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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처음 캐나다 BC주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인 거벽등반의 명소 버가부 ( Bugaboo) 를 찾고
부터 항상 마음에 자리잡고 있던 하우저 타워의 등반을 비로소 이루었습니다.
버가부 산군에는 Bugaboo Spire, Pigeon Spire, Snowpatch Spire 등등의 여러 거벽들이
마치 병풍처럼 빙하를 중심으로 애워싸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하우저 타워는 벽의 높이만 1300 여 미터가 되는 거벽으로서 버가부의 산군을
세계적인 규모로 알려지게 하는 가장 중심인데요. East Creek에서 본 그 위용은 정말 멋지답니다.
좌측의 사진을 보면 우측의 붉은색 라인이 저희가 등반한
Beckey- Chouinard 루트입니다.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좌로부터 North Howser Tower, Central Howser Tower
그리고 저희가 등반한 South Howser Tower로 나뉘며
South Howser Tower는 3,364 미터의 높이에
암벽의 표고차는 대략 1,300 미터 입니다.
저희가 선택한 Beckey-Chouinard 루트는
살아 있는 북미의 전설적인 클라이머 프레드 벡키와
파타고니아의 창업자로도 유명한 이본 취나드 가 초등한
루트로서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루트로 북미
50 클래식에 꼽히는 거벽 루트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루트는 하우저 타워의 거벽루트 대부분이
알파인 그레이드 ED 인 반면 몇 안되는 TD+ 급 루트로서
자유등반이 가능한곳이기도 한점이 많은 클라이머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저는 몇년전 버가부일대를 등반하며 이곳 하우저 타워를 보고 그냥 돌아왔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자꾸 흐르고 저의 등반능력도 점점 내리막을 걷고있는 느낌이여서 올해는 꼭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파트너를 찾다보니 결국 옛 파트너 매트와 또 다시 같이가야 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이민자인 저는 항상 한인들만로 이루어진 팀으로 오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사람들을 찾아왔었지만 쉽지않았습니다.
그러던차에 올해초 부터 같이활동을 하게된 20대중반의 두 유학생 상민, 명광 두대원이 클라이밍을 배운지 1년도 안되거나
실내암장 밖에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였지만 정말 한주도 빼지않고 매주말을 같이 산에서 보내면서 이들의 열정을 알게되고
서로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때마침 옛 파트너 매트는 비지니스관계로 올여름 버가부를 포기해야할것 같다고
하기에 결국은 이 두친구들과 함께 하우저타워를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주변에서의 걱정과 우려도 있었으나 저는 이 두친구들을 통해서 한가지를 볼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 하나라면
우리가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믿음' 이였습니다.
8월 도전의 그날까지 주어진 시간은 대략 5개월
그 5개월 동안 훈련을 통해 이들을 알파인 그레이드 TD+
(Tres Difficile, Very Difficult, 어렵고 긴 코스로 5.9~5.10
그리고 짧은 인공등반이 가미된 루트, 익스트림아래의 상급레벨 )
의 Beckey Chouinard 루트에 올려야 하는것이 목표입니다.
3월 초 처음 시작할 당시 상민이는 trad 5.7 선등
정도의 수준이였으며 명광이는 이제 처음 크랙을
잡고 어쩔줄 몰라 당황해하던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해 훈련기간 내내 몇가지 패턴을 유지하였습니다.
1. 항상 자신감을 잃지않도록 그때그때의 난이도를 조절하며 마지막은 늘 자신에 차서 아쉬움을 느끼며 돌아설수 있도록 한다.
2.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을 경험하며 트레이닝하고 빠른 시일안에 요령을 터득하기위해서는 등반후 크럭스에서 있었던
문제점과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을때 꼭 같이 의견을 교환하며 토론한다.
3. 장비를 최대한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 모임의 공동장비들을 그들이 관리하게 한다.
4. 대중교통수단으로 쉽게 도달할수 있는 진짜 암장을 소개하여 자주들리도록 한다.
인공암장에서가 아니라 최대한 실제의 바위를 익히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것을 주지시켰다.
5. 최소 한달에 한번 알파인등반과 멀티피치를 경험한다.
6. 재미를 잃지않고 자신감을 붙이도록 하며 하우저타워등반을 위한 동기부여를 잊지않는다.
저희는 조프리, 베이커 마운틴, 그랜드 티톤 그리고 치프에서의 멀티피치등을 통해 착실히 준비를 해왔으며
아쉬운것은 보다 많은 멀티피치의 등반경험과 기술적인 습득 이였지만 그럭저럭 7월말 준비된상황으로는
상민대원과 명광대원 의 등반 실력을 trad 5.10 b,c 급까지 올릴수 있었고 짧은 경험이지만 인공등반도 경험하므로서
프로텍션 기어의 운용등도 익힐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7월 28일 출발, 남은것은 이제 스스로를 믿고 서로를 믿는것 그것뿐이였습니다.
하우저 타워에 대한 것은 루트맵과 몇가지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론 온사이트등반이니 만큼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할수 있어야 했습니다. 많은 상급 클라이머들이 새벽에 하단에서 시작하여 당일로 등반을
끝내는 것이 현재 이곳의 추세입니다만 저희는 3인이 한팀이였기에 비박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빙하를 횡단하고 여타 상황을 맞이 하였을때 편법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스탠다드를 준수하자는 결론하에
결국은 스탠다드 알파인 스타일 등반을 택하여 비박장비와 부츠, 크램폰, 삐올레등을 모두 휴대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여러가지 문제점과 맞물려 저희 등반을 어렵게 하였습니다만 결국은 이런것 또한 경험이 되었
다고 생각됩니다.
등반 요약 ---
28일 : 오후 8시경 애플비 캠프장 도착, 베이스 캠프 설치.
29일 : 오전 5시 Howser Tower 로 출발 ,어프로치 5~6시간소요. 첫피치 시작 12시경, 루트파인딩 실패, 등반 5피치, 비박
30일 : 등반 7피치, 명광대원의 부상과 반복되는 루트파인딩 실패, 기후변화, 체력적인 요소를 감안 비박
31일 : 등반 3피치 + 스크램블 + 200미터 short mid 5th 등반. 루트파인딩 실패로 인한 시간적 지체로 인하여
정상하단부근에 도착한것이 대략 4시30분. 우박과 비로 인하여 운행중단. 또 다시 비박
1일 : 150미터 mid 5th 등반후 정상. 6번에 걸친 북동벽 하강.
루트 및 대원 Review ---
저는 한달전 그랜드 티톤 등반시에 입은 발목 부상으로 상태가 좋지않았으나 이번원정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유는 상민, 명광대원이 기술적으로는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리드에대한 것은 각대원들과 고르게 나누어 분담하면
부담이 줄것이며 예상되지 않은 어려움을 제가 커버한다면 별문제가 없을것이라고 판단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 22피치중 기술적으로 고려해야할 피치는 15피치, 저와 상민, 명광 세대원이 각각 5피치 씩만 책임지고
리드하기로하고 시작하였습니다.
베이스캠프로부터 시작점까지의 어프로치 대략 5~6시간소요
1피치 (최명광 선등) : 이상민 대원 루트파인딩 실패로 한시간넘게 하단부에서 지체. 결국 명광대원과 교대.
2피치~ 5피치 (이상민 선등) : 상민대원 명예회복을 위해 재도전 , 전대원이 백팩의 무게로 인해 고전.
비박.
6피치 ~ 10피치 (윤희수 선등) : 대략 8시 출발 오후 1시 할당량 5피치 완료. 비교적 깔끔하고 빠르게 끝내었으나
손가락에 쥐가나기시작. 체력적인 안배를 위해 휴식.
11피치 (최명광 선등) : 5.10급이였으나 비교적 부담이 큰 피치로 많은 시간이 소요됨.
시간절약을 위해 저는 라스트에서 쥬마르로 오르기로하고 명광대원은 12피치 선등
12피치 (이상민 선등) : 최명광 대원이 선등하다가 루트파인딩에 실패 추락하며 부상. 빌레이도 불가능.
이 상민대원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찬스 ! 선등.
그러나 12피치를 끝낸시점이 대략 오후5시경. 바람은 거세지고 구름들이 밀려와서
햋빛도 보기힘든 상태에서 최명광 대원의 상태가 좋지않다고 판단.
12피치 루트중간의 바위틈에서 비박하기로 결정.
아니나 다를까 준비를 맞추자마자 우박이 내리기 시작.
비박.
13 ~ 14피치 (이상민 선등) : 또 다시 이상민 대원 루트파인딩에 실패하였으나 다행히도 저희를 추월하던 팀이 있어서
컨닝을 할수 있었음. 후등자들은 무거운 백팩을 지고 침니구간들을 통과하느라 상당히
체력적으로 소모가 컷으며 시간적으로 많이 늦어짐.
14피치 5.10+(A0) 크럭스 (윤희수 선등) : 짧은 팬드럼 혹은 트레버스 구간이였지만 좀 무시무시한 구간에 설치되어
잠시 난감하였지만 바로 루트파인딩 할수 있었음.
15 피치 (이상민 선등) : 마지막 크랙구간, 상민대원 깔끔하게 끝내었음.
16~22피치 short mid 5th 구간. (윤희수 선등) : 마지막 구간 정상이 저앞에 보이지만 루트파인딩에 실패하면 대략난감할수 있는지역. 먼저 20여 미터하강후 나머지 대원들이 테라스로 오기전 정찰나감. 정상 바로 하단부까지 로프를 끌어놓고 기다리던중
저 멀리 먹구름과 억수로 쏟아붓는 비들 간간히 들리는 천둥소리에 대략난감.
다시 후퇴, 비박장소를 물색하였으나 비를 막을수 있는곳은 없고. 바위틈에서 바람이라도 피하자고 비박. 침낭은 쫄딱젖고
밤새 덜덜떨며 비가 멈추기를 기도. 다행히도 비보다는 우박에 가까워서 무자비하게 젖지는 않음.
비박
마지막날 .. 루트파인딩 대략 1시간에 150여 미터 이동. 정상에 올라섰음.
본래는 1박2일 예정이였으나 무려 3박4일에 걸친 등반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생각할수 있는 문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애초에 2인 1조 편성으로 1 day 등반으로 시도했어야 했다.
2. 온사이트 등반이다보니 너무 많은 장비를 휴대하고 말았다. 때로는 정보를 취하고 타협할줄알아야 ..
3. 결정적으로 잦은 루트파인딩의 실패. 중간중간 로프처리기술이 상당히 늦고 빌레이, 등반전환시의
시간낭비가 큼. 상민, 명광대원 보다 많은 멀티피치훈련과 cragging 을 필요로 함.
제가 부상으로 완전한 상태로 등반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등반을 강행한 것은 앞으로 저희의
전통을 이어갈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될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성취감을 떠나서
저보다 20년이 젊은 이들이 성취하고 경험하였을때 더 가치있고 앞으로 더많은 발전을 할수가 있다고 판단, 밀고나가기로
하였으며 그 결과 아직 미숙한점이 많기때문에 잦은 실패로 엄청난 시간이 들고 말았지만 어떻든 극복하고 상급 클라이머
들이 해낼수있는 TD+ 급의 알파인 거벽등반을 성공하였다는것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이들의 경험은 훗날 매우 값진 경험으로서 한몫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저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믿을수 있었으며
흐트러짐 없는 팀웍을 유지할수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올 봄부터 지속해온 훈련의 성과라고 생각하니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베이스캠프에 돌아오니 여기저기서 온 많은 클라이머들이 저희를 알아보고 환영을 하는것이였습니다.
저희를 지나치는 팀들을 통해 알게된것 같기도하고 아무튼 이 몇일 저희가 이들 대화의 화제가 되었음이 가히 짐작이 됩니다.
요즘은 저희처럼 알파인 스타일로 오르는 팀은 드문것 같기도 합니다만 일본등 멀리서 온 클라이머들은 저희에게 와서
정보를 찾는것을 보니 그들도 저희와 같은 고민에 봉착하여 있나봅니다.
3박4일에 걸친 하우저타워 등반 .
이번등반에서 저는 제가 속해서 등반을 배웠던 어센트 클럽의 회원으로서 그리고 상민, 명광 두대원들도 어센트클럽의 새내기 멤버로서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저에게는 배운것들을 이들에게 전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원정이였으며 두 대원들도 마찬가지로 한국으로 돌아간 훗날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또 다른 젊은이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는 전통을 유지한다면 언젠간 저희도 캐나다의 ACC 등과 같이 100년이 넘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룰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격려해주신 여러선배 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선용이형님이 보내주신 속옷과 양말들 덕분에 늘 상쾌한 등반 유지할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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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외 홍보용임!! ^^;
정말 우리 우리 니까 믿고 의지하면 버티며 할수 있었습니다!!!
다른 클라이머들이 하우저 타워를 등반을 준비할때 지침서가 될수 있을것 같네요..
짝짝짝...!! 꼭 제가 오른것 처럼 전율과 환희와 긴장감에...숨이 멈춰 집니다. 축하드립니다. (작은미초)
감사함다. 과찬의 말씀을 !! ^^;;
역쉬~!!!!! ㅎ
이번주 섬머캠픈데 나와야지 !
알차고 수준높은 후기였습니다 ㅋ
희수야 고생했다...한국에 들어옴 연락좀 해라....
준순이형 감사함다 !! 한국가면 꼭 연락하겠습니다. 근데.. 한국을 가야말이죠.... ㅜ.ㅜ
참 이 친구들이랑 앨캡도 갈라카는데 어떻게 장비후원좀 안됩니까? 로프라도 좀 새걸로 ..ㅋㅋ ^^;;;
근래에 버가부를 찾아 많은 한국분들이 오십니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점은 많은분들이 부가부라고 말씀하셔서 현지인들이 못알아듣는경우가 많은데요. 이곳 캐나다에서는 버가부 (Bugaboo)라고 발음합니다. 참고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