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가 시작되면서 멕시코 정부 당국은 멕시코에 어용(御用) 천주교회를 세우려고 음모를 꾸몄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고위 성직자들과 성교회에 충실한 주교들을 추방하고 그 자리에 자신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앉히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멕시코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선교사들을 모두 추방하였고 공권력을 이용하여 각종 학교와 신학교를 강제로 폐쇄하였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자 교황 비오 11세(재위 1922-1939)는 멕시코의 주교들과 함께 멕시코 국민이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멕시코 권력자들은 로마 가톨릭의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공권력을 강압적으로 이용하여 교회를 강제로 폐쇄하였다. 또한 사제들을 잡아 가두었고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여 온 평신도들에게는 교회를 떠날 것과 앞으로는 미사에 참례할 수 없다고 엄중하게 경고하였다.
이때 교회 당국의 지도하에 이루어지는 평신도의 조직적 활동인 ‘가톨릭 액션’(Catholic Action)은 이러한 사태에 저항하면서 정부가 홍보하는 세속적인 인본주의가 허구라는 것을 알리고 이러한 때일수록 신앙생활을 더 잘해야 한다고 신자들을 격려하였다. 멕시코 정부는 가톨릭 액션에 속한 사제와 평신도들을 박해의 표적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할리스코(Jalisco)에서 15명의 사제가 순교하였고, 사카테카스(Zacatecas)에서는 4명이 순교하였으며, 치와와(Chihuahua), 콜리마(Colima), 두랑고(Durango), 과나후아토(Guanajuato), 게레로(Guerrero), 모렐로스(Morelos)에서는 각각 한 명씩 순교하였다. 순교자 모두 순교하기 전 소름 끼칠 만큼 참혹하게 고문을 당하였고 순교자 대부분은 총살형에 처해졌다. 세 명의 평신도인 다비드(David), 마누엘(Manuel), 살바도르(Salvador)는 그들의 교구 사제 루이스 바티스 사인스(Luis Batis Sainz)와 함께 순교하였다. 이 모든 순교자는 그 가혹했던 박해 시기에 참된 신앙을 위해 죽기까지 모든 희생을 감수한 또 다른 멕시코 사람들의 표상이 되었다.
‘가톨릭 액션’ 활동에 속한 순교자들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토발 마가야네스 하라(Cristobal Magallanes Jara, 1869-1927), 로만 아다메 로살레스(Roman Adame Rosales), 로드리고 아길라르 알레만(Rodrigo Aguilar Aleman), 훌리오 알바레스 멘도사(Julio Alvarez Mendoza), 루이스 바티스 사인스(Luis Batis Sainz), 아구스틴 칼로카 코르테스(Agustin Caloca Cortes), 마테오 코레아 메가야네스(Mateo Correa Megallanes), 아틸라노 크루스 알바라도(Atilano Cruz Alvarado), 미겔 데 라 모라(Miguel De La Mora), 페드로 에스케다 라미레스(Pedro Esqueda Ramirez), 마르가리토 플로레스 가르시아(Margarito Flores Garcia), 호세 이사벨 플로레스 바레라(Jose Isabel Flores Varela), 다비드 갈반 베르무데스(David Galvan Bermudez), 살바도르 라라 푸엔테(Salvador Lara Puente), 페드로 데 헤수스 말도나도 루세로(Pedro de Jesus Maldonado Lucero), 헤수스 멘데스 몬토야(Jesus Mendez Montoya), 마누엘 모랄레스(Manuel Morales), 후스티노 오로나 마드리갈(Justino Orona Madrigal), 사바스 레예스 살라사르(Sabas Reyes Salazar), 호세 마리아 로블레스 우르타도(Jose Maria Robles Hurtado), 다비드 롤단 라라(David Roldan Lara), 토리비오 로모 곤살레스(Toribio Romo Gonzalez), 예나로 산체스 델가디요(Jenaro Sanchez Delgadillo), 트란쿠일리노 우비아르코 로블레스(Tranquilino Ubiarco Robles), 다비드 우리베 벨라스코(David Uribe Velasco)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2년 11월 22일 크리스토발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을 시복하였고, 2000년 5월 21일 그들을 모두 성인으로 선포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시성식에서 신앙을 위해 순교한 이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오늘 성인으로 선포된 분들 대부분은 재속 사제들이며, 세 분의 평신도들은 그 어려운 박해의 시기에 사제들을 돕는 데 열성적이었습니다. 이분들은 당신들이 사랑하는 조국 멕시코 땅에서 가톨릭 종교에 대한 증오를 촉발하는 종교 박해가 심각해졌을 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직책을 잘 수행하기 위해 적극 투신하였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자신들의 박해자들을 명백하게 용서하면서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평온하면서도 침착하게 그리고 자유로운 태도로 순교하였습니다. 이분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교회 공동체의 물질적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면서 이 공동체에 깊이 뿌리를 내린 삶의 결실로서 드러난 하느님께 대한 성실한 믿음과 가톨릭 신앙에 대한 충직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전 세계 모든 교회와 특히 멕시코 사회에 큰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멕시코 전역에 불어 닥친 박해의 광풍 앞에서 온갖 시련을 꿋꿋이 견뎌온 교회는 이제 성인으로 선포된 이분들의 신앙에 대한 증거로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이 사회를 살아가는 멕시코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와 조화 속에 살면서 복음이 지닌 풍부한 가치로 이 사회를 변혁시키기를 축원합니다. 교회는 박해를 받을 때 수많은 사제와 수도 성소자가 생겨났고 많은 가족이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바대로 양성되었으며, 멕시코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은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자라나기 때문에 앞으로 교회는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크리스토발 마가야네스 하라 사제와 그의 동료 순교자들의 빛나는 모범이 하느님께 대한 여러분의 신앙을 쇄신시켜 가는 데에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신앙이 멕시코 사회를 끊임없이 변혁하는 원동력이 되어 정의와 형제애 그리고 조화로움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게 되기를 빕니다.”
글...교회와 역사, 2012년 8월호, 번역 송영웅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