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가위 시대에 더욱 오그라드는 생명윤리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전방욱 지음, 이상북스, 2017.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김응빈 외 지음, 동아시아, 2017.
박병상(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지난해 12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주체로 제9회 바이오경제포럼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생명윤리와 기술은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문을 연 담당 과장은 “문제가 되면 처벌하게끔 조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허용할 것은 허용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주문했다고 언론은 밝혔다.
최근 2개월간 생화학분자생물학회를 비롯해 생명공학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렵한 과기부는 ‘생명윤리법’을 국제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생명공학 연구자 대부분은 연구비를 제공하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과학기술은 진흥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과기부는 생명윤리법의 주무부서가 아니다. 다만 과학자에 제공하는 연구비의 크기가 많은 과기부는 생명윤리법 개정 건의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키로 다짐한 모양인데,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생명윤리가 발목을 잡는다는 의미인가 보다. 많이 듣던 말이다.
생명과학의 연구와 기술개발 과정에서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2005년 시행된 생명윤리법 때문에 누가 왜 분통 터지는 걸까? “생명현상의 이해 및 치료제 개발의 단서 확보 등을 위해 배아·생식세포 대상 기초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이 주장은 여전히 타당한가? 배아와 생식세포의 연구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가? 그 실체가 궁금한데, 유전자 조작이나 배아복제를 타고 넘어 ‘유전자가위’ 기술이 등장한 요즘, 생명윤리는 국제 돈벌이의 걸림돌인가?
체내 생체시계 연구에 돌아간 2017년에 실패했지만 그만큼 올 가을 이후 노벨생리의학상을 획득할 확률이 더욱 커진 것으로 평가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는 무엇인가? 과학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는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해로운 유전자를 정확하게 제거하거나 유용한 유전자를 제 자리에 끼워 넣을 수 있으므로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은 물론 증산이나 신품종 개발에 한계에 부딪힌 농업에 획기적 효과를 거둘 거라고 장담한다. 도사리는 위험이 생태계와 사람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따라 붙지만, 우리 대부분은 유전자가위 기술의 실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 과학기술이 대개 그렇듯, 이익은 투자자와 연구자에 돌아가지만 그 피해는 대중과 생태계에 전가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헥발전소의 유지 또는 확대를 바라는 사람들이 축소와 대안을 요구하는 사람과 논란을 벌일 때 기껍게 기획하는 행사가 있다. 해외 어느 특정 인사를 초대해놓고 핵 포기를 비판하는 환경운동가라고 우호적인 언론에 소개하는 일이다. 하지만 소개된 이는 환경운동 분야의 극히 예외적인 인물이라 일과성 보도로 그치고 만다. 반면 생명공학은 달랐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연구부정 행위가 드러났을 때 우리 사회는 생명윤리를 배척했다. 98%의 열광적 지지로 황우석 전 교수를 옹호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극소수는 매장하고 나섰는데, 요즘 비슷한 일이 벌어질 분위기가 재현되려고 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그 첨병이다.
유전자 질환을 극복하게 할 기술인데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이 가로막으니 다른 나라에서 연구할 수밖에 없다! 수십만의 불치병 환자들의 요구가 빗발치는데, 연구를 못하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연구에 제한이 없는 국가에서 특허를 선점하면 우리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연구자의 하소연이 연이어 불거지자 생명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언론에서, 국회에서, 그리고 과학기술 증진을 독려하는 정부와 관련 학회가 나팔을 들었다. 거액의 연구비 흐름을 거머쥔 그들 앞에서 감히 “아니요!”를 외치는 이 매우 드물다.
2006년 ≪수상한 과학≫을 펴낸 이후 한동안 연구비 중단을 감수해야 했던 전방욱 교수가 다시 나섰다.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펴낸 것이다. 생명공학을 수상하다고 주장한 뒤 생명윤리로 관심사를 돌린 전방욱은 생명윤리학회 활동에 적극이고 현재 아시아생명윤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식물생리학이 전공이지만 현역 교수인 관계로 눈에 가시였어도 잘라낼 수 없었던 생명공학계는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어떻게 찾아냈는지, 유전자가위 기술을 옹호하는 생명윤리학자라는 어떤 이의 글을 생명윤리 학자 앞에 들이밀던 우리나라의 한 생명공학자는 그 책을 읽었을 텐데.
양손으로 퍼올리는 바닷물에 지구상 존재한 인류의 총수보다 많은 박테리오파지가 있다면 상상이 가는가? 박테리오파지는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뜻한다. 박테리오파지는 매일 모든 박테리아의 3분의2를 죽일 정도라는데, 이틀이면 사라질 박테리아가 어제도 오늘도 존재하며 사람 사이에 여전히 질병을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남아 번식하는 박테리아가 그만큼 많고 박테리오파지를 물리치는 박테리아도 상당하다는 의미일 텐데, 박테리아는 무슨 수로 침입하는 바이러스를 막아낼까? 거기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비밀이 있다.
자연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신비하다. 그 사실을 연구하려는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제 길을 스스로 흘러간다.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박테리아는 그 바이러스의 핵심 유전자 서열을 구성하는 염기 서열을 파악해 자신의 유전자 일부(RNA)에 기록해둔다. 이후 기록해둔 서열과 염기를 가진 유전자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파괴해(잘라내) 같은 바이러스의 감염과 확산을 차단하는데, 그 사실을 사람이 알아챈 것이다. 먼저 유산균 발효 연구자가 우연히 그 현상을 발견하자 과학자들이 연구에 나섰다. 온갖 실용 가능성을 앞세우며.
이제까지 등장한 어떤 유전자 파괴(염기서열을 잘라내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므로 전문가는 ‘녹아웃’이라고 한다)와 유전자 끼워 넣기(전문가는 편집 또는 교정이라고 미화한다) 기술보다 정교하기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각광을 받는다. 가능성을 확인한지 불과 5년 여 만에 다양한 연구결과를 낳고 있다. 일주일이면 수백편의 달하는 논문은 아직은 사람보다 실험동물과 식물에 집중되고 사람을 연구하는 경우 가능성을 탐색으로 시도되지만 예나 지금이나 유망한 연구일수록 탐색에서 그칠 리 없다. 사람에게 적용해야 연구자는 유명해지고 연구비도 늘어나는 법인데, 생식세포에 적용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자제하고 있다. 극히 제한적으로 중국 일원에서 시도했지만 실험에서 그쳤고, 그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를 다른 종의 장기를 대신 이식하며 살려낼 수 있을까? 돼지와 같은 동물의 장기로 대체하려면 돼지 유전자 사이에 존재하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진화 이전부터 침입해 유전자 사이에 공생하는 레트로바이러스는 돼지보다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개인에게 치명적인 면역거부보다 인류 사이로 창궐하는 질병으로 변할 수 있는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레트로바이러스를 모조리 처치할 수 있을까? 돼지의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데? 단 하나의 레트로바이러스를 제거하지 못해도 위험할 수 있다. 전방욱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표적이탈’을 걱정한다. 엉뚱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목표 유전자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사람의 질병을 가진 실험동물을 쉽게 창조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자랑한다. 이른바 ‘질병모델동물’이다. 생쥐가 대부분인데, 무슨 운명의 저주를 받았기에 사람의 질병을 안고 태어나야 했는지, 여기서 애도하지 말자. 질병모델동물이 가진 질병은 대개 사람의 노환인데 어린 생쥐로 얻은 연구 결과를 사람에 적용해도 무방할까? 동물권 운동가들이 궁금해 할 사항인데, 손상되었거나 변형된 특정 체세포 속의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얼마나 치료할 수 있을까? 치료? 일반적인 치료와 성격이 다르다. 다른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할 경우 실패를 무릅쓰고 시도할 수 있지만 보편적 치료는 상상할 수 없다.
체세포에 생긴 유전자의 질환을 치료하려면 치료가 필요한 부위로 교정? 편집? 아무튼 정상이라 믿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보내서 교체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연구가 진행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아직 희망사항인데, 과정에 부작용은 없을까? 교체용으로 체내로 투입한 유전자가 환자가 회복돼 생존하는 기간 동안 자리에 가만히 있을까? 생식세포로 전이된다면 다음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환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 유럽에서 2017년 4월 승인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글리베라’는 일인당 100만 달러,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한 암세포 치료제는 47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치료하리라 믿는 질병은 사람마다 특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치료할 보편적인 질병은 그리 많지 않고, 보편적인 질병은 이미 치료법이 존재한다. 앞으로 충분한 연구비를 동원해 유전자가위 치료 효과를 더욱 확실하게 확보하더라도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다음세대의 유전자를 증강하자고? 정자나 난자, 또는 초기 수정란의 유전자를 교체해 다음세대 이후에 우월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자는 제안은 무론 아니겠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증강, 또는 교정이라고 주장한다. 유전병을 사라지게 하자는 제안이더라도 무모하다. 현 환경에 유리 또는 불리한 유전자가 바뀐 환경에 어떻게 발현할지 미리 짐작할 수 없지 않은가. 유전자가위 기술이 아니라도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 질환은 줄일 방법은 이미 확보돼 있다. 윤리적 부담을 감수한다면 양수검사가 간단하다. 부작용도 없고 의료비 부담도 작다. “유전자 증강”이나 “유전자 교정”은 공상과학이거나 망상에 불과하다.
가축의 품종을 획기적으로 개량하고 멸종위기종의 복원도 꿈꾸는데, 극도로 거듭된 육종으로 타고난 유전다양성이 사라진 가축과 농산물은 지금도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유전다양성을 잃은 가축을 공장처럼 통제하여 집단 밀식하는 현재 축산업에서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일상인데, 공장식 축산을 전제로 도입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가축의 유전다양성을 더욱 위축시킬 게 분명하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문제를 증폭시킬 수 있는데, 멸종위기종 복원이라고? 터무니없다. 서식환경 복원 없는 멸종위기중의 복원은 장난에 불과하다, 동물원에서 호랑이 보여주기와 다르지 않다. 녹색혁명이 실패한 증산과 신품종 개발은 어떨까? 유전다양성을 위축하는 기술이라면 가당치 않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유전다양성을 증진하는 품종을 개발할 리 없다. 돈벌이와 무관한 분야에 아무도 연구비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므로.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는 왜 5가지에 불과할까? 이론적으로 무궁한데, 고도의 과학기술을 동원해 하나 더 추가하면 얼마나 다양한 생물을 창조할 수 있을까? 그런 생물을 인간이 창조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사람의 인슐린을 대신 생산하는 미생물이 태어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졌는데, 사람의 성장호르몬과 소 성장호르몬, 성호르몬을 미생물이 양산하면서 인간 사회에 성조숙증이 증가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곰팡이에 감염되지 않는 바나나를 구상한다. 인간이 동식물을 합성 통제하는 세상이 도래한다. 바야흐로 생명과학이 신에게 도전하기 시작했다.
생명체를 디자인하는 시대를 직시한 연세대학교 생명과학자와 신학자들은 섬뜩했나 보다. 유전자조작을 넘어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대를 맞아 다가오는 우생학의 유혹에 반기를 들었다. 생명윤리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과학자가 저지르는 편견으로 유전자가 함부로 편집되고 돈벌이를 염두에 둔 동식물로 디자인되어 유전자와 형태가 변형된다면 그 재앙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사람 뿐 아니라 생태계에 치명적일 텐데, 우리는 합성생물학의 산업 측면을 부각하며 덮어놓고 열광한다. 생화학을 전공하는 송기원 교수를 중심으로 5명이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를 써야 할 이유였다.
전방욱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접근하고 있는 분야를 다각도로 추적하면서 그 가능성과 위험성을 두루 평가했다. 돈벌이 가능성이 없는 연구에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연구비를 지불하지 않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가능성을 타진할 뿐이다. 부작용을 거론하면 연구비는 제한될 것이다. 성공하면 파급 경제 효과가 얼마나 되고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한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 그리고 그 가족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될지 연구자들은 강조하지만 무책임하다. 사실 생명을 다루는 연구자이므로 본능적으로 부작용을 염려할지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 연구비 때문이 아닐까?
유전자를 교정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많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자들은 차분하다. 섣부른 임상연구를 경계하며 1975년 아실로마 회의처럼 유전자 조작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염려했던 경험을 기억하는데, 그들 중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창시자 격인 버클리대학교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인체에 적용하지 말자는 제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아실로마 회의가 그랬듯 실효성은 의문이다.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저술에 참여한 신학자는 연구자를 향해 “양심의 소리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고 진지함이 인도하는 오솔길을 함께 걷기 위해 잠시 멈추어보자”고 제안하지만 국제 경쟁력 운운하는 과학자들이 귀 기울여줄까? 생명윤리를 연구하는 생물학자 전방욱은 시민숙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시민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의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이므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규제와 통제에 대한 결정권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인다. 백번 타당한 주장인데, 우리 사회는 황우석 사태의 쓴 기억을 잊었는지 열광을 준비할 뿐이다. 언론과 국회의 지원사격을 믿는 과기부는 보건복지부에 선전포고를 했다. 어떤 화답이 나올까? 신고리 5,6호기의 경우처럼 공론조사에 나서자고 제안할까?
불과 5년 전 출현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새로운 생명윤리를 우리 사회에 요구하면서 전방욱 교수는 일단의 생물학자, 시민단체 일원과 근 1년 가까이 매달 모여서 공부를 해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진정 인간의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해줄까? 특정 인물의 특이적 암을 말끔하게 정밀치료해줄까? 공부할수록 회의가 든다. 오히려 특정 유전자를 가진 인류 집단을 효과적으로 정밀하게 공격할 수단을 제공하는 게 아닐까? 그 방면이라면 실패가 손해는 아니다. 정밀의료? 그게 무서워진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데, 폭발사고가 핵발전소의 퇴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극성스런 과학주의가 자본을 등에 업고 등장한다. 자본의 후원으로 거대해진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의 과실을 편취하지만 손해는 외부로 돌린다. 황우석 사태의 교훈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성찰하지 않는다. 인문적 사고를 생략한 과학기술이 경쟁력을 약속하자 과학적 사고를 모르는 인문사회가 덮어놓고 열광하기 때문이리라.
마음이 조급할 때 목마르게 기다리던 크리스퍼 유전자의 비판적 해설서가 나왔다. 다행스럽게 생물학자의 주도로 펴냈다. 고마운 일이다. 자신의 내일을 걱정하며 새로운 인문주의자가 될 젊은이가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와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열독했으면 좋겠다. 생명윤리에 새롭게 투신할 수 있도록. (녹색평론, 2018년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