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를 당해 여러분 심장이 갑자기 멈췄다고 해봅시다.
심정지가 곧 죽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약 5분 안에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여러분은 예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산소 부족으로 뇌가 심각하게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골든 타임’이 지나도 뇌 손상을 막을 수 있을까요.
미국 메릴랜드의대 중증외상센터의 의사 새뮤얼 티셔먼(Samuel Tisherman)은 2014년 획기적인 방법을 심정지 환자에게 적용했습니다.
환자 몸에 차가운 수액을 넣어 체온을 10도까지 떨어뜨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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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티셔먼이 EPR의 작동을 시연하고 있다. 2014년 EPR을 심정지 환자에게 처음 적용한 그는 2019년 세계 최초로 EPR을 통해 환자에게서 ‘뇌 활동의 사실상 정지’ 상태를 이끌어냈다. 사진 미국 피츠버그의대
체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신진대사가 느려지면서 뇌에 필요한 산소량이 매우 적어집니다.
이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도 더 오랫동안 뇌가 손상 없이 유지됩니다.
‘EPR(응급 보존 및 소생·Emergency Preservation and Resuscitation)’이라 불리는 치료법입니다.
EPR은 사실 동물 세계를 관찰해서 얻게 된 치료법입니다. 바로 ‘겨울잠(hibernation)’입니다.
‘겨울잠’의 기제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이를 응용해 우리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이겨내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노화를 늦추거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을 정복할지도 모르죠. 과학계가 겨울잠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겨울잠은 잠이 아니다
곰이 겨울잠을 잔다는 건 유치원생도 압니다. 하지만 겨울잠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도 과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불곰은 장장 6~7개월 동안 겨울잠에 듭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먹을 것을 찾기 힘든 겨울 초입, 곰은 동굴 같은 아늑한 피신처로 기어 들어갑니다.
이내 겨울잠에 빠지죠.
알래스카불곰이나 흑곰은 약 7개월 동안 겨울잠에 든다. 그동안 근육과 뼈의 분해에 작용하는 유전자의 작용을 차단해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스위치를 작동시킨다. 체중은 많이 줄지만 신체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봄을 맞는다. 사진 북미곰센터
이 기간에 곰은 물 한 방울, 고기 한 조각 먹지 않습니다. 소변과 대변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몸은 마치 산송장처럼 변합니다. 심장박동과 호흡이 매우 느려지고 뇌도 거의 일을 하지 않습니다.
심장은 1분에 몇 번만 뛰며, 호흡은 1분에 한 번꼴로 쉽니다.
400㎏짜리 암컷의 경우 겨울잠을 자는 동안 몸무게가 100㎏ 정도 빠진다고 합니다.
신기한 것은 근육량과 골밀도의 손실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봄이 오면 곰은 운동 능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겨울잠에서 깨 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사람은 먹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며칠만 지나도 근육이 심각하게 빠집니다.
열흘이 넘으면 칼슘 부족으로 뼈와 치아도 엉망이 됩니다.
3주가 넘으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물이 없다면 고작 며칠도 버티지 못합니다.
곰은 가능한데 사람은 왜 안 되는 걸까요.
겨울잠(hibernation)은 잠(sleep)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겨울잠에 들어가면 몸의 신진대사가 ‘휴면(torpor)’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상태에 놓입니다.
뇌가 거의 정지하고 신체 기능도 극단적으로 느려집니다.
반면에 우리가 잠을 잘 땐, 신진대사가 조금 느려지긴 하지만, 전반적인 생체 기능은 깨어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REM 수면에선 뇌도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체온이 영하까지 내려가는 땅다람쥐
겨울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체온’입니다.
겨울잠 상태의 곰은 평상시 37도였던 체온이 6~10도 떨어집니다.
인간이라면 저체온증에 빠질 정도의 체온입니다.
인간은 체온 28도 이하가 지속되면 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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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땅다람쥐는 1년 중 8~9개월 동안 겨울잠에 들며 3~4개월만 생활하며 번식 활동을 한다. 삶 중 대부분의 시간을 ‘가사 상태’로 지낸다는 건데 이 기간 동안 신진대사가 급격하게 느려진다. 이 기간 동안 땅다람쥐는 말 그대로 늙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겨울잠을 이해하는 건 노화 방지와도 관련이 있다. 사진 NPS Photo / Emily Mesner
이 분야의 챔피언은 북극땅다람쥐입니다.
북극땅다람쥐는 장장 8~9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데 놀랍게도 가장 낮은 체온이 영하 3도에 이릅니다.
2~3주에 한 번씩 몸을 떨어서 다시 정상 체온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겨울잠 대부분을 영하의 체온으로 지냅니다.
1분에 300번씩 뛰던 심장은 겨우 세 번만 뛰고 혈압은 90% 가까이 떨어집니다.
신진대사도 평소의 98~99%까지 낮아지죠.
즉 평소에 쓰던 에너지의 1~2%만 쓰면서 겨울을 난다는 겁니다.
북극땅다람쥐는 몸의 자유 질소를 아미노산으로 전환한 뒤 단백질로 합성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8개월 동안 꼼짝 않고 있어도 근 손실이 일어나지 않고 골격근과 내장 근육이 모두 보존됩니다.
뇌 신경도 얼어붙지만 깨어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회복되죠.
땅다람쥐는 뇌에 문제를 일으키는 타우단백질의 과인산화를 막아내는 기제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과인산화된 타우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요소입니다.
즉 겨울잠의 비밀을 알면 알츠하이머 발병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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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동면 중인 북극땅다람쥐. 지구상에서 체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런데도 피는 과냉각 상태를 유지하며 얼지 않는다. 뇌의 온도는 체온보다 살짝 더 높아서 저체온으로 인한 손상을 예방한다. 사진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켈리 드루(Kelly Drew)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남극생물학연구소 교수는
“겨울잠에 든 북극땅다람쥐를 3분 넘게 안고 있어 봤는데,
가슴에 손가락을 올려봐도 심장박동을 느낄 수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다시 깨어날 땐 근육량과 골밀도를 유지한 채 건강하고 강한 몸으로 깨어난다.
몸을 전혀 쓰지 않는데도 원래 기능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에게도 겨울잠 DNA 남아 있을 것”
아직 과학자들은 무엇이 동물의 겨울잠을 유발하는지 모릅니다.
신기한 사실은 겨울잠 동물의 몸에 뭔가 특별한 호르몬이나 분자 같은 물질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겨울잠 동물에게 작용하는 호르몬은 인간에게도 다 있다는 거죠.
인간에겐 잠을 유발하는 ‘아데노신’이 이런 겨울잠 동물에겐 겨울잠을 재촉합니다.
겨울잠을 잘 때 ‘아디포넥틴’은 혈당을 유지해 주고, ‘
IGF-1’과 같은 호르몬은 에너지 저장에 도움을 줍니다.
둘 다 사람 몸에 이미 존재합니다.
다만 겨울잠 동물에겐 이 메커니즘을 유발하고 유지하는 방아쇠가 있지만 인간에겐 그게 없을 뿐이죠.
이 메커니즘을 밝혀낸다면 많은 질병 극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심장이 정지된 환자나 뇌졸중처럼 생명을 즉각적으로 위협하는 질병에 말이죠.
인간을 겨울잠 상태에 빠지게 하면, 신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 요구량과 영양 공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문제 해결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샌디 마틴(Sandy Martin)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세포발달생물학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잠 연구는 뇌졸중, 심장마비,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허혈 같은 질병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겨울잠의 원리는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파우나 바이오(FAUNA BIO)’라는 회사가 겨울잠에 드는 동물의 DNA를 다른 동물 및 인간의 DNA와 비교하며 작동 원리를 연구 중입니다.
어떤 DNA가 겨울잠 스위치를 켜는지 찾아내고 있죠.
이 스위치를 찾아내면 겨울잠의 혜택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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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드루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잠에 드는 동물의 몸에서 인간과 다른 물질은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게 겨울잠의 놀라운 신비 중 하나”라며 “겨울잠이 어디에 이끌려 시작되며 무엇 때문에 끝나는지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최근 겨울잠 연구를 진행하는 알래스카대학교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겨울잠 연구가 향후 우주 장거리 비행 중 수면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듯 겨울잠 동물에게 인간과 특별히 다른 호르몬이 작용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몸에도 겨울잠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DNA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켈리 드루 교수는
“인류 조상의 뼈 화석을 보면 겨울잠 상태와 평소 상태의 차이를 의미하는 나이테 같은 구조가 보인다”면서
“현재 인류의 DNA 속에도 겨울잠 메커니즘이 잠들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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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거 였었나...?
그게 뭐...더라...
안개속...
비몸사몽 였나...?
에서 혜매더니 ...
첫댓글 역시 청단의학 기술은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