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치즈는 모짜렐라와 체다이다. 현재 유통되는 이 두 치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리지날이 아니라 짝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체다 슬라이스 치즈는 엄격하게 말하면 치즈라는 명칭을 쓰는 것조차 불법이다. 때문에 상품 표시를 자세히 보면 반드시 ‘치즈 가공품’으로 표기되어 있다. 치즈 가공품은 치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치즈가 짝퉁이 된 이유는 전쟁에 있다. 원래 모짜렐라 치즈는 물소 젖으로 만들어야 진짜다.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모짜렐라 치즈는 젖소 우유로 만든 것이다. 오리지날과는 근본이 다르니 상품 표시를 할 때 ‘모짜렐라 치즈’라고만 적으면 안 된다. 젖소 우유로 만들었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fior di latte'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사람들이 짝퉁 모짜렐라 치즈를 먹게 된 이유는 2차 세계대전과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모짜렐라 치즈는 이탈리아에서도 남부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캄파냐 지방 특산물이다. 13세기 무렵 물소 젖으로 만든 모짜렐라 치즈가 처음 만들어졌고 17세기부터 유명해지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를 점령했던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애꿎은 물소를 대량으로 학살했다. 문헌에 의하면 모짜렐라 치즈로 유명했던 지역에 이때부터 물소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 모짜렐라 치즈의 대체품으로 만든 것이 젖소 우유로 만드는 지금의 모짜렐라 치즈였다. 이 치즈가 주로 생산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으로 이민온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미국에는 물소가 없으니 대신 젖소를 이용한 것이다. 본고장 캄파냐 지방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인도에서 물소를 수입해 다시 전통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산 피자가 세계로 퍼지면서 미국의 젖소 모짜렐라 치즈가 진짜 행세를 하게 됐다. 현재 물소 젖 모짜렐라 치즈는 비싸게 팔리고 있다. 생산량이 적은 데다가 오리지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이탈리아에서 물소 젖으로 만드는 치즈가 발달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