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다룬 작품 출연 꿈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김정원
화이트 테일러드 재킷에 블랙 드레스셔츠, 자연스럽게 워싱 처리된 진과 스니커즈, 보잉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의 모습은 배우나 모델을 연상케 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31)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대표적인 클래식계의 꽃미남이다.
그가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통해 배우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서울 변두리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김지수(엄정화)와 천재 꼬마 피아니스트 윤경민(신의재)의 휴먼 스토리를 다룬 영화에서 그는 경민의 성인 역할을 맡았다. 독일 입양 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내한공연을 하는 피날레 장면에서 김정원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숙연함과 감동을 배가한다.
▶스크린, 배우
1989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최연소 수석 입학한 그의 동기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병우(41)다.
“지난해 가수 정재형씨가 음악을 맡은 영화 ‘오로라공주’ 시사회에 갔다가 (이)병우 형을 2년 만에 만났어요. 제가 해외에 있는 줄 알고 출연제의를 못했다며 감독님을 소개시켜줬어요. 국내에선 처음으로 클래식을 다룬 영화인 데다 연주만 하면 된다고 해서 수락했던 거죠.”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라스트 신은 혹독했다. 성남의 콘서트홀에서 이뤄진 촬영에서 3악장 피날레를 먼저 찍느라 분무기로 얼굴에 물을 뿌려 땀을 만들고, 지친 표정을 짓는 등 ‘연주가 아니라 연기’를 해야만 했다. 촬영을 앞두고 하도 걱정이 돼 엄정화의 자택에서 눈빛과 표정연기 교습 및 리허설을 한 추억도 공개했다.
그는 친한 연예인들이 많다. 정재형·엄정화는 형, 누나하는 사이이고 가수 김동률은 절친한 친구다. 신인 탤런트 이진욱은 동생처럼 아낀다. 김정원의 어머니가 중견 방송작가 이금림씨라 친분을 맺게 된 경우도 있지만 워낙 오픈 마인드의 사교적인 성격 때문이다.
“영화를 보니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도 휴머니즘 자체로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뿌듯했어요.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 장르인 영화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솟구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정원은 기회가 된다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든 크레이머가 주연을 맡은 ‘파가니니’처럼 피아니스트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속내도 끄집어내 보였다.
▶무대,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영화 개봉에 앞서 EMI를 통해 어린 시절 자신을 피아노로 이끌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담은 음반을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이달 말에는 도쿄와 센다이에서 일본 데뷔 콘서트를 한다. 피아니즘이 돋보이는 작곡가 쇼팽과 리스트의 곡을 선택해 섬세함과 남성적 카리스마라는 양면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7일에는 같은 레퍼토리로 나루아트센터 공연을 한 뒤 빈 심포니와 비엔나 뮤직페어라인에서 협연한다. 7월에는 막심 쇼스타코비치가 지휘하는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다. 가을에는 솔로 소품집과 MIK 4중주단의 2집을 발매한다. 그의 음악여정은 충실하고 빠듯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