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시티인가, 미국흰불나방 시티인가?
그린시티의 자랑인 울창한 가로수들이 미국흰불나방 유충의 습격으로 하루가 다르게 앙상해지고 있다. 갑자기 번식해 ‘돌발해충’이라고 불리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주로 벚나무, 플라타너스 등 잎이 넓은 수종을 선호한다. 잎맥만 남을 정도로 잎을 갉아 먹는 데다가 크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 갑자기 미국흰불나방 유충과 맞닥뜨린 주민들은 깜짝 놀란다.
미국흰불나방(이하 흰불나방) 유충은 2015년 전후부터 그린시티 일대에서 크게 번지기 시작해 2017년까지 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다. 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해 아파트 단지 벚나무, 느티나무, 감나무 등이 빠르게 죽어가는 것은 물론 초등학교, 공원, 산책로, 도로변에도 유충이 발견되었다. 2015년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이 산림청에 역학조사를 의뢰할 정도였다.
흰불나방 유충은 활엽수에 주로 서식하는 해충으로 정부가 1961년 성장이 빠른 미국산 플라타너스를 대량으로 들여올 때 흰불나방 유충도 함께 유입됐다. 흰불나방은 한 번에 700여 개의 알을 낳는데, 유충은 활엽수 잎사귀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다.
특이하게도 산림 내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의 피해는 경미한 편이고 도심 주변의 가로수, 조경수, 정원수에 특히 피해가 심하다. 최근에는 벚나무에 피해가 많이 발생하며 8월 초순과 중순에 극성을 부린다.
특히 그린시티에는 벚나무가 많아 흰불나방 유충이 서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좌3동에 거주하는 이민호 독자의 제보에 따르면 대동타운, 대림1차, 롯데2차 등지의 아파트 단지 벚꽃나무에 성충이 붙어 나뭇잎을 거의 모조리 갉아먹는 통에 방제작업을 4~5번 해도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여름 내내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근무 중에 틈틈이 스프레이로 된 흰불나방 유충 퇴치 약제를 뿌렸다는데 좀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단다. 오히려 약품 방제 때문인지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지저귀던 새들의 모습이 요즘 확 줄어든 느낌이라 걱정스럽다고. 유충의 천적이 없어져 앞으로 흰불나방이 더 극성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흰불나방 유충은 보통 장마철이 지나면 확산한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선호하는 흰불나방은 무더워지면 기하급수같이 늘어난다. 그린시티는 대규모 주거 단지라 광범위한 방제가 어렵겠지만 흰불나방 유충이 피부에 닿으면 쏘임과 함께 알레르기 반응 등을 일으킬 수도 있어 2학기 개학을 하는 초등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신속한 방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운대구청에서도 지난 8월에만 흰불나방 방제에 대한 공문을 그린시티 내 각 아파트 단지와 학교, 상가 등 100여 군데에 여섯 차례나 보냈지만 아직 흰불나방을 퇴치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더 늦기 전에 구청에서 그린시티 내 흰불나방 피해 상황을 파악한 후 각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 등을 비대면으로라도 접촉해 적극적인 방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 신병륜·박동봉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