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6. 물날. 날씨: 저녁에 단비가 내렸다.
아침열기-마을신문 준비-씨감자 자르기-영어-과학실험-쑥 뜯기-점심-청소-감자 심기-닭장 만들기-마침회-깊은샘모임
[쑥]
하루 푹 쉰 탓인지 민주 얼굴이 편하다. 텃밭에 뿌린 콩 씨앗이 나오는 걸 어제 뭘 했는지 아이들이 민주에게 이야기를 한다. 마을신문 3호를 준비하려고 마을을 돌면서 그동안 지어진 집들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는데 곳곳에 쑥이 많이 올라왔다. 지난 주부터 모둠마다 쑥을 캐서 튀김과 지짐을 해먹는데 날마다 캐는 쑥 크기가 다르다. 다음주 달날 봄 음식 만들기에 쓸 쑥을 뜯어야 해서 걷다가 쑥을 뜯는다. 지난해 정원이 시에 곡을 붙인 노래 쑥덕쑥덕을 부르면서 그냥 손으로 뜯어 옷주머니에 넣는다. 성범이와 원서는 장난치느라 쑥을 얼마 뜯지 않아서 민주랑 선생이 지난해 산딸기 딸 때랑 비슷하다니 모두가 웃는다. 아침 나절 공부를 일찍 마치고 11시 10분쯤 본격으로 쑥을 뜯으러 간 우면산 무덤가 쑥은 아직도 작은 편이다. 일찍 뜯은 것과 합쳐도 많지는 않다. 학교로 들어와 씨감자를 잘라놓았다. 아침 시간에 모둠마다 돌아가며 씨감자를 자르느라 강당이 분주하다.
[실험]
쑥 뜯기 전에 아이들이 많이 하고 싶다는 과학 실험을 했다. 과학은 관찰과 호기심에 있다고 보는 우리 학교에서는 과학은 늘 교과통합으로 살아난다. 텃밭과 자연에서 늘 살피고 관찰하고 호기심을 북돋는 활동과 물음이 많다. 그래도 아이들은 스스로 자연 현상에서 보는 것과 함께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 관찰할 수 있는 실험을 많이 하고 싶어한다. 물리와 화학 실험을 재미있어 해서 올해 밑그림에 자주 넣기로 했다. 3월에 과학관 다녀온 것에 이어 교실에서 관찰할 꼭지를 만든다. 숟가락 젓가락을 삶아 기름을 먹이면서 삼투압 실험을 시작해서 이번에는 달걀을 이용한 삼투압 현상을 관찰한다. 집에서 달걀 하나 씩과 식초를 조금씩 가져왔다. 식초와 물을 담은 비이커에 달걀을 넣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아보기로 했다. 마침 냉장고에 콜라가 있어 콜라에 달걀을 넣으면 어찌되는지도 같이 살펴본다. 한 번 더 할 때는 소금물에 달걀을 넣어 수돗물에 넣을 때과 어찌 달라지는지를 볼 계획이다. 농도, 압력, 용해, 용매, 용질, 기포,이산화탄소, 탄산칼슘이란 낱말을 익히고 스며드는 삼투에 대해 알게 되겠다.
[감자 심기와 닭장]
점심 때 씨감자 묻힐 재를 모아 담아놓는데 재가 따듯해 물을 붓는다. 아침 나절 점심 채비를 공부로 하는 5학년 아이들이 가마솥과 로켓화덕을 써서 그 재를 쓴다. 잘라놓은 씨감자와 재를 준비해 놓으니 감자 심을 준비가 끝났다. 감자 심을 채비를 마친 뒤에는 닭장 만들 나무를 옮긴다. 혼자 나르다 보니 어느새 청소 시간이다. 학교차에 나무받침대(팔레트)를 미리 옮기고 있는데 손호준 선생이 거들어서 더 낫다. 한 번에 다 실을 수가 없어서 한 번 더 실어야 된다. 1시 30분 아이들은 먼저 선생들과 텃밭으로 가고 원서랑 둘이서 나무받침대옮기는 일을 마무리한다. 힘이 센 원서가 큰 몫을 했다. 원서도 뿌듯해 하면서 싱글벙글이다. 먼저 텃밭에 내려놓고 학교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실어 텃밭에 가니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씨감자를 재에 묻히는데 아이들이 재를 묻히는 까닭을 묻는다. 소독과 벌레를 막아주는 효과를 해마다 선생들이 설명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해마다 감자를 심을 때면 감자를 심는 것부터 어느 정도 띄어서 심어야 하는지 반복해서 배우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 함께 감자를 심으니 동사무소 텃밭 모두를 심는데도 금세 끝난다. 동생들은 먼저 돌아가고 5, 6학년은 닭장을 만들기 위해 다시 모인다.
드디어 닭장을 만드는 날이다. 3월부터 만들 날을 찾았는데 4월에야 시작한다. 원서아버지와 본준 아버지가 구해준 공사판 나무받침대를 써서 뼈대를 세우는 일을 먼저 한다. 5, 6학년이 같이 하는 공부라 시끌벅적하다. 나무받침대로 지붕과 바깥 벽 뼈대를 세우는데 못 치는 걸 좋아하는 5학년 아이들이 신이 났다. 노끈으로 묶고 못을 박아 고정시키는데 시간이 금세 간다. 감자 심고 한 시간쯤 더 닭장 만드는 일을 하니 3시 30분이다. 뼈대 세우는 걸로 오늘 일을 마친다. 나무받침대로 지붕과 벽을 세우니 일하기가 편하다. 닭장 만들기에 나무받침대가 제대로 쓰인다. 닭을 키우자는 생각은 3학년 알찬샘 모둠 밑그림에 들어있었는데 학교에서 키우기가 쉽지 않아 모둠이 아닌 전체가 돌보는 방향으로 선생들이 긴 논의 끝에 이미 닭을 키우고 있는 텃밭 맞은편에 닭장을 만들고,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중닭을 사서 모두가 키우기로 한 것이다. 방학 때와 자연속학교 때는 부모님들에게 부탁드리는 것이 걸리긴 했지만 모두가 도우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2013년 닭을 키우다 실패한 경험을 살려 모두가 다시 도전한다. 알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키우자는 처음 제안이 새롭게 거듭났다. 달걀을 얻고, 여름방학 들어가기 전에 닭은 모두가 여름을 이겨내는 보양식으로 백숙을 삶아먹기로 한다. 기른 닭을 잡아먹는 것이 그대로 살아있는 교육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닭고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날마다 키운 닭을 사람이 먹는 것이 그대로 자연스러운 삶이길, 그것이 오히려 고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