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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응징의 시작
지난밤 폭우를 뿌려댔던 비구름은 대부분 물러가고 스카이라인 끝에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만 신새벽의 어둠속에서 희끗희끗 보였다.
장마철동안 잠시 식었던 대지는 비가 그치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공기 중에 슬금슬금 섞이고 있었다.
서울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공기의 오염으로 늘 뿌연 하늘을 바라봐야 했지만
장마철 동안이라도 한때 집중호우를 맞고 나면 맑은 하늘을 잠시 기대해볼만 했다.
지난밤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피곤에 지쳐 똬리를 틀며 잠시 웅크렸던 도시의 일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도로에는 간반의 여흥을 떨쳐내지 못한 폭주족 몇 명이 어둠이 걷히지 않은 거리를 폭주하고 있었고,
또 다른 폭주에 간덩이가 커져 이차까지 하고나온 가장들이 각개전투마냥 산개하여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서 눈에 번개가 치고 있을 부인네들의 판결을 받으러 귀가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새벽신문을 돌리려는 사람들의 배기량 작은 스쿠터가 폭주족 오토바이와는
또 다른 소리를 내며 이른 새벽의 아침을 조금씩 깨우고 있었다.
도시전체가 조금씩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는 새벽도로를 흰색 소나타승용차가 지붕에 올린
이동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자동차는 오랜 된 연식이었지만 광택이 제법인 것이 관리가 잘되어 있어 새 차같이 보였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는 김반장은 중간이상의 키에 다부진 체격이었고 머리는 장교 머리같이 짧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젤을 적당히 묻힌 헤어스타일에 흰색 와이셔츠와 곤색 양복을 입은 김반장의 모습은 차 지붕위에 울리는
사이렌만 아니면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운전대를 힘껏 쥐고 운전하는 자동차의 차창 밖으로는 서울 시내의 새벽 풍경이 힘없이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부스스한 얼굴의 김반장은 다리는 악셀을 힘껏 밟고 있었으나 정작 눈동자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듯 멍해 있었다.
새벽부터 국장한테 비상연락이 온 것을 보면 보통사건이 아니었다.
김반장이 경찰청으로 전근 온 이후 국장이 개인적으로 직접, 그것도 이 새벽에 전화 한 것은 처음이었다.
새벽시간에 국장이 ‘김반장’에게 전화로 수사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국장도 그전에 이미 모처로부터 전화를 받았음이 분명했다.
통상 살인사건이면 서울지방경찰청의 강력계에서 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청의 ‘
특수수사과’에서 사건을 맡아야 하는 것만을 보아도 보통 사건은 아님에 분명했다.
이른 새벽에 자다가 전화를 받았던 김반장은 운전을 하는 지금도 국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자네도 알지 않나? 국가 및 사회이익에 반하는 중대한 범죄의 첩보수집 및 수사는 우리 ‘특수 수사과’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그 범위야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신분도 그렇고 살해방식도 일반사건으로 분류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네.
그 사회적 파장도 만만치 않고 보안도 어렵다고 판단되네. 물론, 서울 지방청 소속 형사과에서도 수사를 할 거야.
다만, 공조수사를 하되 지휘는 우리가 하는 걸세. 사건이 사건인 만큼.-
국장은 잠이 덜 깬 김반장에게 휴대폰을 통해 사건을 던져주고는 차갑고 권위적인 목소리로 우리
‘특수수사과’에서 이번 사건을 맡아야 하는 배경을 강조해 주었던 것이었다.
김반장이 평상시에 경찰청에서 근무할 때는 경찰 정복을 입고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오늘은 일부러 양복을 입고 현장으로 가야만 했다.
국장과의 통화에서 국장이 내사를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보안을 강조하는 사건은 공식적인
수사보다는 내사를 위주로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건이라면 김반장에게 사건이 오지 않고 지방청의 수사관들이 사건을 맡았을 것이다.
김반장이 경찰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순진하게도 헐리웃 영화의 액션에 속아서였다.
영화에서 나오는 수사관들은 양복 안쪽에 권총을 차고 다니며 멋쟁이 같이 옷을 입고 수사를 하곤 했다.
영화에서는 가는 곳마다 예쁜 여자들의 유혹을 받을 수 있고 적당히 폼도 잡을 수 있는 멋있는 직업으로 묘사되었다.
막상 경찰이 되어 생활을 하다 보니 현실은 너무 달랐다. 영화와는 달리 형사들은 양복 입기를 꺼려했다.
잠복근무가 많고 활동공간이 많다보니 양복 보다는 편한 옷과 운동화를 선호 하였으며 와이셔츠나
목 부분에 칼라가 있는 옷도 입을 수가 없었다.
일선업무에서 수사관들이 범인과 대치하여 몸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칼라가 있는 옷은
상대방에게 멱살을 잡히기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수사관은 면 티에 짧은 머리를 선호하였다.
머리가 길면 자주 만져 주어야 하고 막상 범인들과 몸싸움이라고 할 때 머리채라도 잡히면
범인을 검거하는데 에로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상위는 라운드 티에 잠바를 걸치고 하의는 기지바지나 면바지,
신발은 운동화를 신고 근무를 하였다.
패션을 따지는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콤비네이션이 되곤 했었다.
옷차림만 본다면 깡패들 흉내나 내는 별 볼일 없는 지방 양아치 차림과 거의 비슷했다.
김반장도 예전에 선보는 자리에 미처 바빠서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이런 차림으로
아가씨를 보러 갔다가 보기 좋게 딱지를 맞은 적이 있었다.
형사들은 서로 총을 소지하고 근무하는 것도 금기시 했다.
복잡한 총기수령절차는 차치하고 ‘견물생심’이라고 사건현장에서 위급한 상황으로 소지한 총을
사용하였다가 매서운 언론의 질타에 옷을 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란 것이 감정적이게 마련이어서 상황이 아무리 급박하고 위험해도 범죄자가 총에 맞아 죽거나
중상을 당하면 여론이 악화되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경찰이 징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흉악범들의 총기휴대가 빈번하지 않은 국내의 사정상 이해는 되지만 사건현장에서 흉악범의 흉기에
노출되어 부상당하거나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경찰들을 보면 미국처럼 경찰의 총기사용이
자유로웠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한번은 탈주범과 마주친 경관이 격투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경찰과 격투하던 탈주범이 총을 잡고 뺏으려고 하자 경관이 빌면서 ‘총만은 제발 안 돼’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쓸쓸한 교훈으로 경찰들의 경각심을 되새겨주고 있었다.
경찰의 총기휴대는 이렇게 범인검거에 도움이 아니라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형사들은 이러한 이유로 강력범을 진압할 때도 권총대신 가스총이나 쇠파이프, 알루미늄 배트 등의
사제 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복장들과 장비들은 경찰이 공권력의 수행과 법의 집행력이라는 공식적인 면을 뺀다면
조직폭력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패션을 따진다면 옷은 조직폭력배들이 형사들 보다 잘 입는다는 것이 공통적이 의견이었다.
-젠장, 경찰에 들어와서 권총이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경찰을 안 하고
미국에 이민을 가서 살았을 텐데, 그러면, 권총이라도 실컷 사서 갖고 다녔지…….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글록’이나 ‘베레타’같이 폼 나는 걸로-
운전을 하던 김반장은 오랜만에 입은 양복 때문에 생긴 단상 때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자동차를 빠르게 몰아 대학로를 지나 고가다리를 하나 넘으니 사거리에 한성대 전철역이 눈에 띄었다.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조금 들어가니 사건현장인 성북동 초입이 눈에 띄었다.
왼쪽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성당을 지나서 언덕에 올라서니 특이한 마을 이름이 눈에 띄었다.
‘학의 마을’, ‘꿩의 마을’
마을의 이름이 죄다 새들의 이름인 것이 새들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자신들은 기리는 성지나 진배없었다.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길에 들어섰으나 막상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곳곳에 놓여있는
방범초소를 보니 이곳이 범상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언덕을 오르자 길 양옆으로 커다란 대문을 가진 저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대문 크기만 보아도 저택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은 물론, 최소한 고위층 내지는 부유층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김반장이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도 나왔던 성북동이였다. 지금은 성북동에서 비둘기 대신
대한민국 최고의 갑부들과 국외의 주요 대사관들을 볼 수가 있었다.
언덕길임에도 불구하고 길 양쪽 옆에는 운전사와 수행원들이 타고 온 중형급 승용차들이 비스듬히 서있었고
출근준비를 하려는 듯 조금씩 열려진 차고 안에는 최신형 ‘벤츠 S 600’, ‘BMW 760’등의 최고급 수입차들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반듯이 주차되어 있었다.
언덕을 더 올라가자 골목들이 양쪽으로 이어져 나왔다. 각 골목 안쪽에도 성같이 거대한 집들이 큼지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의 구조가 마치 미로와 같은 구조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언덕의 마지막 고개에 올라서니 큰길이 나오면서 지금까지 보던 것보다
작은 집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가지런히 서있고 집마다 각국을 대표하는 국기가 걸려 있었다.
그 가지런한 사이즈의 집들은 각각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대문에는 대사공관을 알리는 큼지막한 영어문패들이 걸려있었다.
마치 에버랜드에 놀러갔을 때 가보았던 ‘지구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회전을 하여 한 50미터를 이동하자 다시 좌우로 갈라진 길들이 나왔다.
오른쪽 골목을 더 올라가니 경찰 순찰차 몇 대와 앰뷸런스가 서있는 집이 보였다.
이럴 땐 찾을 것도 없이 사건현장을 제대로 찾아온 것이었다.
- 헐리웃 영화를 보면 사건 현장엔 노란색으로 POLICE LINE이라고 쓴 테이프가 둘러쳐 있게 마련이고
경찰여럿이 그 주변을 지키고 있다가 주인공이 거칠게 차를 몰 고와서 제일 중앙에 급정거하며 서면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길을 내주곤 했는데....... -
김반장은 당장 주차할 곳을 찾아야만 했다.
“젠-장” 김반장이 짜증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캐나다 국적의 국기가 걸리고 빨간 대문이 단아한 집 앞의 보도에 일단 주차를 했다.
대문과 담 사이에 설치되 있는 카메라 한대가 눈에 띄었다.
대문 앞에만 비추는 것이 방문자가 왔을 때를 대비해 보안상 설치를 한 것으로 보였다.
약 1분정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사건현장의 집 대문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사건현장의 외부는 언제나 그랬듯이 전경들이 지키고 있었다. 취침도중 끌려나온 것 같이 보이는
전경들 눈에는 졸림과 짜증으로 섞여진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중 한명 선임으로 보이는 전경이 오른손을 모자챙에 붙이며 경례를 올렸다.
김반장은 녀석이 말을 건네기도 전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무시하듯 들어갔다.
그도 그들과 같이 아침부터 달가운 일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빨리 현장을 보고 싶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며 보아오던 집들같이 거대한 저택은 아니었으나 일반서민들의 입장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큼직한 2층 집이었다.
건축양식으로 보면 지은 지는 한 20여년 되어 보이지만 그동안 내부수리를 여러 번 한 듯 집은 현대식으로 깔끔해 보였다.
집 앞에 적당한 크기의 정원도 널찌감치 자리 잡고 있었고 정원 구석에는 조그마한 그물이 달려있는
미니 골프 연습대도 놓여 있었다.
잔디가 깔려진 정원 곳곳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수들이 보기 좋게 심어져 있었다.
잔디는 지난밤의 비를 충분히 먹었는지 아직도 찰랑찰랑 물기를 질퍽하게 머금고 있었다.
정원 중간에는 조그마한 연못도 있었는데 금붕어 몇 마리가 주변의 혼란과는 상관없이 한가로이 유영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이미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나온 형사들이 조사하고 있었다.
그중 담당자로 보이는 자가 ‘정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경찰청 수사국 특수수사과에서 나온 김정석 입니다.” 김반장이 말했다.
40대쯤으로 보이는 그자의 어깨에는 경위 계급장이 달려 있었으나 자신보다 대여섯 살쯤 어려보이는 ‘
정석’을 보자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경례를 붙여주었다.
비록 정석이 양복을 입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경찰청 반장이라면 자신보다 높은 경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상대방은 형식적으로 경례를 붙여준 것이었다.
김반장이 나이에 비해 진급이 빨랐던 이유는 그 경력에 원인이 있었다.
김반장이 경찰간부가 되고 나서 초임 근무를 한곳은 청와대 경비대인 101경비단 이었다.
이곳에서 5년 정도 근무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일 계급 특진하여 다른 곳으로 전출되는 것이 그동안 경찰 쪽의 관례였다.
대학 졸업 후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한 후 1여년의 교육을 마치고 경위로 임관하여 경찰생활을 시작한 김반장은
군 시절 대통령 경호임무를 수행했던 것이 감안이 되어 경찰간부생들이 노리는 노른자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나온 상대방이 계급은 낮아도 간부후보생 선배기수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그것도 사건현장에서 첫마디부터 호구조사 하기는 싫었다.
상대방도 그런 것을 눈치 챘는지 눈길을 약간 피하면서 농을 걸어왔다.
“아이고 뭐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인데 본청에서 일부러 이 새벽에 나오셨습니까?”
상대방이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아..... 네. 위에서는 중대한 사건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김반장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방청에서도 살인사건이라 달갑지는 않으시겠군요.”
김반장이 말했다.
“뭐, 골치 아픈 사건이지만 사건이야 늘상 일어나는 것이니 우리가 가리고 자시고 할 것이 있나요?
상대방의 미간이 좁혀지며 혀를 차며 이야기 했다.
“인명피해는요?” 김반장이 물었다.
“현재 사망 1명이고 부상자는 없습니다. 피살자 혼자 있다가 살해당한 걸로 보이거든요.”
상대 수사관은 침착히 대답했다.
“목격자는 있나요?”
“글쎄요. 탐문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없습니다.”
수사관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대답했다.
“일단 피해자 신분이 어떻게 됩니까?”
김반장이 눈을 크게 뜨며 상대에게 물었다.
“피살자 이름은 ‘이정숙’.... 전직 여성부 장관을 지냈고 여성운동계에서는 꽤 유명한 분이였다네요.”
상대 경관은 수첩을 꺼내서 김반장 앞에서 찬찬히 보면서 대답했다.
“에... 뭐.. 그러니까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피살자는 40년생이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요.
남은 유족으로는 여동생 둘이 있는데 모두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 있다하고요.
피살자 생전 시에 집에는 가정부와 단둘이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고요.”
담당 경찰은 한쪽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빼면서 말을 이었다.
“사체는 가정부에 의해서 발견됐고요. 30대 중반인 가정부가 지난밤 시내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이트서
밤새 술을 마시다가 새벽 3쯤에 귀가를 했다는데, 현관문이 열려있는 것이 수상하여
피살자의 방을 확인하게 되고 열린 문틈으로 피살자의 사망을 목격하여 경찰에 신고를 했네요.”
수사관이 슬쩍 뒷짐을 졌다.
왼쪽을 돌아보니 반쯤 열린 방문 사이로 삼십대 중반의 여자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서 형사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운전기사도 있는데 기사는 여기서 생활하지 않고 출퇴근하는데 그것도 매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할 때 전화를 주면 나오는 식으로 일을 했네요. 뭐 일종의 아르바이트 인거죠.
마침, 지난 이틀간은 일정이 없어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차는 차고에 있는 신형 체어맨이고요.”
담당경찰은 초면인 김반장과의 대화가 어색한지 뒷짐을 지었던 손을 풀어 담뱃갑에서
담배 한가치를 꺼내어 불을 붙여 한 모금을 빨며 말을 이었다.
“사망시간은 상황이나 시체의 경직 상태를 보아서는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건 검시팀의 검사가 나와야 자세히 알 수 있겠고 적어도 가정부의 진술이 정확하다면
가정부가 외출한 7시에서 귀가한 새벽 세시 사이가 사건발생시간이라 판단되는데…….
문제는 살해방식인데 이게 좀 애매하네요.” 담당 경찰이 고개를 저으며 이마를 찌푸렸다.
“네? 살해방식이 애매하다니요?” 정석이 갑자기 흥미스러운 듯이 물었다.
“총기살인인데…….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 총기살인이 흔한 일도 아니고…….”
말끝을 흐리는 것이 그의 표정도 사건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반장은 순간적으로 튕기듯 살해현장이 있는
2층방으로 연결된 층계로 뛰다시피 올라갔다.
이층에는 베란다를 끼고 있는 넓은 크기의 거실을 사이로 2개의 방이 있었다.
작은방은 침실로 쓰이는 듯 넓은 침대와 화장대가 단정히 놓여 있었고, 서재로 보이는
큰 방에는 마호가니 목재로 제작한 고급스런 사무용 책상을 사이로 책장과 고급 수입가죽소파가 놓여져 있었다.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고 한쪽 벽에는 40인치 벽걸이 텔레비전이 벽에 걸려 있었다.
접대용 소파세트 중 일인용 소파에는 육십 대 중반의 여자가 피를 흘리며 앉아 있었다.
방안에는 피살자의 시체를 빼고는 모두가 정상적으로 보였다. 사무용 책상에 놓여 있는 서류들과 안경등도
제자리에 놓인 듯 정돈되어 보였고 소파 사이에 놓여 있는 티테이블 위에 놓인 마시다 남은
커피 잔도 넘어지지 않은 채 단정히 놓여 있었다.
커피 잔은 한 세트만 놓여 있는 것을 보아 피살자가 혼자 집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만약 피살자와 범인이 몸싸움을 했더라면 단서를 찾을 확률이 컸을 것이었다.
몸싸움 중에 생긴 모근이 달린 머리카락 몇 가닥을 확보할 수도 있고 혹은 실랑이 중에
생긴 범인의 피부조각이 피살자의 손톱 밑에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DNA 검사를 통해 범인의 검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 사건현장을 보아서는 이러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었다.
피살자는 곱게는 늙었으나 약간 사나운 인상을 주었다. 이마와 가슴에 총알이 관통한 듯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피살자의 머리 뒷부분은 총탄이 빠져나오면서 뒤통수가 일부 손상되었고,
손상된 구멍으로 뇌수가 흘러나와 소파가 피와 뇌수로 오염되어 있었다. 외출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었던 듯
피살자의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는 맨 얼굴이었다. 특이하게도 피살자의 입에 무엇이 조금 삐져나와 있었다.
김반장이 옆에 있던 지방청 형사에게 사진을 찍었는지를 물어보자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반장은 주머니에서 ‘라텍스’장갑을 꺼내어 손에 끼고 피살자의 입에서 이물질을 꺼내었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플래잉 카드(Playing Card)였다.
검정색의 글자에 JOKER(조커)라고 쓰여 있고 광대가 그려진 카드가 구겨진 채 나왔다.
김반장은 섬뜩한 느낌에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증거수집용 비닐봉지에 카드를 집어넣고는 피살자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마에 한방 그리고 가슴에 한방.’
주저하지 않고 조준 사격한 전문가 솜씨였다.
첫댓글 독특한 글이네요. 요즘 다른 작가분들을 글을 읽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즐거움을 주시는 한편의 글이 되었습니다. 건필하시고, 2편 기대합니다. 아참~ 1편 치고는 상당히 길어요~ 보기 힘든 장문입니다.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반부는 설명이 좀 있지만 몇편 더 지나면 사건의 속도가 빨라져서 읽을만 할껍니다. 2년전에 써놓았던 글인데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우연히 이 카페를 알게 되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올리는 글의 양이나 , 며칠에 한번씩 올리는게 좋을지 조언해 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흠! 앉은 상태에서 당했나요? 전체가 어느정도의 분량인지는 모르겠지만 50편의 한 권 완결로 보신다면 지금의 반 정도만 하루에 한 두 편정도면 어떠실까요^^ 이미 완성된 글이라고 하시니^^ 제 추측입니다. 혹 틀리다면 수정 댓글 부탁 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건필 하세요^^
알겠습니다.. 플라멩고님의 의견을 조율해서 적당히 올리겠습니다.^^
너무 붙였다... 나 이런거 싫어하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성의 없이 올린거 같군요. 오래전에 써놓았던 글이라서 파일도 여러개라서 걍 올렸더니 좀 불편해 하시는 군요. 마침 제 카페에 전에 좀 수정해놓았던 버전이 있어서 다시 좀 올립니다. 1,2,3,4편 모두 조금 수정본으로 다시 올렸습니다. 내용은 거의 똑같은데 지저분한 곳을 좀 걸러내고 다듬었네요..... 아유,,,글 올리는것도 쉽지가 않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