도 꿈에서나마 그대의 소식을
그대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알려주게나........
2010년 1월 25일
나주초등학교 제48회 동창회 나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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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초등학교 친구인 성남길이가 저세상으로 가는데 저를 포함해서 친구들이 수 없는 글로써 애닮음을 표현했기에
본카페 "삶의 이야기방"에 올려 보며,또한 남길이를 애도 합니다
애도의 글을 고인의 시를 읽고 음미하며 눈시울 가득 맺힌 눈물 흐립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야할 길을 갈것인데 가는 마음 보내는 마음 어찌 이리 애절할까요!
^^* 우린 누구나 돌아갈 그 고향집을 향하여 지금도 달려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주어진 환경속에서 언젠가는 돌아갈 인생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될듯합니다...
^^*
좋은글 주신 교장선생님 감사드립니다.......^^*꾸`벅
누구나가 한번 가야할 길... 친구들이 그리워하며 기억하며 추억하는 좋은 친구시군요..뒤 돌아가셨지만 친구분이 부럽습니다...좋은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침부터 선생님의 글로
눈물이 펑펑 합니다.
아직은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이
한 없이 감사하네요.
감동적인 글 ... 감사합니다.
천상병님의 말씀대로라면 이세상 소풍 나왔다가 하늘로 돌아 가는거라고 했지요.
저는 특히 이 구절을 좋아해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만일 제가 이세상을 떠나는 날에도 이 귀절을 읽고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픈 모습 보이기 싫어 했던 그 동창분께서도
아마 고통없는 하늘에 가 계실듯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오는것이
그렇게 가야할사람이 지척에 잇기때문인지.,,
아님 누구나 가야하는길에 앞서간자의 독백인지..
날씨만큼 쾌청하지못한 마음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바랍니다
병마에 싸우던 친구분은 갔으나
참 행복한 분같습니다
죽마고우 "부럽지 않는 두분에우정에 감탄사 보내드립니다
사람은 언제고 死別에 길에서
다만 먼저 갈 뿐인것을 ...
언젠가는 다시 꿈길에서 ..먼저 자리잡고 계실것입니다
아름다운 저세상에서 ..친구는정말 멋져다고
따스한 눈길로 ..보낼것 같습니다
가슴이 찡하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