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저울] 01
씬1. JD그룹 앞
빌딩 앞에 급정거하는 승용차와 공무수행이란 글씨가 쓰인 봉고차 십 여대.
씬2. 회장실
흰 바둑돌 하나가 바둑판 위에 탁-- 놓여 지면서.
씬3. 기획조정실
셔츠차림의 직원들, 정신없이 컴퓨터 파일을 지우고, 책상위의 서류를 감추고.
씬4. 특수1부장실
대국을 두는 듯 검은 바둑돌 하나가 바둑판위에 탁 놓여 지면서.
씬5. JD그룹 로비
밀물처럼 달려 들어오는 검은 양복차림의 검찰 수사관들 수십 명과 잠바차림의 디지털증거분석팀원들.
씬6. 회장실
전세가 팽팽한 바둑판 위에다 여유만만, 바둑을 두는 황보회장.
씬7. 기획조정실
문서 세단기에다 문서를 폐기하느라 다급한 직원들 본부장, 컴퓨터 파일을 정신없이 삭제해대며.
본부장 : (스피커폰에 대고) 더 붙잡아! 1, 2분이라도 더!!
씬8. 특수1부장실
검은 돌이 우세한 바둑판 위에다 공격적으로 바둑을 두는 김혁재.
씬9. JD그룹 1층 엘리베이터 앞
직원들, 스크럼을 짜듯 엘리베이터 앞을 가로막고 서서 정수영과 홍건표를 비롯한 검찰수사관들과 팽팽히 대치중이다.
직원1 :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정수영 : (O.L) 계단으로 가! 뛰어!!
씬10. 회장실
소파에 앉아서 기보를 보면서 복기를 두고 있는 황보회장. 그 옆에서 선채로 핸드폰 통화중인 노주명.
노주명 : 이래도 되는 겁니까? 김법관! 기조실도 아니고 전체 사옥입니다! 전 사옥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황보 : (O.L) 대마불사라 ... 안 그래, 노변호사?
씬11. 계단
우르르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검찰수사관들.
씬12. 기획조정실
서류뭉치를 들고 뛰는 직원들 미친 듯이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고 있는 본부장.
벌컥 문 열고 뛰어 들어오는 정수영과 검찰 수사관들.
본부장, 낭패다 싶고...
수사관들, 컴퓨터포렌직 도구로 삭제된 파일 복구하기 시작하면 핸드폰 꺼내 전화를 하는 정수영.
정수영 : 마찰 없이 원만하게 끝났습니다 부장님!
씬13. 특수1부장실
김혁재 : (흰 돌을 확 쓸어 담으면서) 어, 수고했어!
씬14. 서울중앙지검장실
검사장 : (화난) 그걸 문제 삼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김혁재 : 기업 범죄를 엄단하지 않곤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검사장 : 그렇게 자신 있으면 김부장이 직접 총장 면담해서 결심 받든지!
씬15. 검찰총장실
총장 : 상대가 누군지 알지? 세계적인 기업에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야. 가다말거면 아니 간만 못해.
김혁재 :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그런 김혁재의 결의에 찬 얼굴이 CU되면서.
씬16. 오피스텔 (N)
이제 막 그 김혁재의 사진을 붙이는 준하.
그 모습에서 카메라 빠지면, 한강다리의 야경이 보이는 유리창에 사진들과 신문기사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은지의 얼굴 위로 ‘신림동 토킹바 알바생 살해당해’ 빛바랜 신문기사.
택시에 기댄 채 제임스딘처럼 멋지게 웃고 있는 용하의 스틸사진.
히죽 웃으며 야쿠르트를 쪼옥 마시는 임득수의 사진.
수형복을 입고 법정에서 절규하는 용하의 사진 위로 ‘신림동 옥탑방 살인사건 범인 사형선고’ 신문기사.
축구를 하면서 활짝 웃는 우빈의 사진. 법복을 입고 법대 위에 앉아있는 영주의 고뇌에 찬 얼굴.
긴장된 표정으로 누군가를 훔쳐보는 문학범의 사진.
‘넘을 수 없는 재심의 벽’ 이란 신문기사.
활짝 웃는 우빈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싼 김혁재의 모습이 보이고
정 중앙의 비어있는 공간에, 분노에 찬 얼굴로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붙이는 준하.
신의 저울이 달린 키홀더의 사진이 CU되고 그 저울이 눈을 가린 여신이 들고 있는, 한쪽으로 현저하게 기울어진 저울로 바뀌면서
타이틀 ‘신의 저울’ 떠오른다.
씬17. 신림동 고시촌 전경
자막, 2006년 10월, 제48회 사법시험2차 합격자발표, 이틀 전
이내 핸드폰 벨소리(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요란하게 들리면서.
씬18. 영주의 방
책상위에 놓인 커다란 남성용 숄더백에서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머리를 베개 속에다 묻고 침대에 엎어진 채 잠들어 있는 영주.
앙증맞은 앞치마 차림으로 국자 하나 들고 들어오는 달수.
달수 : ♬내가 산 흔적이랑 남겨둬야지! (벨소리 따라 노래를 불러대며 책상위의 가방 속에서 핸드폰 꺼내) 어라?
우리 딸, 핸드폰 바꿨어?
영주 : (중얼중얼) 아빠아 ... 나, 5부마 ... 5분만 ...
달수 : (핸드폰에 대고) 우리 영주가 아직 비몽사몽인데 ... 누구신가? 누구라고 전해줄까? (사이) 우빈이? 김우빈?
영주 : (발딱 일어나 핸드폰 채 들고) 어머 오빠! 어젠 잘 들어갔죠? 나야 잘 들어 왔죠, 취하긴요! (사이) 바뀌어요?
(제 손에 들린 핸드폰 보고) 어머, 이거 누구 거예요?
씬19. 달수분식 밖
달수분식이란 입간판이 세워진 아담한 이층짜리 분식집 위로.
영주(e) : 악! 오빠 내 가방 절대, 절대루 열어봄 안돼요, 알았죠?
남성용가방 크로스로 매면서 쏜살같이 달려 나오는 영주.
양손에 김밥 하나씩 들고 “야, 영주야, 아침밥, 아침 먹구우우~~” 따라 나오는 달수,
저만치 달려갔다가 후두두 다시 달려와 김밥 하나 확 채 들고 달수의 뺨에 쪽 뽀뽀하고 죽어라 달리는 영주.
씬20. 옥탑방
커다란 가방을 확 뒤집어서 탈탈 터는 학범.
화장실용 두루마리 화장지, 커다란 치약, 칫솔에 생리대에 색색의 형광펜, 볼펜에,
강의테이프, 법전에 먹다 남은 단팥빵, 쥐포까지 쏟아지면.
어이없어서 풀썩 웃는 우빈(전화통화중).
우빈 : 죄송해요 엄마! 어제 너무 늦어서 학범이 형 방에서 잤어요 (사이, 웃으며) 그랬어요? 그 정신에도 전활 드렸나보네!
알았어요 엄마, 곧 갈게요!
학범 : (쥐포 뜯어먹으며) 들었냐? 형소법 2번 문제.
우빈 : 아우 빨리 발표 나야지, 정말 피 말린다, 피 말려!
학범 : 1번도 개판치고, 기댈 거라곤 2번 밖에 없는데... 내가 쓴 거는 정답처리 안된다잖냐! (울먹이며) 그럼, 나 과락이야...
무조건 또 떨어지는 거라구!
우빈 : (O.L) 아우 형 고만 좀 해! 어제두 형 때문에 대낮부터 술 마셨잖아. 발표 앞두고 이런 저런 말 떠도는 거, 하루 이틀이야?
학범 : 으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방을 뛰쳐나가면)
우빈 : (놀라서) 형!!
씬21. 옥탑방 마당
슬리퍼 벗어던지고 난간위로 올라가는 학범. 형! 형!! 불러대며 쫓아 나오는 우빈.
학범 : 말리지마라!
우빈 : (후--- 정말 골치 아픈데)
학범 : 우리 소라 백일 때 시작한 공부야! 우리 딸 앞니가 네 개씩이나 빠지도록 여태 이 모양이라니!!! 도저히 날 용서할 수가 읎다!
영주(E) : (꽥) 오빠아!!!
학범 : 아으 깜짝이야! (확, 치밀어) 자식이 소린 지르구!
영주 : (학범의 옆으로 달려와) 지금 뭐하는 거야? 설마, 죽으려구?
우빈 : 형소법 2번 문제 때문에 인생 쫑내겠대!
영주 : 뚜껑 열어봐야 알지! 작년에 수석한 영준이두 과락만 안 되길 빌었대잖아!
경흰 또 어떻구? 행정법 과락일거라고 대성통곡했는데 행정법 점수가 젤 높았대잖아!
학범 : 꼬시지마라, 나 열 번째야 이젠 정말... 진짜루 법 없는 세상에서 살구 싶다!
여주인(E) : 난간 무너져!!!
팩, 질러대는 소리에 냅다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학범.
저만치 빗자루 들고 씩씩 거리며 서있는 집주인 여자. 그 여자 옆에서 야쿠르트를 쪽-- 마시며 히죽 웃고 있는 득수.
집주인여자 : 돼질려면 방값이나 내구 죽든가! 벨 생쑈를 다하고 자빠졌네.
우빈 :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걱정말구 내려가세요.
집주인여자 : 방 빼! 붙긴 글렀으니까 빼라구! (신경질을 팍팍 내면서 내려가면)
득수 : 그 방 탐내는 사람 딧따 많아요, 어제두 왔다 갔는데... (히히 거리면서 아래로 내려가면)
학범 : 아으으 나, 저 모자 얄미워서라두 뺀다, 빼! 이번 셤 떨어지면 당장 뺀다구!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우빈 : (영주에게) 가방은?
영주 : (어깨에 맨 가방 풀어주며/머쓱) 이게 왜 날 따라왔지?
우빈 : (받으며) 쥐포는 형이 먹었다.
영주 : 네?
우빈 : 간다! (큰소리로) 갈게 형!
내려가는 우빈의 등 뒤로 오빠아, 가방 열지 말랬잖아아아!! 소리 지르며 옥탑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영주 보이면.
풀썩 웃는 우빈의 모습에서.
씬22. 고시원 쪽방
서너 칸 정도의 고시원 쪽방이 부감으로 보여 지고
의자를 책상에 올려놓고 그 책상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잠든 고시생과 헤드폰을 끼고 혼자서 몸부림 치며 춤추고 있는 고시생 사이,
중간의 쪽방에 앉아서 모의고사 문제지를 채점하고 있는 준하.
이내 준하가 있는 고시원쪽방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다섯 개의 빨대가 꽂힌 야쿠르트를 등에 숨긴 채 살금살금 다가가 준하의 뺨에 살짝 대는 은지.
아, 차거! 깜짝 놀라는 준하의 코앞에 야쿠르트를 내밀면
장난스럽게 씨익 웃으면서 맨 끝의 야쿠르트를 쭉-- 마시는 준하. 역시 장난스런 미소로 다른 한쪽을 쪼옥 마시는 은지.
서로 시합이라도 하듯 서둘러 쪽쪽 마셔대다가 은지, 키득거리며 가운데 하나 남은 빨대를 황급히 물려는데
그 입술에 쪽 -- 뽀뽀를 하는 준하.
씬23. 고시원 전경
‘심봤다 고시원’이란 낡은 현판이 붙은 대문을 밀치고 나오는 두 사람.
은지 : 십 년 째 고시공부 하는 장수생이 쓰던 방이래.
준하 : (미소로) 얻을 필요 없대두!
은지 : 필요 없긴! 코딱지만한 쪽방에서 고생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오빠두 그 옥탑방 좋아했잖아!
준하 : (웃으며) 글쎄 필요 없대두!
씬24. 2인용 병실
노환자를 돌아 눕히는 준하와 은지. 환자의 등을 물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주는 강경댁.
은지 : 보증금도 싸구요, 신림동에서 그만한 집 구하기 쉽잖다니까요. 오빠 너무 고집 불통이예요 어머니.
강경댁 : (웃으며) 우리 장남 고집이야 유명하지.
씬25. 달리는 택시 안
운전하는 용하, 조수석의 준하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강경댁과 은지.
용하 : 유명하구말구! 형 아홉 살 땐가? 동네 깡패 상철이가 왜 우리 자전거 부쉈잖아!
강경댁 : 식구들이 그렇게 말려두 상철네 대문 앞에 요러구 쭈그리고 앉아서.
은지 : (O.L) 아홉 살짜리가요?
용하 : 덕분에 자전거 고쳤잖아.
준하 : 그게 어떤 자전건데? 기억 안나?
용하 : 왜 안나? 돌아가시기 전에 아부지가 사주신 마지막 선물이잖아!
지금도 생각나, 마당에서 아부지가 자전거 밀어주시던 거.... 그땐 참 좋았는데....
씬26. 찜질방 (N)
삶은 달걀을 까먹으며 오순도순 모여 앉은 네식구(찜질방 복장).
준하 : 우리 네 식구, 집도 없이 이렇게 찜질방에서 자는 거... 옛말하며 웃을 날... 반드시 올 거예요.
강경댁 : 이게 어때서? 나야 환자 간병하는 사람이니 병원 잠자는 거 당연하고 우리 막둥이야 기사 대기실에서 자면 되구
고시원 쪽방에서 부대끼는 니들이 고생이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자는 것만두 난, 좋기만허다!
은지 : 그쵸 어머니? 우리 이담에 부자되두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찜질방에서 자요! 네?
용하 : 한 달에 한번이든 열 번이든 일단, 집은 있었음 좋겠네! (은근히) 형!
준하 : (보면)
용하 : (씨익 웃으며) 이번 셤 자신 있지? 그래서 큰 소리지?
준하 : (빙그레 미소)
용하 : 붙었구나, 붙은 거지? 그지? 맞지??
준하 : (용하의 머리칼을 흩트리며) 몰라임마!
용하 : (와락 준하를 안고 뒹굴며) 혀어엉!! 말해봐! 말함 누가 잡아 먹냐? 잡아먹어??
준하 : (하하하 웃어대며) 몰라임마몰라.
강경댁 : (은지의 손을 잡고) 이번엔 되는가 보다!
은지 : (고개를 끄덕여대며, 작게) 어젯밤 꿈에요 어머니! 행운목에 꽃이 활짝 활짝 피는 거 있죠?
강경댁 : (좋아서) 어이구 하나님...!
너른 찜질방 안을 아이들처럼 안고 뒹굴며 웃어대는 준하와 용하. 그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씬27. 찜질방 수면실 (N)
작은 램프 불빛 아래 강경댁과 꼭 끌어안고 잠이 들어있는 은지.
그 강경댁의 등을 껴안은 채, 강경댁의 엉덩이에 다리 하나 턱 걸치고 푸하푸하 코까지 골아대며 자는 용하.
평화로이 잠든 세 사람을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준하의 모습 위로....
송여사(E) : 이번엔 붙어야지, 꼭 돼야지...
씬28. 주방 (N)
식탁위에 찬합을 놓고 어묵, 떡, 만두, 달걀, 송송 썬 청양고추 등등을 싸고 있는 송여사, 외출복 차림으로 거드는 우빈.
송여사 : 그런 생각하지마.
우빈 : 저 괜찮아요 엄마, 마음 편해요.
송여사 : 마음 편하단 녀석이 줄창 술이야?
우빈 : (빙긋 웃으며) 에이 들켰네. 철우는 벌써 연수원 졸업하고 판사임용 받는다잖아요. 큰 이모, 자랑이 장난 아니실 텐데....
(애교스럽게) 울 엄마, 속상하실까봐 그게 스트레스죠.
송여사 : 엄만, 너 고시 붙는 거 하나도 안반가워!
하며 찬합을 가방에 넣고 주방을 나가면 따라 나가는 우빈.
씬29. 거실
한쪽벽면에 김혁재와 송여사, 우빈의 다정한 가족사진 붙어있고 중앙의 낡은 TV에서 마감뉴스가 한창이다.
이내 거실로 나오는 송여사와 우빈.
우빈 : 전 되고 싶은데요?, 아부지같은 검사, 할아버지같은 법조인!!
송여사 : 뭐가 좋아서? 제대로 쉬기를 해, 돈을 많이 벌어?
할아버지 봐, 아무리 평판 좋은 판사셨어도 병나서 쓰러지시니까 뭐 남어?
순간, TV화면이 앵커로 바뀌면서
앵커 : JD그룹의 5000억원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내일 오전 10시 황보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소식
송여사 : (리모콘으로 TV를 아예 꺼버리면)
우빈 : 엄마!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아버지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송여사 : 그 중요한 일 왜 꼭 니 아부지가 해야 하니?
우빈 : 말씀은 그러시면서 왜 번번이 야식은 챙기세요?
송여사 : 그거야 (말문이 막혀 빙그레 웃으면)
우빈 : 거보세요!
송여사 : 늦겠다. (찬합을 가방에 넣고, 다른 가방 내밀며) 이건 아부지 속옷!
우빈 : (웃으며) 다녀올게요!
씬30. 서울중앙지검 앞 (N)
웅성웅성 모여 있는 기자들을 스쳐 가방을 양손에 들고 로비로 뛰어들어가는 우빈.
씬31. 특수1부장실
정수영과 홍건표가 널찍한 책상에 마주 앉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은 화를 내고 있고, 홍은 일관되게 모른다고 대답중이다)
젊은 검사 4명, 그 주위에 서서 사뭇 긴장한 채 지켜보고 있다.
그 모두를 지휘하는 김혁재까지 노타이에 와이셔츠의 팔을 걷어 부친 차림이다,
방안의 열기가 뜨겁게 전해지는 그 모습 위로.
기자(E) : 검찰은 황보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는 물론, 경영권 승계과정의 각종 불법행위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정수영 : (핏대 선) JD야말로 황제경영!! 회장님 뜻대로 움직이는 기업 아닙니까? 근데 전혀 모르셨다구요, 이게 말이 됩니까??
홍건표 : (차분하게) 우리 기업이 계열사만 50개요, 게다가 전 세계 사업본부가 수백 개인데,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해요?
김혁재 : 잠깐!
정과홍 : (보면)
김혁재 : 정검! 공을 너무 앞질러 차지 마! 뺏기면 감당이 안돼! 신중하게, 응?
정수영 : (머쓱)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홍건표 : 나야 그래도 various하게 대답하지 실전에선 그런 적 없다! 모른다! 기억 안 난다, 뻔할텐데 어떻게 참으려구?
정수영 : 원래 우리 증씨가 피가 뜨거워! 범법잘 보면 피가 끓는 걸 어쩌냐?
김혁재 : 선입견부터 버려! 피의자한테 공정해야 하는 거 기본이야!
정수영 : (쩝 ...) 알겠습니다, 부장님.
하는데 똑똑 노크소리 나고 들어서는 우빈.
김혁재 : 자, 블라인드 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이 난 얼굴로 벌떡 일어나는 정과 홍 검사1, 창문의 블라인드를 쫘르륵 내리면.
씬32. 서울중앙지검 건물 밖 (N)
카메라 앞에서 뉴스 진행 연습을 하고 있는 기자1과 카메라기자.
기자1 :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특별수사팀이 있는 10층 방 대부분은,
10층 방 대부분은 불이 환하게.
카메라기자 : (검찰청 건물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어? 왜 저러지? 갑자기 블라인드를 치는데?
기자1 : 이 밤중에? (돌아보고) 혹시 별동대 뜬 거 아냐?
카메라기자 : 별동대?
기자1 : 몰라? 국정원보다 더 빠르다는 황보회장의 정보팀! 소환 앞두고 특수팀이 뭐하나... 어디서 도청이라도 하는 거, 아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10층을 쳐다보는 기자들의 모습에서.
씬33. 특수1부장실
삐딱하게 틈이 벌어진 낡은 블라인드에서 카메라 PAN하면.
신문지가 깔린 소파 테이블 주위에 모여 앉아 2개의 등산용 버너 위에다 라면을 끓이고 있는 검사들.
(김혁재와 정과 홍이 한 팀이고, 젊은 검사들이 다른 한쪽에서)
우빈 : (찬합에서 만두, 떡, 어묵 등을 냄비에 쏟으며) 청양고추도 넣을까요?
정수영 : 너너 다 넣어!
홍건표 : 아 형, 나 매운 거 못 먹잖아!
정수영 : 야, 스프쪼가리만 백날 넣어봐라, 칼칼한 맛이 나나.
우빈 : (청양고추 넣으면)
정수영 : (후루룩 휘저어 국물 한번 떠먹고) 카, 내가 이 맛에 산다! 부장님 제가 이 맛에 삽니다요!
우빈이두 빨리 이 맛을 알아야지?
우빈 : 예, 그럼요!!
정수영 : (반가워) 이번엔 붙을 거 같애?
홍건표 : 눈치두 읎이, 걸 왜 물어?
정수영 : 아, 형사3부장님 아들, 검사 임용이 코앞이라잖냐.
홍건표 : (김혁재의 눈치를 보며) 그만해.
정수영 : 뭐가아? 아, 부장님도 늦게 붙으셨어!
홍건표 : (하여튼 눈치라곤!) 부장님 정도면 늦게 되신 것도 아니지!
김혁재 : (웃으며) 인석이 날 닮았어! 서울법대는 턱, 들어가 놓고 고시는 맨날 미끄러져!
홍건표 : (재빨리) 그게 다 내공이 쌓이는 거죠, 내공이!
김혁재 : 이제야 아버지 심정이 이해가 돼.
우빈 : 할아버지가 왜요?
김혁재 : 고시에 세 번, 네 번, 다섯 번! 떨어질 때마다 매번 그러시더라구.
일동 : (보면)
김혁재 : 한번만 더 해보자!
홍건표 : (O.L) 그 한번만이 부장님을 만드셨군요.
우빈 : 저, 포기 안 해요 아버지! 제가 누구 아들인데요!
김혁재 : (미덥다, 웃어주고) 어서 먹어들!
젊은검사들 : 부장님, 맛있게 먹겠습니다!!
김혁재 : 자고로 검산, 이 라면 맛을 알아야 진짜 검사야!
정수영 : 그럼요! 밤새고 나면 설렁탕 곰탕도 안 멕히잖아요. 청 앞에 태화루 있잖습니까?
아침부터 짜장면 시킨다, 하면 그 방 검사 밤샜구나! 척 안다는데요?
김혁재 : 짜장탕, 먹어봤어?
정과홍 : 짜장탕요?
김혁재 : 나, 옛날에 조폭 수사할 때 밤을 꼴딱 새고 아침 열시에 짜장면 한 그릇 시켰는데 한 젓가락 막-- 뜨려는 순간,
부장이 부르는 거야. 이차저차 둬 시간이 지나서 와보니 면이 완전 굳었더라구.
우빈 : (흥미롭다) 그래서요?
김혁재 : 주임이 다시 시켜주겠다는데, 배가 어찌나 고픈지 참을 수가 있어야지.
정수영 : 짜장면을 와작 베어 먹으셨군요.
김혁재 : 베어 먹긴! 뜨건 물 한 사발 붓고 휘이 저어먹었지! 근데 그 맛이 일품이야! 국물 맛이 끝내줘!
일동, 푸하하하 웃으면 함께 마주보며 웃는 김혁재와 우빈의 모습에서.
씬34. 거리 (새벽)
따르르릉 파란 자전거를 타고 푸른 새벽거리를 달리는 준하. 그 준하의 등에 얼굴을 묻고 마냥 행복한 은지.
씬35. 버스정류장 (새벽)
버스정류장 앞에 도착해서 자전거 브레이크를 밟는 준하. 폴짝 뛰어내리는 은지.
준하, 자전거를 한쪽에 세우면.
은지 : 오늘 같은 날, 꼭 일 나가야겠어?
준하 : 3시 발표야, 그때까지 우두커니 있음 뭐해?
은지 : (준하의 목소리로) 내가 일당이 을만데?
준하 : (풋, 웃으며 점퍼 앞섶을 활짝 열면)
은지 : (폭 안긴 채 고개 들고) 오빠, 우리 그 옥탑 방 못 얻으면 고시원 쪽방 합치까?
준하 : 좁아서 어떻게 자려구?
은지 : 이렇게 포개 자지?
준하 : (예뻐서 은지의 볼을 꼬집으며) 으이구~~
은지 : (행복해서) 아~~~ 아포아포!
준하 : (쪽, 은지의 입에 뽀뽀를 해버리면)
은지 : (부끄러워 점퍼 속에 숨으며) 누가 봄 어쩌려구?
준하 : (힘있게 껴안으며) 장차 내 어부인이 될 사람인데 뭐 어때?
은지 : (행복에 겨워) 난 오빠 떨어져두 정말 상관없어, 그러니까
준하 : (O.L) 돈 아낀다고 점심 라면으로 때우지 말고 꼭 밥 먹어! (은지의 상처투성이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미싱 돌릴 때 조심하고!
은지 : 아, 보내기 싫다~~ 나두 같이 갈까?
준하 : 공사판을?
은지 : 나 이래 뵈도 내 고향 전주에선 야시장 깡패로 불렸어!
준하 : (웃으며) 그러셔요?
하는데 버스 와서 서면.
준하 : (은지의 이마에 쪽, 뽀뽀하고) 간다!
은지 : (준하의 와락 껴안으며) ... 사랑해 오빠...
준하 : (은지를 힘주어 껴안으며) 걱정마... 나, 안 떨어져!
은지 : (활짝 웃으며 바라보면)
싱긋 웃어주고, 버스로 뛰어가서 올라타는 준하. 벅차게 준하를 바라보는 은지의 모습에서.
씬36. 단독주택 전경 (아침)
씬37. 주방
이제 막 김혁재의 앞에 국그릇을 놓고 마주앉는 송여사.
김혁재 : 우빈인?
송여사 : 어젯밤에 늦게 들어왔어요. 오늘이 발표잖아요, 영 싱숭생숭 한가봐요.
김혁재 : 또 꿨어.
송여사 : 또요? 또 떨어지는 꿈?
김혁재 : 아니, 이번엔 붙었는데 합격이 취소되는 꿈.
송여사 : 세상에 고시 붙은 게 언젠데 여태 그런 꿈을 꿔요? (사이) 설마 당신, 우빈이 때문에?
김혁재 : 어째... 나 때보다 더 떨려...
송여사 : (미소로) 티내지 마세요. 우빈이가 당신 실망시킬까 전전긍긍인거... 아시죠?
김혁재 : 알어, 아니 더 죽겠어!
하는데 “안녕히 주무셨어요” 인사하며 주방으로 들어오는 우빈.
김혁재 : 잘 잤냐? 아들?
우빈 : 네, 아부지! 참, 오늘 황보회장 소환이죠? 파이팅입니다!
김혁재 : 그래, 너두 파이팅이다!
우빈 : (씩씩하게) 네 아부지!
김혁재 : (숟가락 내려놓으면)
송여사 : 그만 드시게요?
김혁재 : 어, 됐어! (일어나 나가면)
송여사 : (우빈에게) 큰 일 앞두면 꼭 저렇게 못 드신다.
걱정스런 얼굴로 따라 나가는 송여사와 우빈.
씬38. 현관
이제 막 신발을 신고 아들을 돌아다보는 김혁재.
김혁재 : (보는)
우빈 : 왜요.. 아부지?
김혁재 : 여보, 우리 아들 참 잘생겼지?
송여사 : (풀썩 웃으며) 그럼요, 누구 아들인데...
김혁재 : (우빈의 어깨를 툭 쳐주고 아웃되면)
우빈 :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
씬3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
포토라인에 서서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황보회장의 모습 위로 기자들 질문 쏟아진다,
한 말씀만 해주시죠, 계열사의 비자금조성을 지시하셨습니까? 불법 경영권 승계과정을 직접 지시셨나요?
황보 : (묵묵부답) ...
기자1 : 회장님, 한 말씀만 해주시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심정이 어떠십니까?
황보 : (스윽 보면)
기자1 : (대번에 주눅 들고)
황보 : (태연히) 모든 의혹은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겁니다.
작열하는 카메라 플래시를 뚫고 본부장과 비서실장. 노주명과 변호사1.2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황보 회장.
씬40. 특수1부장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쳐지고 검사1, 리모콘으로 TV를 끄고 돌아보면
소파의 상석인 중앙에 앉아있는 김혁재.
우백호, 좌청룡처럼 김혁재의 좌우로 앉아있는 정수영과 홍건표 휘하의 검사들, 모두들 정장차림으로 긴장한 채 앉아있다.
이내, 참여계장 방문 톡톡 노크하고 들어와서
검사2 : 방금 특조실에 도착했답니다!
김혁재 : (알았다고 끄덕이면)
정수영 : (긴장된다, 후- 심호흡하고) 다녀오겠습니다 부장님.
신문사항이 담긴 플로피 디스켓을 하나씩 챙겨들고 정수영, 홍건표 자리에서 일어나면.
김혁재 : 알지? 상대가 만만치않아! 일단, 기싸움부터 이겨야돼.
정수영 : 네! 절대로 공을 앞질러 차지 않겠습니다!
홍건표 : 걱정마십시오 부장님! 제가 옆에서 팍팍 브레이크 걸겠습니다!
김혁재 : 서계장!
참여계장 : 네, 부장님!
김혁재 : 특조실에 가서 주임검사가 10분 후에 신문한다고 전해.
참여계장 : 예, 알겠습니다. (아웃되면)
정과 홍, 그제야 기선 제압의 의미를 알아듣고 서로 마주보다, 소파에 엉거주춤 다시 걸터앉으면.
김혁재 : (두 눈을 느긋하게 감고) ....
씬41. 특조실 밖 복도
긴장된 얼굴로 복도를 걸어오는 참여계장 마침내 특별조사실 앞에 와서 심호흡 가다듬고 똑똑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특조실 문 닫히고 한 3초쯤? 놀란 얼굴로 뛰쳐나와 마구 복도를 달리는 참여계장.
씬42. 특수1부장실
째깍째깍, 초침소리마저 태풍소리처럼 들리는 정수영과 검사들 홍건표 역시 사뭇 긴장해있고
김혁재만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노크도 잊은 듯 왈칵 문 열고 들어오는 참여계장. 검사들, 일제히 쳐다보면.
참여계장 : (당황해서) 저, 저기
일동 : (보면)
참여계장 : 부장님!
김혁재 : 뭔가?
참여계장 : 트트트특조실에...
씬43. 특조실 밖 복도
굳은 얼굴로 복도를 걸어오는 김혁재 그 뒤, 좌우를 따르는 정수영, 홍건표, 역시 사정없이 굳어있다.
특별조사실이란 문패가 보이는 문 앞에 오자마자 왈칵 문 열고 들어가면.
씬44. 특조실
편안한 운동복차림으로 머리에 흰 수건을 질끈 동여맨 채 10평 남짓한 조사실을 달리고 있는 황보 회장.
그 뒤를 와이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따라 달리는 본부장과 비서.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김혁재와 정수영, 홍건표.
노주명 : (반갑게) 김부장! 오랜만이오.
김혁재 : (차분하게)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노주명 : 모르시나? (옆의 변호사에게) 김변, 말씀 안드렸어?
김변호사 : 회장님께선 지병인 당뇨를 앓고 계십니다.
이렇게 땀을 안 빼주시면 혈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시지요.
정수영 : (욱해서) 이게 말이 됩니까? 조사를 받으러오셨으면
김혁재 : (스윽 쳐다보면)
정수영 : (참는)
노주명 : 워낙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분이라.... 오전에 한 시간씩은 뛰시는데
하필 검찰에서 이 시간에 소환하시니 도리가 있어야지요.
김혁재 : (황보를 보면) ....
황보 : (김혁재를 무시하고, 열심히 달리며) 하나, 둘!
본부장비서 : (따라 뛰며) 셋, 넷!!
황보 : 하나, 둘!
본부장비서 : 셋, 넷!!
김혁재 : (잠시 보다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어, 서계장! 특조실에 생수 좀 갖다드려!
정수영 : (욱) 부장님!!!
홍건표 : (뜨악하고) ?
김혁재 : (시계를 보고) 11시 10분에 신문 시작하겠습니다!
황보 : (달리며) 양해를 해주시니 고맙소이다!
김혁재 : (스윽 보고) 가지.
돌아서는 김혁재, 아웃되면 욱--- 뻗치는 심정으로 황보와 노주명을 쳐다보는 정수영. 그의 팔을 잡아끌며 아웃되는 홍건표.
너무 싱거운데? 싶은 표정으로 김변을 향해 웃는 노주명. 이내 핸드폰 진동으로 울리면, 액정화면 확인하고.
노주명 : 오, 윤검사장!
씬45. 서울지검장실
책상에 앉아 핸드폰 통화중인 지검장(자막, 서울중앙지검장 윤태섭)
지검장 : 차도 한잔 대접해 드리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노변호사님! 회장님 심기는 좀 어떠신지 ....
씬46. 특조실
노주명 :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꿔드리고 싶어도 당뇨 때문에 지금 뛰고 계셔서...
씬47. 서울지검장실
지검장 : 뛰어요? 특조실에서 말입니까??
씬48. 특조실
노주명 : 김혁재 부장께서 이렇게 순순히 협조를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씬49. 서울지검장실
지검장 : 아니 그 깐깐한 김혁재가 순순히 물러났단 말입니까? (허허허 웃다가) 불편한 게 있으시면 언제라도 연락주십시오.
(사이) 아 네 ... 네, 알겠습니다. 그럼 또 연락드리지요. (핸드폰 끄고, 비식 웃으며) 역린을 건드려? 제 놈이??
씬50. 특수1부장실
이제 막 부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혁재. 부장님! 열 받은 얼굴로 불러대며 따라 들어오는 정수영. 그 뒤의 홍건표.
정수영 :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 검찰 알기를 먹던 떡으로 알아도 유분수지 서울지검 특조실에서 뛰다뇨?
이건 우릴 완전 개무시하는 겁니다, 개무시!
김혁재 : (양복 윗도리를 벗어 옷걸이에 걸면)
홍건표 : (김혁재의 눈치를 살피며) 심기 건드려서 좋을 거 없잖아, 형! 편의 봐주면 아무래도 신문할 때 협조적이겠지.
정수영 : 우리가 은제부터 협조 받아서 수사했어??
홍건표 : 이 시간에 꼭 뛰었대잖아, 규칙적인 생활이야 나쁠
정수영 : (버럭) 야!!!
홍건표 : (얼른) 부장님, 정말 1시간을 기다리실 겁니까?
정수영 : 신문사항이 천개가 넘습니다, 천개가 넘어요!!
김혁재 : 바둑이나 한판 둘까?
정수영 : (입이 딱 벌어지는)
(시간경과) 김혁재, 진지하게 홍건표, 아주 심란한 얼굴로 바둑을 두고 있다.
증기 기관차처럼 터지려는 콧김을 애써 참고 있는 정수영. 정적만이 감도는 사무실에 탁, 탁, 바둑알 두는 소리만 들리는데
벽시계를 힐끔 쳐다보는 정수영, 11시 8분을 향해 가는 초침 재깍, 재깍,
마침내 11시 9분을 가리키는 순간 바둑알을 탁! 바둑판에 내려놓고.
김혁재 : 어때? 졌지?
정수영 : (조급해서) 부장님!!
김혁재 : (벌떡 일어나며) 가지!
씬51. 특조실 밖 복도
폭주 기관차 같은 표정의 정수영과 연신, 김혁재의 의중을 파악하기 바쁜 홍건표를 거느리고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오는 김혁재, 마침내 특조실 방문을 왈칵 열면
씬52. 특조실
아예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황보 회장.
정수영, 확!! 뻗쳐서 한걸음 나아가려는데
노변호사 : 아, 아까 말씀을 다 못 드렸습니다. 운동을 하신 뒤에는 20분씩은 꼭 쉬어 주셔야한다는데... 이거 어쩌면 좋겠습니까?
황보 : (느긋하고) ....
김혁재 : 그러시지요.
정수영 : 부장님!!!
홍건표 : (놀라서 김혁재를 보는) ??
노변호사 : 이렇게 양해를 해주시니 고맙기짝이 없습니다.
두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돌아서는 김혁재. 기막혀 따라가지도 못하고 김혁재와 황보를 번갈아 쳐다보는 정과 홍.
김혁재, 두어 걸음 가다가 문득 돌아서서.
김혁재 : 아, 저희도 한 가지 말씀 못 드린게 있습니다. 특조실은 피의자가 들어선 순간부터 모든 게 녹화됩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어떻게 신문을 받으셨는지 녹화 테잎을 기자실에 내려 보내겠습니다!
황보회장 : (감은 눈이 꿈틀) ...
노주명 : (내심 당황)
김혁재 : 오늘밤 뉴슨, 대통령께서도 흥미롭게 지켜보시겠군요.
김혁재, 그대로 돌아서나가려는데 으핫핫핫 웃어대며 일어나는 황보회장.
김혁재 : (보면)
황보회장 : (다가와 손을 내밀며) 명성은 익히 들었소이다, 김부장!
김혁재 : (그 손 마주잡으며) 의자에 앉으시지요.
황보회장 : (너털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의자에 앉으며) 이 나이가 되면 뭐니 뭐니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예요!
만사 제쳐두고 건강부터 챙기게 되지요.
김혁재 : (미소로) 회장님에 대한 영장을 곧 청구할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지요.
황보회장 : (내심 꿈틀하지만 여유있게)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데 봐드릴까요? 관운이 어떠신지..?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김혁재의 얼굴에서.
씬53. 서점 앞
합격자 명단이 붙은 방 앞에 벌 떼처럼 모여 있는 사람들 그들을 비집고 잠깐만요 잠깐만요, 들어오는 영주.
이미 추리닝 차림의 누구는 됐다아----!! 울면서 거리를 뛰쳐나가고 학범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리고
20대 여자는, 핸드폰 통화로 “엄마 우리 이제 고생끝났어, 오빠 됐어” 울먹여대는데.....
마침내 방 앞에 서는 영주의 긴장된 얼굴에서.
씬54. 독서실 옥상
저 아래 서점을 바라다보며 서있는 두 남자.
전원이 꺼진 핸드폰을 손에 쥐고 긴장해 있는 준하. 저만치 꺼진 핸드폰을 손에 쥐고 역시 긴장해 있는 우빈.
준하 : (식은땀까지 흐르고)
우빈 : (입술이 마르는데)
마침내 핸드폰의 전원을 켜는 준하 기다렸다는 듯 울리는 전화벨 소리.
준하 : (붙었다싶어) 여보세요?
우빈(E) : 확실해?
준하 : 여보세요??
우빈(E) : 수험번호까지 확인했어?
준하 : (등 돌리는) ....
우빈 : (흥분) 됐단 말이지? 이 동넬 떠나도 된단 말이지??
준하 : (참담해지는) ....
우빈 : 고맙다, 야 메시지 들어온다, 끊자!
그제야 자신의 폰을 보는 준하, 조용하기 그지없는데 연신 메시지 도착 알림 음이 울리는 우빈의 폰.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며 정말 됐구나... 싶어 기뻐하던 우빈, 조용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준하를 본다. 떨어졌구나 싶고....
참담한 얼굴로 핸드폰 호주머니에 넣고 옥상을 걸어 나가는 준하...
우빈,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우빈 : 저기요!
준하 : (가는) .....
우빈 : (뛰어오며) 저기요!!
준하 : (멈추고 보면)
우빈 : (뭐라 위로를 할까?) 저... 저기 (황급히 호주머니 뒤져 낡은 스톱워치를 내밀며) 아시죠? 그 속설!
준하 : (보는)
우빈 : 합격한 사람이 쓰던 물건을 갖고 있으면.... 다음 해엔 꼭 붙는대요. (준하의 호주머니에 스톱워치를 넣어주며)
내년엔 꼭 붙을 거예요!
준하 : .....
우빈 : 힘내요!
참담한 심정의 준하, 황급히 우빈을 스쳐 지나가면 우빈 역시 울어대는 핸드폰을 받기 위해 준하를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스치는 두 남자의 모습에 스틸이 걸렸다 풀리면서.
우빈 : 어, 영주야!
씬55. 신림동 거리 + 독서실 옥상 (화면 반으로)
영주 : 오빠, 축하해요축하해요!!
우빈 : 넌? 너두 됐어?
영주 : 저야 당근, 떨어졌죠.
우빈 : 얌마, 떨어진 녀석 목소리가 왜 이렇게 붕붕 떠?
영주 : 저야 생동차잖아요! 이번엔 그냥 2차가 어떤 건가 분위기 파악만 했어요. (장난스레) 저, 셤 보는 내내 난 쳤거든요.
얼마나 잘 그렸는지 감독관이 답안지 갖고 싶어했어했다니까요.
우빈 : (웃으며) 하여튼 법대 명물이야! 전화 들온다, 그만 끊자!
영주 : 잠깐만요잠깐만! 축하파티 해야잖아요! 7시에 디케, 아시죠? 꼭 와야 돼요, 꼭요!
우빈 : (웃으며) 알았어 임마!
영주 : (활짝 웃으며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걸어) 할아부지! 다 만드셨어요?
씬56. PC방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실내 다급하게 실내를 뛰어 들어와 빙 둘러보는 준하.
그 중의 한 PC 화면에 법률저널사이트의 합격자명단이 떠있다.
황급히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이름을 찾는 준하. 이내 확연히 보이는 ‘장준하’ 란 이름.
준하, 기적을 본 사람처럼 놀란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이름 확인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앉아서 화면을 봐도 역시 ‘장준하’란 이름 보이면.
준하 : (옆 사람에게) 저, 잠깐만요!
고시생 : (보면)
준하 : (다급하게) 여기, 이거, 합격자 명단 맞죠? (명단에 뜬 제 이름 가리키며) 이거 한번만 읽어주실래요?
고시생 : 그거 낚시예요.
준하 : 예?
고시생 : 1차 명단이라구요.
준하 : 뭐, 뭐라구요?
고시생 : 몰라요? 발표 날이면 사이트에다 이런 장난질 치는 새끼들 있잖아요.
황급히 모니터 확인하면 제48회 1차 사법시험 합격자명단이란 글씨 맨 위에 보인다.
털썩 주저앉는 준하, 충혈된 눈에 불쑥 눈물이 고이는데 ....
씬57. 택시회사 배차실
뻗치는 심정으로 왔다갔다 ‘우리 형’ 클릭해서 다시 전화를 거는 용하. 신호음 아무리 가도 받지 않자 휴지통 뻥-- 차버리면
소파에 길게 누워, 아직 술이 덜 깬 박씨.
박씨 : 아 자식 .... 지랄두 ... 대타나 뛰어! 술 깨면 연락 할 테니까!
용하 : (소파위에 벗어놓은 파카를 집어 들며) 사납금 형이 채워! 나 놀다 올거야!
배차실 문 왈칵 열고 아웃되는 용하.
씬58. 병원 내 식당
테이블 위에 설렁탕 세 그릇 놓고 아웃되는 종업원.
나란히 앉아 있는 은지와 강경댁. 그 맞은편에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는 용하.
용하 : (은지에게) 연락 안 되지?
은지 : (어머니 눈치보고, 작게 끄덕이면)
용하 : 같이 저녁 먹기로 했음, 떨어졌더라도 나타나얄 거 아냐? 떨어진 게 유세야? 뭘 잘했다고 전화도 안 받어?
강경댁 : 이사는 다 했니?
은지 : 네, 어머니.
용하 : 뭔 소리야?
강경댁 : 어여 먹구, 은지 따라서 신림동에 가봐. 보증금 천에 월 삼십 짜리면 보나마나 고칠 데 투성일거야.
은지 : 그렇잖아두 문짝두 안 맞고 창문도 안 닫혀요 어머니...
용하 : 아, 뭔소리냐니까?
강경댁 : 그 옥탑방 얻었대! 나보다 낫다 은지가.
은지 : (빙긋 웃으며) 어머니, 전요! 오빠가 이제부터 다리 쭉 뻗고 공부할 생각하니까 맘이 참 편해요.
용하 : 너 미쳤냐?
두사람 : (보면)
용하 : 막말로 니가 형하고 결혼을 했어 뭘 했어? 버는 족족 다 털어 넣구, 너 또 적금 깼지? 그거 너 방통대 간다고
징그럽게 모은 돈 아냐? (강경댁에게) 엄마두 그러는 게 아니지이. 엄마 장남 인생만 중요하고, 남의 딸 인생은 개쪽이우?
강경댁 : 뭐야?? 이 눔이.
은지 : (용하에게 눈짓으로 나무라고) 참으세요 어머니! 용하 괜히 저러는 거, 잘 아시잖아요! 어서 드세요!
강경댁 : (애써 참으며) 그래, 어여 먹자, 사먹는 밥이라도 살로 가게 웃자, 웃으며 먹자 우리!
은지 : (환하게) 네 어머니! (설렁탕 속, 고기 덜어 강경댁 국물에 놓아주며) 많이 드세요!
강경댁 : (다시 고기 덜어 은지에게 주며) 펑펑 좀 먹어, 살이라고는 하나두 없어 가지구....
밥을 먹는 두 여자를 바라보다 벌떡 일어나 가버리는 용하.
은지, 걱정스런 얼굴로 용하를 바라보고 강경댁,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데.
잠시 후, 물 컵 두 개 들고 와서 은지와 강경댁 앞에 탁탁 놓아주고 퍽퍽 밥을 먹어대는 용하....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은지의 모습에서...
씬59.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 (N)
철거하다만 흉측한 건물이 달빛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고...
아무도 없는 그 흉흉한 건물, 어느 한쪽에 앉아 있는 준하.... 깊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
마침내 결론을 내린 듯 핸드폰 들고 전화를 건다.
씬60. 병원 로비 (N)
엘리베이터 멎자마자 숨차게 달려 나오는 강경댁 저만치, 자판기 불빛 앞의 의자에 앉아 있는 준하 보이면 불쑥, 눈물이 터진다.
애써 추스르고 서둘러 다가가면.
강경댁 : (준하 손을 붙잡고 자리에 앉으며) 밥은? 저녁은 먹었구?
준하 : (품에서 호떡 꺼내며) 먹었어요, 어머니야말로 제대로 못 드셨죠? 호떡 사왔어요, 좋아하시잖아요!
강경댁 : (받으며) 아직도 따끈따끈하네! 가만, 커피 뺄까? 아니 커핀 잠 안 오니까, 뭐 마실래? (일어나려면)
준하 : (도로 앉히며) 어머니...
강경댁 : (보면)
준하 : 저....
강경댁 : 그래... 말해.
준하 : 저.... 고시.... 그만둘께요.
강경댁 : (보는)
준하 : 죄송해요... 제가 능력이 없어서... 그냥 고향에서 농협이나 계속 다닐 걸 그랬나봐요.
괜히 고시 공부한다고 집 팔구.... 어머니두 용하도 뿔뿔이 흩어져서... 죄송해요, 장남이 이 모양이라서... (우는) ...
강경댁 : .....
준하 : (꺼이꺼이 울며) ...나... 정말 모르겠어요 어머니... 이번엔 정말 자신 있었는데... 붙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더? 어떻게 더 해야... 이러다 제가 미칠 것 같아요 어머니!!!
강경댁 : (담담히) 그래 관둬 그럼.
준하 : (우는) ...
강경댁 : 세상 사는데 필요한 공부했으니 억울하달 것도 없고 한 평에 몇 만원도 안 되는 집 팔았으니 집값 비싼 서울 땅에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거야 당연하고. 농협이야 계약직이었으니 더 다녔어도 언젠간 잘렸을 거구, 너 왜 우니?
준하 : 어머니.... ?
강경댁 : 작년에도 제 작년에도 떨어졌어, 너! 그땐 온 식구가 모여서 삼겹살에 상추 싸서 미어터지게 먹었다.
배부르고, 가슴속에 희망 있구.... 그날, 용하가 너한테 듣기 싫은 소리 한마디나 하든?
준하 : !
강경댁 : 고시? 넌 그게 목표였니? 우리가족의 행복이 목표가 아니구?
준하 : !!
강경댁 : 니 아부지 평생 공사판에서 장씨 장씨!! 이름석자 없이 어른 대접 한번 받지 못하고 가신 분이지만
가족들 앞에선 태산 같은 분이셨다!
준하 : !!!
강경댁 : 니 아부지 살아 생전, 그 양반이 고시 합격해서 우리가 행복했니?
준하 : 죄송해요, 어머니....
강경댁 : 늦었다, 가거라.
그대로 일어나서 병원 로비를 걸어가는 강경댁. 준하, 눈물을 삼키며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후들거리는 심정을 애써 참으며 짱짱하게 걷는 강경댁.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눈물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는 준하....
(시간경과)
텅 빈 로비의 의자위에 덩그마니 놓인 호떡 한 봉지. 그 봉지를 집어 가슴에 품는 강경 댁의 모습에서....
씬61. 호프집 디케 (N)
브라보!! 부딪치는 생맥주 잔에서 화면 빠지면 영주를 비롯한 민태, 후배1.2.3 과 어울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우빈.
그런 우빈(※비니 모자 착용)의 옆에 앉아서 더없이 행복한 영주.
우빈 : 학범이형한텐 연락 안했냐?
민태 : 또 안됐는데 뭐.
우빈 : 안됐어두, 연락은 해줘야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데)
후배1 : 형, 연수원에도 이쁜 여자들 많을까요?
민태 : 아 물론이지, 사법셤을 패스하는 순간! 그 옛날에 박씨부인이 허물 벗듯이 객관적이고 냉철한 껍질이 쫘르르륵 벗겨지고
그야말로 환골탈태!
후배들 : 우와와~~
우빈 : (핸드폰 끄면서/혼잣말로) 전화도 안 받고...
민태 : 게다가 여자 연수생들이 말야 연수원 안에서 파트널 못 구하면 평생 노처녀로 산다고 노골적으로 대쉬한댄다!
후배1 : 우와, 머리 좋고, 전문직에, 성격까지 사근사근한 여자가 들이댄다면?
민태 : (영주를 힐끔 보며) 녹는 거지! 맥주 거품처럼, 요렇게 장렬히!
영주 : (오징어다리를 신경질적으로 씹어대면)
우빈 : (영주가 귀엽다, 쿡 웃는데)
민태 : (영주의 어깨에 턱 손을 두르며) 아, 어뜩하나, 우리 덜렁일? 이 오빠가 아무래도 널 모른 체해야 될 것 같다!
영주 : (오버하는) 어머 오빠! 사랑이 소유물이예요? 고따우 물권법적 사고방식은 버리세요.
간다면 보내드려야죠, 사뿐히 즈려밟고 가쉬라고!!
민태 : 들었냐 우빈아, 걱정안해도 되겠다 야.
우빈 : (민태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어우 이 자식이 장난은~~
민태 : (카카카카 웃어대면)
영주 : (뻘개지는데)
후배1 : (놀래서) 너 민태형이랑 사겨?
영주 : 야!!!
후배1 : 아이쿠 깜짝이야!
영주 : (맥주잔 내밀며) 잔 비었잖아!! 뭐해? 꽉꽉 눌러, 꽉꽉!!
넘치게 부어지는 맥주잔들이 신나게 부딪쳐지면서.
씬62. 옥탑방 전경 (N)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댄다. 옥탑방 창문 안에서 작은 불빛 새어나오고 있고...
마당에 놓인 이삿짐박스를 들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가는 은지, 불어대는 바람에 플레어 스커트자락 속의 하얀 종아리가 드러나면서
그 모습을 저 아래 계단에서 훔쳐보는 남자의 두 눈이 cu되고.
씬63. 옥탑방 (N)
아귀가 안 맞는 창틀을 장도리로 두들겨대는 용하. 이삿짐을 쌓아놓고 바닥에 놓인 법서를 정리하고 있는 은지.
용하 : (짜증으로) 어떤 인간이 살던 방이야? 뭐하나 제대루 딱딱 맞는 게 없네.
은지 : (웃으며) 늦었어, 안 가봐두 돼?
용하 : 나 오늘 오프야, 대타 뛰는 거라구! (핸드폰 오면) 어, 형! 깼어? (시계 보더니) 알았어, 십 분이면 가!
(장도리 툭 던져버리면서) 여태 뭐하느라고 안 들어오는 거야 대체!
은지 : 기다리다갔다고 전해줄게.
용하 : 들오면 헌집 벽 털듯이 두들겨 패!
은지 : (웃으며) 알았어, 예배당 종치듯이 두들겨 패줄게!
씬64. 골목길 (N)
골목 한쪽에 세워둔 택시에 올라타는 용하.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은지. 이내 부릉 출발하면 바라보다가
종종 걸음으로 골목길을 올라가는 은지 비틀거리는 우빈을 부축해서 걸어가는 영주를 스쳐 지나가면
이내 돌부리에 넘어져버리는 우빈. 어머 오빠? 괜찮아요? 우빈을 일으키는 영주.
우빈 : (일어나며) 괘차나괘차나.
영주 : (우빈의 손에 피나면/놀래서) 힉! 피 좀 봐, 잠깐만요 오빠! (가방속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푹 찢어 닦아주며)
엇따 찔린거야 대체!
우빈 : (욱 토할 듯하면)
영주 : 오빠, 정말 괜찮겠어요?
우빈 : 어, 괘차나...
영주 :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그냥 집에 가요, 택시 태워줄게.
우빈 : 가라니까!
영주 : 그러지말구 내일, 내일 들려도 되잖아요.
우빈 : (손사레 치면서 가라고 재촉하면)
영주 : (곱게 눈 흘기며) 알았어요! 참, (신의 저울이 달린 키홀더 내주며) 합격선물! (호주머니 속에 넣어주며)
이거 내가 특별 주문한거예요. 오빠두 오빠 아부지처럼 멋진 검사되라구! 알았죠?
우빈 : (욱-- 토할 듯)
영주 : 나, 정말 가요? 가도 되겠어요?
우빈 : 가라니까 쪼옴!!
영주 : (입술 비죽이고) 알았어요, 갈거예요!
서운해서 그대로 타타타타 골목길을 뛰어 내려가는 영주. 그런 영주를 바라보다가 욱---- 전봇대 밑에다 토하는 우빈.
씬65. 초등학교 내 공원 (N)
바람이 몰아치는 운동장에 앉아서 소주를 병째 마시고 있는 준하. 문득, 호주머니에서 울어대는 핸드폰.
그 핸드폰 꺼내보면 ‘은지’다. 비명처럼 울어대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준하.
씬66. 옥탑방 마당 (N) + 옥탑방 안
핸드폰을 귀에 대고 신호음을 들으며 이제 막 옥탑방으로 올라오는 은지,
불이 꺼진 옥탑방을 뜨악한 얼굴로 쳐다보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녀의 입을 틀어막는 검은 장갑 낀 손!
기겁한 채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 CU
씬67. 초등학교 내 공원 (N)
이내 벨소리가 끊긴 핸드폰을 바라보다 음성메시지가 와있는 것을 확인하는 준하, 메시지를 듣는 모습위로.
은지(F) : 오빠, 난 오빠만 내 곁에 있으면 돼... 오빠 옆에서 살 수만 있다면... 난 너무 행복한걸!
참, 그 옥탑 방 알지? 오늘 그리루 이사했어! 고시원쪽방으로 가지말구, 옥탑방으루 직접 와, 알았지?
씬68. 옥탑방안 (N)
어둠속에서 반항하는 은지의 입을 틀어막고 사정없이 얼굴을 두들겨 패대는 남자의 뒷모습 플래시처럼 잠깐.
씬69. 옥탑방 계단 + 마당 (N)
비틀비틀 간신히 계단을 올라오는 우빈 마당으로 올라서다 뭔가에 걸려서 넘어져버리면 와장창창 요란한 소리 울리고...
씬70. 옥탑방 안 (N)
바닥에 누운 은지를 거칠게 탐하던 남자(뒷모습)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킨다 싶은 순간
바닥에 떨어진 장도리를 움켜쥔 은지의 손.
씬71. 옥탑방 마당 (N)
악!!! 비명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옥탑 방에서 나와 번개처럼 우빈을 스쳐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뭐지? 싶어서 고개를 돌리는 우빈 불이 꺼진 옥탑 방을 쳐다보더니 왈칵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씬72. 옥탑방 안 (N)
우빈을 향해 장도리를 힘껏 내려치는 엉망인 몰골의 은지.
머리를 맞은 우빈,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넘어지면 다시 한 번 우빈을 향해 장도리를 휘두르는 은지.
우빈 넘어진 채로 법서를 집어 들어 은지의 공격을 막아내고 암흑 속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다가
어느 순간, 아령이 놓인 바닥위로 쓰러져버리는 은지.
우빈, 놀란 심정으로 방 불을 켜는 순간, 옷이 사정없이 찢겨진 채, 상처투성이인 은지가 엎어져있으면
기겁한 우빈, 은지의 옆으로 다가가 “이봐요, 이봐요” 몇 번 흔들다가 질겁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가....
두려운 심정으로 법서를 집어 들어 비닐커버를 와락 벗겨내고
전등 스위치에 남았을 지문을 옷소매로 황급히 문질러 닦고 미친 듯이 도망을 치는.
씬73. 허름한 슈퍼 앞 (N)
졸고 있는 여주인 앞에다 야쿠르트 한 줄을 탁, 놓는 준하.
아예 고개를 푹-- 꺾고 자버리는 여주인 앞에 돈을 내어주고 야쿠르트 한 줄을 들고 나가는 준하.
씬74. 슈퍼 앞 + 골목길 (N)
슈퍼를 나오자마자 욱-- 오바이트가 날듯하면
골목길을 마구 뛰어가 커브를 틀자말자 쓰레기더미에 욱--- 오바이트를 해버리는 준하.
그의 뒤로 미친 듯이 골목을 뛰어 내려가는 우빈의 모습이 보이고.
씬75. 옥탑 방 마당 (N)
툭--- 떨어지는 (야쿠르트가 든) 비닐봉지에서 카메라 빠지면, 얼이 빠진 얼굴로 방안을 쳐다보고 서있는 준하.
휘이잉 부는 바람에 덜컹 옥탑방문이 닫혔다 다시 열려지면 황급히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준하.
씬76. 옥탑방 안 (N)
난장판이 된 방안에 엎어져있는 피투성이의 은지를 껴안고 그녀의 얼굴에 제 뺨을 부비며 울부짖는 준하.
준하 : 은지야, 은지야 정신차려, 은지야 은지야, 은지야?? (외치는)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 없어요-------!!!
이 모든 준하의 절규가 묵음처리 되면서 황급히 호주머니 뒤져 핸드폰 꺼내들면 밧데리가 나간 핸드폰 당황,
패닉 상태로 뛰쳐나가는 준하.
씬77. 골목길 (N)
혼비백산 패닉상태로 골목을 달려 내려오는 준하 문득, 그의 앞을 가로막는 강렬한 헤드라이트!
질겁한 얼굴로 불빛을 두 팔로 가리면 패트롤카에서 내리는 정복차림의 경찰들의 실루엣 보이고
덜덜덜 사시나무 떨듯 두려움에 가득 찬 준하의 그 모습에서 1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