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석
1994년도 초겨울로 기억 된다. 나는 청량리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 중이이었다. 지금은 전철을 타면 외국인들이 많지만 그때는 전철이용객은 거의 다 한국인이었다. 귀국한지 몇달밖에 안되는지라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광경이 신기하기만 했다. 전동차 안에 모두 한국인인 것도 신기했고
노약자석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다양한 패션과 다양한 헤어스타일도 신기했다.
남자가 여자처럼 장발을 하고 다니는 것은 더욱 신기했다.
전동차 안은 별로 붐비지는 않았지만 서서 가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젊은이가 노약자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베레모를 쓴 훤칠하고 건장한 70대 노인이 같은 칸에 있었다. 그분은 갑자기 흥분하며 노약자석의 젊은이들을 향해 심한 욕설을 퍼 부었다.
- 우리가 왜 36년이나 일제 식민지로 살았게. 너들 같은 것들이 있어서 지금도 일본이 우리나라를 넘보는 거다. 그 다음 얘기는
듣기가 너무 거북스러워서 다 생략 하겠다. 그분은 한껏 격앙되어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승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이 침묵 했다. 욕도 단체로 먹으니 욕같지 않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노인은 그렇게 한바탕 화를 풀고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노약자석을 치지하는 광경은 가끔씩 볼 수 있다. 아울러 노인들이 일반석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서서 가는 노약자들에게 자기가 앉은 일반석을 양보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나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다만 너에게 한마디 남기고 싶다. 너는 어떤 공공장소에서던지 노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문명인의 증거라고 생각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