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이 관내 공직자를 대상으로 '내 지역 바다알기' 선상 체험을 실시해 인기를 끌었다.
불법어업 근절을 위해 운영하는 지도선(행정선)을 이용한 이 선상체험(9월21일∼10월5일)은 무안군이 공무원 87명을 지원 받아 실시했다. 이에 지난 13일 승선하여 무안 해역을 순회했다.
무안지역은 리아스식 해안이 220Km나 형성되어 있고, 전국 최초 갯벌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전국의 어린이 1천여 명이 갯벌체험을 다녀갔다.
또한 곱고 가는 모래들을 가진 톱머리해수욕장, 홀통해수욕장, 조금나루해수욕장 등이 있어 여름이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청정해역 바다에는 세발낙지, 보리새우, 숭어 등 천혜의 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무안군은 매년 치어 방생과 인공 어초를 투하, 미래의 최후 보고로 관리하고 있다.
| | ▲ 톱머리해수욕장에서의 일몰광경 | | ⓒ2004 박금남 | | 도리포-홀통-톱머리 뱃길따라 220Km 항해
선상체험 차 어업지도선에 오른 시간은 오후 2시. 날씨는 최적의 상태로 시조권도 좋았다. 그러나 말이 지도선이지 몹시 비좁았다. 선장 2명, 간판장 1명, 기관장 1명, 행정 책임자 1명을 제외한 5명이 선상체험의 전부였다.
그러나 쉽게 할 수 없는 선상체험이다 보니 약간의 설렘이 있을 수밖에. 그 설렘을 어렵게 감추고 매년 12월 31일과 1월 1일 숭어축제와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해제 도리포항을 출발해 함해만 일대를 둘러보기에 나섰다.
갯바람에 실려 온 염기가 바다를 실감나게 했다. 96년도에 진수된 10톤급 지도선은 최고 19노트로 달릴 수 있단다. 여기에 지도선 말미에 묶어 끌고 다니는 0.8톤급 선외기는 최고 35노트 속력을 낼 수 있어 불법조업어선 발견시 추격 등에 사용하고 있다는 선장의 귀띔이다.
함해만은 영광군, 함평군, 무안군이 행정구역을 달리하며 구성된 만으로 숭어, 농어, 돔, 보리새우 등 각종 어패류의 산란장으로 어종이 풍부한 곳이다. 특히 현경면 월두마을 일대 갯벌은 지난 여름에 해양수산부의 주관하에 갯벌체험이 실시된 곳으로 4개의 무인도를 바다가 품고 있다.
| | ▲ 숭어축제와 해맞이축제로 유명한 해제 도리포항 | | ⓒ2004 박금남 | | 바다는 하늘의 빛깔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지도선은 함해만을 굽이 돌아 해제면 대사리, 덕산리, 학송리, 송석리를 끼고 있는 슬산해역에 접어 들었다. 슬산해역은 최상급의 김 생산해역으로 칠산바다 해저유물이 발견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조류의 흐름이 심해 항해의 안전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먼저 함해만을 지나 만나는 섬은 무안의 도서 27개(유인도 2, 무인도 25) 가운데 탄도와 더불어 유인도로 불려지고 있는 닥섬이었다. 닥섬에는 현재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사신다고 한다. 과거에는 닥섬을 찾아오는 낚시꾼이나 여름철 피서객들을 실어 날아 생계를 유지했다고는 하나 지금은 그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라니 무인도로 전락할 가능성도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학산을 가로질러 개설된 임도(林道)를 보며 이곳에 해넘이 도로를 개설하면 다도해의 전경과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도선은 바닷물을 가르며 우측은 영광, 앞쪽은 신안, 좌측은 무안을 끼고 막힘없이 나아갔다. 그러한 와중에도 가을 햇살은 곱게 수면에 내려 앉았고, 햇살에 반사된 물결은 은빛 고기들이 무리지어 넘실대듯 일렁이며 가을 바다 오후의 모습을 내비쳤다.
다만 지도선 말미에서 폭포처럼 쏟아내는 하얀 기포가 잔잔한 바다길을 갈랐지만, 곧이어 바다는 언제 상흔을 입었느냐는 듯 푸른빛으로 정색하고 본연의 도도함을 보였다.
군데군데 어민들의 삶의 현장인 김양식장과 어장이 경계를 표시하듯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이 날 선상체험 3시간 동안 바다는 하늘과 호흡을 같이 하며 하늘의 빛깔에 따라 어떤 때는 청정 빛, 어떤 때는 성난 검은 잿빛 등 색깔의 변화를 다양하게 보여 주었다.
| | ▲ 전국 최초의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갯벌체험이 이루어진 월두해역 앞 무인도 | | ⓒ2004 박금남 | | 바다에도 뱃길은 있다
슬산해역을 지나 신안군 지도읍을 돌아 지도선은 다시 무안해안의 최고 보고지역인 현경면, 망운면, 해제면, 운남면을 끼고 있는 탄도만에 이르렀다. 이제 조금은 지루해지기도 할 시간이었지만 바다에서 바라본 낯선 육지의 모습을 싫증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형성된 해안가 어촌의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운남면을 지날 때는 신안군 압해도와 연결돼 운남대교 공사가 한창이었고, 황토로 뒤덮인 내륙을 보며 무안, 양파 등 질 좋은 황토게르마늄 농산물을 아니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빠른 항해를 위해 일행은 선외기로 옮겨 타고 탄도만 일주에 나섰다. 여름날 그 많은 피서객이 찾았던 홀통해수욕장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듯 윈드서핑 동호인들이 바람에 몸을 싣고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탄도만은 청계만과 인접하여 세발낙지의 주 서식장으로 알려져 있다. 게르마늄 갯벌은 먹이가 풍부해 낙지 산란장으로 최고의 적지이다. 오는 23일과 24일 무안세발낙지축제를 앞두고도 물량이 부족할 만큼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어족보호를 위해 인공 어초가 집중 투하돼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항해 안전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내 선외기는 유인도 섬 탄도를 돌아 관광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기착지 톱머리해수욕장을 향해 들어섰다. 이 날 따라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시험 비행이 실시돼 무안상공을 선회하는 비행기가 무안의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톱머리선착장에는 저녁 낙지 주낙을 위해 나가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했다.
| | ▲ 야간 낙지 주낙을 위해 출어를 준비하는 어민들 | | ⓒ2004 박금남 | | 해양수산부, 불법어업지도 지원 전무 아쉽다
불법조업어선 업그레이드에 지도선은 제자리
"바다에 나가면 육지가 그립습니다. 마치 육지의 사람들이 바다를 동경하듯 바다 위에 서 있으면 육지가 그립습니다."
지도선 책임자 천병진 연안관리담당을 위시한 노경수 선장, 이승연 선장, 김완용 간판장, 오경택 기관장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이곳 무안해역 전반 불법어업단속에 나선다.
| | ▲ 불법어업 지도선 | | ⓒ2004 박금남 | | 금년도 9월 말 현재 단속 실적은 17건, 이는 지난해 37건에 비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이들 단속반원들의 업무는 항상 고달프다. 밖에서 바다를 보는 낭만은 있을 수도 없다. 최근 들어서는 고대구리(저인망어선) 어선들이 야간을 틈타 불법어업을 하니, 단속에 여간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니다.
특히 합동단속 때는 이틀 동안 바다에서 생활해 먹는 음식도 부실하다.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다반사란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열악한 지도선이 문제다. 별도의 취사장이 없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먹는 식사보다는 지도선이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불법어선들은 개인이 운영하다보니 매년 기계장비가 업그레이드되는 반면, 96년 진수한 지도선은 선외기가 아니면 단속 자체가 어려울 만큼 장비가 열악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선외기도 안전이 보장된 배는 아니다. 88년 올림픽 당시 한강에서 열린 보트대회 진행 사용하던 장비다 보니, 비가 오면 물이 빠져나가는 곳이 없어 바닥에 그대로 고인다고. 조명장비도 열악해 자칫하면 야간 안전사고가 초래되기 일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도선 유류대를 비롯 기계수리비, 검사비 일체를 자체 예산으로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단체가 지도선을 진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현재 단속반원들이 요구하는 20톤 이상의 알루미늄 지도선 건조를 위해서는 최소 30여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두가 자치단체 예산으로 사용토록 되어 있다.
때문에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는 하루 3시간을 지도 단속하고 나면 유류대만도 50여만 원에 이른다고. 예산절감을 위해서는 운행을 하지 않으면 되지만,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불법어업 단속을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단속 실적 처리 후 벌과금 처리도 문제다. 단속 후 처리하는 벌과금은 모두 국가로 귀속되고 있어 자치단체는 상부에 의해 단속만을 요구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지역 현실을 감안한다면 해양수산부의 유류대 및 지도선 진수 비용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악한 장비를 이용해 야간 단속을 하는 반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지도선 진수 역시 해양을 오염시키는 FRP보다는 알루미늄 재질을 이용한 미래를 지향한 지도선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 | ▲ 자연미가 살아 있는 해송, 사이로 숙박시설이 있고, 현재 관광개발이 한창인 톱머리 전경 | | ⓒ2004 박금남 | |
| | ▲ 김양식장이 다양하게 펼쳐진 청정해역 | | ⓒ2004 박금남 | |
| | ▲ 야간 낙지 주낙을 위해 어선으로 노를 저어 옮겨가는 어민 | | ⓒ2004 박금남 | |
| | ▲ 지도선이 지나가는 후미에는 하얀 기포가 생기며 바다에 상흔을 남겼다 | | ⓒ2004 박금남 | |
| | ▲ 무안의 2개의 유인도 중 하나인 탄도 | | ⓒ2004 박금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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