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범재등에 올라 풋고추를 따 온다.
바보와 같이 보성으로 가 그를 내려주고 광주로 간다.
안내과에 들러 혈압을 재고 약을 탄다.
10시 50분 광주극장 '퍼펙트 데이즈'는 40분 가까이 남았다.
둥근 아치가 높은 다리를 건너 광주공원 서오층석탑으로 간다.
몇걸음 떼지 않았는데 벌써 등짝엔 땀이 흐른다.
더위를 피하던 남녀 어른들은 보이지 않는다.
동주의 집은 서동 몇번지였더라?
성거사지오층석탑으로 알려진 서오층석탑을 한바퀴 밖으로 돌며 찍어본다.
공원으로 들어가 의병장남일심공순절비를 찍어본다. 1972년 이은상이 찬하고 신호열이 글씨를 썼다.
함께 붙은 영랑과 용아의 시비를 보고 심사신동욱선생항일사적비를 본다.
불사심이 옆에 붙어 있다. 참마음 속이지 않고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은 마음이라
난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위한영의탑이라 씌여있던 충혼탑은 바뀌어 있다.
4.19기념탑과 문화관을 지나 돌계단을 내려온다.
5.18 사적기념물이 있고 오른쪽엔 김군의 비가 서 있다.
그 뒤엔 이 계단이 일제가 만든 신사로 오르는 계단이라 안내되어 있다.
씁씁해진다.
땡볕을 지나 광주극장에 가서 사진을 몇 장 찍어보고 페펙트 데이즈를 본다.
본 듯한 일본의 중년 남자배우가 말없이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거나
벽을 채운 책장 사이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의 조카가 찾아오는데 곧 떠난다.
난 영화를 보는 눈이 없다.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7280
집에 돌아와 자고 광주에 온 아이들을 보낸 바보가 힘들다고 데리러 오란다.
난 투덜대며 그를 데리러 차를 끌고 소태 영암마트 앞으로 간다.
난 참 옹졸하다. 그의 수고를 위로할 줄 모른다.
저녁에 택시를 불러 풋고추와 옥수수를 싣고 쌍촌동 운천역 2번 출구 옆으로 간다.
맥주집까지 들러 취한 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