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가 외지업체들의 ‘잔칫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혁신도시 이전기관들의 신축청사 설계를 서울·수도권 등에 소재한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것.
1일 조달청 나라장터·도내 건축설계 업계에 따르면 12개 이전기관중 현재까지 7곳이 설계용역 발주와 업체 선정을 마쳤다. 농촌진흥청(건물연면적 10만1,354㎡)과 국립농업과학원(6만3,249㎡)·식량과학원(4만3,441㎡)·원예특작과학원(6만654㎡)·축산과학원(3만6,718㎡), 지방행정연수원(4만7,289㎡), 대한지적공사(1만1,297㎡) 등이다.
도내 업체들은 이중 단 한곳에서도 수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 건축설계 사무소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아예 수주전에 참여조차 못했다. 실제 농촌진흥청 식량·축산·원예특작과학원 3곳의 설계용역 입찰에서는 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가 낙찰자(투찰금액 131억7,800만)로 선정됐다. 대한지적공사는 현상설계 공모(8억)를 거쳐 국내 1위업체인 희림종합건축에 설계를 맡겼다. 농촌진흥청(설계비 129억·추정공사비 2,585억의 5%)·농업과학원(81억·1,639억)·지방행정연수원(43억·875억·이상 설계시공 일괄입찰)은 지에스건설·계룡건설산업·동부건설을 각각 시공사로 선정했다.
도내 한 설계사무소 대표는 “ 현상설계에 도전했지만 직원수만 1,000명 이상인 대형업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며 “당시 수도권 대학의 교수들로만 심사위원을 구성해 지역학회에서 항의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는 등 악조건도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타지역 업체들이 500억원(493억·공사추정가 기준)에 달하는 신축청사 설계를 독식중이다. 한국식품연구원과 LH, 한국농수산대학,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곳을 포함하면 발주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외지업체들이 독차지하는 몫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달에는 농수산대학(39억·조달청 설계용역 발주)과 전기안전공사(21억7,000만·현상설계 공모)가 업체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도내 업체들의 향후 수주 가능성도 낮다는 점이다. 대형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 혁신도시사업에서 설계분야는 시공과 달리 ‘지역의무 공동도급’대상이 아닌 탓에 참여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따라서 업체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공동도급 적용이나 지역업체와의 도급시 가점부여(3점) 등을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도내 한 건축설계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축설계 단체·협의회 등이 설계분야의 공동도급 적용을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혁신도시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전북도에서 청사설계 발주를 앞둔 기관들이라도 지역업체의 참여를 보장토록 공문발송 등을 통해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최근 법개정(‘국가계약법 시행령’·‘회계예규’)으로 혁신도시사업이 ‘지역의무 공동도급’대상이 되면서 도내 건설사들은 40%의 지분(4,400억)을 보장받게 됐다”며 “하지만 설계분야는 분할작업이 용이치 않고 하자발생시 책임소재 불분명, 지역업체들의 수행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공동도급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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