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유래의 코로나19의 인체감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 아플 때 행동 양식에 반려동물과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면 실제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모두 인체감염에서 유래한 역인수공통감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5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코로나19 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처럼 권고했다.
9일 ‘코로나19 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를 주제로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이 열렸다. Ⓒ포럼 유튜브 영상 캡처
코로나19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송 교수는 “반려동물은 실험적 조건에서 뚜렷하게 병원성이 확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서 실험적 조건이란 현실 세계에서는 감염시킬 수 없는 굉장히 고용량의 바이러스를 직접 비강에 불어넣고 입에 넣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감염 발생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반려견이 52건, 반려묘가 70건 정도다. 우리나라 감염 사례는 3월 8일 기준으로 7건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역인수 공통감염병이라는 사실. 설령 반려동물이 감염되었더라도 그것이 다시 사람에게로 넘어온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송 교수는 “미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만 명일 당시, 반려동물 감염은 다섯 마리 정도였다. 미국 내 반려동물 사육 인구를 63%로 봤을 때 확진자 500만 명 중 353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5마리 감염이라면 발생 확률은 70만 분의 1 정도인 셈”이라며 “이런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현재 반려동물 감염 사례들이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가 ‘반려동물과 코로나19’를 주제로 발표했다. Ⓒ포럼 유튜브 영상 캡처
이미 동물과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된 밍크의 경우도 송 교수는 “산업적으로 대량사육하는 밍크농장에서 감염이 일어났고 거기서 일하는 인부들이 지역사회로 전파를 시켰다”며 “역학적으로 반려동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밍크의 사례를 빗대어서 반려동물로 넘어간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에게로 전파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전파… 동물과 거리두기도 철저히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의 장벽을 뛰어넘는데 탁월하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보통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종이 다르면 잘 감염이 되지 않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매개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로 넘어왔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는 이렇게 종을 뛰어넘어 다른 종에게 감염된 사례가 매우 일반적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나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패렛 등은 감수성(어떤 질병에 쉽게 걸리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감염이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에 매우 친숙한 숙주라 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개와 고양이의 감수성에 대해 송 교수는 고양이가 더 민감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고용량의 코로나바이러스를 투입해 실험적으로 감염시켰을 경우 개는 임상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양이는 임상 증상도 나오고 동거 사육을 하는 고양이에게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또 어미 고양이보다 새끼 고양이가 더 민감하게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나, 감염증상이 나타날 때는 동물과의 거리두기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는 굉장히 복잡하고 동물끼리의 재조합도 잘 일어나며 돌연변이도 쉽다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송 교수는 “이렇게 대규모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돌연변이 발생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혹시나 반려동물이 굉장히 잘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출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로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만 걱정하는데, 코로나19처럼 사람에게서 반려동물로 전염되는 경우에도 주목해야 한다”라며 “지금으로써는 내가 감염의 가능성이 있을 때나 혹은 감염 증상이 있을 때 반려동물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코로나19 감염이 반려동물에게로 확산하지 않도록 지킬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