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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 학교 2015] 08
#1. 야구연습장. 밤
은비에게 타격 폼 가르쳐 주는 이안.
공이 날아오고 은비 헛방망이질만 계속 한다. 그러다 빗맞은 공 은비의 어깨를 툭 치고 떨어지면
이안 깜짝 놀라 은비에게로 다가간다.
이안 : 괜찮아?
은비 : (즐거운) 응!
이안 : 조심해야지...어디 봐!
이안, 은비의 반팔 티셔츠 살짝 걷어 보는데, 팔 위쪽에 흉터 하나 보이면.
이안 : (무심히) 무슨 흉터지?
은비 : (무방비 상태에서 툭) 열 살 때, 두 발 자전거 배우면서.....!!!!!
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는 은비.
이안 : 열 살 때? (반가운, 기뻐하며) 너 기억... 돌아 온 거야?
은비 : ....... (얼어붙은 얼굴로 이안을 본다.)
이안 : (피식 웃고, 가볍게) 야! 근데 틀렸어! 자전거는 중학교 때 내가 가르쳐줬......
이안, 이상한 예감에 말을 멈추고 은비를 보면
은비, 떨리는 눈빛,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미 패닉 상태다.
이안에게 떠오르는 기억들.
<플래시백-3회 #18 산책로일각. 오전>
이안 : 상처 다 낫네? (자신의 목 가리키며) 이쪽! 꽤 깊어 보였는데.
은비 : (목 짚으며) 여기? 상처 없었는데? 언제 다쳤어?
<플래시백-6회 #18. 초등학교 운동장. 밤>
은비 : ......한이안! 미안해!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한 사람만 기억하는 추억으로 만들어서....
<플래시백-3회 #52. 물 속. 밤>
이안, 은비를 안아 물 위로 올려주면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비.
이안 : 고은별! 괜찮아?
<플래시백-6회 #40. 거리일각. 오후>
은비 : 한이안!!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눈물 참고 고래고래)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구!!
<플래시백-3회 #70. 세강고. 낮>
은비 : 나 그동안 너무 답답해서 기억 찾으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러지 말걸......
이안 : 왜?
은비 : (애써 밝게) 그냥! 아무것도 기억 못했던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안의 표정 싸늘해진다.
미안함과 두려움이 섞인 은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이안,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런 은비를 뚫어져라 보다가 은비의 어깨에 두 손 얹고 두 눈 똑바로 마주보며.
이안 : 야! 고은별!
은비 : ....(떨리는 눈빛)
이안 : (설마 하는) 너... 고은별.... 맞지?
떨고 있는 은비와,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은비 : (어렵게) ...한이안! 나...
이안 : (혼란스러운 마음 떨치듯) 야! 니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한다. 내가...
은비 : .....
이안 : (애써) 가자! 집에 데려다 줄게.
은비 : ...(멈춘 채, 미안한 얼굴로 계속 보면)
이안 : (달래듯) 야! 고은별! 화는 이럴 때 내는 거야. 내가 니 걱정 할 때가 아니라...알겠냐?
은비, 맥이 탁 풀린다.
은비를 보는 이안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아.유?>
#2. 이안의 집 옥상. 밤
이안, 옥상 평상에 누워 하늘 바라보고 있다.
은비(E) : 열 살 때, 두발 자전거 배우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 앉아, 생각 떨치듯이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다.
#3. 은별의 집 거실. 밤
차 한 잔씩 앞에 놓고,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은별모와 은비.
은비 : 엄마...
은별모 : 응...
은비 : 나... 집에 오면 엄마가 있고, 학교에 가면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은별모, 짠한 눈으로 은비를 보며 미소 짓는다.
은비 : 근데...엄마...
은별모 : 응?
은비 : 엄만 어때? 엄마도... (조심스럽다.) 내가 있어서 좋아?
은별모 : 그럼, 당연하지.
은비 : ...다행이다...(슬프지만, 웃으며)
은별모 : 왜 그런 걸 물어?
은비 : 나 볼 때마다 엄마가 더 힘든 건 아닌가...걱정이 돼서...
(이안의 얘기다.) 내가 행복한 대신, 다른 사람 상처 주면 안 되는 거잖아...
은별모 : (은비 볼 때마다 아프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
은별모 애써 따뜻하게 웃어준다.
#4. 민준의 방. 밤
책상에 앉아서 공부 중인 민준.
그 뒤에 딱딱한 의자와 작은 책상을 두고 앉아 있는 민준모. 각종 입시자료들 살펴보는 중이다.
피곤한 얼굴의 민준, 살짝 뒤를 돌아보는데 엄마와 딱 눈이 마주친다.
민준 : 피곤하실 텐데 가서 쉬세요!
민준모 : 엄만 괜찮아...니 할 일 계속 해!
민준 : ...(계속 엄마 얼굴 보면)
민준모 : 집중 못해? 니가 이러니까 암것도 아닌 걸로 0.5점 날려 먹고 그러는 거야.
민준 : (몸 돌려 바로 앉는다)
민준모 : 영어 수행평가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거지?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무조건 만점 받어. 무조건.
또 소영인가 뭔가 하는 애한테 밀리면 엄마 가만 안 있어!
민준 : (펜을 잡은 손에 힘 들어가고)
민준모 : 어? 아들? 알았지?
민준 : (겨우 누르며) 네.
민준모 : 그래. 계속 풀어.
민준, 눈을 꾹 감았다 뜨고, 다시 문제집에 집중한다.
#5. 버스정류장. 오전
은비, 버스에서 내리다가, 정류장에 서있는 이안을 보고 멈칫 한다.
이안, 어색한 은비의 표정 읽고, 오히려 더 밝게 다가가.
이안 : (걸으며) 야! 아침 운동 왜 안 나왔냐?
은비 : 늦잠 잤어.
이안 : 으이그... 한동안 웬일인가 했다!
은비 : ......
태광, 은비와 이안의 뒤를 따라오며, 둘의 대화 듣고 인상 구긴다.
이안 : 내일은 꼭 나와라!! 혼자 뛰기 심심하니까.
은비 : 응!
이안 : 저녁에 훈련 끝나고, 영화나 보러갈까?
태광 : (은비 옆에 서며) 좋은데! 뭐 보러 갈래?
이안, 태광을 스윽 노려본다.
태광, 은비, 이안 순서로 나란히 걷는데, 앞에서 오토바이 은비 쪽으로 다가오면
태광 은비를 피하게 해주려고 손을 내민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안, 은비의 어깨를 감싸 안아 반대쪽으로 데려가며.
이안 : 괜찮아?
은비 : 응!
이안 : (화나서, 오토바이 돌아보며) 인도에서 저렇게 속도를 내면 어떡해!!
태광, 다정하게 대화하는 둘의 모습 못마땅한 얼굴로 본다.
#6. 교실. 아침
아이들, 수행평가 조대로 삼삼오오 모여서, 노트북 들여다보며 얘기 나누고 있다.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다.
#.민준의 조 - 민준, 송주, 시진
민준이 자리에서 노트북으로 브로셔 작업을 하고 있다.
송주, 냉랭한 시진의 곁에 서서 보고 있는.
송주 : (어렵게 말 걸어보려는데) .....이시진...
시진,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으면.
송주 : (속상한 얼굴로 보다가 괜히 툴툴) 야! 박민준, 멀었어? 마무리 해 온다더니 뭐냐?
민준 : (무심히) 마감 전까진 다 할 수 있어. 걱정 마.
#소영의 조-소영, 하윤, 초원 소영, 노트북 전원이 들어오지 않자 당황하며.
소영 : 어? 이게 왜 이러지?
하윤 : 왜? 안 켜져?
초원 : (놀라며) 설마, 다 날아간 거 아니지?
하윤 : 야! 이거 날아가면 나 콱 죽어 버릴 거야. 11시에 학원 끝나고, 숙제하고, 이거까지 하느라 밤 꼴딱 샜는데!!
하는 순간, 노트북 전원 들어온다.
소영 : (안도하며) 어휴...다행이다!
그때, 김준석과 정민영 들어온다.
아이들, 각자 자리로 흩어진다.
김준석 교탁에 서고, 정민영 옆에서 수첩을 열어 전달사항 꼼꼼하게 체크 중이다.
김준석 : 전달 사항이 있는데, 곧 하복 착용 하는 거 알지? 새로 맞출 사람 보건실 가서 치수 재고 신청해라.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정민영 : 네!
김준석 비켜서면, 정민영 교탁 앞에 선다.
정민영 : 여러분!! 곧 스승의 날인 거 아시죠?
김준석 : !!!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한)
아이들, 정민영의 말투에 풋풋 웃음 터진다.
남자 아이들, 유치원생처럼 “네!!!!” 큰소리로 놀리듯 대답한다.
해나 : (기태에게) 어우 닭살!! 열라 귀여운 척 하지 않냐?
기태 : (찔려서) 응? 응? 그...그러게...
정민영 : 학교 홈페이지에 보면, 선생님 별로 익명 게시판이 개설되어 있으니까,
(김준석을 가리키며) 담임선생님께 감사 인사, 평소 마음에 담아 놨던 말들... 많이 남겨주세요!!
민석 : 샘!! 익명 맞아요?
윤재 : IP추적하면 다 나오는 거 아녜요?
김준석 : (서둘러) 이상!!
#김준석, 정민영 얼른 교실을 빠져 나간다.
#7. 복도 일각. 낮
사람 없는 복도 구석에서 삼촌과 전화 통화중인 소영.
소영 : 어! 삼촌! 흔한 얼굴이야... 그냥 잠깐 봐주는 척만 하면 된다니까? 15분이면 될 텐데, 그걸 못해줘?
일단 이거저거 시켜봐. 실력이 안 돼 떨어졌다는데 뭐 어쩌겠어? (하다가 화들짝 놀라는)
은비, 소영의 뒤에서 나타나 노려보고 서있다.
소영 : (미소로) 응! 삼촌! 날짜 잡으면 연락 주세요!!
은비 : (화난) 강소영!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소영 :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송주 오디션 스케줄 잡잖아!
은비 : 너 내가 경고했지? 송주 상처주면 가만 안둔다고! 당장 가서 솔직하게 얘기하고 오디션, 없던 일로 해!
소영 : 왜? 왜 그래야 되는데?
은비 : 왠지 몰라?
소영 : 응! 내가 기회 준댔지, 합격 시켜준다고는 안했잖아?
소영, 돌아서려다가, 앞에서 걸어오는 이안을 본다.
은비, 바로 뒤까지 이안이 다가온 줄 꿈에도 모르고 소영의 팔을 붙잡으며.
은비 :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소영 : (이안이 들으라는 듯) 고은별! 넌 이은비랑 생긴 것만 똑같은 게 아니라 하는 짓도 똑같구나! 이러니 내가 헷갈릴 수밖에!!!
이안 : !!!!!!
은비, 뭔가 말을 꺼내려는데, 소영 문득 이안에게 시선 주며.
소영 : (놀란 표정 짓는) 어머! 한이안!!
은비 : !!!!!
소영 : 둘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난 그만 꺼져줄게!
은비, 놀란 눈으로 이안을 보고 있다.
이안, 다 들었지만 담담하려 애쓰며.
이안 : 전학생이랑 또 싸웠냐?
은비 : .......(긴장하고 보는)
이안 : (은비의 표정 심상치 않다. 미소로) 이따 영화 보기로 한 거 안 잊었지? 훈련 끝나고 전화할게!
은비 : ......응..
은비, 서둘러 돌아서 가면, 이안 무거운 얼굴로 은비의 뒷모습 본다.
#8. 교실. 낮
수업을 앞둔 교실, 소란스럽다. (이안은 없다.)
수업종 울리고. 은비, 마음 추스르며 책상 서랍 뒤지는데 노트가 없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8 공원일각. 오전>
태광(E) : 강소영은 벌써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 똑같다는 것까지 다 알아버렸는데,
넌 언제까지 난 아니야 소리만 하고 있을 건데?
은비, 표정 싸늘하게 바뀐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은비 : 혹시, 내 문학노트 본 사람!!
소영 : !!!
은비 : 아무도 없어?
아이들, 못 봤다는 제스처 하면, 은비 소영을 노려본다.
소영, 지지 않고 은비 보다가, 갑자기 몰려오는 복통에 잠시 인상 찌푸린다.
민준, 의심스러운 눈으로 소영을 본다.
교실로 들어서는 문학 선생님.
#9. 소영부의 차 안. 오후
대기 중인 운전기사, 내려서 뒷좌석 문을 연다. 올라타는 소영부.
기사 : (서류봉투 내밀며) 검사님! 말씀하신 필적 감정 결과 받았습니다.
강일산, 무거운 표정으로 서류 받아 들고 확인 한 뒤, 깜짝 놀라는 얼굴에서.
#10. 계단일각. 오후
체육복을 갈아입고 우르르 내려가는 아이들.
송주와 시진 마주치지만, 어색한 눈길 주고 받고 말없이 지나간다.
소영, 컨디션이 안 좋은 듯 배를 잡고 아파하면 송주 다가가서.
송주 : 괜찮아?
소영 : 어... 어제 밤샜더니 몸이 좀 안 좋네...
송주 : 그럼 내가 학주한테 말해줄테니까 보건실가서 쉬어!
소영 : 그래줄래? 고마워...
송주를 비롯한 아이들 빠른 걸음으로 다다다 내려가는데,
소영, 계단 난간을 짚고 잠시 멈춰 있다.
#11. 3반 앞 복도. 오후
텅 빈 복도 끝으로 걷다가, 코너를 돌아가는 민준의 뒷모습.
민준 사라지자마자, 반대 쪽 끝에서 나타나 걸어오는 소영.
소영, 3반 문을 열고 들어간다.
#12. 체육시간. 오후
학주, 앞에 서있고, 아이들 대열해 있다.
몇몇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인체 모형을 놓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학주 : 오늘은 학교 내 안전교육을 실시하겠다. 교내에서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119 도착하기 전에 친구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응급처치니까 다들 집중해서 배운다! 반장!! 아직 안 왔어?
아이들 민준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건물 쪽에서, 응급처치 키트 등을 들고 달려오는 민준.
학주, 민준을 봤다.
학주 : 앞줄부터 세 명씩 나와!
아이들 인체 모형으로 학주가 하는 대로 따라한다.
학주 : (시범 보이며) 먼저, 갑작스러운 의식 장애를 비롯하여 호흡 순환기능이 급정지되었을 경우!!
귀를 코에 대고 호흡을 확인한다. 그 때 손은 가슴에 얹어 심장 박동을 동시에 확인한다.
학주, 설명하는 동안 대열에 합류하는 민준.
민준, 긴장한 표정 감추느라 애쓴다.
#13. 운동장 일각. 오후
아이들 자유롭게 쉬고 있고, 시진, 송주 서먹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은비, 둘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 짓고 있다가 송주에게 다가가.
은비 : 시진이랑 좀 풀어. 왜 그런 거야? 응?
송주 : (말하기 곤란한) ...에이 몰라!
은비 : 송주야.. 있잖아.. 너..
송주 : 얘가...무슨 말을 하려고 이래?
은비 : (조심스럽게) 강소영이 소개해준 오디션.. 진짜 안 가면 안 돼? 아까...우연히 걔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송주 : 야! 공별!! 아직도 그 얘기냐? 왜 해보기도 전에 자꾸 관두래?
은비 : 강소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나두... 축하하고 잘해보라고 했을 거야. 근데....
송주 : 야! 너 소영이랑 뭐 있어? 혹시 전학 오기 전부터 아는 사이야? 응?
은비 : ......(말 할 수 없고)
송주 : 이해가 안 되잖아. 진짜 왜 그래? 좋든 별로든 내가 부딪혀 보겠다는데!!!
은비 : ......
속상한 얼굴로 가버리는 송주, 잡지 못하는 은비.
그런 은비를 미안한 얼굴로 보다가 쓸쓸히 가는 시진.
#14. 운동장 스탠드. 오후
은비, 무릎에 턱 괴고 멍하니 혼자 앉아있다.
태광, 뒤에서 조용히 다가와 은비 얼굴 앞으로 핸드폰 든 손 쑥 내밀어 불시에 사진 한 장 찍으면.
은비 : 야아!
태광 : (사진 내보이며 딴소리 하는) 이거 봐! 이거 봐! 야! 너 이런 얼굴 하고 있지 말랬지? 눈 부릅뜨고 목에 힘 빡 주고!! 어?
은비 : (쓸쓸하게 웃으며) 그래..알았어... 조금만 쉬고 ...
태광, 은비 옆 자리에 털썩 앉는다.
은비 : (편안히) 거짓말 들키니까 좋네! 니 앞에선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태광, 지친 은비를 안쓰럽게 보다가 웃겨주려는 듯 개구진 표정 지어보인다.
은비가 피식 웃자, 금방 행복해져 활짝 웃는 태광의 얼굴에서.
#15. 교실. 오후
체육을 마치고 들어 온 아이들, 옷 갈아입느라 부산스럽다.
앞문 열리며 안주리 고개만 쓱 들이밀고,
안주리 : 3반, 수행평가 제출 안한 조가 왜 이렇게 많지? 5시에서 1초만 넘어가도 안 받아준다, 오케이?
안주리 나가고, 태광, 교실로 들어와 기태에게 다가가.
태광 : 야! 어떻게 됐냐?
기태 : 아이씨....4시까지 메일 주기로 해놓고 왜 연락이 안 돼?
태광 : 니가 하는 일이 그렇지..
기태 : 이씨! 건들지 마라...
태광 : (손가락으로 쿡 건들고 간다.)
기태 : 아....진짜...
그 때, 파리한 얼굴의 소영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하윤 : 소영아, 우리 조 제출했어?
소영 : 어? 이제.. 내기만 하면 돼.
소영, 컴퓨터를 켜는데, 시스템 화면으로 넘어간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영,
하윤 : 야.. 뭐야?
소영 : 커...컴퓨터가 이상해.
초원 : (달려오며) 뭐?? 아까도 말썽이더니!! 어떡할거야? 백업 해놨어?
소영 : (고개 젓고..)
하윤 : 아씨..뭐야 진짜..지금 다시 편집하면 얼마나 걸려?
초원 : 한 시간으론 택도 없어!! 망했어, 몰라아!!
소영 : (당황과 짜증으로 컴퓨터만 만지는)
아이들, 웅성거리며 몇몇 급하게 노트북 꺼내 켠다.
민준도 노트북을 꺼내는.
그때 효은의 비명 “어떡해!!”
다들 시선 집중되는데, 해나,효은,은비 모여 있다.
해나 : 뭐야, 이 것도 이상해, 왜 이래?
승호 : (해나 조의 노트북 들여다보며) 완전 포맷 된 거 같은데?
그때, 민준, 시진과 송주 쪽으로 몸을 돌린다.
민준 : (애써 침착하게 무표정으로) ...우리 컴퓨터도 안 돼. 체육시간 전에 분명 괜찮았었는데..
송주 : 말이 되냐? 노트북 세 대가 동시에?
해나 : (아이들 향해) 야! 체육시간에 교실에 있었던 사람 없어?
소영 : !! (당황하고)
효은 : 맞아! 야, 강소영! 너 아프다고 들어가지 않았냐?
소영 : (잠시 멈칫하다, 효은을 째려보는)
송주 : 아냐, 소영인 보건실에 있었어. 교실 아니고. 그치?
소영 : (싸늘하게 보며) 어. 보건실에 있다가 막 왔어.
효은 : (소영 눈빛에 찔끔해서) 누가 뭐래. 그냥 뭐 본 거 없나 물어본 건데?
아이들, 다시 어수선해지고, 하윤, 엎어져 울기 시작한다.
#16. 교무실. 오후
회의 탁자에 모여 앉은 교감, 김준석, 안주리.
교감 : 또 3반입니까?
김준석 : 죄송합니다.
교감 :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안주리 :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김준석 : 원칙대로 하신다함은...
안주리 : 평가 기준에, 기한 내 제출이 분명히 명시 되어 있는 만큼, 포맷이 됐든 어쨌든
5시까지 제출 된 결과물만으로 평가 하겠습니다.
김준석 : 저..안 샘, 그래도 애들이 열심히 한 거고,
안주리 : 그렇죠, 열심히 했겠죠. 누군들 열심히 안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번에 시간을 더 줘버리면,
다음번에, 비슷한 방법으로 시간을 벌려는 애들이 안 나온단 보장이 없어요.
김준석 : 믿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고의로 낸 사고면... 죄 없는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습니까?
안주리 : (고민스럽고) 그럼 3개 조 내일 점심시간까지 제출하고, 5점씩 감점하는 정도면 될까요?
김준석 : (한숨 쉬는) 네...
교감 : (입맛 쓰다) 3반 담임 김선생! 더 조사해 보시구요!! 학부모들 항의에 미리미리 대비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교감, 안주리, 일어나 나가고, 김준석 괴롭다.
#17. 수영장. 밤
텅 빈 수영장에 불이 켜지고 혼자 들어서는 이안,
이안, 수영장으로 몸을 던지고, 생각 떨쳐내듯이 거침없이 헤엄친다.
#18. 물 속. 밤
온 힘을 다해 팔 다리를 젓는 이안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은별(E) : 야! 한이안!!
#19. 교정일각. 1년 전. 이안의 회상. 낮
이안, 공 가지고 놀고, 은별 벤치에 앉아 책보고 있다.
은별 : 야아!
이안 : (공 멈추고 보며) 어?
은별 : (가볍게) 만약에... 내가 쌍둥이면 어떨 것 같냐?
이안 : 뭐?
은별 : 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한 명 더 있어서, 같이 학교 다니고, 너랑 셋이 재밌게 놀고... 그랬으면... 어땠을까?
이안 : (어이없다. 무신경하게) 어떻긴! 헷갈리겠지!
은별 : 그게 다야?
이안 : 또? 내가 엄청 피곤하겠지! 못생기고 성질 나쁜 애가 둘이면?
은별 : 치! (귀찮다는 듯 손짓하며) 됐다. 놀아라!!
은별, 다시 책 보면 이안, 은별을 향해 공 툭 던진다.
공, 은별의 머리에 쿵 맞으면.
은별 : (눈 부릅뜨며) 야!!!!!!!!!!
이안,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는다.
#20. 수영장. 밤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이안, 점점 속도 늦어지다가 순간 모든 동작을 멈추고, 물 위에 엎드린 채 죽은 듯이 둥둥 떠 있다.
#21. 태광의 집 주방. 밤
각종 음식준비로 바쁜 주방.
화려하게 차려진 식탁, 태광, 식탁에 세팅된 음식 손으로 하나씩 집어 먹으며.
태광 : (도우미에게) 누구 와요?
도우미, 태광이 안쓰러워 대답 피하는데.
공재호 : 재단 사람들 초대했으니, 부를 때까지 방에 있어!
태광 : 오늘은 몇 시간짜리에요?
공재호, 대답 없이 차갑게 돌아서 가면,
태광, 익숙하게 접시에, 손으로 음식 이것저것 수북하게 담아 방 쪽으로 간다.
#22. 태광의 방. 밤
태광, 음식 손으로 집어 먹으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팔을 격하게 움직이다가 음식 담긴 접시 바닥에 엎어지면,
짜증 나 들고 있던 총 부서져라 내던지는 태광 “에이씨!!” 열 받아 자리 박차고 일어난다.
#23. 태광의 집 주방. 밤
공재호와 손님들 음식 먹고 담소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데,
검은색 복면을 하고 긴 복도를 저벅저벅 걸어오는 태광.
여자 손님 중 한명이 화장실에서 나오다 “꺅!!” 비명을 지르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현관으로 나가버린다.
손님들 놀란 눈으로 공재호를 바라보면 공재호 치미는 화를 누르며 애써 미소 짓는다.
#24. 카페 앞. 밤
이안, 카페 앞에 우두커니 서서, 통유리 안으로 보이는 은비의 얼굴을 한참동안 보고 있다.
#25. 카페 안. 밤
은비, 이안을 기다리고 있는데, 표정 불안하고 초조해 보인다.
그 때, 은비 머리 톡톡 치는 손 이안이다.
이안, 밝게 웃어 보이면, 그제야 마음 조금 편안해져 따라 웃는 은비.
이안 : (자리에 앉으며) 야! 많이 기다렸냐?
은비 : 어? 조금...
이안, 뚫어져라 은비의 얼굴을 본다.
대화가 끊겨 서먹해진 두 사람.
#테이블 아래.
이안, 어색한 분위기 깨보려 은별의 운동화를 톡톡 차며.
이안 : 무슨 생각해?
은비 : ......
이안 : (시계보고) 시간 다 됐다. 나갈까?
은비 : 그래!
이안,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리려다가 한 번 망설이고, 다시 장난치듯 팔을 두른다.
다정하게 카페를 나가는 두 사람.
#26. 공원 일각. 밤
혼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있는 태광 핸드폰에 저장된 #14의 은비 사진 보고 있다.
핸드폰 걸어보지만 받지 않는다. 쓸쓸해 보이는 태광의 얼굴.
#27. 영화관. 밤
은비와 이안 영화를 보고 있다.
다른 관객들 웃고 즐거워 보이는데, 마음 무거워 무표정한 얼굴의 두 사람.
은비, 조심스럽게 이안을 보면 정면 바라보고 있다.
잠시 뒤, 이안 조심스럽게 은비를 보면, 역시 정면만 바라보고 있다.
엇갈린 시선,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28. 번화가. 밤
영화관에서 나오는 이안과 은비.
은비의 지치고 풀죽은 얼굴 안쓰럽게 바라보던 이안, 분위기 바꿔보려 밝게 웃으며.
이안 : 고은별!! 영화 재미없었냐? 얼굴 완전 심각해 너!!
은비 : (웃으며) 난 재밌었는데?
이안 : 그럼 다행이구! 가자!
이안, 편하게 어깨동무하고 은비 데리고 간다.
여기저기 쇼윈도 구경하며 걷다가, 팬시용품 가게로 들어가는 두 사람.
#29. 인형가게 안. 밤
은비와 이안, 악세서리 소품 등을 둘러보다가 인형 코너 앞에 선다.
은비, 인형 이것저것 들어보고 안아보고 좋아하는데
그 모습 예쁘게 지켜보다가, 떠오르는 이안의 기억.
#30. 게임장. 이안의 회상. 밤
인형이 진열돼 있고, 풍선 터뜨리기 등의 게임장 펼쳐져 있다.
이안, 뽑은 인형 자랑스럽게 들고 와 은별의 머리 위에 툭 올려놓으면.
은별 : (짜증내며) 야! 안 치워?
은별, 재채기 하면, 이안, 귀엽게 보는.
은별 : 야! 나...털 날리고 먼지 날리는 거, 딱 질색인 거 몰라? 너나 가져!!
은별, 인형을 이안의 품에 팍 안겨주고 앞서 걷는다.
인형 들고, 못 말린다는 듯 웃는 이안.
#31. 인형가게. 밤
커다란 인형을 끌어안고 좋아하는 은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안.
은별이 아닌 것 같은 의심은 들지만, 은비가 싫지 않은...
이안, 인형 안은 그대로 은비를 카운터에 데리고 간다.
#32. 은별의 집 앞 거리. 밤
이안과 인형 끌어안은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은비 : 생일도 아닌데 웬 선물? 고마워!
이안 : 맘에 드냐?
은비 : 응! 완전!!
이안 : (서글픈 미소로 본다.)
태광, 멀리서 다정하게 걸어오는 이안과 은비 본다.
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태광. 은비와 이안 앞에 우뚝 선다.
은비 : (놀라서) 공태광!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태광 : 야! 니네 집 앞에 너 보러 왔지 뭐 하러 왔겠냐?
이안 : (태광을 저지하며) 고은별, 들어가.
은비 : (미안한 듯 태광을 보며) 공태광.. 너무 늦었어.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은비, 대문으로 들어가 버리면, 태광, “에이씨...” 화 치밀어 오른다.
이안 : 너 언제부터 그렇게 고은별한테 관심이 많았냐?
태광 : 그러게. (담담히) 예전의 고은별은... 나랑 눈도 한 번 안 마주치던 애였는데, 그치?
이안 : !!!!! 무슨 뜻이야?
태광 : (진심으로 진지하게) 지금의 고은별한텐, 너보다 내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뜻!
이안, 열 받아, 태광의 멱살 잡아 벽으로 밀며 하루 종일 참아왔던 감정 터지고.
이안 : 야 이 새끼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예전이랑 지금 고은별이... (버럭) 다른 사람이라도 된다는 거야!!!!?
태광 : !!!!
태광, 같이 멱살을 잡고 한 판 붙으려다 이상한 낌새 느껴진다.
흥분한 이안의 얼굴, 지지 않고 노려 보다가 멱살 잡은 손 확 풀어버리며.
태광 : 왜 내가 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 안 어울리게...
태광, 먼저 앞서 가고,
이안, 불길한 예감에 우두커니 서 있다.
#33. 버스 정류장. 아침 등굣길.
버스정류장에 은비가 타고 있는 버스가 멈춘다.
이안, 걸어오다 창가에 앉은 은비를 본다.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다가가다 멈칫 하는..
#34. 버스 안. 아침
은비 버스에 앉아, 핸드폰으로 이안에게 문자를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문득 창밖을 보면 이안이 서있다.
눈 마주친 채, 버스 출발하고, 은비, 멀어지는 이안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플래시백-4회 #39 버스 안. 아침>
앞 뒤 자리에 앉아 문자 주고받던 이안과 은비.
이안, 불쑥 은비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안 : 대답 안하냐?
은비를 바라보며 해사하게 미소짓는 이안.
#다정하던 이안을 떠올리며, 눈물이 가득 고이는 은비의 슬픈 얼굴에서.
#35. 화장실. 아침
송주, 해나, 효은 거울 앞에 서서 단장 하는 중이다.
해나 : 아씨, 완전 짜증나. 다시 한 것도 열 받아 죽겠는데 다른 조보다 5점이나 까고 시작하면 어쩌자는 거야?
효은 : 그니까!! 우리 잘못이냐고!! 우린 피해잔데...
송주 : 근데 진짜 누굴까?
해나 : 일단 포맷된 조 3개 빼고, 나머지들 중에 있겠지!
#36. 상담실. 오전 <씨씨티비 영상>
#3반 앞 복도. 오후 (#11의 CCTV영상)
교실 문 닫고 나오는 민준의 모습.
잠시 후 교실 문을 여는 소영. 아래 찍힌 시간 : 2015.05.13. 15:10:29
영상, 스틸 되면서.
보고 있는 준석의 심각한 얼굴. 책상 위에는 포맷된 노트북 3개 놓여 있다.
#37. 상담실 안. 낮
소영과 준석 마주 앉아 있다. 당황한 얼굴의 소영.
준석 : (차분하게) 교실에 있었던데, 왜 보건실에 있었다고 했니?
소영 : 보건실에 먼저 갔다가... 빈 침대가 없어서 그냥 교실로 간 거예요. 아파서 책상에 엎드려 잤어요. 그게 다예요, 선생님!
준석 : 근데 왜 애들한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
소영 : 갑자기 물어보니까, 당황해서.. (준석 살피다가)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 우리 조 노트북도 지워졌는데요?
준석 : (한숨 쉬고) 알겠다, 일단 가봐라.
#38. 상담실 앞 복도. 오전
불안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상담실에서 나오던 소영 상담실 앞을 지나가던 은비와 마주친다.
소영 : 야! 엿들었어?
은비 : 내가 너니? 지나가는 길이거든!!
은비, 차갑게 외면하고 가버리면.
소영,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상담실 벽에 기대어 이를 악 문다.
#39. 교실. 낮
소영이 들어와 앉는데 교실 공기 이상하다.
주변 둘러보며 자리에 앉으면, 아이들 한 마디씩 하는.
해나 : (조소로) 강소영, 너 뭐야?
소영 : (보면) 뭐가?
효은 : 너 씨씨티비에 찍혔다며? 어제 체육시간에 교실에 있는 거.
소영 : !!!! (놀라 일어나는)
학생1 : 왜 거짓말 해?
소영 : 보건실 갔었어!! 갑자기 이상하게 몰리니까 당황해서...
학생2 : 떳떳하면 왜 당황을 해?
소영, 불안한 눈으로 둘러보다 송주와 눈 마주치면
송주, 실망했다는 표정이고.
소영 : 우리 조 과제도 날아갔는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했겠어?
하윤 : 그날 아침부터 우리 노트북 이상했잖아.
해나 : (알겠다는 듯) 아? 니네 조 노트북 맛 가니까 다른 조 것도 망쳐버린 거 아니야? 공부 잘하는 애들로만 딱 골라서?
소영 : (열 받고) 아니야!! 난 그런 적 없어!!!
학생3 : 이렇게 되고 보니, 얼마 전 그 왕따 기사 생각난다. 그것도 진짜 너 아니냐?
소영 : (들이받으며, 반 전체에 대고) 니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런 식으로 사람 몰아가도 되는 거야?
소영, 둘러보면, 아이들 차가운 눈빛으로 일제히 자신을 보고 있다. 아득해지는데,
은비, 소영을 보고 피식 냉정한 웃음 지어 보이면
소영, 이성을 잃는 표정.
팽팽하게 서로를 보는 둘.
태광, 그런 두 사람을 본다.
소영, 은비 쪽으로 천천히 걸음 옮긴다.
태광, 긴장 된 눈으로 움찔하며 벌떡 일어난다.
거의 은비 앞에 다다른 소영.
아이들 의아한 눈으로 집중 하고 있다.
은비, 떨리지만 차갑게 소영을 노려보고 있고,
태광, 소영의 옆에 서는데,
일촉즉발의 순간 수업 종 울리자, 소영 은비의 얼굴 뚫어져라 보다가 자리에 앉는다.
태광, 안도의 한숨 내쉬면서 자리로 간다.
#40. 상담실. 낮
민준과 준석 마주 앉아 있다.
민준 : (담담한) 챙길 게 많아서 좀 늦게 나갔어요. 3시 10분쯤? 보건실 들러서 응급키트 가지고 운동장 나가니까
15분 쯤 됐었던 것 같아요.
준석 : 그래. 알았다. 가봐.
민준 : (일어나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준석 : (골똘히 생각하는)
#41. 옥상. 낮
소영, 은비 팽팽한 눈빛으로 서 있다.
은비 : (여유로) 애들이 그런 눈으로 널 보는 거 어땠어?
소영 : 뭐?
은비 : 그거, 니가 내 동생한테, 또 다른 친구한테 늘 했던 짓이잖아. 받아 보니 어땠냐구?
소영 : (픽 웃는) 별 거 아니던데? 내가 누구처럼 벌벌 떨 줄 알았어? 치! 어이가 없어서..
곧 밝혀지겠지만, 난 컴퓨터 같은 거 건드리지도 않았거든?
은비 : (당차게) 그래? 잘 됐다!
소영 : 뭐?
은비 : 그럼 이 번 기회에, 하지도 않은 잘못 덮어쓰는 기분도 한 번 느껴봐!
니가 한 짓도 아닌데, 아무도 니 말 들어주지도 않고, 믿어주지도 않을 때.... 얼마나 아픈지!!!
소영 : !!!!!
은비, 돌아서 나가는 등 뒤에.
소영 : (악에 받쳐) 야아!!! 이제 니가 뭐든 상관없어!! 너 밞아 버릴 거야!
가고 있는 은비의 어깨를 뒤에서 확 부딪히며 앞서 나가는 소영.
#42. 교정 일각. 오후
벤치에 앉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소영. 어쩔 줄 몰라 하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결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 ‘한이안’을 선택하고 문자를 찍기 시작한다.
#43. 수영장. 오후
훈련 쉬는 시간. 휴식 중인 선수들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안, 혼자 물속에 남아 여전히 전력 질주 하는.
코치, 수영장으로 들어오면.
민규 : 한이안! 몇 시간 째 저러구 있는데요 코치님?
코치 : (표정 사나워지며 이안을 따라 가며, 고래고래) 한이안!! 야 이 새꺄!!! 그만 두지 못해?
#44. 수영장 일각. 오후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안 코치 앞에 서서 혼나고 있다.
코치 : (호통 치는) 연습을 하는 거야 화풀이를 하는 거야!! 몸 관리도 실력인 거 몰라!!
이안 : ......
코치 : (누르고) 부담 되는 거 알지만, 그래도 어떡하냐? 이번 5월 대회 성적에 따라서 지원금도 결정 되고
니가 잘해야 3학년 애들.. 계영에서라도 메달 하나 따서 좋은 대학 가지 않겠냐? 그러자면 니가 중심을 딱 잡고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말고, 페이스 조절 잘해, 너 믿는다. 알았지?
이안 : (표정 없이) ...네.
코치, 이안 어깨 툭툭, 두드려 주고 나간다.
#45. 수영장 라커룸. 오후
이안, 지친 몸으로 라커를 열고 옷을 꺼내는데 핸드폰에 메시지 도착해 있다.
확인하고 얼굴 사색이 되는 이안.
소영(E) : 니가 엄청 궁금해 하는 사람 여기 있는데... 잘 찾아 봐!
이안의 핸드폰에 ‘사랑의 집’ 후원 신문기사 떠 있다.
이안, 화면 확대해서 큰 사진으로 보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은비의 얼굴.
이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다가 힘없이 라커에 등을 기댄다.
#46. 초등학교 운동장. 밤
운동장에 넋 나간 얼굴로 누워있는 이안.
<플래시백- 1회 #68. 대구 체육관 - 선수 대기실. 낮>
트레이닝 복 입은 이안, 헤드셋 끼고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자 전화를 받는다.
송주(E) : 이안아! 은별이가 실종 됐어!!
하얗게 질리는 이안의 얼굴.
#47. 통영 거리 일각. 낮 (1회 #78)
은별을 찾아 통영 거리 이쪽저쪽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이안.
이안, 은별과 비슷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달려가 확인해보면 다른 사람이다.
멈춰 서서 숨 고르며 주머니 속 메달을 꺼내 본다.
그 때 길 건너편에 넋 나간 얼굴로 가는 은비.
눈 동그래져, 신호 무시하고 미친 듯이 차도로 달려들지만,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얼굴로 사방 둘러보는 이안.
<플래시백- 2회 #29. 병원 복도. 낮>
이안을 뚫어져라 보며 서 있는 은비, 거침없이 은비를 향해 걸어가는 이안,
이안, 은비의 손 잡아당겨 와락 가슴 깊이 끌어안는다.
이안(E) : 왔으니까.... 됐다. 고은별!
#48. 초등학교 운동장. 밤
이안, 운동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눈을 감는다.
#49. 소영의 방. 밤
책상에 앉아 공부 중인 소영. 울분이 치미는 듯, 펜을 던지고 눈에 고인 눈물 쓱 닦아낸다.
그때 들리는 노크 소리,
소영 돌아보면, 소영부,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 앞에 선다.
소영부 : (내밀며) 혹시나 해서 검사해보니 한사람의 글씨체가 맞더구나.
소영 : (반색하며 받는) 아빠!!
소영부 : (서류 놓지 않고 소영을 보며) 그애랑 너랑 악연이 깊은 모양인데 고작 그런 애한테 우스운 꼴 당하지 말고 똑똑하게 굴어.
소영 : (받으며) 고마워요, 아빠!
소영부, 나가면 회심의 미소 짓는 소영.
#50. 거리 일각. 밤
김준석과 정민영 나란히 걷고 있다.
김준석 : 저 혼자 가면 되는데, 뭘 동행씩이나...
정민영 : 한 달간은 저도 부담임인데, 당연히 알아야 할 책임이 있죠.
김준석 : (좀 귀찮기도 하지만) 아 예! 뭐 그러시든지요.
#51. 컴퓨터 수리점. 밤
김준석, 직원에게 포맷된 노트북을 보여주고 있다.
직원 : 복구하시게요?
김준석 : 아뇨, 혹시, 포맷이 된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직원 : (고개를 갸웃 하며) 글쎄요...그건 좀...
낙심하는 김준석의 얼굴.
#52. 포장마차. 밤
김준석과 정민영, 술과 안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생각에 잠긴 김준석의 얼굴.
직원(E) : 한 개는 하드웨어 고장인 것 같구요, 나머지 두 개는 포맷을 시킨 것 같습니다.
두 개 동시 진행하면 5분에도 가능하죠.
<플래시백- #39 상담실. 낮>
민준과 준석 마주 앉아 있다.
민준 : (담담한) 챙길 게 많아서 좀 늦게 나갔어요. 3시 10분쯤?
정민영 : 김선생님!! 김선생님!!
김준석 : (정신 차리고) 아 예!
정민영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김준석 : 아, 애들 노트북이요...(한숨)
정민영 : 그 직원 말대로라면, 하드웨어 고장 난 노트북 학생이 나머지 2개를 포맷 시켰을 확률이 큰 거네요.
김준석 : 확실하지는 않지만..그렇..죠..(착잡하고)
정민영 : 어쩔 생각이세요?
김준석 : 일단 더 얘기 나눠 보려구요.
정민영 : 퇴근 후 까지 애들 생각뿐이시네요. 3반 학생들은 좋겠어요.
김준석 : (자조적으로 웃으며 술 한 잔 들이켜는. 쓰다.)
#. 꽤 늘어난 술병. 두 사람 다 좀 취해서.
김준석 : (고개 주억거리며) 전 뭐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이끌 자격도 없는 놈이구.... 그렇습니다아....
정민영 : (진지하게) 왜요. 선생님이시잖아요.
김준석 : 저는 스승이니, 선생이니 그런 거 싫고요. 그냥..직업인이고 싶거든요.
수학 잘 가르치고, 기안 잘 쓰고 공문 잘 보내는 그냥 그런...
정민영 : (준석을 보는)
#. 준석 계산중이다.
포장 밖으로 기다리는 민영의 모습 보인다.
그때, 들리는 메시지 수신음.
준석 핸드폰 열어보면, <내가 사라지니까 이제 행복해? 정수인>
준석, 우뚝 굳는다.
밖에 있던 민영, 뒤 돌아 다시 준석에게로 온다.
멍하게 서 있는 준석의 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준석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정민영 : (맑게 웃으며) 선생님, 안 나오세요?
김준석 : (보는)
#53. 은별의 방. 밤
은비, 침대에 앉아, 이안에게 받은 인형 안고 있다.
스탠드 불을 끄고, 막 눕는데, 협탁에 놓아 둔 핸드폰에서 메시지 수신음 울린다.
은비, 핸드폰 열어서 보면, <내가 사라지니까 이제 행복해? 정수인.>
은비,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킨다.
#중간 타이틀 <후.아.유?>
#54. 공원 일각. 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은비와 이안.
은비 : 한이안! 너한테 꼭 해야 될 말이 있어.
이안 : .......
은비 : 나, 사실은.... 기억 돌아온 지... 한 참 됐어.
이안 : !!!
이안, 은비 앞으로 가 은비어깨 꽉 잡고 서서.
이안 : ....... (애써 미소 지으며) 고은별!! 생각 나냐?
은비 : (보는) .......
이안 : (다정하게) 너 기억 돌아오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거! 너 기억 찾았으니까 나.... 소원 말해도 되지?
은비 : ......
이안 : (진지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맞다고 대답해라!
은비 : (서글픈) .......
이안 : (간절하게) 너...... 고은별.... 맞지?
은비 : (눈 질끈 감으면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이안 : !!!!!! (가슴 무너지는)
눈물 쏟으며 떨고 있는 은비와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서글프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안 : (애써 피식 웃으며) 야! 어려운 소원도 아니잖아... 울지 말고...대답해... 너...고은별 맞지?
은비 : .......
이안, 가만히 은비 따뜻하게 안아준다.
은비, 이안의 품에서 서글프게 흐느끼다가 천천히 이안 밀어내고 바라본다.
은비 : ...미안해.
이안 : !!! (보면)
은비 : ...미안해.
이안 : (다시 은비의 어깨 꽉 잡고, 버럭) 미안해가 아니라! 맞다고 대답하라고!!! .....응?
은비 : ......(대답 못하고)
이안, 온몸에 맥이 풀리며, 은비의 어깨 잡고 있던 팔이 힘없이 툭 떨어진다.
은비, 그런 이안을 잠시 안타깝게 보다가 서둘러 도망가 버리면,
혼란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겠는 이안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