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종사 부처 / 문숙
절 마당에 검은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한 자리에서 오전과 오후를 뒤집으며 논다
단풍객들이 몸을 스쳐도 피할 생각을 않는다
가면 가는가 오면 오는가 흔들림이 없다
산 아래 것들처럼
자신을 봐 달라고 꼬리를 치거나
경계를 가르며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생각을 접은 눈동자는 해를 따라 돌며
동으로 향했다 서로 향했다 보는 곳 없이 보고 있다
까만 눈동자를 따라 한 계절이 기침도 없이 지나간다
산 아래 세상은 마음 밖에 있어
목줄이 없어도 절집을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
매이지 않아
지금 이곳이 극락인 줄 안다
지대방을 청소하는 보살에게 개 이름을 물으니
무념이라고 한다
―『문학청춘』,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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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제목에서 우리는 수종사 부처의 숭고함 또는 예술적 가치 등을 기대하면서 이 시를 읽게 된다. 그러나 그 부처님이 절에 사는 견공(이름 ‘무념’)임을 알게 되는 역전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첫 번째 우리가 만나게 되는 미적 장치이다. 숨김과 드러냄의 조화로운 이야기의 전개는 말하기에 단수가 높은 서정적 자아의 태도에서 발원하고 있다.
내용적인 구조에서 이 시는 ‘불교적 깨달음’의 자장 안에서 아름다움을 실현한다. 공간적 배경이 ‘수종사’라는 절간임이 기본적 바탕임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 바탕 위에 불교적 단어들이 생각의 탑을 이루고 있다. 부처, 보살, 극락, 지대방 등이다. 그리고 그러한 단어들이 구성하는 구절들이 당연히 불법 안에서 펼쳐진다. ‘보는 곳 없이 보고 있다’, ‘세상은 마음 밖에 있어’, ‘지금 이곳이 극락인 줄 안다’ 등인데, 많은 수행 후에나 다다를 수 있는 불교적 깨달음 높이이다.
이러한 형식과 내용 구조는 ‘시인=견공=부처’로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皆有佛性)이라는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하나가 된다. 종교적 진리와 인간의 존재론 그리고 예술의 표현론이 하나로 녹아 미적 에너지를 풍성하게 생산하고 있는 돌올한 텍스트를 우리는 지금 만나고 있는 것이다.
- 서범석(시인,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