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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저울] 02
씬1. 옥탑방 마당 (N)
휘이잉--- 바람이 쓸고 가는 마당 덕분에 열린 옥탑방문이 왈칵 재껴졌다가 쿵, 닫히면서
이내 벌컥 문 열고 뛰쳐나오는 우빈 그대로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 버리면
열린 방문만이 홀로 사정없이 바람에 부대끼고....
씬2. 골목길 (N)
두려움에 휩싸여 좁은 골목길을 달려 내려가는 우빈 커브를 틀고 헉헉헉 달릴 때마다 개 짖는 소리 요란하고.
씬3. 슈퍼 앞 골목길 (N)
미친 듯이 달려 내려오는 우빈 저만치 쓰레기더미 위에서 욱--- 오바이트를 하는 준하를 스쳐 사력을 다해 달려가면.
씬4. 큰길 (N)
어느 순간, 불쑥 대로로 뛰어나와버린 우빈. 달리는 차들과 현란한 네온사인 불빛에
다소 진정이 된 듯 땀이 범벅인 얼굴로 헉헉 숨을 고르다가 문득 손에 쥔 비닐커버에 화들짝 놀래고....
씬5. 관악 경찰서 강력2팀
넋이 나간, 몰골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준하. 준하 혼자만이 정지되어있고
전화를 걸어대는 조형사, 강형사 과학수사란 조끼를 입은 형사들, 왔다갔다 정신없이 팽이 돌아가고.
씬6. 단독주택 앞 길 (N)
끼이익 멎는 택시에서 서둘러 내리는 우빈 누가 쫓아오진 않았을까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고 대문으로 미친 듯이 달려 들어가면
그 위로 다급한 초인종 소리 겹쳐지고.
씬7. 거실
송여사, 행복한 얼굴로 현관문 따주면 잠시 후,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우빈.
송여사 : 일찍 들오네? 더 늦을 줄 알았는데....
우빈 : 저 자잘게요, 주무세요.
그대로 우두두두 2층으로 뛰어올라가는 우빈. 뜨악한 얼굴로 우빈을 바라보는 송여사.
씬8. 우빈의 방
들어서자마자 털썩 침대에 주저앉는 우빈 얼굴을 두 손에 묻는 순간, 섬광처럼 떠오르는 장면.
플래시컷》옥탑방에 처참한 몰골로 죽은 듯이 엎어져있던 은지.
번개 맞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는 우빈.
플래시》옥탑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장도리에 머리를 맞는 우빈.
순간, 황급히 모자를 벗고 머릿속을 만지는 우빈, 아! 아프다. 두 손을 머리카락 속으로 밀어 넣어 보면 두 손에 묻어나는 피!
문득, “우빈아!“ 꿀물을 탄 그릇을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서는 송여사.
피 묻은 손으로 덜덜덜 떨며 송여사를 바라보는 우빈의 모습에서.
씬9. 강력2팀
엉망으로 어질러진 옥탑방안의 사진이 책상위로 툭툭 던져지고 있다.
찢겨진 커튼, 바닥에 흩어진 법서, 장도리, 세간 속에 낀 키홀더.
급기야 죽은 은지의 모습이 CU된 사진이 툭 던져지면 그 사진들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준하.
준하 : (주루룩 눈물이 흐르고) ....
조형사 : 왜 싸웠어?
준하 : (보면) ?
강형사 : 에이 형님은~~ 그렇게 심심하게 물어보시면 어뜩해요? (준하의 얼굴에 바짝 턱 쳐들고) 왜 죽였어?
기막힌, 숨 막힌, 차라리 꿈을 꾸나싶은 준하의 그 얼굴에서.
씬10. 관악경찰서 정문 (N)
끼이익 와서 멎는 택시 한 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영주.
씬11. 강력팀 사무실
문 왈칵 열고 헉헉 들어온 영주 그녀의 시야에 형사들 앞에 앉아 조사를 받는 고시생들 넘쳐난다.
카메라, 시험에 떨어진 뒤 화풀이로, 혹은 싸움질로 얼굴이 깨지고 터진 추리닝 차림의 고시생들을 영주의 시선으로 훑어가다보면
조형사와 마주앉은 준하의 뒷모습 보인다.
영주, 조형사를 알아보고 뭔가 물어보려고 다가가는데
조형사 : (준하의 코앞에 비닐에 싼 장도리를 들이대며) 이 장도리로 여자가 때리는 걸, (비닐에 싼 법서를 들이대며)
이걸로 막았잖아!! 봐, 여기 장도리에 맞아 패인 흔적!!
준하 : 전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조형사 : 아니긴! 이 법서에 당신 지문뿐인데?
준하 : 내 책에 내 지문이 있는 건 상식 아닙니까??
조형사 : 상식? 제3의 범인이 있다면 이 책에 다른 사람 지문이 있어야하는 것도 상식이지?
근데 왜 당신하고 피해자 지문뿐이야? 왜??
준하 :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형사님들이 알아내야하는걸, 왜 제게 묻는 겁니까? 왜요??
영주, 차마 조형사에게 아는 체를 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휘이 둘러보는데
이제 막 강력팀으로 들어서는 강형사 보이면.
영주 : 강형사님!
강형사 : 어, 웬일이야?
영주 : 가게에 경찰이 출동했다던데요? 아빠 전화도 안 되고, 걱정돼서요.
강형사 : (주위의 형사들에게) 신달수 사장님 오셨었어?
형사1 : 휴게실에 계실걸요?
강형사 : 들었지?
영주 :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가는 영주의 등 뒤로 들리는 강형사의 목소리.
강형사(E) : 주인집 여자 증언 확보했어요! 대질시킬까요?
씬12. 휴게실
행색이 초라한, 아직 술이 덜 깬 고시생을 앞에 앉혀놓고 일장 훈시를 하고 있는 달수.
달수 : 나, 십년 째다! 이 신림동 바닥에서 늬들 덕에 먹고 산지 10년째야! 김밥 한 줄을 말아두 장차 이 나라 판검사가 될!!
대한민국 리더들을 멕인다! 그 자부심으로 말았어!!
고시생 : (고개 꺾고) 재송함다.
불쑥 휴게실로 들어오는 영주.
영주 : 아빠! (달려오며) 안 다치셨어요? 괜찮아요?
달수 : 식겁했지! (주먹을 내보이며) 요따만한 돌멩이가 날라드는데.
영주 : (고시생을 확 째려보며) 이봐요! 그러다 사람이 다쳤음 어쩔 뻔 했어요?
고시생 : (푹, 고개를 꺾으면)
달수 : 이봐 학생, 우리 딸두 2차 떨어졌거든? 우리딸은 저 셤 떨어졌다구 남의 가게 유리창 깨고 간판 작살내구 그딴 짓 안해!
합격한 사람 축하하느라고 밤을 새면 샐까!
영주 : (머쓱하고)
달수 : 아, 떨어져봐야 붙기두 하는 거지 걸 못 참고 돌멩이질을 해? 너 같은 눔이 판검사 될까 무섭다 이눔아!!!
고시생 : 재송함니다... 재송해요 흑흑흑
달수 : (너무했나 싶어 영주를 보는데)
영주 : (야멸차게) 유리창 깨고 간판 부순 거, 재물손괴죄인 거 알죠? 아빠가 용서를 하셔도 변상은 해야 돼요.
(계좌번호 적힌 명함을 턱 내밀며) 예금주는 달수분식, 신달수 사장님이세요.
달수 : 아니 은제 이건 다 챙겨왔어?
영주 : (달수의 팔짱을 끼며) 가요 아빠!
씬13. 경찰서 복도
팔짱을 낀 채 이제 막 휴게실에서 나오는 달수와 영주.
달수 : 너무... 야박하게 군거 같어. 행색을 보아하니 저짝 신림 9동 꼭대기 쪽인 것 같은데...
영주 : 그래서 언제까지 보내란 말 안했잖아요. 혹시 알아요? 나중에 셤 붙으면 보내줄지!
달수 : 응, 그려그려 잘했다, 잘했어 우리 딸!!
영주 : 근데 아빠, 무슨 사건 났나봐요! 조형사님 조사하시는 거 보니까
달수 : 살인사건이래.
영주 : 힉!! 살인요? 신림동에서??
달수 : 셤 떨어진 놈이 뒷바라지하던 여잘 홧김에 죽인 거 같댜!! 죽은 여자야 말할 것도 읎지만 죽인 놈 인생도 참...
영주 : 아우 끔찍해~
달수 : 사법 셤에 도덕셤을 치든지 해야지 원.
영주 : 그럼 난 백점 맞을텐데... 그쵸오?
달수 : 그람 누구 딸인데!
호호하하 마주 웃으며 강력팀이란 푯말 아래를 지나는 두 부녀...
씬14. 강력팀 안
미칠 지경인 준하. 앞에서 완전 심증을 굳힌 상태로 준하의 항변을 지켜보는 조형사와 강형사.
조형사 : 왜 도망쳤어??
준하 : 내가 왜 도망을 쳐요??
조형사 : 옥탑방 쥔 여자가 봤대! 도망치는 폼이 하두 수상해서 올라가 봤다는 거 아냐?
강형사 : 이 자식 이거, 순찰 돌던 패트롤카랑 마주쳤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토꼈어봐, 어쩔 뻔 했어요?
준하 : 신골 하려고 했어요!!! 전활 하려는데 밧데리가 없어서!!!
조형사 : (죽은 은지 옆에 버려진 핸드폰 사진 툭 던지며) 이건 뭐냐? 죽은 피해자 옆에 얌전히 떨어져있던데?
강형사 : (빈정) 이 폰두 밧데리가 나가셨나?
준하 : (죽고 싶다) 못봤어요. 뵈지두 않았어요. 그 핸드폰은!!!
강형사 : (사진을 코앞에 들이밀며) 죽은 여자 바루 옆인데??
조형사 : (준하의 머리통을 수첩으로 탁 때리며) 사내자식이 왜이렇게 비겁해?
준하 : (모멸감으로 쳐다보면)
조형사 : 셤은 떨어졌지, 여자는 앙알대지, 당연히 몇 대 쥐어박았겠지! 여자도 뻗쳤겠지, 그동안 몸 줘, 마음 줘, 돈 줬을테니까!
홰까닥 돌아버린 여자가 장도릴 들고 덤비길래 법서 갖고 막네 어쩌네 하다 우발적으로 죽인 거 아냐?
순순히 불면 쉬울 걸 가지구.
강형사 : (달래듯) 불어 임마! 어차피 폭행치산 변호사만 잘 사면 집행유예 떨어져!
준하 : 자백하면!! 그 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놈은 어쩌라구?? 은질 저렇게 때려죽인 놈은 어쩌구???
어쩌라구 자백을 해요??? 어쩌라구!!!!!
씬15. 우빈의 방
두렵고 두려운 심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우빈. 우빈의 머릿속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송여사.
송여사 : 도대체 얼마나 마셨길래 어디서 이렇게 다쳤어? 좀 조심하잖구서....
우빈 : (괴롭고) .....
송여사 : 하루 종일 어찌나 전화가 걸려오는지... 너 고생 하는 거 보기 딱해서 그만 뒀으면 했는데... 붙었다니까 좋긴 좋다...!
우빈 : (두렵고) ....
송여사 : 이제 아무 걱정 말고...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두 하구!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못한 게 한두 가지니?
우빈 : (괴롭기 그지없고) ...
송여사 : 참, 우빈아! 엄마랑 양복 사러 갈래? 3차 면접 땐 양복입어야 한다며?
(흐뭇해서) 우리 아들 양복 입혀놓으면 진짜 번듯 할거야!
우빈 : (터지려는 고통을 애써 참는) ....
송여사 : 니 아부지두 정말 좋으신가 보드라! 출근했다하면 집은 까마득히 잊는 분이 전활 다 하셨어....
니 덕에 엄마가 아부지한테 고맙단 소릴 다 들었다!
우빈 : (급기야 큭 ... 터져버리면)
송여사 : (놀래서) 우빈아? 왜 그래 우빈아?
크어억 울음이 터져버리는 우빈의 모습에서.
씬16. 관악경찰서 조사실
강형사와 마주앉아 있는 준하. 다그쳐대는 강형사의 질문은 전혀 안 들린다. 초췌하기 그지없는 준하의 얼굴위로.
인서트》제1부, 씬69. 옥탑방
준하 : (은지를 끌어안고) 은지야, 은지야 정신차려, 은지야은지야, 은지야?? (외치는)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 없어요-------!!!
준하, 심장에 새겨진 그 장면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데.
인서트》1부 씬28. 버스정류장
은지 : (폭 안긴 채 고개 들고) 오빠, 우리 그 옥탑 방 못 얻으면 고시원 쪽방 합치까?
준하 : 좁아서 어떻게 자려구?
은지 : 이렇게 포개 자지?
준하 : (예뻐서 은지의 볼을 꼬집으며) 으이구~~
은지 : (행복해서) 아~~~ 아포아포!
인서트》1부 씬20. 찜찔방
은지 : 그쵸 어머니? 우리 이담에 부~~자 되도 한 달에 한 번씩 여기서 자요! 네?
플래시컷》1부 씬69. 옥탑방 안
옷이 온통 찢겨진 채, 얼굴을 심하게 얻어맞아 피투성이로 처참하게 죽어있는 은지.
벌떡 일어나는 준하, 가슴을 쥐어뜯는다!!! 깜짝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강형사.
준하 : (제정신 아닌) 은지야... 은지야....!!!
강형사 :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나며) 어이, 이봐?
준하 : (가슴을 자꾸만 쥐어뜯으며) ...나... 나 때문이야... 나... !! 내가... 일찍... 좀만 일찍... 좀만 더..... (일찍 들왔더라면) !!
강형사 : 이 자식이 뭔 소릴 하는 거야?
준하 : (고통이 극에 달해/목소리 톤 낮게) 우리 은지 어딨어요? 엇따 놨어요? 엇따 숨겼어요??
강형사 : (황당해서 보면) ?
준하 : (사정하는) 줘요, 내 놔요... 돌려 줘요....
강형사 : (버럭) 얌마! 정신 차려!!
준하 : 어딨어요...???
강형사, 냅다 준하의 뺨을 후려치면 펑---- 눈물이 터진 얼굴로 강형사를 쳐다보는 준하의 얼굴에서.
씬17. 옥탑방 마당 (N)
사정없이 부는 바람을 저 홀로 감당하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 매서운 바람에 비닐봉지 속의 야쿠르트 한 줄이 드러나면서.
우빈(E) : 분명히 학범이 형 방인데.......
씬18. 우빈의 방
침대에 걸터앉아 괴로워하는 우빈. 후들거리는 심정을 감춘 채 아들의 손을 잡고 옆에 앉아 있는 송여사.
우빈 : 형이 또 떨어졌다길래... 위로 하려고 간 건데... 그 여자가 갑자기 날 쳤어요...
송여사 : (O.L) 그건 정당방위잖아, 정당방위 아니니?
우빈 : (O.L) 하지만, 누가 제 말을 믿겠어요?
송여사 : 그 여자가 먼저 널 때렸다며? 니가 때린 게 아니잖아!
우빈 : (O.L) 몰라요,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나요... 내가 때렸는지, 죽였는지.
송여사 : 설령 니가 했다 해도 건 죽인 게 아냐 사고야, 사고, 우발적인 사고!!
우빈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래요 엄마, 사고죠? 사고?
송여사 : 그럼 사고지 사고야!
우빈 : 폭행치사, 아니 과실치사면... 법정형도 약해요! (벌떡 일어나 법서를 마구 뒤지며) 얼마더라? 2년 이한가?
(못 찾겠다, 홱 돌아서며) 차라리 아부지한테 말씀드려요. 아부지한테 말씀드리고 도움을.
송여사 : (O.L) 안돼 우빈아!! 안돼!!! 니 아부지가 어떤 분인지 모르니?
우빈 : (O.L) 말씀 안 드렸다가 범인으로 잡히면요??
송여사 : (O.L) 기억도 없다며?? 넌, 안했어, 안한 거야!!!
우빈 : (말문이 막혀)
송여사 : 니가 죽이는 걸... 본 사람 있니?
우빈 : !!
송여사 : 니가 죽였다는.... 증거 있어??
우빈 : !!!
씬19. 옥탑방 마당 (N)
살금살금 옥탑방 마당을 걷는 남자 운동화. 이미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는 옥탑방 앞에서 주춤하더니
옥탑방 방문 앞에 떨어진 야쿠르트 한 줄을 집어 들고 봉지 속에 놓인 빨대를 푹-- 찔러 입으로 가져가는 득수.
쪼옥---- 빨아대며 히죽 .... 웃는데 저만치 계단에서 질겁한 얼굴로 뛰어 올라오는 집주인여자.
집주인여자 : 득수야!! 어이구 저 웬수새끼, 여길 뭐하러 겨올라와??
히죽 웃어대며 후다다닥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 득수의 등짝을 후려쳐대다.
재수 옴 붙었다는 얼굴로 옥탑 방을 쳐다보고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는 여자의 모습에서.
씬20. 관악경찰서 강력팀 (심야)
자신의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는 피곤에 쩐 조형사.
조형사 :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황보회장 영장 으떻게 됐어?
형사1 : (의자 두 개 연결해서 비스듬히 누운채) 되겠어요? 더구나 소환 당일?
조형사 : (옆 책상의 의자에 다리 턱 올려놓으며) 김혁재 검사잖아, 김혁재! 왕년에 그 양반하고 조폭 수사할 때 증말 좋았는데...
오죽함 빨리 출근하고 싶었을까?
형사1 : (피곤에 절어) 죽었다 깨나두 이해못하겠네. 으떻게 이 눔의 직장이 빨리 출근하고 싶어?
하는데 강력 팀으로 들어오는 강형사.
강형사 : 형님, 아무래도 잘못 짚은 거 같은데요?
조형사 : (눈을 감은 채) 왜 또?
강형사 : 그냥 좀 아닌 거 같아서요.
조형사 : 치고 박고 싸운 흉기에 그놈 지문밖에 없고, 방에서 도망치는 걸 봤다는 목격자도 있고, 살해동기 충분하고!
(하품하며) 아~~ 진짜 괴롭다!
강형사 : 옥탑방에 올라가다 수퍼에 들렀대요. 그 시간에 야쿠르틀 샀다니까 것도 좀 알아보구요.
조형사 : (눈 감은 채) ....
강형사 : 피해자가 장준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시간이 어젯밤 10시 55분이거든요. 순찰차가 발견한 시간이 11시15분이니까
20분 동안에 사람을 죽였단 얘긴데 만약 그사이 수퍼에 들렀다는 게 입증되면 일단 용의선상에서.
드르렁~~~ 천둥처럼 코를 골아대는 조형사.
강형사, 후--- 입바람으로 앞 머리칼 날리는 모습에서.
씬21. 우빈의 방 (N)
기진맥진한 심정으로 침대에 눕는 우빈.
송여사 : (우빈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아무 생각 말고 자! 자고 나면 뭔가 기억이 떠오를 거야!
우빈 : (괴로운) ... 그 여자, 죽었을까요...? (벌떡 일어나며) 어쩌면 안 죽었을지도 몰라요, 다치긴 했어두
플래시컷》옷이 사정없이 찢긴 채 엎어져있던 은지의 몸.
우빈 : 그 여자 옷이 찢겨있었어요... 갈기갈기... 나, 난 아니예요, 내가 안그랬어요!!!
송여사 : (더욱 암담해진다, 내색하지 않고) 거봐, 넌 아니라니까!
우빈 : (믿고 싶어지고) ....
송여사 : 아무 걱정말구 자, 너 취한 대다 머리까지 다쳤어. 일단 자, 자고 나면 뭐든 선명해 질 거야! 어서, 응?
우빈, 마지못해 침대에 누우면 일어나서 방 불을 끄고, 침대 위의 아들을 한 번 더 쳐다본 뒤, 아웃되는 송여사.
침대에 누워, 한없이, 한없이 괴로운 우빈.....
씬22. 이층 복도 (N)
방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허걱, 무릎이 꺾여버리는 송여사 두렵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면서도 두렵다....
그 심정으로 닫힌 아들의 방을 쳐다보는 송여사의 모습에서...
씬23. 서울중앙지검 로비 (N)
기자들, 신문을 마치고 검찰청을 나가는 황보회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대기 중이다.
카메라기자 : (시계를 보면서) 암만해도 영장은 날 샌 것 같은데?
기자1 : 헛소문이라니까! 말이 그렇지 소환한 당일 어떻게 영장을 청구해? 상대가 황보 회장인데....
기자2 : 영장이나 청구할 수 있을까?
기자1 : 아무리 김혁재 부장이라도 무리수가 있지 싶어. 근데 왜 이렇게 안내려와? 밤 새려나?
씬24. 특별조사실 (N)
책상 위에 초호화판 도시락 세트가 놓여있다.
비서, 젓가락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내면 황보 회장, 맛나게 도시락을 먹고 있다. 본부장, 옆에서 대기 중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주명과 변호사들이 피의자신문조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노주명 : (조서를 내밀며) 조서엔 무리가 없습니다. 서명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다 회장님!
본부장 : (재빨리 펜을 내밀면)
황보 : (슥 보고 서명을 하면)
노주명 :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장님!
황보 : (숟가락 내려놓으면)
비서 : (잽싸게 물 컵 내밀고)
황보 : (우러러러 물 양치질 하면)
비서 : (얼른 뱉을 그릇 내밀면)
황보 : (뱉고) 가지!
노주명 : 잠시 더 계시는 게....
황보 : 왜?
노주명 : 둬 시간은 더 계시다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가시는 게...
황보 : (O.L) 둬 시간 더 있는다고 검찰에 후달린 것 같겠어? (벌떡 일어나며) 가!
일동 : (황급히 따라 일어나면)
황보 : (문득 비서를 돌아보며) 거 도시락 어디 거야? 맛이, 괜찮구만!
비서 : 아, 예 회장님께서 항상 드시던
홱 돌아서 성큼 나가는 황보. 부랴부랴 뒤쫓아 가는 노주명과 본부장, 등등의 모습에서.
씬25. 특수1부장실 (N)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 통화중인 김혁재.
김혁재 : 벌써 들어왔어? 오늘은 밤새도록 술 마시는 날인데... 바꿔 줘봐 여보!
씬26. 거실 (N)
송여사 : (당황) ...저기 지금 막 잠들었어요. 피피곤했나봐요,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니까.
씬27. 특수1부장실 (N)
김혁재 :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아까 문자 왔을 때 바루 전화할걸! 우리 아들 수고했다고, 고맙다구 꼭 좀 전해줘.
씬28. 거실 (N)
송여사 : (차라리 말을 할까) 여보... 실은.
김혁재(F) : 우빈이 합격했단 말 들으니까 십년은 젊어진 것 같애. 황보 아니라 뭐래도 거뜬하겠어!
송여사 : 당신... 승훈이 구속된 거... 후회 안해요?
김혁재(F) : 갑자기 처남 얘긴 왜?
송여사 : 아니예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세요! (사이) 끊으께요 그럼.
수화기 내려놓는 송여사의 어두운 얼굴에서.
씬29. 특수1부장실 (N)
뜨악한 얼굴로 핸드폰 끄는 김혁재. 이내 똑똑 노크 소리 나고 들어오는 정수영과 홍건표.
두 사람, 김혁재의 앞에 와서 마주 앉으면.
김혁재 : 수고했어, 황보회장은?
정수영 : 방금 귀가했습니다!
홍건표 : (김혁재의 눈치를 살피며) 내일... 청구하실 거죠?
김혁재 : (생각에 잠겨) ....
홍건표 : (사뭇 긴장된다) ...
정수영 : (김혁재의 고민이 읽혀져) 걱정마십시오 부장님! 저희들 모두 사표 쓸 각오하고 있습니다!!
홍건표 : (사표를? 내심 놀라운데)
정수영 : 아무리 재벌총수지만 엄연히 실정법을 어긴 잡니다. 외압 때문에 영장을 청구하지 못한다면
김혁재 : (O.L) 정검!
정수영 : 네?
김혁재 : 덤비지마, 자넨 늘 그게 걱정이야.
정수영 : (쩝... 머쓱한데)
홍건표 : (픽... 고소하고)
김혁재 : 내일아침까진 경제위기설에 대한 반박논리를 철저히 준비해놔!
홍건표 : 그렇지 않아도 금감위, 재경부 금정국, 대기업 핵심 브레인 부서에 워킹 레벨들과 꾸준히 접촉했습니다.
반박자료 충분하구요
김혁재 : (듣는) ...
홍건표(E) : 외평채 스프레드도 좋아서 대외신인도에 문제없고 증권시장도 문제없습니다!
정수영 : 재계 서열 10위권에 드는 창세그룹 아시죠? 거기 경영전략본부장이 제 친군데요. 그 자식이 뭐라는 줄 아십니까?
총수가 없다고 난리나녜요, 외려 더 잘된답니다!
김혁재 : 좋아, JD그룹 주가동향도 체크해보고
정수영 : 부장님! 눈 좀 붙이십시오. 내일이야말로 가장 뜨거운 날 아닙니까?
김혁재 : 내 걱정말구, 자네들도 눈 좀 붙여가면서 해! 장기전인거 알지?
두사람 : 네 부장님!
일어나서 나가려는 두 사람, 정수영, 한쪽 구석에 놓인 낡은 라쿠라쿠 침대를 가져다가 펴려면 재빨리 다가와서 돕는 홍건표.
생각이 깊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김혁재의 모습에서.
씬30. 우빈의 방 (N)
불 꺼진 방에 컴퓨터 모니터 불빛만이 환하다. 그 모니터 앞에 앉아서 정신없이 기사를 찾고 있는 우빈.
검색창에 ‘살인사건’ 이라고 치면 쭈루룩 뜨는 기사들 중에 잘 찾아지지 않자, ‘신림동 살인사건’이라고 다시 치면
이내 맨 위에 뜨는 기사. 신림동 옥탑방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 알고 보니 고시생 애인?
화들짝 놀랜 얼굴로 정신없이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우빈. ‘시험에 떨어진 장모씨가 홧김에’란 기사 CU.
CU된 우빈의 얼굴과 ‘범행 후 도주하는 것을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이’ CU
너무도 놀라 CU된 눈이 흔들리면서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이” CU 목격자란 세 글자가 크게, 더 크게, 더욱 크게 압도 하다가 문득
플래시컷》 1부, 씬64, 옥탑방 마당
옥탑 방에서 나와 번개처럼 우빈을 스쳐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얼어붙어버린 우빈의 얼굴위로
우빈 : (마음의 소리) 그 사람인가? 그 남자가 용의자? 아냐아냐, 그 남자가 날 스쳐간 직후에도 그 여잔 살아있었어!
죽이고 도망간 게 아냐! (혼란스러운지 고개를 마구 젓다가) 누구지? 혹시 그 남자가 날?? 날 본거 아냐???
벌떡 일어나서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우빈의 모습에서.
씬31. 관악경찰서 전경 (아침)
끼익 부리나케 와서 멎는 낡은 승용차.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차에서 내리는 강형사.
씬32. 경찰서 조사실
초췌한 얼굴로 앉아 있는 준하, 지쳤다. 조사실 문 왈칵 열면서 뛰어 들어오는 강형사.
강형사, 준하의 멱살을 와락 잡아 일으켜 세우고.
강형사 : 너 장난 하냐? 나갖고 놀아?
준하 : (지친 얼굴로 보면)
강형사 : (한대 칵, 칠 태세로 손 올렸다 내려놓으며) 야쿠르트를 사? (와락 멱살을 풀며) 너 같은 놈은 본적도 없고
야쿠르틀 판적도 없대!
준하 : (보는)
강형사 : 그래두 혹시나해서 옥탑방까지 올라가서 샅샅이 뒤졌어 야쿠르튼 커녕!
준하 : (절망적인) ......
강형사 : 꼴통새끼, 불으라고 할 때 불지, 넌 죽었어 임마!
하는데 조사실로 들어오는 조형사.
조형사 : 부검결과 나왔어, 사인이 대측충격이 아니라 동측충격에 의한 두부손상이야.
강형사 : (놀래서) 동측이요?
조형사 : 우발적으로 벽에 부딪쳐서 죽은 게 아니라 흉기나 둔기로 직접 두부를 강타해서 죽였단 얘기지.
준하 : (은지가? 그렇게 죽었다구?)
강형사 : 그럼 폭행치사가 아니라 살인인데요? 살인!!
준하 : 누군데요? 그 놈이 누군데요??
조와강 : (어이없어서 서로 마주보고 웃으면)
준하 : (절망적인) 누구냐니까요? 누가 은질??
용하(E) : 형! 형!!
씬33. 경찰서 복도
용하 : 형! 우리 형 어딨어요? 형!!!
이방, 저 방, 사무실을 열었다가 도루 뛰쳐나오며 울부짖는 용하.
후들거리는 심정으로 복도를 걸어오던 강경댁 더는 걷지를 못하고 의자에 주저앉으면.
이제 막 조사실 문 열고 나오는 조형사. 그를 쳐다보는 용하와 강경댁.
조형사, 강경댁 앞을 스쳐지나가려면 강경댁, 조형사 앞을 황급히 가로막으며.
강경댁 : 형사님! 우리 앤, 우리 애, 그럴 얘가 아니예요! 은지를 그럴 얘가 절대로 아니예요!
조형사 : (안쓰럽다) 저기요, 아주머니.
용하 : (화난) 형이, 은질 죽여요? 아니, 대한민국 형사들은 다 이럽니까?
조형사 : (스윽 보면)
강경댁 : (얼른 용하 앞으로 나서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하에게) 조용히 좀 해에, 성질 좀 죽여 이눔아!
용하 : (강경댁에게) 말이 될 소릴 해야지!! 나, 경찰서 근처도 가기 싫은 사람이야! 법이라면 신물 나는 사람이라구!!!
(조형사를 보며) 근데 돌게 만들잖아, 누가 누굴 죽여요?
조형사 : 대한민국 경찰이 호군줄 알어? 증거도 없이, 엉뚱한 사람 몰아대게?
용하 : 증거? (맺힌 게 많은) 증거어? 당신들, 정당방위도 살인미수로 만들더라? 숨넘어가기 직전에 허벅지 찌른 것도
강경댁 : (황급히 가로막으며) 형사님! 이 놈 얘기 귀담아 듣지마세요. 그저 불뚝불뚝, 지 형이 말도 안된 상황이니까
용하 : (O.L) 우리 형, 고시생이야!! 고향땅에서 신동소리 듣던 형이라구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까지 1등 한번도 놓친 적 없구요!!
이날 이때까지 허투루 주먹질 한번 안한 사람이예요!!!
조형사 : (보는)
용하 : 형이 은질 을마나 애꼈는데... 형사님, 증말 잘못 짚었어, 억지 좀 그만 쓰시구.
조형사 : (O.L) 살인 흉기인 법서에 장준하 지문 수두룩하고!
용하 : ??
강경댁 : (이게 무슨 소린가) ??
조형사 : 당신 형이 피해자를 죽이고 도망치는 것을 목격한 목격자도 있어! 알리바이도 없고, 진술도 거짓인 게 드러났구!!
용하 : (기겁하겠고) !!!
조형사 : 게다가 사법셤에 떨어진 날이야! 뒷바라지해온 여자와 불화가 있었을 가능성 농후해!!
이내 조사실 문 열리고 와락 떠밀리듯 복도로 나오는 준하. 형의 손에 채워진 수갑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용하.
준하 : 어머니!!
강경댁 : (하얗게 질린 얼굴로 보는)
준하 : 걱정마세요, 저 괜찮아요! 용하야, 어머니 모시구 가!! 어서!!!
강경댁 : (달려드는) 준하야! 준하야!!
준하 : (터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어머니,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용하야! 어서 모시구 가라니까! 어서!!!
용하 : (큰 소리도 안 나오는) 형, 그랬어....?
준하 : (강경댁만을 애타게 보며) 어머니, 아시죠? 저, 아니란 거 아시죠?
걱정마세요 아무 일 없어요!! 걱정 마시고 가세요 어머니!!!
용하 : (다행이다 싶은데) ...
강형사 : (준하의 팔을 잡아끌며) 빨리 좀 가자, 엉?
강경댁 : (한사코 막아대며) 아니래잖아요 아니래잖아요!! 우리 앤 아니라니까요, 차라리 날 데려가요, 우린 준한 아니예요.
차라리 날, 날, 데려가요!!!
강형사 : (강경댁을 떼어내려고 하며) 아줌마 이러시면 곤란하죠오!
준하 : 용하야!! 뭐해? 어머니 좀!! 어머니 조오옴!!!
강형사 : (짜증) 아줌마, 심정은 이해하는데, 아줌마 아들이 죄를 졌으니까
강경댁 : (강형사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고) 당신이 봤어? 내 아들이 죽이는 거 봤어?? 아님 어떻 할거야, 내 아들이 아님!!!!
책임질 수 있어??? 죄없는 사람 처 넣구, 책임질 수 있어???? 이래두돼, 이래도 돼 당신들??????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리는 강경댁. 어머니!!! 준하의 절규가 터지고.
씬34. 병원 복도
의식 없는 강경댁을 싣고 마구 달리는 스트레치 카. 그 옆에서 불안 초조 두려운 심정으로 쫓아오는 용하.
씬35. 응급실
황급히 달려 들어온 스트레치 카로 모여드는 의료진들 하나, 둘, 셋, 동시에 강경댁이 깔고 있는 시트를 들어 병상에 옮기고
뒤따라온 용하 앞에서 와락 커튼을 쳐버리는 간호사. 두려움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용하의 모습위로.
의사(E) : (다급하게) 튜브 삽입해!! CBS! (사이) 이상 없으면 헤파린!
씬36. 경찰서 유치장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유치장 창살을 마구 흔들어대며 어머니!! 어머니이----!!! 불러대는 준하.....
씬37. 단독주택 전경
앙상한 가지 위에 새 한 마리 평화롭게 지저귀고.
씬38. 우빈의 방
침대 위에 곤하게 잠이 들어있는 우빈. 어느 순간, 두 눈을 스르르 뜨고.... 잠시 멍--- 해있다
화들짝 놀래 벌떡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11시가 훨씬 넘어있다...
밤새, 새로운 기사는 없었는지 서둘러 컴퓨터를 켜려는데
이미 켜진 모니터에 CU된 뉴스 기사 “속전속결, 신림동 옥탑방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
정신없이, 속독을 하듯 읽어 내려가는데 방문 열고 환한 미소와 함께 들어서는 송여사.
송여사 : 깼니? 아침 먹어야지?
씬39. 주방
우빈의 앞에 이제 막 북어국을 떠서 밥그릇 옆에 놓는 송여사.
우빈 : ....아부진요?
송여사 : 당연히 못 들어오셨지.... 오늘 영장 청구하실 모양이더라...
우빈 : (마음이 무거운) 엄마!
송여사 : (반찬 그릇 우빈의 앞쪽으로 밀어주며) 어제밤에 전화하셨어. 너한테 고맙단 말... 꼭 전해달라시드라.
우빈 : .....
송여사 : (미소로) 니 아부지, 너 합격했단 말 들으니까 다시 젊어지시는 것 같으시대, 그렇게 힘이 나실까?
우빈 : (무겁게) 기사.... 보셨어요?
송여사 : (환한 미소로) 거봐, 내가 뭐랬어? 니가 그럴 리가 읎댔지? 같이 살던 고시생이 범인이라잖아.
우빈 : 아직은 용의자예요, 범인이 아니구!
송여사 : 어쨌든! 넌 아무 상관없어! 너하곤 무관한 일이야!
우빈 :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사람은 아닐 거예요.
송여사 : (단호히) 아니긴!!
우빈 : (보면)
송여사 : 너 취했었어, 취한데다 갑자기 머릴 맞았구! 니가 착각 한거야! 그 여자하고 넌 아무 상관없어!
우빈 : 하지만
송여사 : 참, 머리는 괜찮니? 병원, 안가도 되겠어?
우빈 : (차마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
씬40. 서울중앙지검 로비
우루루루 벌 떼처럼 어딘가로 달려가는 기자들. 저만치 정수영과 홍건표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들 쪽으로 다가와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 “영장은 청구하시는 겁니까? 한다면 언제쯤인가요?”
“검찰 수뇌부에서도 반대를 한다던데 사실입니까?” “JD 그룹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시위중이란 건, 아시나요?”
정수영, 일체의 대답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홍건표, 입이 근지럽지만 정수영의 눈치를 슬쩍슬쩍 보고 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 앞에 멎으면 정수영, 기자들을 향해 돌아선다. 홍건표 역시 돌아서면, 기자들 일제히 긴장해서 바라보면.
정수영 : ....
홍건표 : (슬쩍 보면)
정수영 : ....수고하세요.
이내 열린 엘리베이터에 타는 정수영 홍건표, 어이없는 얼굴로 함께 타면 기자들, 잠깐만요잠깐만요, 난리가 나면.
홍건표 : 대검찰청엔 외뿔을 달고 서있는 해치상이 있습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부패한 권력을 향해 외뿔을 들이받으라는 뜻이죠!
정수영 : (어라? 싶은 눈으로 힐끔 보는) ...
홍건표 : (단호히)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을 철저히 밝힐 것입니다!
감동하는 기자들을 놔두고 엘리베이터 문 닫히면.
씬41. 엘리베이터 안
정수영 : 야, 부장님이 늘 하시던 말씀 아니냐?
홍건표 : 하든지 그럼! (흉내 내는) 수고하세요!
정수영 : (쩝 ...)
씬42. 서울지검 복도
결재 판을 들고 굳은 얼굴로 걸어오는 김혁재의 모습위로....
노주명(E) : 1번지에서도 검찰이 오버를 하는 것 같다고 심려가 대단하십니다.
씬43. 노주명의 사무실
럭셔리한 사무실에 앉아 통화중인 노주명.
노주명 : 사실, 경제도 어려운데 대우처럼 JD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가서야 되겠습니까?
씬44. 서울지검장실
검사장 : 아시다시피 김혁재 부장을 총장님께서 옹호 하고 계셔서
노주명(F) : 총장이야 이제 기우는 일 밖에 없는 분 아닙니까?
검사장 : !!
씬45. 노주명의 사무실
노주명 : (매섭게) 윤검사장, 성층권의 뜻을 잘 헤아리세요!
씬46. 서울지검장실
검사장 : 네, 알겠습니다, (사이)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사이) 네, 네 그럼.
핸드폰을 끄자마자 비서관(남) 똑똑 노크하고 들어와서.
비서관 : 김혁재부장 와있습니다.
검사장 : 어, 들여보내!
비서관 아웃되면 이내 들어오는 김혁재.
검사장, 일어나서 아주 반갑게 김혁재를 맞이하며.
검사장 : 어, 김부장! 어서 오게.
김혁재 : (깍듯이 인사하고)
검사장 : (소파에 앉으며) 앉지, (소파옆 탁자위의 전화기 눌러) 여기 차 좀!
김혁재 : (서류를 내밀며) 경제위기설을 반박할 자료들입니다.
검사장 : 내가 언제 이런 통계수치를 원했나?
김혁재 : (보면)
검사장 : 내가 황보회장 구속에 반대의견을 피력했던 건 자네 같은 검사가, 아니 솔직히 총장님께서 역풍을 맞으실까
그게 염려 되서야.
김혁재 : (보는) ...
검사장 : 그동안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총장님이 한 두 분인가?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절차나 과정도
정치적으로 원만하게 풀어야지.
김혁재 : .....
검사장 : 꼭 구속수사를 해야 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
김혁재 : 자료,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서 깍듯이 인사하고 아웃되면 그제야 비식 웃는 검사장.
씬47. 특수1부장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정수영과 홍건표, 젊은 검사 4명. 이내 방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김혁재.
정수영 : 뭐라십니까? 또 반대하세요?
김혁재 : 청와대 쪽에 경제 위기에 대한 반박자료 보내고 전에, 재벌총수 구속 했을 때 경제동향 어땠는지 알아봐.
정수영 : (혼잣말처럼) 항명파동이라도 해야지 원, 보스가 이래서야.
홍건표 : 부장님, 이럴 땐 다른 방법 없습니다! 언론뿐에요, 언론...! 아 옛날에도 윗분들이 하지 말란 수사를 언론에 흘려서
스타로 등극해버린 선배도 있잖습니까?
김혁재 : (O.L) 경거망동하지마. (단호히) 검산 아무리 옳은 일을 해도 상명하복의 원칙에 위배돼선 안돼! 그게 우리 조직이야!
정수영 : (욱해서) 상명하복이 기소해라, 불기소해라, 사법권에 대한 명령은 아니잖습니까? 부당한 명령엔 절대 복종할수 없습니다!
영장청구하고 사표 내겠습니다!
김혁재 : (버럭) 사푠 더 이상 국민들에게 봉사할 능력이 없을 때!! 검찰조직에 누가 된다 싶을 때!! 그때 내는 거야!!!
정수영 : (내심 당황스럽고) ......
김혁재 : 서울지검특수1부장 혼자만의 힘으로 황보회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나? 우리 일곱 명이 JD그룹에 신명에 정치권까지
이길 수 있을 것 같애??
일동 : !!!
김혁재 : 조직전체의 힘이 필요해!! 이건 검찰 조직 대 JD와의 싸움이야!!!
일동 : (숙연해지고)
김혁재 : 정검, 흥분하지마, 서두르지도 말고!
정수영 : 예, 알겠습니다!
김혁재 : 우린 프로야! 국민들로부터 법 집행을 위임받은 검사들이구! 법을 어긴 황보회장을 구속하는 건, 검사로써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야. (스윽 홍건표를 쳐다보며) 쓸데없는 공명심은 버려!
홍건표 : (뜨끔하고) ...
김혁재 : 진정한 무사는 포착을 잘해야돼! 우리의 뜻을 관철할 수 있도록 타이밍을 잡아야지!!! (씩 웃으며) 오케바리?
일동 : (그제야 풀어져) 넵, 알겠습돠 부장님!!!
이내 김혁재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씬48. 검찰총장실
커피 두 잔에서 화면 빠지면 총장(자막, 검찰총장 최석영)과 소파에 앉아있는 김혁재.
총장 : 고생이 많지? 김부장!
김혁재 : 아닙니다, 총장님!
남자 비서관, 똑똑 노크하고 들어와서.
비서관 : 법무부장관 전화십니다.
총장 : (허허 웃으며) 이번엔 장관이신가?
김혁재 : ......
총장 : (소파 옆 테이블위의 수화기 들고) 전화바꿨습니다.
장관(F) : 총장! 내가 요새 청와대 민정수석, 경제수석, 정무수석들한테 돌아가며 전화 받기 바뻐요!
총장 : (허허) 그러십니까?
쩌렁쩌렁한 장관의 목소리는 김혁재의 귀에까지 다 들리고.
장관(F) : 업무 차 해외출장을 다녀보면 말에요 현대, 삼성, LG, JD! 그런 글로벌 기업이 을마나 소중한지 뼈가 져려요!!
우리 검찰도 자주 밖으로 좀 다니셔야하는데....
김혁재 : (듣는) ....
장관(F) : JD하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아닙니까? 총장께서 지휘를 잘해주셔야지... 여의도에선 나보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막으란 말까지 해대니.. 그래서야 모양새가 우습잖아요?
김혁재 : (암담한데) ....
총장 : (허허허 웃으며) 그렇겠지요.
장관(F) : 지휘 좀 잘해주세요, 총장만 믿습니다!
총장 : 그럼 들어가시지요. (수화기 내려놓으면)
김혁재 : 죄송합니다 총장님...
총장 : 아니야, 죄송은 무슨...
김혁재 : 저, 단순합니다! 저, 법치국가의 검삽니다 총장님!
총장 : 법치국가의 검사라. (허허허 웃어대는)
김혁재 : (긴장한 채 보는)
총장 : (웃음을 멈추고) ....
김혁재 : (초긴장이고)
총장 : (생각하는) ....
김혁재 : (기다리는) ....
총장 : 서울지검장한테는 내가 전화하지!
김혁재 : 감사합니다 총장님!!!
씬49. 거리
신문가판대위에 나란히 꽂힌 신문들의 1면 헤드라인기사들.
검찰, JD 그룹 황보회장 영장청구! JD그룹 황보회장 사전영장 청구, 재계 충격!
검찰, 원칙대로 JD그룹 황보회장 영장청구! 황보회장 영장청구, 경제에 치명타!
기자(E) : 검찰이 JD그룹 본사 압수수색 이후 두 달여 만에 황보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씬50. 병원 로비
사람들 웅성웅성 TV 화면 앞에 모여 있다.
기자(E) : 그동안 검찰은 경제적 파장 등을 고민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 그리고 기업 투명성 확보라는 대전제를 지키기 위해
이같은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에게서 카메라 빠지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머리에 묻고 있는 용하와 나란히 앉은 박씨.
박씨 : 좋게좋게 생각해! 80%가 피가 터져서 실려 오는데 어머닌 아니시래니 을마나 다행이냐?
용하 : (미치겠는) ....
박씨 : 갑작스런 스트레스, 과로만 조심하면 된다며?
용하 : (환장하겠다) 그것만 조심하면 돼? 것만?? 엄마 희망이고 자랑이고 목숨인 형이 살인자라는데??
박씨 : 니 형이 죽였을 리가 없잖아? 죄가 없으니까 곧 나올 거야!
용하 : (뻗쳐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작작해! 내가 죄를 져서 감방 갔어? 정당방위였어, 정당방윌 살인미수 만든 게 누군데??
박씨 : ......
용하 : 그 자식들, 형이 은질 죽였다고 확신하고 있어! 진범 찾을 생각, 죽어도 안할 거라구!!
박씨 : 그래서 어쩌려구?
용하 : (뻥, 뭐든 걷어차며) 어쩔지 알면 내가 이래??
그대로 씩씩대며 병원으로 들어가는 용하.
박씨, 아~~ 자식, 승질은... 하면서도 용하가 짠하고 ...
씬51. 2인용 병실
강경댁, 자신의 간병인 병상에 누워, 눈물이 하염없다. 양씨,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강경댁을 보고 있다.
이제 막 병실로 들어서는 용하, 두 사람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양씨 : 걱정마 언니! 세상사람 다 뭐래두 준하가 그럴 리가 있어? 용하두 아니구 준하가? 말두 안돼지, 말두 안되구말구!
용하 : (벽에 기대서 듣는) ....
강경댁 : 관두겠다고 했을 때... 관두라고 할 걸...
용하 : (강경댁 쪽을 보면)
양씨(E) : 그게 뭔 소리야?
강경댁 : (눈물로) 고시 관두고 싶다는 걸... 내가... 내가 어젯밤에 붙들고만 있었어두... 붙들고만 있었어두....!!
용하 : (그랬구나 싶은데) ....
양씨(E) : 아우 그만 울어, 이러다 또 쓰러지겠어.
강경댁 : 살면 뭐해? 더 살면.... 우리 준하 없이 살면 뭐해..?
용하, 울컥한다. 그대로 병실을 나가서.
씬52. 병실 밖
복도에 기대선 용하, 현실이 절망스럽고 암담한데.
플래시컷》대학 졸업식날 학사모를 쓴 강경댁을 등에 업은 준하. 아들의 등에 업혀 웃는 강경댁과 준하의 그 행복한 모습에서.
울컥울컥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복도를 걸어가는 용하의 모습에서.
씬53. 관악경찰서 강력팀
환하게 웃으면서 사무실로 들어오는 조형사.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강형사.
조형사 : 역쉬 김혁재 검사라니까! 그 양반은 해 낼 줄 알았어!
강형사 : 그렇게 좋으세요?
조형사 : 좋지 그럼, 세상이 제대루 돌아가는데!
강형사 : 그나저나 장준하, 어뜩할까요? 영장 신청해요?
조형사 : 아, 자식 왜 자백을 않지...?
강형사 : 일단 A,B,C는 됐으니까 구속해 놓구 D, E, F까지 더 찾든지요!
조형사 : 한번만 더 족쳐봐!
씬54. 경찰서 유치장
대여섯 명이 모여 있는 유치장 안에 창살을 등진 채 쭈그리고 앉아있는 준하...
인서트》제2부 씬33. 경찰서 복도
강경댁 : (강형사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고) 당신이 봤어? 내 아들이 죽이는 거 봤어?? 아님 어떻 할거야, 내 아들이 아님!!!!
책임질 수 있어??? 죄없는 사람 처 넣구, 책임질 수 있어???? 이래두돼, 이래도 돼 당신들??????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는 준하.
준하 : (유치장 창살을 잡고 흔들며) 이봐요이봐요!!! 나 좀 나가게 해줘요!! 나 좀, 나 좀!!! 이봐요!!! 내 말 안들려요???
인상을 쓰며 유치장 안으로 들어온 강형사.
강형사 : 자식, 왜 이렇게 시끄러?
씬55. 경찰서 복도
준하의 팔을 붙잡고 걷는 강형사.
준하 : (애원하는) 잠깐만, 잠깐만 다녀올게요! 어머니 쓰러지시는 거 보셨잖아요, 제발 잠깐만!
강형사 : 내가 널 어떻게 믿구? 연기도 그렇게 잘 할까? 깜박 속았어 내가.
준하 : 전화라두전화라두 한통만요, 제발 한통만.
강형사 : (O.L) 조사 끝나는 대루 바루 영장 신청할거다! 끝까지 버텨, 그렇게 뻐팅기면 신상에 좋을 거다 아주!
준하, 암담하다, 그렇게 끌려가는데....
문득 핸드폰이 걸려오는 강형사, 준하의 한 팔을 잡은 채 한손으로 핸드폰 받으며.
강형사 : 어, 안기자! 미다시가 그게 뭐야? 신림동 옥탑방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
준하 : (긴장하는)
강형사 : 남은 때굴때굴 몸뚱이 굴리는데, 쫌 리얼하게 못써?
강형사, 무심코 준하의 팔을 잡았던 손을 놓고 핸드폰을 바꿔 쥐는 순간, 냅다 도망을 치는 준하.
씬56. 관악경찰서 정문 + 택시 안
이제 막 정문으로 들어오는 용하의 택시.
어느 순간, 저만치 경찰서 현관에서 뛰쳐나오는 준하와 쫓아 나오는 형사들 보이면, 놀래서 브레이크 밟는 용하.
그대로 죽어라 용하 쪽으로 달려오는 준하. 기겁해서 바라보는 용하.
이내 용하의 택시 앞에 와서 형사들에게 잡혀버리는 준하.
운전대를 잡은 용하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그의 시야에 자신의 택시 보닛에 준하를 엎어 놓고 수갑을 채우려는 형사들과
사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준하의 모습이 슬로우 화면으로, 처절하고, 처절하고, 처참하게....
부르르르 핏발선 눈에 핏물 같은 눈물이 고이는 용하.... 그 절망적인 눈에 네 명의 형사들에게 무참히 당하는 형의 모습이
더는, 정말 더는 볼 수 없다 싶은 순간, 와락 차문 열고 뛰쳐나가서.
용하 : 그만해!!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다구!!!!
형사들에게 짓뭉개진 채 기겁, 용하를 쳐다보는 준하의 얼굴에서 2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