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자기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경고하시고,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그들에게 가르치시되,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매, 예수께서 돌이키사 제자들을 보시며 베드로를 꾸짖어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마가복음 8장 30절에서 33절 말씀)
사탄이라뇨! 베드로는 정말 억울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지금껏 충성스럽게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 그런 꾸지람을 듣다니 말입니다. 도대체 이것은 어떤 상황일까요? 예수님은 무엇을 '사람의 일'이라고 꾸짖으시는 것입니까?
오늘 예수님은 자신에 대해서 비로소 자세히 알려주십니다. 지금까지 예수님은 자신이 정치적 메시아로 오인되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는지 좀더 자세하게 하나님의 방법을 밝히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의 방법'이라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이 고난을 받고, 버림바 되고 죽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결말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아마 제자들도 예수님을 정치적 메시아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바로 예수님께 항변하고 예수님도 강하게 꾸짖으십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어디서 많이 듣던 꾸짖음 아닙니까?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사탄이 예수님을 시험했을 때 예수님께서 외치셨던 말씀입니다.
사탄이 예수님을 부정했던 것이 아닙니다. 기적을 보이고 자신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이끌어보라고 유혹했었습니다. 지금 베드로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예수님께도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야단치시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도 준엄하게 경고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그 방식이 사람의 방식이라면 그것은 사탄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씀입니까..
사실 우리는 결과주의에 많이 빠져 있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성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부흥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합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그 방식은 이기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입니다. 오만한 태도가 아니라 겸손한 자세입니다. 내 뜻이 옳다며 남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바라며 잠잠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보아야겠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사람의 방식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탄의 길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