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___정석봉
장미 외 1편
정석봉
귀를 열었다
둑방의 언저리에서
소신공양 올리는
가시는
점점 허공에
빨려들고 있었다
한 말씀으로
두툼한 입술
속의 혓바닥이
몇 장의 업장을
내려놓을 때
한 줄기 불꽃은
꺼지고
그의* 부도탑이 들어섰다
해지고 씨방이
맺히는 것처럼
지하에 묻힌
것에서
솟아오르는 한
소식을 읽는다
어두운 내 속을
찌르는 것이다
* 문수스님은 경북 군위 위천 둑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소신공양을 올렸다.
연
마디마디 어떤
인연으로 묶어놓고 있을까
출렁거리는 설계도를
푸른 압정으로
붙여놓았지만
계획된 일들이
흔들린다
누군가를 동그랗게
바라보는 눈길은
그네를 타기위해
한 발짝 올라서고 있다
다 펼치지 못한
마음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언약한 마음들이
한여름으로 옷자락
날리는 날
푸른 치맛자락에
꽃신을 벗는다
몇 잎의 낙화에
별빛으로 박힌
연밥이 익어간다
캄캄한 연못에는
천년 만년 엮어내는
인연들이
아득히 일식의
그네를 탄다
정석봉 /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으며 2010년 『시안』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