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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이른 오전에 저는 북한 신형 호위함에 대해 이것저것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카페 회원이신 '_Arondite_'님의 의견을 댓글을 통해 접하고나서, 제가 이 토픽을 둘러싼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생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포인트는 '북한이 이 배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라는 지점과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라는 지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후자까진 생각해낼 수 없을듯 합니다. 그러나 전자는 GIS관련 프로그램으로 이것저것 그려가며 판단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간근무때문에 생체리듬이 완전히 박살나 버려서 쉬는날 새벽 4시경인데도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다가 추가조사격으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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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제사항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의 북한 신형 호위함의 용도를 초계함보다 더 먼 작전거리를 가지고 다종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반적인 타국의 호위함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북한 신형 호위함은 '함대지 순항미사일 플랫폼'입니다. 한때 유행처럼 언급되던 '아스널 쉽'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배경설명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남한 및 서방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인 재래전력(Conventional Forces)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전력을 강화한다는 문장의 의미는 다시 크게 두가지로 나눠서 서술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의미는 양적인 측면에서 가능한한 더 많은 핵탄두를 확보하는 것이고.
두번째 의미는 질적인 차원에서 남한 및 서방세력의 선제타격역량 및 미사일 방어역량을 무력화하는 핵투발 역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지점에서 북한은 핵시설을 재가동하여 핵연료를 농축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온갖 기관과 단체들이 북한의 관련 징후를 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https://beyondparallel.csis.org/yongbyons-status-during-the-trump-kim-summits-a-thermal-analysis/
두번째 지점에서 북한은 성공적으로 핵탄두를 투발하고자 지난 수년간 다종다양한 플랫폼들을 시험해왔습니다.
일단 미사일을 발사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종다양해지면 공자에게 여러가지 이점을 부여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측의 선제타격(이른바 '킬체인')에도 불구하고 투발 플랫폼들의 생존률을 끌어올릴 수 있고,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다가오는 각도와 Salvo 숫자를 늘려서 방자의 요격시도(이른바 'KAMD')를 어렵게 만듭니다.
당장 공자가 한 방위에서 하나의 미사일만 날린다면, 방자는 그 방향과 그 미사일을 향해서만 대공 레이더를 조사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 방위에서 여럿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방자는 당장 어느 방위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해야할지 최대한 빠르게 판단해내야 합니다.
말이 쉽지 당장 관련 지휘관만 해도 여럿입니다. 잘 대비되어 있지 않으면 지휘체계상의 혼란과 분란이 지휘실을 가득 메우고 요격이 실패할 확률은 시시각각 높아집니다.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북한은 핵탄두를 투발하기 위해 온갖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상 발사대와 이동식 발사차량(Transporter erector launcher, TEL)은 이젠 진부할 지경이고
열차와 터널을 활용하는가 하면
구형 잠수함들까지 훌륭한 함대지 미사일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저수지에선 탄도 미사일을 쏘고 항구에선 핵어뢰를 띄워 보내는 창의력까지 발휘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은 남한 및 서방의 미사일 방어역량을 돌파하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북한이 핵투발의 또다른 수단으로써 신형 호위함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배에 대하여 국내 언론들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붙인 별명인 '북지스함'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지스 체계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능인 반면, 북한의 신형 호위함은 미사일을 투사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아이러니한 별명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네이밍을 둘러싼 의도성이 의심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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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저의 생각대로 북한 신형 호위함이 함대지 순항미사일 플랫폼이라면 얼마나 유용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는 수단과 성능이라는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단 북한 신형 호위함이 도대체 무슨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싣고 다닐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공개된 바 없으니 그 순항미사일의 정확한 특성은 북한이 시험발사를 실행할 때 TECHINT와 MASINT를 수집하여 분석해야합니다.
어차피 저는 OSINT만 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매우 친절하게도 북한은 여러차례 그 미사일의 존재와 성능을 공개해왔습니다.
'화살'시리즈는 북한의 순항미사일입니다.
특징은 외형이 미국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많이 닮아있다는 점과 추정 사거리가 1500km 전후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화살' 순항미사일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으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어필해왔습니다.
지상의 발사차량은 물론이고 이미 잠수함에서도 실사격했습니다.
특히 2024년 1월에는 서해와 동해를 향해 연달아 실사격한 바 있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01310802001
// 북한 관영매체는 해당 미사일이 지면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낮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사진을 주로 공개했다. 순항미사일 최대 강점인 저공비행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
// 앞서 북한은 지난 24일과 28일 각 서해와 동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쏘는 등 최근 일주일 새 세 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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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말씀드린 수단과 성능.
그 중에서 수단은 북한이 친절히 알려준 덕분에 '화살'시리즈 순항미사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건 성능입니다. 사실 성능도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비행특성, 유도방식, 속력 등등.
하지만 그나마 제가 접근해볼 수 있으며 가장 주목해야할 성능은 바로 사거리입니다. 이 역시 북한이 친절하게 알려준 덕분에 1500km 전후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1500km라는 사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보기위해 ArcGIS라는 프로그램을 아주 간단하게 활용해볼 겁니다.
아래 <지도 1>은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서해의 남포 앞바다와 동해의 문천 앞바다에서 발사되었을때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표현한 지도입니다.
최대 사거리는 1500km로 가정해두었습니다.
이 1500km라는 숫자는 탄두중량, 로켓모터의 개량, 웨이포인트 기동, 회피기동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하여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0km는 매우 유의미한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당장 어떠한 시나리오에서도 남한은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2) 일직선으로만 비행하는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남쪽으론 일본 오키나와, 동남쪽으론 일본 요코즈카까지 닿습니다. 오키나와는 중국측 해양세력의 필리핀해 및 서태평양을 향한 초월을 가로막는 방파제이며(중국 제1도련선), 요코즈카는 중국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미국의 최중요 해군기지입니다.
그렇다면 또다시 이 두가지 사항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저는 딱히 말재주가 없기에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북한 신형 호위함은 남중국해 및 대만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였을때, 남한과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 전력이 어디로 집중배치 되어야하는가라는 문제에 딜레마를 던지는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북지스함'이라는 별명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나치듯 서술하였듯이, 이지스 체계는 근본적으로 적국이 아측을 향해 투사한 미사일을 해상에서 조기에 감지 및 요격하는 체계입니다. 즉, 방어수단입니다.
더욱 근본적으론, 특정 공역(Airspace)에서 움직이는 모든 비행체를 탐지 및 분석하고 피아를 구분하여 지휘관이 요격여부를 결심하는 단계를 결정적으로 보조하는 ISR 수단입니다.
그렇다보니 원거리 타격역량이 비대해진 현대전에서 이지스 체계는 늘 바쁘게 투입될 수 밖에 없고, 공자와 방자가 가지는 케케묵었지만 매우 중요한 방정식의 영향을 받습니다.
통상적으로 방자는 공자에 비해 3배의 우위를 점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소규모 제대와 전술의 차원에서는 유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전술과 전략의 차원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우위는 감쇄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자 자신도 방자에 비해 3배의 열세에 놓여있다는 점을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공자는 국부적으로 3배 이상의 병력과 화력을 집중투입해 방자에게 충격을 가하고자 기도하고, 방자는 국부적으로 3배 이상의 열세에 놓이지 않기 위해 병력과 화력을 유연하게 집중투입하여 공자의 예봉을 꺾고자 기도합니다. 이 지점에서 케케묵은 방정식은 예비대의 필요성과 예비대의 기밀성(= ISR과 기만)이라는 결론으로 수렴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만약에 모든 해역과 공역에 이지스 체계가 쫙 깔린다면 아무 문제없이 발뻗고 잘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늘 예산은 부족하고 이지스 체계는 비쌉니다. 그러므로 결국 방자인 이지스 체계는 필요한 공역이 3배의 열세에 놓이지 않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만 상황이 발생한다면 적어도 일본 해자대까지만 정면으로 투입되고, 남한의 이지스 전력은 7기동전단의 본래 목적이 그러하듯이 예비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예비대의 존재가 3배의 우세 혹은 열세를 깨트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방위의 차원에서도 중국 동해함대는 동쪽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향해 북쪽까지 마크해야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지도 2)
그러나 북한의 신형 호위함이라는 변수가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의 상황과 겹쳐졌을때는 시나리오가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도 3)
#0.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 상황발생.
#1. 북한 신형 호위함이 호응하여 남포에서 출격. 순항미사일을 활용한 핵투사 시도 혹은 시도하려는 듯한 기만기동을 실시.
#2.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이지스 구축함(결국 제주도 주둔 7기동전단)이 미사일 탐지 및 요격을 위해 기동. 남한 7기동전단이 예비대로서의 이점을 상실. 중국 동해함대는 전력을 오롯이 동쪽 필리핀해 및 서태평양을 향해 집중할 수 있게 됨.
#3. 오키나와. 규슈, 혼슈 중서부를 위협당한 일본 해자대 이지스 구축함 전력이 미사일 탐지 및 요격을 위해 정면에서 이탈.
#4. 미 함대가 남한 및 일본 이지스 구축함의 지원을 잃은 상황에서 중국 동해함대 및 남해함대를 정면에서 상대(3배의 열세 혹은 3배의 우세).
물론 매우 나이브하게 쓰여진 시나리오라서 딱히 가치는 없을 겁니다.
또한 북한의 순항미사일 운용 플랫폼은 수상함만 있지 않습니다. 당장 김군옥영웅함도 1척당 최대 6발의 순항미사일이 탑재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상술한 다른 플랫폼들까지...
그래도 이지스 구축함을 둘러싼 이런류의 딜레마는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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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하여 산둥성 오른쪽 끝자락과 인천 사이의 간격이 불과 45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좁은 바다인 서해라는 좁은 바다의 특성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만약 북한에 의한 서해 방향에서의 순항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아측 이지스 구축함들을 황해방향으로 던져넣는다면, 그 구축함들은 서쪽으로는 중국 대함 미사일의 위협 그리고 북동쪽으로는 북한 대함 미사일의 위협에 동시다발적으로 고스란히 노출당합니다.
중국, 북한, 남한의 대함 미사일 사거리를 고려하여 그 정도를 표현하면 이러합니다.
붉은색 원뿔은 각각 중국의 YJ-12 대함 미사일(최대 사거리 446km)이 칭다오 앞바다에서 발사되는 상황과 북한의 금성-3 대함 미사일(최대 사거리 250km)이 옹진반도 해안에서 발사되는 상황을 가정한 범위를 표현하였습니다.
https://cimsec.org/fighting-dmo-pt-8-chinas-anti-ship-firepower-and-mass-firing-schemes/
https://missilethreat.csis.org/missile/kumsong-3-kh-35-variant/
파란색 원은 남한측 Harpoon 대함 미사일의 공대함 버전(최대 사거리 220km)이 서해상에서 발사될 때의 상황을 가정한 범위를 표현하였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Harpoon_(missile)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중국의 YJ-12 대함 미사일이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가장 왼쪽 붉은 원뿔). 최대사거리 446km로 알려진 YJ-12는 H-6K 폭격기에 의해 운용될 수 있습니다(1기당 최대 6발).
또한 칭다오에는 사거리는 짧지만 1척당 YJ-83 대함미사일을 8기씩 탑재가능한 Type 22 미사일 고속정도 여러척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해는 이지스 구축함같은 대형함들에겐 기동하기 무척이나 곤란한 장소입니다.
만약 제가 이지스 체계로 저공비행하는 순항 미사일을 어느 거리에서부터 감지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면 좀 더 괜찮은 지도를 뽑아낼 수 있을듯 한데... 슬슬 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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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쯤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아침 9시가 되어갑니다. 해가 떠버렸고 또다시 잠을 못자고 말았습니다.
금방 써낼줄 알았는데 시간이 참 빨리가버리네요.
그래도 쉬는 날이라 잠은 이제부터 자면되고, 자고나면 온가족이 간만에 삼겹살이나 구워먹기로 했으니 즐거운 저녁을 맞이할 거 같습니다. 글을 쓰는것도 재밌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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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순항미사일에 대한 이지스시스템의 탐지거리라... 일반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은 지점이라 상상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화살시리즈의 순항고도가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는지를 알면 좋을텐데, 그 성능이야말로 순항미사일 성능 중에서도 핵심중의 핵심인지라 공개 안하겠지요. 토마호크마냥 수 m 높이까지 내려오는 건 어렵겠다 싶지만 적어도 십수 m 높이는 가정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이정도 높이라면 아무리 위상배열레이더를 도배한 이지스라도 탐지가 많이 어렵죠. 게다가 순항미사일 자체도 RCS가 낮은 놈이라 더더욱 탐지 힘들 겁니다. 이지스함의 통상탐지거리보다 1/20 정도로 줄여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