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이 이미 슬픈 삶을 암시라도 한 것일까요?
가을잎들의 빛깔이 절정으로 치닫고 산허리를 하얗게 수놓은 억새에 이는 바람이
애달픈 마음이 되어 가을 공간을 매우고 있구요. 잔인한 계절은 4월 하나로도
벅찬데 10월의 마지막까지 잔인함과 슬픔으로 채워야 하는 이 황망한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절로 터져 나오는 ‘도대체, 왜?’를 내뱉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구요. 아무리 삶이 희노애락의 비빔밥이라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은 아닐까요?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부여잡고 늦은 월요편지를
써내려가는 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깊은 애도의 수렁에 빠져버렸습니다.
지난 주의 안부는 내려놓고 지난 주말부터의 시간들, 얼마나 힘드셨는지요?
지난 주말 저녁,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답답한 삶의 탈출구를 찾으러 왔다가 이게 뭔 일인가요?
형언할 수 없는 큰 슬픔이 온 세상을 깊고 넓게 뒤덮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도와달라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영원한 이별의 길을 떠난
청춘들의 통곡이 귓전을 때립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당장엔 ‘애도’만을 부르짖을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 정말이지
한스럽습니다.
황망히 떠난 넋들의 명복을 온 마음으로 빌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도합니다.
아, 슬픔은 몰려오는 것인가요?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인 휴일에도 슬픔이 이어졌으니까요.
그날 오전 어머니의 살아있는 유일한 혈육인 외삼촌이 세상을 떠났고, 1시간후쯤에
양산 아버님(장인어른)이 지구별 소풍을 마치셨다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월요편지도 부득히 미룰 수 밖에 없었구요.
(금요편지가 되어버렸네요)
부랴부랴 통도사 마을로 떠날 수 밖에 없었고, 때론 온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한 날도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아려왔지요. 이에 대하여는 다음 월요편지에 몇 자 더하려 합니다.
지난 주의 일들이 이미 아득한 시간으로 느껴지지만 정리해봅니다.
지난 주 월요일인 24일 저녁엔 회갑을 핑계로 좋은 인연들과 작은 와인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편안하게 함께 삶을 즐기고 나눈 시간이었지요. 무엇보다 사람의 숲에서
참 살아왔다는 느낌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고마움이 절로 삶을 파고들었습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제주 일정이었습니다.
화요일엔 제주 4.3 평화공원을 돌아보며 제주의 아픔을 온전히 느껴보고,관덕정과 동문시장,
용두암을 둘러보며 제주의 가을을 맛보았지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제주 한림의 산양큰엉곶,서귀포 고살리 숲과 쇠소깍 숲,
한라산 숲을 걸으며 나무와 숲에 대해 알아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구요.
지금까지 그냥 지나친 나무들이 선명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내 품에 안겼음은 물론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를 떠올린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웠지요.
주말인 토요일엔 통일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연천 소풍을 다녀왔지요.
숭의전과 유엔 전사자 화장터,군남댐,연천역 급수탑,북한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태풍전망대까지 돌면서 분단현실을 상기해보고 통일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한 주도 동번서번하며 삶을 그대로 즐기고 누린 행복디자이너에게 큰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너그럽고 열린 마음, 땀흘리고 공부하는 자세,
진실함과 사랑이 있는 소통으로 살아갑니다.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 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못 보곤 한다.
- 헬렌 켈러 -
2022. 10. 31(실제로는 11.4)
옥수동에서
대한민국 행복디자이너 咸悅/德藏 김 재 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