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넷째날
어제 빅아일랜드에서 늦게 돌아왔고 또 오늘은 조카 결혼식 참석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일정이 없기에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났다.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니 다이아몬드 헤드는 잘 다녀왔느냐고 아침 인사를 한다. 저 다이아몬드 헤드도 그 옛날 빅아일랜드 자리에 있을 때에는 왕성한 화산 활동을 하였겠지? 특히 다이아몬드 헤드는 바닷가에서 활동하며 격렬하게 활동을 하여 지금 보이는 것처럼 윗대가리는 분출과 함께 날려버리고 저렇게 낮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지.
저녁에 결혼식 참석할 때까지는 별로 할 일이 없기에 아내를 따라 쇼핑을 나서 하와이의 명품 매장도 둘러본다. 그리고 와이키키 비치 해안도로가의 어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길거리에 느긋하게 앉아 먹으며 지나가는 하와이안들을 둘러본다. 해수욕장이 가까우니 수영복 차림으로 때로는 서핑보드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개방적인 미국이라 그런지 비키니 차림으로 지나가는 여성도 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친구 남규와 충북 심천의 강가에 간 적이 있었지. 그때 뭘 사려고 남규와 같이 수영복 차림으로 도로 건너편 가게에 갔다가 동네 할아버지께 호통을 들었었지. 지금 우리나라도 시절이 많이 달라져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남녀들을 종종 보게 되나, 아무리 해수욕장의 도로라지만 아직은 비키니 입고 도로를 활보하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 아무리 미국이 개방적이라도 이건 못 보겠다. 수영복 차림의 젊은 여성 둘이 키스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자기들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이렇게 모처럼 이국땅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가 준비된 버스를 타고 결혼식이 열릴 카할라 리조트 호텔로 간다. 4시 40분 호텔에 도착하여 호텔 로비로 들어선다. 로비에서 아내는 언니들 화장과 옷매무새를 보아주느라고 열심이다. 이제 뒷문으로 하여 바닷가로 나간다. 결혼식은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열리는 것이다. 탤런트 이영애씨도 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군. 바닷가에선 호텔 투숙객들이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고, 바다에서는 윈드서핑을 즐기는데 아예 서핑보드에 낙하산까지 달아 더욱 스릴 있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식을 올릴 잔디밭으로 오니 건너편으로 하나우마 만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도 보인다.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된다. 주례는 현지 목사님이시다. 예쁘게 신부 드레스를 입은 조카가 동서와 팔짱을 끼고 등장한다. 나중에 내 딸이 결혼할 때 내가 저 자리에 딸과 함께 선다면 어떤 기분일까? 서울에서부터 따라온 조카 친구들이 들러리로 나선다. 신랑, 신부가 주례 앞에 서고, 양가 부모들은 맨 앞줄 자리에 앉는다. 동서는 굳은 표정으로 신랑, 신부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처형은 연신 눈물을 훔친다. 주례 목사님은 멀리 한국에서부터 온 하객들을 생각하여 알기 쉽게 또박또박 주례사를 말씀한다. 식이 끝나자마자 주례는 옆에 마련한 테이블에서 신랑, 신부에게 어떤 문서에 사인을 시킨다. 결혼 증명서이리라. 들러리까지 사인을 시킨다. 증인으로 서명하는 것이겠지. 사람들은 호텔 안에 마련된 연회장으로 옮겨가고, 남은 자리에는 신랑, 신부가 행진할 때 하늘 높이 날려 올렸던 붉은 꽃잎들만이 오늘의 행복을 쓸어 담고 있다.
비록 이국땅에서 결혼하는 것이지만 신랑, 신부는 토종 한국인이 아닌가? 하객들이 연회장 안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신랑, 신부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한국식으로 폐백을 한다. 한국에서는 연회장에서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가 테이블마다 돌며 인사를 하는 정도이지만, 이곳에서는 즐거운 댄스 파티도 열린다. 친구들의 손에 끌려 무대로 나온 신랑, 신부가 먼저 부부로서 첫 춤을 추고, 이어서 젊은 하객들이 이와 어울려 춤을 춘다. 나는 마음은 무대로 따라가지만 몸은 선뜻 따라가지를 못하겠다. 이윽고 신부가 던진 부케를 한 친구가 받고,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즐거운 연회 시간도 마감을 한다. 9시경 다시 호텔 입구로 나가니 박가이드가 돌아갈 차를 대기시키고 있다. 시원한 하와이의 밤공기를 마시며 돌아가며 정겨웠던 결혼식을 다시 떠올려본다. 사랑스러운 조카야! 행복하게 멋지게 살아다오!
5. 다섯째날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 할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서둘러 짐을 정리하여 호텔 로비로 나온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 언제 또 하와이를 찾을 수 있을까?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호놀룰루의 경치를 마지막으로 열심히 눈에 담다보니 어느새 차는 공항으로 들어선다. 우리는 서울로 돌아가지만 조카는 신랑과 함께 인근 카우아이 섬으로 날아간다. 영화 속이지만 쥬라기 공원이 펼쳐지던 카우아이 섬에서 꿈같은 신혼여행을 보내기 위해... 비행기가 뜬다. 조카의 결혼식 덕분에 다시 찾은 하와이. 아름다운 하와이. 알로하오에~~ 작별의 알로하오에를 꿈속으로 듣는 동안 비행기는