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기도 2일째
함께 기도하신 신부님들
전종훈 김영식 김인국 임문철 나승구 송년홍 손성문
안승길 문규현 현성훈 장동훈 이영선 조영준 이영찬 최영민 서영섭 이영우 이계호
무탈하지 못한 것들을 위해...
단식기도 2일째, 천막기도소는 무탈했습니다.
그러나 여의도엔 무탈하지 못한 이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더불어 살기보다 일상을 쫓는 사람들...
텅빈 거리에서 생존권을 외치는 노동자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촛불을 드는 시민들...
떼지어 있는 경찰들...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천막기도소를 향해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십니다"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이웃들...
그냥 지나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지갑을 열어
기도를 후원해주는 우리의 이웃들...
절망에서 희망을 보는 여의도에서 기도드립니다.
무탈하지 못한 이웃을 위해...
무탈하지 못한 4대강을 위해...
무탈하지 못한 구럼비를 위해...
무탈하지 못한 미래 경제를 위해...
12 육시경.
3시 구시경.
고단한 오후.
늦은 밤에도...
11/11/08 미사 공동 집전 사제
+ 주례·강론 손성문
+ 전주교구 문규현 송년홍 + 서울교구 나승구 + 광주교구 이영선 + 청주교구 김인국 + 수원교구 조영준
+ 인천교구 장동훈 + 안동교구 손성문 + 예수회 이영찬, 최영민 + 꼰벤뚜알 서영섭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웃의 아픔에 동참을"
손성문 신부(안동교구 영해성당)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어제 천막 치는 과정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막의 뼈대가 조금 금이 갔는데요. 밀고 당긴 분들 다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나 보니 지휘부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나 봅니다. 저 윗분은 기도소를 허락하고 철수하라고 했는데 기동대 대장이 전경들에게 압박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종이구나. 우리 종은 아니고 누군가의 종인데, 누구의 종이냐 누구의 지시를 받느냐 이것이 참 중요 하구나 느꼈습니다. 시대를 잘못타고 난 젊은이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한국교회 초장기 박해시대 천주교가 예의도 없고 임금도 아버지도 없는 아주 무례한 집단으로 취급 받았죠. 관아에 끌려가서 너희는 왜 나라의 아버지 임금의 말을 듣지 않느냐? 믿지 말라고 하면 안 믿으면 되지 않느냐? 하니 우리 신앙 선조들이 당당하게 이야기 하셨죠. 나라에 임금이 계시고 더 높은 곳에 임금이 계시다. 그럼 누구 말을 들어야 되겠냐? 여러분은 누구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당연한 게 저네들은 헷갈리나 봅니다. 신앙을 가졌다는 이들이 정권을 잡아도 그렇고 그리스도 국가라는 미국의 모습도 그렇고 하느님을 모신 백성이 아니라 자기들이 주인이라고 착각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공감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요. 아픔과 슬픔, 타인의 삶에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이죠. 우리가 이웃들과 함께하는 그것이 약해서 오늘날의 아픔과 어려움들이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혼란, 어려움 때문에 다시금 우리가 그런 공감의 능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온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역사적으로 위대한 종교 위대한 정신문명이 생겨난 때는 평화로운 시대가 아니라 정말 어둡고 혼돈의 시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가 어두운 것은 신앙인인 우리의 잘못이 무엇보다 크다는 생각입니다.
아픔이 많은 것은 우리의 죄가 많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회개해야 하고 그래서 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 땅의 불의를 탓하는 것은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작은 잘못을 돌아보기는 참 어렵죠.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를 바꾸는 우리의 마음과 머리와 온 존재를 하느님께로 향하는 회심, 회개의 작업이 먼저 필요하겠습니다. 그 모델이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죠. 죄 없으신 분이 강에 들어가셔서 세례를 받으시고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오늘날 공감의 모델로 또 다른 그리스도로써 저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위원을 봅니다. 300일 넘게 고공 크레인에서 추위와 더위와 추위와 싸우고 계시죠. 그 이전에도 해고 동료들을 위해서 냉방에서 그렇게 지내셨다고 그러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듣고 대개 부끄러웠습니다. 예수님 따르겠다고 닮겠다고 살면서도 나는 얼마나 그런 이웃에 아픔에 슬픔에 함께 했던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분의 흉내라도 내보려고, 부끄럽지만 아직 방에 불을 안 넣고 있습니다. 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여러분도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이웃들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비가 새고 난방이 안 되는 것이 큰 문제인데 다른 나라에 가보면 그것이 아무렇지 않은 서민들의 당연한 모습들입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다 보니 멀리 있는 이웃들에게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조금만 넓게 바라본다면 같은 하늘나라에 사는 이웃들입니다. 공감의 마음으로 우리도 조금 주기적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끼니를 거르고 에너지를 줄이고 그네들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천막 안에 있어보니 낮에는 햇볕이 잘 들고 예쁜 가로수 그림자가 천막에 비쳐집니다. 자연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실내장식이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그 장식들이 안에서 저절로 변합니다. 나뭇잎도 날리고... 기술적으로 일부러 만들 수는 없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참 아름다운 곳에 있습니다. 함께 하시면 좋을 텐데 방이 좁아서 안타깝네요.
오늘 독서는 계속 지혜서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악마의 시기로 세상에 죽음이 들어와, 죽음에 속한 자들은 그것을 맛보게 된다."
죽음에 속한 자들이 죽음의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것을 맛보는 자들은 힘없는 자연 그리고 죄 없는 나약한 우리 이웃들이죠. 4대강도 제주해군기지도 한미FTA 문제 등 시끄러운 이 사건들 가운데 조용히 우리의 목숨을 옥죄는 핵 문제까지... 핵은 죽음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터지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미 많은 사건들이 진행되었지만 우리는 이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희망합니다.
독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희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이 늘 함께 하시면서 우릴 도와주실 것이라 믿고 희망합니다. 그러므로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시고 그 희망을 더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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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교구 김영식, 손성문 신부님을 비롯한 18분의 신부님들께서 단식 중에 계십니다.
많은 기도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