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수정일 : 2021.02.03
마음처방여행>> 교감하다, 스카이밀크팜
야외에서 뛰놀 수 있으면서 이색 체험까지 가능한 스카이밀크팜. 이천으로 향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당나귀 체험이 가능한 스카이밀크팜 때문이었다.
농장의 아침은 10시에 시작한다. (매주 월 휴무) 11시가 되면 당나귀 빗질 시켜주기(그루밍/ 여름엔 동키 샤워도
가능), 11시 30분에는 당나귀에게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하다. 12시가 되면 당나귀 산책을 시킬 수 있고, 오후 1시
엔 당나귀 젖 짜기 체험이 이루어진다. 오후 2시부터 위 과정을 한 번 더 진행 후 오후 6시가 되면 농장 운영이
마감된다
이용 요금은 1인당 6천 원(만 24개월 미만 영유아 무료)인데, 농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이 비용에 포함된다.
다른 곳은 동물 먹이 주기 체험 시 별도 사료비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스카이밀크팜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만큼
먹이를 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아이 역시 먹이 주기 체험이 제일 재밌었다는 후문. 아이는 진짜 사육사가 된
듯 당나귀의 눈을 보며 갈기를 어루만진다. 사랑을 듬뿍 담아.
“당나귀 탈 수 있어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당나귀가 힘들어서 안 돼요.”라는 사육사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외에도 체험 중간중간 당나귀를 대하는 사육사의 눈빛과 말투에서 당나귀를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애정
이 여실히 드러났다. 동물원이나 농장으로 체험을 갈 때면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거나 그저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도구로만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스카이밀크팜의 당나귀들은 전혀 그렇
지 않았다. 당나귀의 여유롭고 행복한 감정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동물을 단순히 ‘구경’하는
여느 동물원에 비해 온전히 한 생명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감’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곳!
마음처방여행>> 꽃과 나무의 모든 것, 팜앤트리
필자는 식물과 그리 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아닌 이천에서 달콤한 귤 생산이 가능하다 하여,
경기 내륙 최초로 한라봉 재배에 성공한 농장이 있다 하여 ‘그냥 한 번’ 호기심에 들러본 팜앤트리. 그런데 이곳이
이번 여행을 통틀어 필자의 가슴에 가장 깊숙하게 박히게 될 줄이야!
방문 며칠 전 미리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을 잡아두었다. 농장에 도착하니 웃으며(실제로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으로 웃고 계셨다.) 문을 열고 나오는 주인의 얼굴에 근심 걱정이 하나 없어 보인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밖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녹음 가득한 온실 안 노-오란 레몬 향과 귤, 감귤, 천혜향의 오렌지빛 향이 코끝을 타고 마음 깊숙이로 파고
들었다. ‘아! 몰랐던 것은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구나!’, ‘보듬어줘야 할 것은 아이 마음뿐만이 아니라
내 마음도 그러했구나!’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찌든 내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농장을 돌아보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미니 파인애플. 파인애플이 직접 키울 수 있다는 신기함에 한참을 서서 바라
보다가 결국 파인애플 화분 하나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아니라 날 위해∙∙∙. 그간 체험이라 하면,
늘 활동성 혹은 창의력 위주의 체험을 알아보기 마련이었다. 이번 팜앤트리 농장 체험은 정서적 발달에 대해 새롭
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이에게도, 내게 있어서도 말이다.
마음처방여행>> 꿈결 속을 여행해, 설봉 공원 힐링 도서관 (조명 정원)
뉘엿뉘엿 붉은 해가 떨어질 즈음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설봉 공원으로 향했다. 그중에서도 오늘 갈 곳은 조명
정원. SNS에서 핫한 곳이다. (하지만 필자가 조명 정원으로 검색했을 때는 찾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설봉
호수 둘레길 아래에 위치한 힐링 도서관이다.
호숫가 산책로 제방 아래 벽화 골목을 잇는 건강 계단을 내려와 구도심 골목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끼인 조그마한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어두운 골목 뒤편을 조금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꾸미
기 위해 이천시 관고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섰다.
도착한 시간이 6시 20분경, 골목 뒤편 어두컴컴한 모습에 이곳이 맞나 싶어 돌아가려는 찰나 영화처럼 ‘팟’ 하고
조명이 켜지고 동화 속 그림 같은 풍경이 밝혀졌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으며 그 밤을
만끽했다.
짧은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몽글해지고 머리는 맑디 맑아졌다. 아이를 위해 콧바람이나 쐬어볼까 하고 가볍게 떠난 이번 여행이 내 생에 손꼽히는 하루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이천, 가깝다고 속속들이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천의 재발견!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 내 속에 있다 하여 찬찬히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내 마음과도 같았달까? 눈과 입만 호강하는 여행 말고 마음까지 호강하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