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댁에 가기로 한 날, 출근해 곧장 전성훈 씨 댁으로 향했다.
늘 있던 자리에 덩그러니 태블릿만 야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고, 전성훈 씨는 보이지 않는다.
직원이 전성훈 씨를 찾자 룸메이트 서은성 씨가 말한다.
“성훈이 형 샤워해요.”
집 안으로 들어서니 샤워 중인 전성훈 씨 소리가 들린다.
잠시 기다리니 샤워를 마친 전성훈 씨가 나온다.
곧바로 면도하는 전성훈 씨. 평소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로션도 듬뿍 바른다.
전성훈 씨의 기분과는 반대로 날이 좋지 않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전성훈 씨와 계획한 나들이 계획을 어떡해야 할지
이야기 나누다 보니 금세 할머니 댁에 도착한다.
마당에서 몇 번 할머니를 불러보지만, 답이 없다.
못 보던 남자 두 명이 할머니 집을 기웃거리니 대문 너머로 옆집 할머니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일부러 손자임을 티 내려고 더 큰소리로 할머니를 부른다.
혹시나 해서 노크하고 들어가니 채비를 마치신 할머니가 전성훈 씨를 맞아주신다.
외투를 챙겨입으시느라 손자 목소리를 못 들으신 듯하다.
할머니께 전성훈 씨가 찾은 중국집으로 가자 말씀드렸고
할머니는 어디든 좋다며 손자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어디 가?”
낯선 남자 두 명이 할머니를 데리고 나오자 옆집 할머니도 골목으로 함께 나온다.
어디 가는지 묻는 와중에도 시선 끝은 낯선 남자 둘을 향해 있다.
“아, 우리 손자가 밥 사 준다고 왔네. 갔다 올게.”
다행히 어릴 적 전성훈 씨를 기억하고 있던 할머니가
손자가 이렇게 컸냐며 잘 다녀오라 배웅해 주신다.
걱정하던 옆집 할머니도, 의심받던 낯선 남자 둘도 마음 편히 인사 나누고 배웅받으며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에 도착해서는 전성훈 씨가 좋아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다행히 맛이 좋아 할머니와 전성훈 씨 모두 맛있게 점심 식사를 마친다.
“요즘 날씨가 좋아 전성훈 씨가 할머니랑 상림숲 가서 꽃 구경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하필 오늘 흐리네요.”
“비만 안 내리면 가면 되지.”
비만 안 내리면 흐려도 좋다던 할머니 말에 식사를 마치고 곧장 꽃구경을 가려 했는데
야속하게 식사를 마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제법 오네. 곧바로 집으로 가지요.”
들어가는 길에 문구점에 잠시 들렀다. 오늘 가져온 사진을 정리할 사진첩을 사기 위해서다.
전성훈 씨와 적당한 사진첩을 골라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며칠 안 갔는데 사진이 엔간히 많네.”
“그래. 야가 야구를 좋아해서 이래 치러 갔구나.”
“이거는 어데고. 기억도 안 난다.”
“이거는 버스 탄 거네. 거기 어디고 광안리인가.”
집에 돌아와 가져온 사진을 펼쳐보니 양이 어마어마하다.
기억이 안 난다 말씀하시면서도 사진을 볼 때마다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해 주신다.
2016년 여름, 즐거웠던 손자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말하는 할머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가져가서 닳도록 봐야지. 할머니 집에 놔둘 거야?”
“네에.”
전성훈 씨가 차곡차곡 정리를 마친 사진첩을 할머니 침대 머리맡에 둔다.
가져가 닳도록 보라는 할머니 말을 전성훈 씨도 똑같이 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 댁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되어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집을 나선다.
“그래. 조심히 가고 또 오이래이.”
할머니 배웅을 받으며 돌아가는 길, 전성훈 씨와 다시 올 날을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2023년 3월 24일 금요일, 박효진
눈물 나요. 우리 할머니 보고 싶어요. 전성훈 씨와 할머니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뜻해요. 정진호
“우리 손자가 밥 사준다고 왔네. 갔다 올게.” 할머니 말씀, 참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분명하고, 어떻게 사는지 분명하네요. 아…!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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