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출간된 섬머셋 모옴의 소설 [페인티드 베일]은, 그의 다른 대표작인 [달과 6펜스]나 [인간의 굴레]보다 더 자주 영화화되었다. 문학적 측면에서 지명도는 뒤떨어지지만 그만큼 대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 3번째 영화화 되는 이 작품은 콜레라가 수많은 사상자를 내던 1920년대 중국의 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서로를 증오하는 부부의 갈등이 중심축을 이루며 전개된다.
영국 런던 출생의 키티(나오미 왓츠 분)는 중국의 상하이의 영국 정부기관에서 세균학자로 일하고 있는 월터(에드워드 노튼 분)의 청혼을 받고 결혼한다. 사랑이 있어서 결혼한 것은 아니다. 키티는 단지 숨막힐듯 죄어 오는 어머니의 잔소리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한 것이다. 월터는 파티에서 키티를 처음 보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다.
그러나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성격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점차 증폭된다. 키티는 나른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견디지 못한다. 월터는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책을 보고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키티는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며 자유분방하게 살기를 원한다. 사교 모임에서 만난 다른 외교관 찰리와 사랑에 빠진 키티. 그들이 대낮 집에서 정사를 나누는 현장을 월터는 목격하고 분노에 사로잡힌다.
[페인티드 베일]의 위와 같은 도입부는 진짜 이야기를 하기 위한 포석이다. 섬머셋 모옴은 키티와 월터 부부를 통해 사랑의 참 모습을 탐구하려고 한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월터의 분노는, 지금까지 그녀를 사랑한 자신을 증오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세균학자이면서 의사이기도 한 그는 중국 오지에서 창궐하는 콜레라를 연구한다고 자원해서 파견을 신청한다. 월터는 키티에게 자신과 이혼하든지 오지까지 함께 가든지 선택하라고 한다. 다만 스캔들을 일으켜서 물의를 빚으며 이혼하지 않기 위해서는, 찰리가 먼저 그의 아내 도로시와 이혼하고 반드시 키티와 결혼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단다. 키티는 찰리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달려가 구원을 청하지만 찰리에게 키티는 한 순간의 바람일 뿐이었다.
작가 섬머셋 모음은, 키티가 어쩔 수 없이 남편 월터를 따라서 콜레라가 퍼지고 있는 중국의 오지 마을까지 함께 가면서부터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된다. 처음에는 사랑이 어떻게 한 순간 증오로 변하는가를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내인 키티를 데리고 쉬지 않고 육로로 보름을 걸어 도착한 오지, 그러나 강을 이용해서 배를 타고 가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콜레라가 퍼지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그곳에 파견되는 수녀들이나 의사들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게 상식이지 뭘터는 자신의 아내 키티에게 예방접종도 시키지 않았다. 콜레라에 전염되면 아주 큰 고통을 느끼며 빠른 시간 안에 죽어갈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