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전차포 사격훈련 현장에 가다
배지열 기사입력 2022. 11. 02 17:36 최종수정 2022. 11. 02 17:54
강하고
흙먼지 일으키며 표적지 박살내다
빠르다
사격 후 신속 이동 ‘지상전의 왕’ 위엄
K1A2 전차·K242 장갑차 등 동원 7박8일간 전투사격 능력 검증
도발 상황 대응 실전적 교육…전차 기동 지원 장병들 직접 사격도
수기사 K1A2 전차들이 나란히 정렬해 있다.
수기사 장병들이 K1A2 전차 사격을 마치고 남은 탄을 옮기고 있다.
수기사 장병들이 사격을 마친 K1A2 전차의 궤도를 정비하고 있다.
막강한 화력의 주포부터 압도적인 크기의 궤도와 자욱한 연막 너머로 들리는 굉음까지, ‘지상전의 왕’으로 불리는 전차는 공격받는 입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자 악몽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K1 전차는 전시에 직접 적과 대면해 공격하고 격멸하는 역할을 하는 기갑부대의 주요 전력이다. 전차를 필두로 차원이 다른 기동력을 선보이는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은 항상 전투대비태세를 갖추고 훈련 또 훈련에 힘쓰고 있다. 실전 같은 상황에서 전파되는 긴박한 사격 명령과 천지를 뒤흔드는 포성으로 가득 찬 수기사 혜산진여단 승호대대의 전차포 사격 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100m 이상 떨어진 지휘소 창문 흔들릴 정도로 강력
2일 아침 강원 철원군의 박승일사격장. 일교차 탓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이곳을 전차 엔진 소리가 가득 채우고 있다. “쿠르릉” 시동이 걸리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전차 승무원 4명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이번 훈련에는 K1A2 전차 30대를 주력으로 K277 전투지휘장갑차 2대, K242 장갑차 4대, K200 장갑차 4대, K1 구난전차 5대가 동원됐다.
지난달 28일부터 7박8일 동안 전투사격 능력 검증을 목표로 훈련과 평가를 병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연습사격(TCPC·Tank Crew Practice Course)에 이어 전차승무원 자격사격(TCQC·Tank Crew Qualification Course)이 진행됐다.
전차별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고정된 표적을 향해 4차례 사격해 점수를 매긴다. 전차 주변으로 흙먼지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약 100m 이상 떨어진 지휘소 창문이 강하게 떨릴 정도의 충격파가 전해졌다. 창문 너머 나뭇가지에 달렸던 낙엽도 계속되는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질 정도였다.
포탄은 표적지까지 1.2㎞를 곧게 날아가 정확하게 명중했고 사격을 마친 전차는 연막차장을 터뜨리며 빠르게 훈련장을 벗어났다. 이어진 소대전투사격 훈련에서는 소대별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날부터 매일 3개 소대씩 평가받아 총 9개 소대의 사격이 이뤄진다.
“확인점 1번 일대를 방어 중인 규모 미상의 적 전차 식별 시 격멸하고, 확인점 2번 일대를 확보하라!”
제한된 시야에도 열상 감지 장비 활용해 공격 가능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을 부여하자 소대장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민승미(중위) 소대장의 목소리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알파, 브라보. 준비되면 보고!”라는 민 중위의 명령에 “알파 준비 끝!” “브라보 준비 끝!”이라는 답이 우렁차게 돌아왔다.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 전차 3대가 동시에 격발하는 ‘지명사’ 상황이다. 다수의 적과 마주쳤을 때 동시에 많은 전력을 격멸하기 위해 각 전차장의 판단이 아니라 소대장의 명령을 받아 사격이 이뤄진다.
“둘, 셋, 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날아간 포탄이 새하얗던 표적을 단번에 찢어놨다. “사격 후 특이사항 보고하라!”는 소대장의 무전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소대원들은 빠르게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민 중위는 “전차포 사격훈련은 승무원 4명의 합이 맞아야 정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기갑부대 훈련의 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오늘 훈련 도중 적 도발 상황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욱 실전적인 교육훈련이 이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훈련에서 확인했듯이 전차를 운용하는 부대는 기동력과 화력이 특징이다. 사격한 뒤 곧바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심야나 안개 등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열상 감지가 가능한 장비를 활용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희수(대위) 중대장은 “자주포가 적이 보이지 않는 후방에서 사격한다면, 전차는 빠른 기동력으로 적을 선제공격해 반격할 의지를 꺾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영외도로 조종 훈련·전차 축소 사격 등 반복 숙달
대대는 평소에도 전시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즉시 사격을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전차 다목적 시뮬레이터(TMPS) 훈련과 기동 간 표적포착 훈련, 영외도로 조종 훈련, 전차 축소 사격 등 훈련에 필요한 요소들을 반복해서 숙달하는 것.
특히 이번 훈련기간에는 기갑병과가 아닌 수송·병기 임무를 수행하면서 전차 기동을 지원하는 장병들이 포수로 나서 직접 사격해보는 기회도 가졌다.
대대원 전체가 전차부대원으로서 부대의 임무와 특성을 함께 이해하고 소통하며 훈련하는 데 의의를 뒀다.
고재복(하사) 차량정비관은 “평소 궤도 장비에 탑승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직접 전차포 사격을 하면서 전차의 위력을 체감했다”며 “타 병과 임무는 물론 우리 부대 임무의 중요성과 이해도를 높인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대는 전차포 사격과 소대전투사격뿐만 아니라 △야간 해치밀폐 조종·표적식별 훈련 △기관총 사격 훈련 △전술훈련평가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데 필요한 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다.
허석철(중령) 승호대대장은 “이번 훈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확립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훈련 또 훈련을 통해 최상의 전투준비로 적과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부대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K1 전차는?
육군 기갑부대의 주 전력인 K1 전차는 한국의 지형과 작전환경에 적합하게 개발됐다. 105㎜ 강선포를 주포로 하는 K1 전차는 이후 120㎜ 활강포로 주포를 업그레이드한 K1A1 전차로 화력을 키웠다. K1E1은 전장관리체계(BMS)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공유하고 이전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 위치를 식별할 수 있다. K1E1과 K1A1의 장점을 모두 가진 병기가 K1A2 전차다.
K1A2 전차는 주포 외에 부무장 무기로 전차당 3정의 기관총도 갖추고 있다. 포탑 상부에 설치된 12.7㎜ K6 기관총과 7.62㎜ M60D 기관총에 내부에서 발사할 수 있는 M60E2-1 기관총이 그것이다. 또 포수가 1차 조준하고 사격을 준비하는 동안 전차장이 다른 표적을 찾아 다음 사격을 준비할 수 있는 ‘헌터 킬러’ 기능도 있다.
최근 뛰어난 수출 실적을 쌓은 국산 자주포와의 차이도 뚜렷하다. 자주포는 적이 보이지 않는 능선 너머에서 곡사포로 공격하고, 표적을 확인한 이후 사격을 시작할 수 있다. 반면 전차는 실제 적을 보고 정조준해서 사격하는 직사탄 공격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적을 식별한 이후 8초 이내 초탄을 쏠 수 있다. 불발되더라도 5초 이내 다시 발사할 수 있어 빠른 선제공격이 가능하다. 기동하면서 표적의 위치가 바뀌더라도 추적 보조장치 덕분에 조준점을 유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또 유압식 현수장치로 궤도를 앞뒤로 들어 올릴 수 있어 발사 각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1200마력의 디젤엔진 덕분에 험지를 기동할 때도 충분한 힘과 속도를 발휘할 수 있다.
글= 배지열 기자
사진= 조종원 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