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기밀 문건이 유출돼 미 국방부
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포리자=AP/뉴시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방어 부대가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계획된 공격에 앞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증강하기 위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비밀 계획이 담긴 '기밀 문건'이 이번 주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건엔 우크라이나의 공세 시기와 장소,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전투 계획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무기와 병력 보충, 전력 등 러시아군에 유용할 수 있는 군사 정보가 포함됐다. 이와 관련 NYT는 이 문건은 러시아 등의 숙련된 군사·정보 전문가들이 볼 때 많은 단서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문서 내용 일부가 친러시아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여 러시아의 선전·선동을 위한 가짜 정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급 기밀'로 분류된 '3월1일 현재 전쟁 상황'이란 한 문서엔 우크라이나와 미군 수뇌부의 동선이 담겼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기동훈련을 위해 독일 비스바덴 미군 기지에 있었다. 하루 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이 이 곳을 방문했다. 또 다른 문서엔 1월~4월 예정된 우크라이나군 부대, 장비, 훈련 목록이 포함돼 있다. 당시 준비 중이던 12개 전투여단에 대한 요약 정보다. 이 중 9개 여단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훈련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9개 중 6개 여단은 3월31일, 나머지 3개 여단은 4월30일까지 준비될 것이라고 문서는 적시하고 있다. 9개 여단에 필요한 총 장비는 탱크 250대 이상, 기계화차량 350대 이상이란 내용도 있다. 군사 분석가들은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소진율 정보도 주목했다. 미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정보란 것이다. 무기 공급과 부대 및 대대 전력, 기타 다른 계획을 나타내는 사진과 도표도 원본 그대로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미국 정보기관의 중대한 침해를 나타낸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문서 내용 중 일부는 진짜로 보인다"면서 "무기 및 병력 보충 시간표나 병력 증강 규모, 기타 군 관련 세부 사항 등 가치 있는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조작된 흔적도 있다.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부풀린 반면 러시아군 전사자는 과소 평가하는 식이다. 실제 게시된 문건 내용엔 러시아군 사망자는 1만6000명~1만7500명,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7만1500명이란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미 당국이 당시 추정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 전사자 각 20만여 명 및 10만여 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선전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선택적으로 조작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지니아 알링턴에 위치한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의 러시아 연구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이 문서들이 진짜이든 아니든 사람들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문건이 어떻게 유출돼 소셜미디어를 떠돌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미 국방부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유출 경위와 배후 등을 조사 중이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