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 × 홍석원, 교향악축제
형식을 벗어던진 브람스(feat. 쇱베르크), 부산시향이 완성한 cll it ‘교향곡 5번’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 g단조 Op.25번 (아놀드 쇤베르크, 관현악편곡)
지휘자 : 홍석원
부산시향 / 20260403
예술의전당
🌿 20대 브람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 1악장
지난주에 <슈만> 연극을 보고 와서 그런지,
20대의 브람스가 만든 곡이라고 생각하며 들으니
그의 감정선을 더 따라가게 되었다.
1악장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녹색 풀잎만 봐도
기쁘고 행복한 사랑에 빠진 젊은 영혼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 사람만 떠올려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순간에 가까운...
현악 파트가 깔끔하게 길을 만들어 놓으면,
관악과 금관이 그 위를 따라 하나씩 채워 넣는다.
뚜렷하게 귀에 꽂히는 주제 멜로디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계속 따라가게 되는 흐름이 있다.
원빈과 이나영이 청보리밭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
그 장면의 푸릇푸릇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딱, 그 느낌이었다.
보통 1악장은
뚜렷한 주제를 밀어붙이면서
피날레처럼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곡은 후반부로 갈수록
어두운 쪽으로 기울다가
조용히 가라앉으며 끝난다.
교향곡에서는 자주 접하기 어려운 방식인데,
피아노 4중주라는 원곡의 성격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 이유를 모르는 불안 — 2악장
브람스가 이 곡을 쓰기 시작한 시기는
로베르트 슈만의 죽음 이후와 맞닿아 있다.
클라라와의 관계, 그리고 그 시기의 기억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을 것이다.
2악장은 가벼운데도 묘하게 기시감이 남는다.
불안한데 무엇 때문인지는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라는 가사처럼,
웃고는 있지만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형체가 없어서 더 신경 쓰이는 불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감정과 상태
그래도 완전히 어둡게 가라앉지는 않는다.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옆에서 조용히
‘괜찮다’
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린다.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는 것으로
2악장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 사랑에 빠진 청년의 허세 — 3악장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3악장은
프랑수와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25세 시몽이 자신보다 14살 많은 폴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오케스트라 공연에 데려가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악처럼 느껴졌다.
사랑에 빠진 청년이
조금은 과장된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순간,
그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우리 데이트 코스로 이런 거 준비해봤어. 괜찮지?”
그런 표정으로 그녀와 오케스트라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ㅎㅎㅎ
🎪 형식을 벗어던진 폭발 — 4악장, 집시풍 피날레
4악장은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인상을 준다.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흐름 속에서
리듬이 폭발하듯 이어지는데,
유럽의 서커스단 곡예 장면 같기도 하고
마리오네트 인형극처럼 보이기도
그러다가 플라멩코를 추는 장면처럼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리기도 한다.
변주가 매우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부산시향과 홍석원 지휘자는
이 4악장을 특히 인상적으로 완성했다.
강약을 분명하게 조절하면서도
모든 악기가 동시에 휘몰아칠 때
소리가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브람스를 홍석원 지휘자님이
자신들이 가진 악기를 정말 잘 활용해서
표현해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 곡의 4악장은
‘부산시향만의 시그니처 오프닝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시 듣고 싶은 연주
오히려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부산시향의 연주가 훨씬 인상적이고 좋았다.
다시 공연을 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당장이라도 달려갈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이든, 칵테일을 맛봤을 때
다른 선택지 말고
“이거 같은 걸로 한 번 더 주세요”라고 하게 되는 순간!!
진짜 잘한다는 만족감을 주는
딱, 그런 연주였다.
♠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거기다 마지막에 인사할 때도
환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해주시고,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기다 앙코르곡까지 완벽하게
이런 공연을 보고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