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물건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핵폭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죽음이 무섭지만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숙명이니 논외이다. 핵폭탄은 무섭다. 하지만 이성을 가진 세력이라면 자신들도 같이 망할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약이다. 마약은 원래 진통제로 사용됐다. 엄청난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약물이 원래 마약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불법적으로 마약이 일반인들에게도 거래되기 시작했다. 한때는 이 마약에 대해 엄격한 통제와 단속이 펼쳐졌다. 하지만 단속이 느슨해지고 허술해진 틈을 비집고 지금 마약은 무서울 속도로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마약은 일반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정신이 정상적인 사람들은 마약옆에도 가지 않는다. 대부분 정신적인 피폐 현상을 겪거나 희망과 가능성이 사라진 그런 부류들이 마약을 즐겨 찾는다.정의로운 사회는 이미 사라졌다는 상실감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으니 마약을 찾는 것이다. 한때 이 마약은 남미쪽과 인도차이나 반도쪽에서 널리 유통되었다. 조직범죄단이 개입해 마약을 대량 유통시켰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이 마약이 공통의 적이 되고 있지만 효율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못한 채 마약은 일반인과 어린이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 탄생의 근본이 된 도시가 바로 필라델피아이다.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는 마약으로 아주 유명하다. 거의 무법지대를 방불케 한다.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3km 남짓한 거리에는 방금 사용한 듯한 마약용 주사기와 쓰레기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려져 있다. 여기저기에 좀비처럼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마약중독자들의 쉽게 눈에 띤다. 서로 마약이 든 주사기를 놔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모차까지 끌고 와서 마약을 맞는 젊은 엄마의 모습도 보인다. 인근 도서관 안에 있는 공원 잔디밭에는 학생들 대신 마약을 복용하고 길게 누워버린 성인들만 가득하다. 주로 펜타닐 중독자들이다. 펜타닐은 구입이 쉽고 휴대가 간편해 지금 미국 전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마약이다. 필라델피아 켄싱턴 현지에서만 마약하는 사람들이 2만 명 이상이라는 비공식 통계도 나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통 도시인 필라델피아가 이 정도니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한때는 흑인과 히스패닉들이 주로 마약을 했다면 이제는 백인들도 대단히 많을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주 정부는 거액을 들여 마약을 단속하고 유통망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마약가격이 싸지면서 청소년과 빈곤층까지 마약 중독의 늪에 깊게 빠져들고 있다. 미국 마약 전문가들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중요한 시기를 놓쳐 마약 단속과 퇴치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약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폐해에 대한 철저한 교육인데 두가지 다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단 펜타닐을 복용하면 그 효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한번 펜타닐을 복용하고 나면 다시 복용하지 않고 버티지 못한다는 악성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심심풀이로 한두알 복용하다가는 결국 마약중독자가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한국도 마약에 절대 자유롭지 않다는데 있다. 아니 우리가 모르거나 방심하는 사이에 상당한 마약이 한국으로 침투했고 상당수의 부류가 마약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사한 것을 보면 10대 마약 감정 건수는 1,290건 이가운데 양성으로 확인된 투약자는 290명 정도이다. 10대 여성의 투약이 눈에 띤다. 마약도 메트암페타민 즉 필로폰이 가장 많았고 펜타닐과 엑스터시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마약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마약사범 급증에 따라 변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되는 사례도 계속 늘고 있다. 국과수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2022년) 부검 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것은 69건으로 전해에 비해 60%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사 사건에서 마약 검출이 급증하는 것은 심각한 마약 확산 신호라는 것이 마약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마약의 한국 침투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한국에서 마약 전파가 빠른 이유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처음 각성제로 이용하는 성분들에도 마약 성분이 있어 이런 것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더욱 효력이 강한 성분을 찾다보니 펜타닐같은 악성 마약에 노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마약이 극히 일부층에 한정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이 마약 확산속도를 키우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마약에 이미 노출돼 있는지도 모른채 말이다.
마약은 인간이 마지막 선택하는 극한 쾌락추구 방식이다. 정신적으로 무장돼 있을 경우 결코 행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추락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부류에게 이 마약은 무섭게 침투한다. 요즘 한중일에 만연한 젊은층의 특이한 계층들 사이로 이 마약이 가랑비에 옷 젖듯 자신들도 모르게 마약에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쫒는 사회적 풍토가 젊은 그룹들사이에 만연하면 할수록 미래를 기약하지 못한 계층들이 마약에 접근하기 쉽다는 의견도 많다. 정의로운 사회 리더그룹들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도 사회에 절망감을 안기게 한다.마약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고 그 유통조직을 철저히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층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현상은 바로 그 사회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 나라를 장차 끌고갈 젊은층들이 희망과 가능성을 느끼지 못하고 찾지 못하면 무의식적으로 정말 의미없고 패가망신하는 마약같은 것에 빠지게 된다. 그런 부류가 많으면 그 사회 나아가 그 나라는 정말 희망이 없는 국가가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2023년 6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