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결사(結社)들이 그 반과학적인 신앙이나 현실적인 사회변혁의 실패 등으로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와 현실의 정치 · 경제 · 사회적 혼란을 해결하는데 더 이상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기 힘들어보인다.
개인주의와 전체주의가 세계의 힘과 정신의 질서를 대립적으로 양분하고 있고, 개인주의가 우세한 국면인 것 같지만, 도를 넘는 개인중심주의와 물신(物神)주의는 자칫하면 퇴행적인 전체주의나 이상한 사교(邪敎) 집단의 발흥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결사(結社)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질(質)이 다른 결사가 인류의 존속과 자유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가끔 ‘지극히 높은 이상을 향한 한없이 겸손한 결사’ ‘중심 권력이 없는 강력한 결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마침 전에 썼던 글이 있어서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생명으로 돌아가기(COMING BACK TO LIFE)’를 읽고 있다.
이 책에서 고대 티베트의 ‘샴발라 예언’을 소개하고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과학적이고 종교적인 통찰들을 담고 있다.
물론 특정 종교 문화의 배경이 있지만,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출현한 거대담론이 가지는 공통성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재연결작업’ 또한 ‘부활’ ‘Z혁명’ ‘개벽’ 등 여러 말로 표현된 거대담론의 현대적 제시의 하나로 보인다.
샴발라 전사들의 조직과 그 전략전술은 문명 대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영감(靈感)을 줄 것이다.
정독(精讀)하기 위해 써본다.
<< 지구에 사는 생명이 모두 위험에 빠지는 시기가 옵니다. 잔인무도한 강대국들이 이미 들고일어난 이후의 일입니다. 이 세력들은 재산을 쏟아부어 서로 파괴하겠다고 열을 올리는데,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파괴력을 가늠할 수도 없는 무기와 세상을 초토화할 기술로 무장했다는 사실이지요. 이 때, 생명의 앞날이 실날같이 위태로운 순간에 샴발라 왕국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정 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아닌 까닭에 그 곳을 찾아갈 수는 없습니다. 샴발라 왕국은 샴발라 전사들의 심장에, 마음 속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제복을 입거나 계급장을 달지 않는 까닭에 누가 샴발라 전사인지 겉으로는 알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깃발을 내걸지 않아서 어느 편인지 알 수 없고, 방어벽을 치지 않아서 높은 곳에 올라 적을 위협할 일도 없으며 뒤에 숨어 쉬거나 재정비할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근거지 하나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잔혹한 무리가 사는 지역을 지나다녀야 합니다.
이제 샴발라 전사들에게 도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옵니다. 잔인한 세력들의 가슴속을 비집고 들어가 어떤 의미에서든 무기란 무기는 모조리 해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군비가 갖춰지고 무기가 늘어선 곳으로 또한 중요 사안이 결정되는 정치권력의 중심지로 향해야만 합니다.
샴발라 전사들은 이 무기를 해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무기는 모두 ‘마음으로 지어진’ 까닭이지요. 인간의 마음으로 지어냈기에 인간의 마음으로 해체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외계세력의 공격이나 마귀의 저주도 아니며 피할 수 없는 운명 또한 아닙니다. 우리가 행한 선택, 관계 맺은 방식,사고하고 행동하는
습관 때문에 자초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샴발라 전사들이 훈련에 돌입할 때입니다. 어떻게 훈련하느냐고요? 두 가지 무기를 다뤄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냐고요?
하나는 자비(慈悲)입니다. 또 하나는 지혜(智慧) 즉 모든 현상이 근본적으로 상호 의존함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두 가지 모두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비심은 연료이자 원동력이 되어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이끕니다. 이는 곧 세상에 대한 고통을 두려워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그 무엇도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비심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탈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맺어져 있음을 아는 지혜 또한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혜가 있다면 이 상황은 선한 자와 악한 자 사이의 전쟁이 아님을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선과 악을 가르는 잣대가 모든 이의 마음 속 풍경에 심어져 있음을 알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생명으로 짠 직물에 촘촘하게 엮여있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행위라도 의도가 분명하다면 그 영향력은 헤아리거나 볼 수도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역시 이해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자체가 추상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나아가려면 자비심에 담긴 열정 또한 필요합니다>>
이런 예언이 담고 있는 통찰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나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역사의 진행 속에서 이런 예언을 구체적이고 보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밑천들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태도가 현실 정치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는 절실하다)
새벽에 산골 노인이 이런 글을 읽고 써서 그것을 페북이라는 열린 공간에 실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그 동안 장만한 밑천의 하나인 것이다.
샴발라 전사들이 사용할 기술적 무기들 또한 풍부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을 누가 더 잘 사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