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아침 6시
베드로는 형제님들 몇 분과 척산 온천에 다녀온다며 나갔고, 조그만 방에서는 TV를 보는 일 말고는 아무런 할 일이 없습니다.
가만가만 가방을 싸놓고 베드로 오기만 기다리다 문득,
시골에서 올라온 노부모님이 자식 집에 와서 하릴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낯설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잠깐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와도 좋을 것을, 별 재미도 없는 TV를 보며 시간을 죽이다
문밖에서 나는 베드로의 목소리가 너무 반가워 뛰어 나갑니다.
'사골 이모 순두부'
역시 예약한 덕분에 바글바글 끓고 있는 두부전골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아침 시간이지만 꽉 찬 자리는 '이모 순두부'의 명성을 말해주고,
역시 두부 맛이 예사롭지 않아 남김없이 먹고 일어서려는데 누룽지가 나옵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인지라. 아침부터 과식을 하게 됩니다.
얼라이브 하트(박물관은 살아있다)
생소한 이곳은 안내하는 사람의 설명을 듣고도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들어가서 확인하면 될 것을 괜한 기운을 빼며 묻고 또 묻는 것은 일행이 다 들어가고도 울 베드로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
기다리다 들어가니 안내하는 분의 이야기가 그제야 이해가 되고, 재미있는 사진도 찍습니다.
2층엔 어른들도 재미있는 공간들, 밧줄도 타 보고, 기억력 테스트도 하고, 힘껏 소리도 질러 보고, 유리 미로와 철창 미로는 웃음이 절로 납니다.
아이들이 오면 너무 재미있어 할 공간으로 속초의 명물이 될 것임이 확실한데 아직 손주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ㅎ
일찍 돌아나온 덕에 예정에 없던 낙산사를 구경하는데,
십 여년전 모든 국민을 안타깝게 만든 양양 화재 사건으로 불에 탔던 낙산사 건물들도 새로 단장해 말끔하고, 노송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로 자라나는 젊은 소나무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햇빛은 쨍쨍거리고, 점심시간도 촉박한 터라 대충 둘러 보고, 기대에 찬 송이버섯과 불고기를 먹으러 달려갑니다.
이번 여행은 맛기행
속초와 인연이 많은 마태오 부회장님 덕분에 맛있는 음식들을 원없이 먹습니다.
냉동이지만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송이 버섯을 소불고기와 함께 먹는데,
충분한데도 송이를 더 가져다 주시는 주인의 인심은 우리를 VIP 대접 해주는 것이 틀림없습니다.ㅎ
기분 좋은 점심을 먹고 양양 성당의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양양성당과 이광재 신부님
9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양양성당의 마당엔 세월을 말해주는 굵은 벚나무에 까만 버찌가 나무 가득 매달려 있고, 기다리기라도 한 것같은, 머리를 묶은 해설자의 환영을 받습니다.
각자 성체 조배를 마치고 나온 우리들을 이광재 신부님의 순교관(?) (기념관?)으로 안내해 신부님이 어떤 분이셨며, 왜 시복 시성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줍니다.
신부님에 대한 기록을 계속 찾고 있다는 해설사의 말에 비비아노 형제님이 자신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중에 성당 내부에서 신부님을 찍은 사진이 있다며 이메일로 보내주겠다 하자,
해설사는 물론이고 듣고 있던 우리들도 마치 내 일인양 기뻐합니다.
해설사와의 만남이 우리들 예정에는 없는 일이었지만,
하느님의 계획에는 있었던 일이지 싶습니다.
이렇게 1박 2일의 일정은 서서히 마무리되고,
조 프란치스코 부부님은 설악동에서 2박을 더 하신다 하고,
신미카엘님 부부님은 부산으로 또다른 여행을 떠난다 하십니다.
S-camp 14기 여러분들은 참으로 행복한 분들만 모인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ㅎ
이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감사합니다.
애써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해주신 분들, 또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께
베드로를 대신해 감사 인사 드립니다.
2016년 6월 5일 발레리아.
첫댓글 발레리아 여행기잘읽엇어요~ 긴 이야기글 같이 재밋씁니다 수고햇어요~♡
다 죽어 가는 14기까페를 살려 주셨습니다. 대부분의 원우 학부형님께서 관심없는 까페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신 발레리아 자매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가끔 부탁드립니다. 1-2년만에 들어오신 분도 계실겁니다
미국에서 온 아들부부 출국 관계로 같이 함께 못해서 아쉬었읍니다~~
같이 함께 못했지만 발레리아 학부형님 여행일기를 읽으니 같이 피정여행을 다녀온것 같읍니다~~
원우,학부형님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