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한결같은 정답은 없다.
우리는 개그 프로그램 중에 박성광이라는 개그맨이 외치는 “일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라는 발언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그땐 참 공감이 가는 발언이었지요.
세상은 온통 일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양 난리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했어요.
그것은 티브이 조선에서 방영하는 미스·미스터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이지요.
이 경연프로그램이 아이러니하게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탑7이라는 덩어리를 모두 영광스럽게 묶는 후속 프로그램에서 띄우면서 7인이 동시에 스타에 등극하는 새로운 방식의 규칙이 안착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세상의 변화를 느낍니다.
사실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느꼈던 것이지요.
굳이 줄을 세우지 않지만, 그 뒤를 따르는 2등부터 쭉 셀 수 없는 등수까지도 나름의 길은 있고 우린 우리에게 매겨진 등수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니까요.
흔히 학력고사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한 사람이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아직도 일등으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도 않잖아요.
잠시 찰라 만이 그를 기억하고 세상에 우뚝 선 사람인 양 난리를 피우는 것은 언제나 군중의 심리를 자극하는 언론이라는 개체가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어떤 분야에서 1등은 대단하지만, 그 외 사람도 대단한 것은 틀림이 없을 겁니다.
잘난 놈이 있으면 못난 놈이 있듯이 혼자인 세상은 사실 의미가 없을 뿐이고 등수의 매김도 일어날 수 없으니 말입니다.
태어나서 우린 등수 때문에 고통받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사실 개그맨이 외쳤던 그 얘기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마다 쓰일 곳이 따로 있으니 일등이 아니라고 해서 기죽을 필요도 없고 못난 놈이라고 자학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1등인 친구가 제일 잘나고 출세하고 멋있고 돈도 제일 많이 벌었을까요?
내가 살아보니 단 하나 공부만 잘해 1등이었고 얼굴 생김새는 다른 사람이 1등이고 달리기는 또 다른 사람이 1등이듯이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는 달라서 엄밀히 전부를 등수를 매긴다면 모두가 1등이 되더라는 얘기예요.
그러니 어떤 분야에서 내가 1등이 아니라고 해서 기죽거나 풀죽은 얼굴로 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예요.
축구선수 중에 1등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축구라는 경기는 11명이 있어야 하는 경기니까 1등을 제외한 10명의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아무리 혼자서 잘났다고 뻐겨도 사실 소용이 없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새롭게 변형되어 세상에 나타난 것이 탑7이라는 단체지요.
그들을 굳이 편의상 서열을 매겼지만 같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단체로 공연을 함으로써 동료애와 동질성을 가지게 되고 혼자보다 여럿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체를 만든 것이 탑7이라는 것 아니겠어요.
아이돌 그룹은 여러 명이 각자의 파트를 전담하여 끼를 드러내듯이 각자의 주특기는 살려주고 여럿의 조화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운 조화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린 잘 알고 있잖아요.
돌멩이 하나 작은 풀뿌리 하나도 유용한 곳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자존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굳건하게 살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어떤 이는 세상 사람과 대화를 단절하고 은둔하여 생활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괜히 세상 사람을 미워해 아무 상관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적개심을 가져 사고를 치기도 하니 무섭지요.
사회의 시스템이 바뀐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변화가 아닐까 해요.
굳이 경연에서 1등을 하지 않아도 흔히 말해 탑7에만 들어도 알려지지 않아 애태우던 과거는 순식간이 사라지고 스타로 등극하여 신나게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꼭 이것만 그런 것은 사실 아니에요.
모든 분야에서 1등이 아니라고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인생을 짧은 듯하지만 사실 긴 시간 동안 살아가요.
그러니 지금은 내가 2등 혹은 그 이하이지만 언제까지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누군가 친구 중에 돈을 제일 많이 가져 일등 부자가 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세요.
그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누가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봐요.
쉽죠?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일등은 별의미가 없어요.
스스로가 일등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일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에서 당당하게 1등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지요.
나이를 먹고 익어간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늙어가고 썩어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익어간다는 것은 향기를 듬뿍 가져야 하잖아요.
벼는 고개를 숙이고 과일은 단맛과 향기를 품는 것을 우리는 익어간다고 표현하듯이 인간도 마찬가지겠지요.
돈만 많이 가졌다고, 높은 곳에서 권력을 가졌다고 익어간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권력에 눈이 멀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도 수없이 봐 왔고 세상에서 2등 가라면 서러울 만큼 많은 부를 가졌지만, 그 형성과정이 부끄러워 고개 들지 못하는 인간도 존재하듯이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인생을 살아왔는지, 살고 있는지에 대한 자존감이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 해요.
나는 익어가는가? 아니면 늙거나 썩어가는가?
한 번쯤 살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판단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인생은 만족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돈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고, 아무리 권력을 가졌다 해도 그 권력이 영원할 수 없으니 올곧지 아니하면 결과는 반드시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봐 왔으니 너무 잘 알잖아요.
화무십일홍이라는 얘기가 참 멋있는 것 같아요.
꽃은 10일을 넘기지 못해요.
그러니 시들고 시들면 벌도 나비도 찾아오지 않잖아요.
인간도 권력이나 부(富)도 잠깐 자신을 행복하게 할 뿐 자존감이 사라지면 한낱 춘몽과 같은 거라는 얘기예요.
누가 일등일까요?
부자, 권력자?
당연히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은 알 수 있듯이 그저 평범한 그래서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만족감이 충만하여 행복한 모습을 하고 사는 사람이 사실은 일등이에요.
걱정과 근심이 없고 욕심이 없으면 사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어요.
굳이 사후에 천당이나 극락에 갈려고 용쓰지 않아도 만약 그곳이 존재한다면 자연스레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흔히 나이 먹으면 아는 것이 많아진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정보나 지식이 많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그런 건 굳이 알지 못해도 세상 사는 데 별로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러니 불필요한 지식을 위해 용쓰지 말고 가만히 세상사는 방법을 바라보면 행복이 뭔지도 삶이 어때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지혜가 많아야 되겠지요.
이것은 대단한 것이지요.
알지 못하면 익어가는 것이 아니고 그냥 늙고 썩어 사그라지는 것이라고 표현함이 옳을듯해요.
세상에 한결같이 찬양받거나 정답이라고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한때는 위대한 분으로 보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이 사라지는 정치가들을 여러분도 기억하실 거예요.
왜 사람들은 혼란스럽게 판단할까요?
그것은 사람이 가져야 하는 자기 마음에 심지가 부실하거나 자기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의 계략이나 꼬드김에 흔들리지 않아요.
그러니 세상을 바라보거나 인간을 판단하는데 막연한 기대감 같은 엉터리는 범하지 않으리라 생각돼요.
요즘 나대는 정치인 중 대부분은 인격장애가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도 눈에 콩깍지가 낀 사람들은 난리를 치면서 왜 좋은지에 대한 자기 생각은 없고 그냥 남 따라 장에 간다는 얘기처럼 떠들잖아요.
세상이 미쳐가는 느낌이 들어요.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아들을 변명하는 부모가 존재하고, 자기 자식은 사랑하면서 남의 자식은 함부로 대하는 참 지극히 못난 부모도 존재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 얼굴을 쳐들고 내 잘났네 하고 떠들고 있으니 세상을 판단하는 것 또한 힘들고 역겨운 일이에요.
가끔은 화가 나요.
왜 이런 세상에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리석은 소망을 가지기도 해요.
세상에 한결같은 정답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러다가 웃게 되죠.
한결같으면 무슨 재미냐고.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한 가지도 일등을 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내가 살아가는 순간 삶의 만족도는 최고인듯해서 혼잣말로 내가 세상에 일등이라고 생각하곤 그냥 혼자서 웃어요.
나이가 들어 좋은 건 굳이 누군가 견주지 않아도 되고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 두면 되는 빈 곳이 듬성듬성 있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여유가 있어 좋아요.
가끔 친구 불러 소주잔 기울이고 흥얼거리며 세상 별거냐고 소리 내 웃을 수 있는 나만의 행복이 오롯이 있어 나는 익어간다고 호언장담하는 어른 됨이 좋아요.
일등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인생의 나이기에 커피 한잔과 겨울의 찬 한 모금의 바람도 안온하게 느낄 수 있는 인생이 일등이라 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