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안들이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어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쌓아온 민주화의 곤고한 벽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금번 정권의 실책에 대해 시민사회의 기민한 대응은 없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결국 촛불을 들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결국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건데 개개인의 민주의식, 특히 학생들의 민주의식은, 많이 성장 했다고 단언할 수 있겠으나 그러한 의식이 우리사회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원으로서 활용되어지는 기계적시스템까지 갖추지는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의 대명사격으로 인식되는‘어륀지’파동을 시작으로 촛불정국하에서 벌어졌던 헤아릴 수 없는 경찰의 반인권적/반헌법적 인권탄압을 거쳐 난데없는 ‘평화시위구역’설정문제까지 전제정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위에 언급한 결과를 증명할 구체적인 증거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문제는 어떻습니까. 개신교계 장로였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독교는 온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고위공무원이라는 자들이 개인의 종교와 국가공무원의 직무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세력화하는데 애쓰고 있으니 종교편향정책이 나오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사실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반기독교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빨갱이니 좌파니 하는 말이 돼 나옵니까? 성경어디에 예수님이 좌파가 아니었다고 나옵니까?
엊그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종합부동산세 발언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신뢰’에 대해 얘기하던데 잘 들어보니 우리나라 1%의 부자들에게 부과되던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지 못하면 그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서민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TV에 나온 종부세 대상자의 인터뷰는 더욱 가관입니다. 종부세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죽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집을 팔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서민들을 향해, 평생을 살던 집에서 어떻게 나가냐고 반문합니다. 이런 답변들이 저에게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내집 값이 오르는데 정부에 세금을 왜 내느냐?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뛰어 올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벌게 되는데 그곳에서 왜 나가야하느냐?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뉴타운사업이란 걸 하게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 한 칸 얻기도 힘든 금액을 보상금으로 받고 자신들이 평생 살던 곳에서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그들을 향해 어떤 정치인도 '신뢰‘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법‘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거기서 그들이 평생을 살았다한들 어느 동네처럼 자고나면 집값이 몇 천만원이 뛰어 오르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사회민주화의 성과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탄생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지난 10년간은 그런 정부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마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걷기도 전에 기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발걸음을 뗀 제자리에 주저앉게 되고 말았습니다. 기어가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앞으로 닥칠 더욱 많은 시련이 영화 예고편처럼 눈앞에서 주루룩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민주의식이 없어서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표출될 통로가 없다면 그것은 결국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에 불과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