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발간하는 월간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5년 새해 첫호(2025년 1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의 물 분쟁을 다뤘다. Kunduz Bakytova씨(석사, 러시아CIS 개발협력 전공)가 쓴 '중앙아시아의 물 분쟁 원인과 해결 방안은?'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aa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중앙아시아의 젖줄
옛 소련의 중앙아시아(러시아어로는 Центральная Азия)를 넓고 길게 적시면서 아랄해로 유입되는 아무다리아강과 시르다리아강은 빙하로 뒤덮인 파미르 고원과 텐산산맥에서 발원한다. 두 강은 각기 다른 중앙아시아 5개국이 수자원을 공유하는 초국경 국제 하천이다. 하류 지역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상류에 위치한 타지키스탄(아무다리아강)과 키르키스스탄(시르다리아강)에서는 수력 발전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1991년 탈소련 독립 이후 중앙아시아 5개국 사이에는 공유 하천의 물 이용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이 형성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자원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지정학적 갈등도 발생했다. 수자원의 합리적 배분 문제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인 이유다.
중앙아시아 5개국의 위치(위) 카자흐스탄 남서쪽에 아랄해가 있다. 아래 사진은 아무다리아, 시르다리아강으로 조성되는 수자원과 그 이용법/얀덱스 지도. 러시아CIS토크
◇물 분쟁의 역사적, 지정학적 뿌리
소련 시절에는 중앙 정부가 국가 수자원을 통합 관리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공화국과 카자흐스탄 공화국에는 면화 생산을 위한 관개용 물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 공화국과 타지키스탄 공화국은 농업용수를 하류로 방류하도록 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주권 국가들이 등장하면서 과거 소련 시절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왔던 수자원 분배 시스템이 무너졌다.
독립 이후 중앙아시아 각국은 수자원에 대한 지역의 공동 사용 의존도를 고려하지 않고 국내 수요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크스탄 같은 상류 국가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과 같은 하류 국가 사이에 물 분쟁이 빈번히 일어났다. 상류 국가들은 경제적 수익 창출을 위해 수력 발전용 댐을 건설하고 물길을 인위적으로 차단한 뒤, 전기 생산이 많은 겨울철에 주로 물을 방출한다. 반면 여름철 관개용 물이 필요한 하류 국가들은 물부족 현상에 직면해 상류 국가의 일방적인 수자원 통제에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물 분쟁 악화 요인
수자원 배분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인은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2050년까지 평균 기온이 2~4도C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물 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강설량 감소와 빙하 후퇴 등으로 수량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 관리 부실의 대표적 사례로 20세기 인간이 만든 대재앙 중 하나인 '아랄해 고갈' 사건을 들 수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해(內海)였던 아랄해에서는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류에서 물이 면화 관개 용수로 사용되면서 아랄해로의 유입량이 급감한 탓이다. 국제사회는 아랄해 살리기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원상 복구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아직은 미지수다.
중앙아시아 수자원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은 또 있다. 역내 국가의 급격한 인구 증가다. 2050년까지 중앙아시아 인구는 36.9% 증가해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농업은 물론, 도시의 생활용수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 추세, 특히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위생 인프라를 위한 물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낳을 게 분명하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는 각국 정부가 국민의 물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기에 한정된 수자원을 두고 국가 간 대립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자간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가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국제 협력이 난항을 겪고 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0년대 초반, 수자원 공유에 관한 알마티 협정(1992년)과 같은 여러 협정이 체결되었음에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협력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하류 국가들은 기존 협정이 상류 국가에 유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상류 국가들은 수자원 관리 책임의 직접적인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수자원 분쟁 해결 방안은?
중앙아시아의 효과적인 물 공동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고 기후 변화와 인구 급증이 더해지면서 수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수자원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없다면, 물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이용및 배분은 국경을 넘어선 국제 문제이므로 역내 국가들 사이에 대화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역내 국가들은 물 분쟁 해소를 위한 다자적 논의의 제도화와 함께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공유 하천의 수량 감소, 수자원 이용의 비효율성및 비대칭성, 아랄해의 생태계 파괴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 공유 하천의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물 사용의 효율성을 촉진하는 현대적인 관개 기술의 도입과 함께 더욱 강력한 지역 협력에 기반한 공동의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물 저장및 유통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 구축, 절수 농업 시스템 도입, 물 먹는 하마 격인 면화를 대신하는 새로운 대체 작물 이식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