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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선지는 오류입니다. 이 선지를 다시 써보겠습니다.(우리 평린이들, 큰일났네요)(평가원이 발표한 정답은 ⑤
번임)
ㄷ. C: 쾌고 감수 능력은 어떤 개체가 도덕적 지위를 갖는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이 아니다.(평가원 입장 – 테일러 긍정, 칸트 긍정, 레건 부정)
평가원은 이 선지를 정답으로 발표했으므로, 이에 대해 레건이 부정한다는 취지일 겁니다. 하지만 레건은 쾌고 감수 능력이 어떤 개체가 도덕적 지위를 갖기 위해 ‘고려해야 할 조건’, 즉 ‘필요조건’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원문을 인용합니다.
Not all living things are subjects of a life, in the sense explained; thus not all living things are to be viewed as having the same moral status.(모든 생명체들이 삶의 주체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모든 생명체들이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체들이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주체가 아니라고 해서 도덕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다만, 삶의 주체인 존재와 그렇지 않은 존재가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할 뿐입니다.
though satisfying the subject-of-a-life criterion marks a relevant similarity, one that makes the attribution of inherent value to moral agents and patients both intelligible and nonarbitrary, the claim has not been made, nor does anything said in the above imply, that satisfying this criterion is a necessary condition of having inherent value. It may be that there are individuals, or possibly collections of individuals, that, though they are not subjects of a life in the sense explained, nevertheless have inherent value—have, that is, a kind of value that is conceptually distinct from, is not reducible to, and is incommensurate with such values as pleasure or preference satisfaction.(‘삶의 주체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그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내재적 가치(inherent value)를 갖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개체들 또는 개체들의 집합체는 비록 기술한 바와 같은 의미에서 삶의 주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재적 가치를 가질 수 있으며, 그러한 내재적 가치는 즐거움이나 선호의 만족 같은 가치들(이것을 intrinsic value라고 함)로 환원되지 않는다’)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특성들, 예컨대 쾌고감수능력, 자아정체성 인식, 이익과 선호 등은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해석)’일 뿐, 그것이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뜻입니다.(이상은 레건의 “The Case for Animal Right”, p.245에 나옴)
벌써 이것만 봐도 레건은 ‘쾌고감수능력은 내재적 가치 인정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건은 나무, 강, 바위 등도 내재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Those who would work out a genuine ethic of the environment in terms of the inherent value of natural objects (trees, rivers, rocks, etc. ) or of collections of such objects are not logically debarred from undertaking the task by anything said or implied in these pages, since the subject-of-a-life criterion is set forth as a sufficient, not as a necessary, condition of making the attribution of inherent value intelligible and nonarbitrary.(자연적 존재들, 예컨대 나무들, 강들, 바위들 등등 또는 그러한 존재들의 집합체의 내재적 가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 페이지에서 암시하는 그 어떤 것들로 인해 그들의 작업이 논리적으로 금지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주체라는 기준은 ...내재적 가치를 갖기 위한 충분조건으로 설명될 뿐, 필요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의 주체라는 기준은 내재적 가치 인정의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으로 설명될 뿐이기 때문에 결코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나무들, 강들, 바위들도 얼마든지 내재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Second, and relatedly, the argument of the present section does not logically preclude the possibility that those humans and animals who fail to meet the subject-of-a-life criterion nonetheless have inherent value. Since the claim is made only that meeting this criterion is a sufficient condition of making the attribution of inherent value intelligible and nonarbitrary, it remains possible that animals that are conscious but not capable of acting intentionally, or, say, permanently comatose human beings might nonetheless be viewed as having inherent value.(두 번째, 이 장의 주장이 삶의 주체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인간들이나 동물들이 내재적 가치를 가질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삶의 주체라는 기준을 만족하는 것은 단지 내재적 가치 인정의 충분조건일 뿐이라는 주장은, 여전히 의식은 있지만 의도적 행위를 할 능력은 없는 동물들이나 영구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인간 존재들이, 그럼에도 내재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 놓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특성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물들이나 인간들도 여전히 내재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있죠.
결국 레건은, 내재적 가치를 갖는 존재(즉, 도덕적 지위를 갖는 존재)를 삶의 주체에 한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삶의 주체라는 기준을 '내재적 가치 인정의 필요조건도 아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레건은 ‘쾌고감수능력’을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해석상)’으로 인정하지만, 그것을 ‘내재적 가치(도덕적 지위) 인정의 필요조건은 아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해당 선지를 다시 써봅시다.
ㄷ. C: 쾌고 감수 능력은 어떤 개체가 도덕적 지위를 갖는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이 아니다.
평가원은 이 선지에 대해 레건이 부정한다고 했지만, 팩트는 ‘긍정’입니다(따라서 ㄷ은 답이 아니며, 결국 이 문제는 ‘답이 없음’이 됨). 그렇다면 위 선지의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평가원은 이미 2018학년도 6평 15번 ㄹ 선지에서 오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 선지를 여기에 써보겠습니다.
ㄹ. D: 개체는 쾌고 감수 능력을 지녀야만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
이 선지에 대해 평가원은 ‘레건이 긍정’한다고 발표했는데(평가원은 쾌고감수능력을 도덕적 지위 인정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임), 위에서 설명한 대로 레건은 나무들, 강들, 심지어 영구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인간들(이런 상태에 있는 인간들은 쾌고감수능력이 없다)도 내재적 가치(도덕적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는 이미 오류입니다. 당시 이 선지에 대한 이의제기가 없다 보니까(필자는 당시에 윤리와 사상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평가원의 생윤 문제들은 거의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음. 이제 작년부터 다시 생윤을 가르치고 있는데, 평가원 기출 설명 교재 출판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오류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음), 평가원이 아무 두려움도 없이 이 선지를 재활용한 것 같네요.
레건의 영어 원전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원전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나요? 이 문제도 소송으로 걸면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다만, 2018학년도 6평 15번의 ㄹ 선지가 비록 오류이긴 하지만 그 오류를 오류 아닌 것으로 알고 공부했을 것이므로, 이것을 근거로 판사가 ‘오류이지만 오답은 아니다’라는 식의, 또는 ‘대학 입시 절차의 안정성을 위해 오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기상천외한 판결을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번 수능 생윤 문제 중, 10번과 14번을 학생들이 많이 틀렸습니다. 그런데 둘 다 오류입니다.
이 두 문항의 오류는, 해석의 영역이 아닙니다. 팩트의 영역이고, 나는 롤스의 영어 원전(및 번역서) 및 레건의 영어 원전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평가원이 양심이 있다면 두 문항 모두 오류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거 소송으로 가면, 평가원이 무조건 패배합니다. 아무리 돈으로 처발라서 감추려 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죠.
첫댓글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에는 '하지만 레건은 쾌고감수능력이'라는 부분에서 레건이 아니라 테일러로 잘못 쓰여져 있습니다.. 수정하시거나 다시 올리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알고 있습니다. 이 글과 같은 내용인데, 오타를 발견해서 여기에서는 수정했지만, 평가원에 올린 건...뭐 알아듣겠죠. 못 알아들을 리도 없고요.
@힉스 그냥, 다시 올릴까요? 다시 올리겠습니다.
샘, 내재적 가치를 중심으로 지적해 주셨는데 삶의 주체가 아니어도 내재적 가치는 가진다는 말씀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레건이 삶의 주체 이외에도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말을 했나요??
'내재적 가치가 권리 인정의 근간'이라고 하죠. '삶의 주체는 권리 인정의 필요조건'이라는 말도 하고요. 두 명제 사이에 정합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선지와 관련해서 물으신 거라면, 선지는 쾌고감수능력과 권리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쾌고감수능력과 '도덕적 지위'의 관계를 묻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힉스 선지 관련해서 여쭤본게 맞습니다. 평가원의 논리를 추측해보자면
쾌고감수능력-삶의 주체-권리-도덕적 지위....이런 라인을 타는 것은 아닐까 해서 여쭤본겁니다. 저는 이렇게 판단해서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mildkjh 모든 사람이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 거죠. '내재적 가치=삶의주체=권리=도덕적 지위'라고들 생각했고, 평가원도 그렇게 생각한 거죠. 그리고 오직 삶의 주체만이 내재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알고 저 선지 만든 거고요.
선지에 권리라는 말이 없으니 권리와의 관계를 논할 필요가 없고, 논한다고 하더라도 '내재적 가치와 권리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도 레건이 한다는 뜻입니다.
@mildkjh The criterion of right possession I wish to recommended involves the notion of inherent value. Put most simply the criterion states that a 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 of having basic moral right is that one have inherent value(henceforth referred to as “the criterion of inherent va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