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눈물
꽃만 꽃이 아니다. 우리 눈에 예쁘게 보이면 다 꽃이다.
미나리 한줄기씩 입에 물고 종종 걸은 치는 병아리도 꽃이요.
개나리꽃 흐드러진 담장 밑을 나란히 줄지어 가는 어린이도 꽃이다.
나도 아기였을 때 꽃이었다. 얼마나 예쁜 꽃인지 할머니가 늘 우리집 人꽃 人꽃 하시며 바람불면 날아갈까 꺼질까 벌벌 떨며 늘 나를 품에 안고 사셨다고 들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아버지의 꽃이었다. 못 생겨도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고 우리집 "큰 딸 큰딸"하시며 늘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꽃그늘을 달리셨다.
아름다운 청춘, 결혼 후 남편에게 나는 꽃이었다.
나중에 딸이 없는 사람들은 비극이라고 말할 정도로 딸을 사랑한 남편에게 내 자리를 딸에게 뺏앗겼지만...
그래도 착각으로 40대로 나이 들어도 난 꽃이라는 나만의 나르시즘에 빠져 집이 이층이라 비슴듬이 넓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짚시 치마를 살랑거렸다.
나이 들어 남편과 나만 남았다. 다시 남편의 꽃이 되었다.
나이 든 나도 나지만 늙고 병든 남편이 가엾기에 나는 자청해서 꽃이라 생각하고 바람이 없어도 남편 앞에서 해실거렸다. "여보. 나 예뻐요. 여보. 나 꽃 같아요? "
" 응. 할미꽃."
내 동네 주위 사람들 우리 늙은 부부를 모르는 사람 있었을까? 키가 큰 남편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난 한 손으로 남편 손을 한 손으로는 남편 허리를 감싸쥐었다. 찌거덕 뒤뚱거리며 3년을 하루 같이 남편과 동네를 돌았었다.
매일 동네 성당 까페에서 라테 한잔씩 마시고 매일 가는 제과점에서 빵 한개씩 우유를 마셨고 매일 주위 식당을 찾아 한끼는 외식을 했다. (지금은 할아버지 안부를 물어 갈 수가 없다.)
그 때도 5월. 둘이 걸었다. 아파트에 눈이 부시게 피어 있는 장미꽃을 한줄기 끌여 내 얼굴에다 대고 여보 내가 더 예뻐 꽃이 더예뻐 어느쪽이 예뻐요 하고 물으니 남편은 여전히 당신은 언제나 꽃이야 당신이 더 예뻐 한다. 난 정말? 거짓말 하는 줄도 알고 속이면 어떤가 속는줄 알면 어떤가
둘의 웃음으로 장미꽃이 더욱 빛을 발해 화사했다.
지금 장미꽃을 보고 이야기 하던 그자리에 샛빨간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나는 애상에 젖어 꽃을 한없이 바라본다.
꽃에 맺힌 이슬이 햇살에 반짝인다. 늙은 꽃 한송이에 눈물이 맺혔다. |
첫댓글 아름다운 글에
눈물이 나네요
고운 추억이 있기에
낭만님은 예쁜꽃으로
남았네요^^
달님이랑님 고운 마음 보여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선배님 건강 하시지요
한줄 한줄 정겹고 아름다운 고운 추억 담아서 올려 주신글 가슴에 오래도록 있지 않고 기억 하겠습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요 ♡♡♡
어머나 막고님
성실하시고 진실하신 막고님의 모습이 생각이
그런데 만난지 오래되어 얼굴은 흐릿하고 막고라는 닉은 아주 선명합니다.
언제 얼굴 보러 역탐을 가야겠어요.
막고님과 같이 담소하며 걸었던 때가 전 아득합니다.
막고님 늙지 마시고 영원히 고운 모습 그대로 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