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뉴스 320/1205]일능이 이표고 삼송이
버섯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지만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말은 진작부터 들었다. 수십 백 종의 버섯이 있다지만, 그중에 으뜸이 능이버섯이라는 것이고, 다음이 표고버섯, 그 다음이 송이버섯이라는 거다. 지난 2월 ‘속세 자연인’친구가 우리 뒷산의 참나무를 보더니 표고버섯을 재배해 보라는 말에 “그래? 한번 해볼까? 잘 알려줘야 해”하며 회까닥 넘어간 것은 그래서였다. 내년 가을쯤 되면 참나무토막마다 표고버섯이 덕지덕지 열린다는데야 어찌 회가 동하지 않을손가.
아래의 글은 2월 12일 새벽에 그에 대해 쓴 ‘찬샘통신 85회’의 일부이다.
<뒷산에 20여년 된 참나무를 잘라 표고버섯을 재배해 보기로 했다. 지난 일요일 논산에 사는 매제가 엔진톱을 들고 달려왔다. 이 친구는 중학교 교장선생님인데, 프로 농사꾼 못지 않은 농부이다. 나같은 ‘얼병아리’는 근접도 못한다. 우리 부모가‘똥도 아깝다’며 신봉하는 백점짜리 막내사위. 큰아들로서 가까이 사시는 부모님 농삿일을 돕다 보니 자연히 그리 된 것일텐데, 워낙 ‘일매’가 있고 바지런하다. 큰나무 자르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밑둥이에 톱을 들이댈 때, 어디로 넘어질 것인지를 먼저 가늠해야 한다. 나무에 깔려 죽는 사람이 일년에 수십 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아무튼, 대여섯 그루를 1m20정도로 토막내자 원목이 60여개. 입춘추위인 데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시다바리’. 농사꾼 축에도 못드는 것은 당연한 일. 매제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집 뒷밭으로 옮기는 작업이 만만찮아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데, 친척 아재가 어제 트럭을 몰고오셨다. 기회는 찬스. 이웃마을 친구와 영차영차 옮기려는데, 잘라놓은 토막 10여개가 보이지 않는다. 그새 어느 누가 가져간 것이다. “이런 썅-” 이건 정말로 나쁜 도둑질이다. 뻔히 버섯 키우려 잘라놓은 원목토막을 가져가다니? 화목보일러 나무를 때려고? 자기도 버섯을 키워보려는데 ‘옳다. 잘 됐다’ 불로소득 횡재windfall의 마음으로? 하지만, 이건 아니다. 나무를 베면서 흘린 땀과 버섯을 키워보려는 농부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있을 수 없는 일. 아재는 멀쩡한 나무도 파가는 마당에 도로변에 놓인 참나무 토막은 안가져가는 놈이 병신 바보라며 순진한 우리를 비웃었다. 베자마자 옮겼어야 했다고 한다.
그날 아버지의 염려도 한마디로 문질러버렸는데. “아이고, 그 힘든 작업을 누가 해서 가져간대요? 사람의 양심을 그렇게 못믿으면 어떻게 산대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했는데. 참, 무색한 일이다. 아버지께는 ‘흰 거짓말white lie’을 하는 수밖에 없다. 평소 농축임산물을 훔치는 놈은 양심에 털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온 나로선 설마?했었다. 이때의 ‘좋을 량良’자는 도둑놈심뽀 양상군자의 ‘양梁’자이리라. 같은 농사꾼이라면 해서는 안될 금기행위가 아닌가. 우연히 트럭을 몰고 가던 행인이 그랬겠지만, 견물생심이라해도, 이것은 죄받을 일일 터. 도로변에 말리고 있는 고추를 몽땅 쓸어갔다거나, 멀쩡한 소를 몰고 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쌍욕이 나오곤 했는데, 내가 막상 당하고 보니 씁쓸하기가 말도 못했다.
이제 집뒤안 밭으로 옮겨놓았으니, 이것이야 못가져가겠지, 위로를 삼을 수밖에. 한동안 말렸다가 산림조합에서 종균을 사오고, 토막마다 일일이 드릴로 구명을 뚫어 종균을 집어넣을 것이다. 일주일에 몇 차례 물을 홈톳히(충분히) 줘야 한다고 한다. 차양막을 씌워놓고, 이제나저제나 버섯 나오기만을(올해 수확은 어려울터) 무한한 애정을 갖고 지켜보리라. 아아, 60여개 토막에 탐스런 표고버섯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솟아오른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황홀할까? 기다려진다, 그날이. 가슴이 설렌다, 지인들에게 그 버섯 나눠줄 그날이.>
종균을 사다 어렵사리 꽂고나서는 오랫동안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방치했다. 올 여름에 비가 많이 와 괜찮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케세라 세라, 마음으로는 진작 포기했다. 들어간 비용이 만만찮건만(50여만원), 끈기가 없는 나로선 ‘한번 해봤다’는 생각이 앞섰다. 비닐하우스를 지었다는 소식에 전주에서 '속세자연인' 친구가 어제 오후 득달같이 달려와 이젠 ‘ㅅ’자로 세워놓고 물을 자주 주면 틀림없이 내년 가을엔 버섯이 나온다는 거다. 그 친구의 성의를 봐서 마지못해 따라할 수밖에 없는 일. 이래서 겨우 모양을 갖춘 것이 비닐하우스 속의 또다른 집 '표고버섯 시험재배집'이 탄생한 것이다<사진>. 해놓고 보면, 나는 늘 심부름만 했지만 스스로 기특하다. 아내와 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나에게 애썼다고 칭찬하지만, 이 모든 것이 친구들 덕분인 것을. 헤헤, 내가 정말로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어디를 가나 친구복이 많은 걸까? 나로선 엄두도 못낼 일들을 친구들이 달라붙어 착착, 척척 해치워주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좋은 글로라도 보답을 하면 좋을텐데, 시덥잖은 생활글을 쓰며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아무튼, 이제라도 물을 주기적으로 주리라. 자, 내년 가을, 원하는 친구들은 표고버섯 신청만 하시라. 물론 100% 공짜이다. 손으로 똑똑 따날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어찌 황홀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가 재배한 게 아니고 자연의 선물인거늘. 그런데 버섯이 진짜 ‘1도(한 개도)’ 안올라오면 어떻게 하지? 또다시 지레 걱정하는 내 악습의 재발이다. 금요일 오후 3주만에 내려온 아내가 새근새근 자고 있다. 숙면을 방해하면 안되니까(방해할 능력이 없어진지도 너무나 오래이지만) 예쁘다. 살째기 문을 닫고 컴퓨터방으로 내려온 참이다. 82년 신문사 입사 초기, 경상도 청도출신의 아버지뻘 부장이 불쑥 "최형(아들뻘인 직원에게도 이렇게 불렀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나도 사석에서는 그냥 선배라고 불렀다), 경상도 속담에 'X도 모르면서 송이장사한다'는 게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 물었다. 내가 어찌 알겠는가? "모르겠소. 테스형" 하니까 "생김새가 영락없이 거시기인데, 장사치는 그것도 모르고 팔러다닌다는 말인데, 무슨 일을 해도 주제나 내용을 알고 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한 시덥잖은 얘기는 왜 생각이 나는 걸까? 별짓을 하며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죽어도 오고마는' 또 내일도 살아갈 것이다. 할렐루야. 주님의 은총이 나에게.
첫댓글 엇그제 시장에서 리어카에 표고버섯을 수북히 쌓아놓고 파는데 진짜 참나무에서 따온 표고버섯이라고 써 놓고 팔고있었다.
나도 십여년전 버섯 재배를 해본적이 있고 지금은 관리는 안하고 방치한채 어쩌다 나오는 버섯만 하나둘 따다먹는데
다시버섯 재배를 하라면 못할것같다.
산너머에서 참나무 잘라다 죽을똥 살똥 나르던걸 생각하면 하기싫다.
그런 나무를 흠쳐갔다니 얼매나 속이 쓰렸을꼬?
그러나 요즘엔 중국산 톱밥으로 만든 압축목으로 종균까지 넣어서 산뜻하게 팔고있으니 버섯까지 가짜 아닌가?
그러니 시장에서도
진짜 참나무로 만든 표고버섯이라고 팔고있네.
가짜 진짜 버섯을 다 먹어보니 확실히 향도 틀리고 맛도 다른데 보기는 가짜가 더 좋게보이니진짜 참나무에서 딴 표고라 팔고
진짜가 사라지고 버섯도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 왔다.
짜가가 판친다.버섯재배가 포화상태에 수입산까지 들어오니 힘든버섯농사아닌가?
인터넷쇼핑에 보면 거름과 톱밥.종균을 섞어만든 버섯 배지를 팔고있다.
버섯 맛은 다르지만 수많은 참나무가 잘리는걸보면 권장하고싶다.
도토리 나무.상수리 나무도 조만간 사라지겠지?
버섯때문에ㆍㆍㆍ
따르릉님, 난 진짜 표고버섯으로 알고 맛있게 먹었는데 짜가란 말인가? 왜 이리 난 귀가 얇을까..
근데, 따르릉님은 하여간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일세,모르는 것이 뭐고 하지 못하는 것이 뭐야? 나쁜짓만 빼놓고..
이 고요하고 조용한 아침에 우천과 따르릉님의 글이 내 맘에 주파수를 고주파로 올려주는군. 오늘도 세게 나가보겠음다.
땡~~큐!
우천표 표고버섯이 눈에 아롱아롱거리네.
참 기특하구료. 도시틱했던 우천이 이래 프로 농부의 길의 시작하다니. 시작이 반이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는데, 아직 냉천부락 3년만기 안채운 것 같은데..
민물새우잽이로서 기량만개하듯이, 더더욱 정진하여 프로농부 되옵소서!
자고로 모모 가라사데,
'재주가 많음은 일 복 터진 팔자요
재주가 다소 부족함이 벗을 모으는 원동력이라.'
이모작 인생을 무리없이 이루어가는 우천에게 '加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