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전문 매체인 ‘청년의사’에 실린 칼럼을 읽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의 이은혜 교수가 7월6일 기고한 “박능후 장관은 보건복지부 수장 자격이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이 글에는 현재 의료계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K-방역의 우수성을 자화자찬했던 정부가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한 의료인들을 어떻게 취급해 왔는지, 그 실상도 고발하고 있다.
이 교수가 이 칼럼을 기고하게 된 배경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실언’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미 코로나 사태 내내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쌓아놓고 있다’는 등의 망언으로 의료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는 6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대구지역의 코로나19 대응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협조가 늦었다. 암환자라든지 중증환자를 다뤄야 하는 역할도 있지만, 보다 시급한 감염병 환자를 받는 데는 늦었다”는 발언을 했다. 코로나 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해 온 대구지역 의료기관을 비난하는 발언이다.
이 발언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매우 부적절하다. 마치 암환자나 중증환자보다 코로나 감염 환자를 더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심정지나 뇌출혈로 실려온 환자와 코로나 감염 증세가 있는 환자를 동시에 마주했을 때, 어떤 환자를 우선으로 진료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의료인이 판단할 몫이다.
또 박 장관은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마치 코로나 사태에서 환자 수용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처럼 말했는데, 이 칼럼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교수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신규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발생했고 2월29일에는 하루에 74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아무리 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대구지만 “6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자체 수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병상이 비어있는 채로 코로나19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병원 측이 입원 중인 중증환자를 강제로 퇴원시킬 수도 없다”며, 그러나 대구 지역 의료계가 합심해 “기존 입원환자를 다른 층이나 다른 건물로 옮겨서 병상을 확보하고, 음압시설과 장비 확충, 코로나19 환자들과 다른 환자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구조변경공사” 등을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대구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공공병원, 대구시의사회,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 의료진과 의료 관련 종사자, 군의관·공중보건의·간호장교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상급종합병원까지 모두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했다”며 “의료진은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헌신했고, ‘메디시티 대구협의회’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의 컨트롤타워는 과감한 결정으로 응급센터를 비롯한 대구의 의료체계 전반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또 “여기에는 대구시장이 상급종합병원 및 대구시 의사회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해준 것과 지역 국회의원 및 몇몇 보건복지부 실무자들의 지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대구 의료계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오히려 정부는 찬물을 끼얹었다고 성토했다. 이 교수는 “상황이 이랬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계에 대한 감사는커녕, 확진자가 생기면 손해배상청구나 형사고발을 하겠다며 의료기관을 협박했고, 타지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 의료진의 수당이나 숙박비를 깔끔하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이어 “대구시 의사회 회원들(개원의)이 수당 한 푼 받지 않고 방역 당국을 대신하여 수천 명의 자가격리 환자들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매일 전화 모니터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아 많은 개원의들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런 행태에 “의료계는 토사구팽이라며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분노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6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미 “코로나 2차 유행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2차 유행이 발생하게 되면 의료계가 과연 처음처럼 헌신적으로 나설 것인가? 이 교수는 “처음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나섰지만 비난과 상처와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처음처럼 헌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아마 현 정부와 공공의료 추종자들은 상급종합병원과 의료진에게 ‘자발’을 강요하면서 한편으로는 홍위병스러운 여론몰이를 통해 공공병원 확충과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의료계 파업과 문재인 정부의 협박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면 과연 이 교수의 예상대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코로나19의 전국적 재확산이 이어지는 때에, 다시금 의료계에 협조를 부탁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방역전사’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취소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만 내세울 뿐, 현재 추진 중인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조금도 물릴 생각이 없다.
토사구팽의 배신감을 토로하는 의료계를 달래고, 한발 물러서야 할 쪽은 ‘감사할 줄 모르는’ 정부다.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첫댓글 세상에 없는 새 대가리들!
중국폐렴으로 의료계가 죽을 고생도했고 헌신도 했다.
하필 이럴때 의사 증원문제를 꺼내 의료계를 자극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